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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 강박’에 무너지는 아이들 …  더 교묘해진 학교폭력, 해법은?

이소희 한국학교정신건강의학회 부회장

학교폭력이 줄지 않는다. 가해학생을 대입은 물론 고입까지 반영해 탈락시키는 일이 벌어지지만, 피해학생은 늘어나고 연령대도 낮아지고 있다. 교육부가 공개한 지난해 학교폭력 통계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경우 5.1%가 학폭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중학생과 고등학생은 각각 2.4%, 1.0%로 나타나 학교폭력의 저연령화가 뚜렷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제7기 학교폭력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이재명 정부의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을 논의했다. 교육부 학폭대책위에 참여한 이소희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과 전문의는 “학교폭력이 줄지 않는 배경으로 SNS 확산에 따른 폭력의 일상화와 처벌 중심 정책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처벌이 아닌 관계 회복과 예방 중심의 교육적 접근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재명 정부의 학교폭력 대책이 이전 정부와 비교해 가장 달라지는 지점은 무엇인가요.
“가장 큰 변화는 ‘처벌 중심’에서 ‘회복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됐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기록과 징계 같은 결과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제는 피해자의 일상 회복과 관계 회복에 방점을 둡니다. ‘관계 회복 숙려제’처럼 갈등을 교육적으로 풀어가는 과정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교사의 역할 변화입니다. ‘전담조사관제’를 통해 교사를 조사 업무에서 분리하고, 피해학생에게는 전담 지원을 연결하는 등 사안 처리보다 맞춤형 지원체계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여러 차례 강력한 학교폭력 대책을 내놓았지만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우선 통계적으로 줄지 않는 이유는 과거보다 은폐가 줄고, 사안이 투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근본적으로는 처벌 중심 접근의 한계가 커요. 처벌이 강화될수록 폭력이 사라지기보다 더 교묘해지는 경향 때문이죠. 여기에 SNS 환경의 영향으로 폭력에 대한 감수성이 낮아진 점도 작용하고 있습니다. 또 교사들이 민원과 신고 부담으로 적극적인 생활지도를 하기 어려워지면서 초기 갈등을 제때 조정하지 못하는 구조도 원인 중 하나라고 봅니다. 결국 단순한 처벌보다 공감 능력과 관계 회복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최근 청소년들의 정서나 행동 양식에서 과거와 비교해 많이 달라졌다고 합니다.
“요즘 청소년들은 무결점에 대한 강박, 실패를 삭제하고 싶은 완벽주의적 불안이 특징입니다. 과거에는 청소년기가 성장통을 겪으며 단단해지는 시기였다면 지금은 단 한 번의 실수도 인생의 오점이 되는 박제와 낙인의 시대입니다. 예전처럼 엎어지고 깨지고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서는 삶보다 어릴 때부터 잘 관리해서 한 점 결점 없이 깨끗하게 살고 싶어 하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SNS를 통해 타인의 하이라이트 영상과 자신의 평범한 일상을 끊임없이 비교하고, 입시와 디지털 기록이 결합되면서 ‘완벽하지 않으면 실패’라는 극단적 이분법에 빠집니다. 마찬가지로 사과를 성찰이 아닌 자신의 무결함이 깨지는 패배로 인식하거나, 갈등을 유연하게 풀기보다 끝까지 부인해 새로운 관계 맺기를 포기하는 방어적 무기력으로 이어집니다.”

 

SNS 영향을 지적하셨는데.
“요즘 청소년들에게서 알고리즘이 만든 윤리적 마비 현상도 나타납니다. 자극적인 디지털 환경에 과도하게 노출되면서 타인의 고통을 현실이 아닌 콘텐츠로 소비하는 경향이 뚜렷해졌습니다. 숏폼과 알고리즘은 공감 영역을 무디게 만들고, 탈감작 현상이 나타납니다. 일탈 행동이 조회수를 얻기 위한 챌린지로 둔갑하고, 죄책감 대신 ‘좋아요’라는 보상 기제가 작동합니다. 보편적 윤리가 아니라 알고리즘이 만든 비뚤어진 기준을 도덕으로 받아들이는 현상입니다. 지금 아이들은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과 고통에 무감각한 디지털 환경 사이에서 정서적 길을 잃었습니다. 결국 정서적 유연성과 공감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이 절실합니다.”

 

최근에는 AI와 상담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 점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장단점이 있죠. 장점을 꼽으라면 생성형 AI는 공감을 잘해 줍니다. 부모님한테 말하자니 혼날 것 같고 친구한테 털어놓자니 뒷담화로 들릴 수 있고, 또 밤늦은 시간이라면 AI가 최적화된 상담 파트너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황을 달리해서 누군가에게 불만이 있거나 싸우고 싶은 경우라면 AI가 말리기보다 싸우는 법을 알려줄 수도 있는 거죠. 질문 내용에 맞춰 답해주는 AI의 높은 충성도가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입니다.”

 

자살하는 학생이 지난 1~2월 두 달 동안 28명으로 나타났습니다. 자살 예방 정책이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기존 정책은 고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로 연계하는 데 집중해 왔습니다. 물론 성과도 있었지만, 낙인감 때문에 도움을 회피하는 문제가 여전했고 고위험군 발생 자체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제는 특정 학생을 선별하는 단계를 넘어, 모든 학생의 정서적 대응 역량을 높이는 ‘생태계적 접근’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사회정서교육(SEL)을 일상화해 아이들이 갈등을 스스로 다스리는 힘을 키워주고, 교사가 전문가팀과 협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결국 자살예방은 위험군을 찾는 활동뿐 아니라, 누구나 언제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학교문화’를 만드는 일이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거죠.”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에서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미국은 정신건강권 보장과 보편적 교육을 중심으로 Mental Health Days를 제도화해 심리적 휴식을 출석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CASEL 기반 사회정서학습을 교육 전반에 통합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SOS 발신 교육’을 통해 도움 요청을 능력으로 가르치고, 정신과 전문의가 학교에 직접 개입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영국은 Mental Health Lead를 중심으로 학교와 의료체계를 연결하고, 호주는 Headspace를 통해 학교 밖에서도 통합 지원을 제공합니다. 공통적으로 낙인 제거, 연속적 케어, 보편적 교육이 핵심입니다.”

 

학폭 사건이 발생하면 자칫 교사가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는 독박 현상도 심심치 않게 일어납니다. 이 때문에 교사들의 교육적 지도를 더욱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기도 하는데요. 
“그렇습니다. 민원과 신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교사들의 적극적 개입이 어려워지고, 초기 대응 실패로 이어집니다. 또한 책임이 개인에게 집중되면서 교사는 고립되고 정신건강에 위협을 받습니다. 이는 결국 학생 보호 기능 약화로 이어집니다. 교육청 등 기관 중심의 공동 책임 구조로 전환해야 합니다.”

 

최근 촉법연령 하향을 놓고 의견이 분분한데 어떤 입장인가요.
“강력 범죄의 저연령화로 인한 국민적 불안과 피해자의 고통에 깊이 공감하고, 이에 따른 엄중한 책임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요구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다만 전문의로서 볼 때 청소년기는 충동 조절을 담당하는 뇌 발달이 아직 미성숙한 시기입니다. 단순히 처벌 연령을 낮추는 것만으로는 범죄 억제에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고, 오히려 조기 낙인이 아이들을 범죄 생태계에 고착시키는 악순환을 낳을 우려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연령 하향이라는 제도적 처방보다, 위기 신호를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적으로 개입하는 ‘치료적 사법’ 시스템의 구축입니다. 아이들을 교도소로 더 빨리 보내는 것보다, 더 나은 시민으로 회복시켜 사회로 되돌려 보내는 것이 우리 공동체를 더 안전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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