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학교 현장은 교육권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고 학교 운영의 투명성이 강화됨에 따라 학부모 민원이 증가하는 변화를 겪고 있다. 그러나 최근 발생하는 민원은 정당한 의견수렴의 차원을 넘어, 학교와 교사에게 막대한 심리적·신체적 부담을 안기는 심각한 갈등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쏟아지는 민원에 압도된 학교 현장은 교육 본질이 질식할 정도의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교육활동의 위축과 교육의 질적 저하라는 부메랑이 돼 모든 학생의 학습권을 위협한다. 교육활동 위축으로 학습권 위협 이러한 위기의 중심에는 학부모 세대의 ‘자기중심적 특성’과 학교를 바라보는 인식의 근본적인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공동체의 가치를 가르치는 학교 교육의 공공성과 달리, 최근 민원은 철저히 ‘내 아이’만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경향을 보인다. 맞벌이라 운동회에 참석하지 못하니 다른 학부모도 오지 못하게 행사를 비공개로 해달라는 식의 요구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현상은 과거 교사와의 정서적 유대를 바탕으로 했던 ‘관계 중심적 부탁’이 이제는 학교를 서비스 제공자로, 학부모를 권리 주체인 소비자로 규정하는 ‘거래적·계약적 관계’로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2026-06-15 09:10
이번 교육감 선거를 통해 새로 무거운 책임을 맡은 16명의 교육감에게 한 명의 교사로 진심 어린 축하와 기대를 전한다. 그리고 그 기대의 첫머리에, 부디 학교의 시간을 지켜달라는 부탁을 하고자 한다. 노자는 “큰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작은 생선을 굽는 것과 같다”고 했다. 자꾸 뒤집고 헤집으면 생선은 결국 부서지고 만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충분한 평가 없이 전임자의 흔적을 지우고 새로운 것들을 급히 내려보내는 순간, 그 부담은 고스란히 학교의 몫이 된다. 검증된 변화라면 누구보다 먼저 배우고 싶지만, 첫 원칙은 ‘새로움’보다 ‘검증’이 돼야 한다. 새로움보다 검증 원칙 필요 새 교육 사업과 정책을 시작하려면 기존 사업의 참여율과 만족도, 교사 업무량부터 공개하고, 모든 신규 사업에 학교업무 영향평가를 붙여 무엇을 줄일지 함께 제시해야 한다. 시작한 사업에는 종료 기준을, 남길 사업에는 안정적 예산을 보장해야 한다. 교육감의 리더십은 현장을 놀라게 하는 데서가 아니라 예측 가능하게 만드는 데서 증명된다. 그 예측 가능성이 곧 학교의 시간을 지킬 수 있다. 현장은 절박하다. 지난해 교총에 접수된 교권 침해 상담 가운데 학부모에 의한 피해가 45.4%로 2
2026-06-15 09:10
요즘 아이들은 두 개의 세계에서 동시에 살아간다. 하나는 현실 세계, 또 다른 하나는 스마트기기 속 디지털 공간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4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서 10대 청소년 10명 중 4명 이상(42.6%)이 과의존 위험군으로 나타났으며, 청소년의 증가폭이 전체 평균의 두 배를 넘는다. 방송통신위원회·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2024년도 사이버폭력 실태조사’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청소년의 42.7%가 사이버폭력을 경험했으며, 이것 역시 전년보다 오른 수치다. 두 조사가 입을 모아 말하는 것은 하나다. 문제는 커지고 있고, 커지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아이들은 스마트기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손을 쉬지 않고 움직이며, 그 안에서 새로운 전장이 만들어졌다. '법' 생겼으나 여전히 혼란해 사이버폭력과 스마트기기 과의존이 동시에 악화되는 상황에서, 학교 안에서만큼은 스마트기기를 제한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커졌다. 올해 3월 1일부터 교내 스마트기기 사용 제한이 법으로 시행되었다. ‘스마트기기’에 휴대전화뿐 아니라 스마트워치 등이 포함되었고, 수업 중 스마트기기 사용을 금지하였다. 더불어 교내 스마트기기 사용 제한에 대한 구체적 기준
2026-06-11 18:42
6·3 교육감 선거 결과는 범진보 후보 10곳 당선, 범보수 후보 6곳 당선으로 보도됐다. 지난 2022년 선거에 비해 진보 성향 당선인은 1명 늘었고, 보수 성향 당선인은 2명이 줄었다는 평가다. 이는 일반 시·도지사 선거 결과, 진보 정당 후보 12곳 당선, 보수 정당 후보 4곳 당선된 것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이번 교육감 선거는 초반부터 후보자의 전반적인 준비 부족과 공약·정책의 차별성 부족, 유권자들의 낮은 관심도 및 인지도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따라 진영이나 이념 등의 구도를 중심으로 선거가 치러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정당 배경 선거와 달리 지난 2022년 대비 진보 및 보수 성향 교육감 당선인 수의 증감 비율은 크지 않았다. 진영이나 이념 등의 정당 선거 구도가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는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미쳤다는 의미다. 그 원인 중 하나로는 현직 교육감 프리미엄이 상당한 정도 작용된 것으로 평가된다. 현직 교육감이 당선된 곳은 7곳이다. 이에 비해 현직 시·도지사가 당선된 곳은 서울과 경북, 경남 등 3곳이다. 현직 교육감은 출마 단계에서부터 후보 단일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후보로 나서거나, 단일화 과정을 거치더라도 단일후보
2026-06-09 11:23
‘교육은 국가의 백년대계(百年大計)’라는 옛말은 시대를 막론하고 유효하다. 국가의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을 길러내는 일인 만큼, 교육 현장과 이를 뒷받침하는 교육 행정은 그 어느 분야보다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공정성이 요구된다. 하지만 때때로 들려오는 성적 평가나 입시를 둘러싼 불공정 논란, 혹은 교육 예산의 불투명한 집행 소식은 교육에 대한 신뢰를 흔들곤 한다. 교육에 대한 신뢰 상실 시대 촘촘한 감시나 제도 강화만으로는 온전한 신뢰 회복을 이루기 어렵다. 근본적인 해답은 교단을 지키는 교사부터 교육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교육 공무원까지, 각자의 내면에 자리한 ‘양심’에서 찾아야 한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120여 년 전, 한국 역사에 묵직한 울림을 남겼던 한 인물의 결단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바로 윤성근의 ‘양심전(良心錢)’ 사건이다. 1903년, 윤성근은 깊은 내면의 각성을 경험한다. 그는 과거 인천 주전소(화폐 주조 관청)에서 일할 당시, 자신이 부당하게 챙겼던 정부의 돈이 떠올라 괴로워했다. 이미 20여 년이나 지난 일이었고, 그 누구도 그에게 죄를 묻거나 추궁하지 않았다. 그냥 침묵하면 평생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적당한 타협
2026-06-08 08:54
매년 스승의 날을 전후해 안타까운 마음이 더해지고 있다. 갈수록 심해지는 교권 침해 등으로 스승의 날 자체에 대한 존폐 논란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교사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기술자가 아니다. 자신의 철학과 정신이 깃든 ‘그릇’에 지식을 담아 가르치는 존재다. 그 그릇의 깊이와 모양에 따라 지식의 내용과 질료는 달라진다. 교직 만족도 하락 위기 방증 무릇 교직의 본질 속에는 윤리성, 민주성, 공공성이 응축돼 있다. 농작물이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라듯, 청소년은 교사의 영향권 안에서 삶의 가치를 배우고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는 법을 익힌다. 하지만 현장의 지표는 위태롭다. 교사들의 교직 생활 만족도는 2025년 조사에서 5점 만점에 2.9점에 머물렀다. 만족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21.4%로, 2006년(67.8%)의 3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다시 태어나도 교사를 하겠다’는 응답 역시 19.7%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교권 보호 5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교사의 79.3%가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는 현실은 우리 교육계가 직면한 거대한 위기를 방증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교사는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꺼지지 않는 북극성이며, 학생들에게는 ‘큰 바
2026-06-08 08:51
수업 시간, 질문의 주체는 누구여야 할까? 교사만이 아니라 배움의 주체인 학생도 마땅히 질문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교사와 학생의 질문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배움은 내면으로 깊숙이 확장된다. 특히 배움 중심 수업일수록 학생의 성공적인 배움을 이끌어내기 위한 교사의 정교한 질문 설계가 필수적이다. 핵심질문, 구체성을 입다 수업의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수많은 질문이 오가지만, 모두 같은 무게를 지니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배움을 촉발하는 질문은 성취기준을 기계적으로 변환한 무미건조한 문장이 아니라, 학생의 삶과 맞닿아 있는 구체적이고 본질적인 물음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배움의 방향타가 되는 '핵심질문'과 길을 안내하는 '이끎질문'은 어떻게 구현되어야 할까? 교사들이 수업을 설계할 때 흔히 범하는 실수 중 하나는 성취기준이나 학습 목표를 그대로 질문으로 바꾸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물에게 일어난 일에 대한 의견 말하기'라는 학습 목표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를 기계적으로 변환하여 ‘인물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의견을 말해볼까?’ 또는 ‘인물에게 일어난 일에 대한 의견은 무엇일까’라고 묻는다면, 이는 학생들의 사고를 자극하는 핵심질문이라 보기 어렵다.…
2026-06-04 18:30
점심시간 학생들의 운동장 사용을 금지한 초등학교가 전국에 312곳에 이른다고 한다. 안전사고 우려, 학생 소외 민원, 놀이 소음에 따른 민원 때문에 아이들이 뛰노는 공간 자체를 폐쇄한 것이다. 심지어 일부 학교는 운동장 자리에 건물을 증축하며 체육 공간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금지 아닌 안전 담보 필요 ‘시끄럽다’는 민원 앞에서 학교는 운동장을 닫고, 아이들은 교실과 스마트폰 속으로 밀려났다. 이것은 단순한 학교 운영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미래세대의 건강과 공동체성을 포기하는 사회적 퇴행이다. 과거엔 ‘체력은 국력이다’는 말이 한동안 흐름을 유지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학생들의 비만율과 스마트폰 의존도는 급증하지만 정작 뛰어놀 공간은 줄고 있다. 운동 부족은 단순히 체력 저하에 그치지 않는다. 우울감, 집중력 저하, 사회성 결핍으로 이어진다. 결국 학력마저 무너진다. 공부와 체육을 분리하는 왜곡과 오류가 이제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어른들의 극단적 모순과 이기주의다. 학군을 위해 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를 선호하면서도 정작 운동회 소음에는 민원을 넣는다. 아이들 웃음소리를 ‘생활 소음’으로 규정하는 사회는 결국 미래를 잃게
2026-05-25 09:10
대학입시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이공계열과 의과대학 일부 모집단위에서 사회탐구(사탐) 영역을 반영하거나 응시를 허용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자연계열 수험생들의 과목 선택 구조가 달라지고 있다. 이른바 ‘사탐런’으로 불리는 선택 이동 현상은 더 이상 일부의 전략이 아니라, 입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일시적 현상 아닌 구조적 변화 2027학년도 대입 요강을 보면 이러한 변화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전환에 가깝다. 일부 주요 대학은 자연계열에서도 탐구 영역 선택의 유연성을 확대하고 있으며, 의예과를 포함한 모집단위에서도 과목 제한을 완화하는 추세다. 수험생의 선택권을 넓힌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문제는 공교육의 대응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학교 현장에서는 이미 균열이 감지된다. 자연계열 학생들의 사탐 선택은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상응하는 교과 지도와 학습 지원은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의예과를 목표로 하는 학생부교과전형에서는 수능최저학력기준 충족 여부가 당락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임에도, 이를 체계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학교 지원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이로 인
2026-05-25 09:10
학부모에게서 갑작스러운 연락이 오는 날이 있습니다. "선생님, 오늘 우리 아이가 집에 와서 그러는데요”하고 운을 떼는 순간 교사는 이미 직감합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집에서 자기 입장으로 풀어 놓았고, 그 이야기를 들은 학부모가 사실 관계를 확인하려 전화를 걸어왔다는 것을요. 교실에서는 분명히 두 아이의 말을 똑같이 들어 주었는데도 "선생님이 제 말은 안 들어 주셨어요”라는 한마디가 가정에 전해지면 상황은 전혀 다른 모양으로 변합니다. 이런 일은 교실 풍경을 직접 볼 수 없다는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됩니다. 학부모는 아이의 입을 통해 한 단계 건너서 듣습니다. 그러니 교사의 말이나 행동이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를 막연하게 추측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가 전한 짧은 한 문장이 학부모의 머릿속에서는 한 편의 장면으로 부풀려지기도 합니다. 더구나 아이는 자기에게 불편했던 부분을 더 또렷이 기억하기 마련이어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한쪽으로 기울어 있습니다. 대화는 들어주기에서 시작 이때 교사는 곧바로 사실을 바로잡고 싶은 마음이 들지요. "아니에요, 저는 두 아이 말을 똑같이 들어 주었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을 겁니다. 교사로서는 어떤 아이의 편도 들지…
2026-05-22 1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