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는 서울교육청의 국제교육협력 프로그램에 4년째 참여하며 해외 학교와 깊은 연을 맺어왔다. 작년 여름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맺어진 대만의 자매학교를 직접 학생들과 방문했으며 그 소중한 인연이 계속 이어졌다. 공통점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 이번 겨울방학 ‘협력 교사’라는 신분에서 벗어나, 온전히 ‘외국인 여행객’으로 다시 대만을 찾았다. 따뜻한 공차와 달콤한 펑리수를 앞에 두고 시간 제약 없이 이어진 자유로운 대화는제도와 시스템 중심의 국제교류를 넘어, 결국 '사람과 사람'을 잇는 교육의 본질이 무엇인지 성찰하게 했다. 대화 중심에는 ‘알파 세대’와 그 경계에 선 요즘 학생들이 자리했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자기표현이 분명하며 학습 속도 또한 빠르다. 하지만 동시에 정서적으로 무척 민감하고, 학습 부담 앞에서 쉬이 지쳐버리는 양면적인 모습도 보였다. 교사는 지식을 전달하는 역할을 넘어학생의 섬세한 감정과 변화하는 상황을 세심하게 읽어내야 하는 전문성까지 요구받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와 맞물려 학부모와의 소통 또한 과거보다 훨씬 더 섬세해졌다. 수업 후 학부모 메시지 이야기가 나오자우리는 거의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국적도 교육 제도
2026-02-16 09:10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지역거점국립대(이하 지거국)의 교육·연구 역량을 전략적으로 강화해 대학교육의 질 제고와 특성화 그리고 이를 넘어 사회 구조적 병목을 완화하고 국가균형발전까지 도모하겠다는 도전적 구상이다. 문제의식과 방향성은 분명히 옳다. 그러나 설계가 날카롭지 않다면 방향은 곧 흐릿해진다. 지금 이 정책은 ‘의지의 크기’보다 ‘실현 가능성의 구조’가 더 중요한 단계에 들어섰다. 정책실행 정밀도가 성패 좌우 첫째, ‘서울대 수준’이라는 목표는 매력적이지만 집행 기준으로는 더 정교하게 정의돼야 한다. 연구중심대학의 성과, 학부 교육의 질, 지역 기여는 서로 다른 지표 체계를 요구한다. 이들이 단일 지표로 환원될 경우 대학은 기능 왜곡과 단기 실적 중심 행정으로 기울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다차원 성과지표를 선행적으로 합의하고, 이를 공개 가능한 데이터 기반으로 운영해야 한다. 둘째, 재정지원의 핵심은 ‘얼마를 쓰는가’가 아니라, 지속가능하게 설계하고 실패를 어떻게 관리하는가에 있다. 성과가 기대에 미달할 때 재정 조정이나 구조 개편이 실제로 작동할 안전장치가 없다면, 지원은 단기 사업으로 소진되기 쉽다. 성과 중심 재정지원은 자칫 ‘단기 실적 쌓기
2026-02-16 09:10
"선생님 말씀하고 우리 아이 말이 다르네요.” 전화기 너머로 학부모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학교에서 저희 아이만 자주 혼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안 좋네요.” 학교의 설명에 선뜻 동의하지 않는 학부모를 만나면 교사는 당황합니다. "아, 제가 말씀드리려 했던 건 이런 의미였는데, 어머님께서는 다르게 받아들이시는 것 같네요”하는 난처한 상황이 생깁니다. 학교와 학부모 사이에 신뢰가 부족한 경우는 생각보다 많습니다. 과거의 부정적 경험, SNS에서 본 학교 갈등 사례, 또는 다른 학부모에게서 들은 이야기들이 쌓여서 학교에 대한 불신이 만들어집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일반적인 접근법으로는 통하지 않습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불신의 근원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어머님께서 학교를 신뢰하기 어려우신 이유가 있으실까요?”직접 물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과거에 다른 학교에서 부정적인 경험이 있었는지, 이번 일과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불신 원인 파악이 시작 어떤 학부모는 자신이 학창 시절 겪은 부당한 대우를 떠올립니다. "어렸을 때 선생님한테 억울하게 혼난 적이 있거든요”처럼 이야기하지요. 또 어떤 학부모는 첫째 아이를 키우며 학교와 갈등을 겪은
2026-02-12 13:14선생님들을 만나면, 비슷한 하소연을 자주 듣습니다. “반에 꼭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이 있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수업 진행을 방해하는 아이, 친구를 괴롭히는 아이, 툭하면 거짓말하는 아이, 어떤 훈육도 통하지 않고 화를 돋우는 아이 등 다양합니다. “요즘엔 아이들보다 학부모들 때문에 더 힘들어요.” 교사를 존중하기는커녕 무시하는 학부모, 사소한 일로 툭 하면 연락해 과도한 요구하는 학부모, 악성 민원으로 괴롭히는 학부모도 있습니다. 참으로 선생님들에게 힘든 세상입니다. 그런데, 선생님도 사람입니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완벽한 아이도 없고 완벽한 선생님도 없습니다. 웃는 얼굴로, 공평하고, 인내심 많고, 준비된 상태로 교실에 들어가려고 해도 늘 그렇게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런 ‘완벽한 교사’는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나’ 스스로에 엄격함 줄여야 그럼에도 선생님들 마음속에는 아주 엄격한 기준을 들고 스스로를 평가합니다.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은 마음이 크면 클수록 더욱 자신에게 엄격해집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자신의 부족함과 실수가 크게 보일뿐입니다. “이 정도도 못 참는 나는 나쁜 선생님이야.” “저 아이를 변화시
2026-02-09 10:54
“선생님, 근데 왜 드라마 속 엄마들은 대부분 요리하고 빨래 개고, 아빠는 늘 늦게 와요? 우리집은 아빠가 요리하고, 엄마가 늦게 오는데” 한 학생의 질문이다. 가족이 등장하는 광고 영상을 함께 보고 ‘표현 방식’을 분석하던 중 나온 말이었는데, 광고 분석 정도로 끝날 줄 알았던 수업이 학생의 질문 하나로 깊어졌다. 그동안 너무 익숙해 의심하지 않았던 장면 속에 고정관념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학생들 스스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디어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도구가 아니다. 드라마, 광고, 예능, 웹툰 등은 사회가 어떤 역할을 ‘자연스럽다’고 여기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재현한다. 고정관념과 편견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고정관념은 어떤 대상에 대해 정형화된 이미지나 속성을 단순화하여 일반화하는 것이다. 편견은 그러한 고정관념에서 나아가 감정적 평가나 차별적 태도로 이어지는 것을 말한다. 이 둘은 미디어에서 매우 자주,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반복된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소비된다는 점이다. 예컨대 여학생은 감성적이고 배려심 깊은 인물로, 남학생은 이성적이고 주도적인 인물로 묘사되는 드라마 설정은 여전히 흔하다. 장애인은 ‘도움을 받아야
2026-02-09 10:54
일란성 쌍둥이는 보통 같은 본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한 명은 우수한 환경에서 좋은 교육을 받으며 성장하고, 다른 한 명은 불우한 환경에서 어렵게 성장한 후 다시 만나면, 외모는 비슷하더라도 사회적 지위나 가치관, 습관 등에서는 상당한 차이가 나타난다. 이렇게 다른 모습으로 성장하는 것은 그동안 살아온 환경 차이 때문이다. 믿음 주는 어른이 인생 바꿔 그런데 “믿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이 단 한 명만 곁에 있어도 대부분 역경을 극복한다”는 치료 교육학자 모니카 슈만의 말처럼 환경의 영향보다 더 강한 것은 그 아이를 믿어주고 응원해주는 단 한 명의 어른이다. 하와이군도 북서쪽 끝에 있는 카우아이 섬은지옥의 섬이라 불렸다. 다수의 주민이 범죄자, 알코올 중독자, 정신질환자였고 청소년들은 그런 어른들을 보고 배우며 똑같이 자라고 있었다. 학자들은 ‘카우아이 섬 종단연구’를 시작했다. 1955년에 태어난 신생아 833명이 30세 성인이 될 때까지의 성장 과정을 추적하는 매우 큰 규모의 프로젝트였다. 심리학자 에미 워너 교수는 이중 더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 201명을 따로 정해 성장 과정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그런데 3분의 1에 해당하는 아이들에게 뜻밖
2026-02-09 09:10
수석교사제가 도입된 지 15년이 됐다. 그동안 수석교사는 수업 연구와 나눔의 문화를 정착시키고, 신규·저경력 교사의 성장을 지원했다. 또 수업 컨설팅과 코칭을 통해 학교 현장의 수업과 교사 성장을 실질적으로 떠받쳐 왔다. 행정이 아닌 수업과 교사의 성장이라는 고유한 영역에서 학교를 지탱한 것이다. 역할과 책임만 놓고 본다면, 이미 직급에 준하는 위상으로 기능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속가능성 약화시키는 현실 그러나 제도는 아직 그 현실에 충분히 응답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수석교사는 법적으로 ‘직급’이 아니라 ‘직위’로 규정돼 있다. 이로 인해 정원이 확보되지 않고, 선발과 배치 역시 안정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 구조보다는 개인의 헌신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유지돼 제도로서의 지속가능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 문제는 교사의 성장 경로 측면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수석교사는 교사 전문성 경로의 최상위 자격이다. 그럼에도 하나의 직급이 아니라 임시적 성격의 직위에 머물러 교사들에게 분명한 목표라기보다 ‘한 번 해볼 수 있는 선택지’로 인식되기 쉽다. 이 구조에서는 교사가 수업 전문성을 장기적으로 축적하고, 그 성과를 동료와 후배 교사들에게 체계
2026-02-09 09:10
새해가 됐으나 학교 현장의 공기는 여전히 무겁다. 교육 5법이 개정된 지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 효과는 미미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법령의 자구 수정만으로는 무너진 교육 생태계를 복원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법 너머의 본질, 즉 '학교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답을 찾아야 한다. 최근 교육 현장은 유례없는 혼란을 겪고 있다. 학생 인권은 비약적으로 강조되었으나 그에 걸맞은 책임 교육은 안착하지 못했고, 이는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마저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학교가 지식 전달의 장을 넘어 올바른 사회인을 길러내는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단호한 엄격함'이 ‘왜’ 필요한지 다시금 고찰해야 한다.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법 배워야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이며,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깨닫는 첫 번째 공적 공간이다. 통제 없는 자유는 방종으로 흐르기 쉽다. 따라서 엄격한 지도를 통해 타인의 학습권과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을 각인시켜야 한다. 이는 민주 시민이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소양이다. 요즘은 권위가 권력으로 오남용되는 것을 경계하
2026-02-02 10:13
인공지능(AI)을 바라보는 교육적 관점이 뚜렷하게 변하고 있다. 논의의 중심이 ‘얼마나 똑똑한가’에 있었다면, 이제 교육 현장의 질문은 ‘이 AI가 학습과 수업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로 옮겨가고 있다. 보조 아닌 파트너 역할 강화돼 이러한 변화는 글로벌 AI 기업들의 전략에서도 확인된다. 오픈AI는 복잡한 문제를 함께 분석하고 사고 과정을 구조화하는 추론 중심 AI를 발전시키며, 탐구·프로젝트 기반 수업과의 결합 가능성을 넓히고 있다. 구글은 이메일, 문서, 검색 등 일상적 디지털 학습 환경에 AI를 통합해 학습 관리와 자료 정리를 지원하는 방향에 집중하고 있다. AI의 지능 그 자체보다, 학습 환경 속에서 얼마나 자연스럽게 활용되는지가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이다. 이 흐름은 학교 현장에서도 점차 구체화 되고 있다. 교사들은 하나의 AI에 모든 기능을 기대하기보다, 반복적인 행정·정리 업무는 자동화 도구에 맡기고, 수업 설계와 피드백, 학생 상담처럼 교육적 판단이 필요한 영역에서는 사고력 중심 AI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이동하고 있다. AI를 만능 교구가 아닌 ‘역할을 나눠 쓰는 동반자’로 인식하는 관점이 교육의 질을 좌우하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학생
2026-02-02 09:10
교실에서 ‘가르침’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말을, 이제 교사들 사이에서는 낯설지 않게 듣는다. 정당한 생활지도조차 민원과 신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 속에서, 교사는 수업보다 상황 설명과 기록을 먼저 떠올린다. 그 사이 다수의 학생은 학습권과 정서적 안전을 침해받고 있다. 교사는 교육의 주체라기보다 갈등을 관리하는 존재로 밀려나고 있다. 실적 위주 교육으로 본질 흐려져 이 문제를 단순히 ‘교사가 더 단호해져야 한다’거나 ‘법과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방식으로만 접근해서는 해결하기 어렵다. 교권은 법 조항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교실 안에서 존중과 신뢰가 자연스럽게 작동할 때 비로소 교권은 지속된다. 현재 학교 현장에서는 인성교육과 민주시민성 교육이 개념적으로 구분되지 않은 채 병렬적으로 운영되는 경향이 강하다. 인성교육은 ‘사람됨’의 기초를 세우는 교육이고, 민주시민성 교육은 그 기초 위에서 시민으로서의 역량을 확장하는 교육이다. 모두 중요하지만, 순서와 초점이 다르다. 기초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권리와 참여, 표현을 먼저 강조하면 교실에는 ‘권리의 언어’만 커지고, 책임과 존중의 문화는 자리 잡기 어렵다. 현장에서 교사들이 체감하는 생활지도…
2026-02-02 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