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학교폭력은 학교 안팎에서 일어난 신체, 정신,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학교 내에서 일어난 학교폭력은 교사와 전담 조사관이 조사해 순리대로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학교 밖에서 일어난 학교폭력은 범위가 너무 넓고, 다양해서 학교에서 처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교사는 경찰공무원처럼 수사권이 없기 때문이다. 조사를 제대로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CCTV도 확보할 수도 없어서 설령 조사를 하더라도 극히 제한적이다.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경찰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교사에게사법기관 역할 맡겨져 학교 현장에서 학교폭력 사안을 맞닥뜨리면서 느끼는 점은 교사가 경찰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경찰 등 사법기관의 역할을 처리해야 하는 과정에서 괴리감과 회의감이 든다는 것이다. 특히 개별 학생을 상담하고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수업 시간에 다정했던 선생님이 경찰의 역할로 변경이 될 때 학생도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을 심리적으로 매우 큰 부담을 갖는다. 학교 현장을 지원하는 전담 조사관이 학생을 조사할 때도 마찬가지다. 너무 광범위한 학교폭력의 정의를 ‘교육활동 중’으로 한정해야 하는 이유다. 학원, 교습소,…
2026-10-12 09:10
가끔 ‘교원단체가 실제 학교 현장을 얼마나 바꿀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교원단체에 가입해 있으면서도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몰랐던 때가 있었고, 굳이 가입해야 하는지 의문을 가졌던 적도 있다. 제도 변화 혼자서는 불가능 하지만 돌아보면 지금은 당연하게 생각하는 여러 제도가 처음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학생생활지도 관련 제도다. 교원이 교육활동 과정에서 학생을 지도할 수 있고, 정당한 생활지도가 아동학대로 오인되지 않도록 법적 보호 근거가 마련됐다. 교원이 아동학대로 신고됐다는 이유만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직위해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도 생겼다. 학교장이 민원처리를 책임지도록 하는 내용 역시 법률에 담겼다. 이러한 변화를 어느 한 사람이나 어느 한 단체의 성과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현장의 교원들이 어려움을 이야기했고 여러 교원단체가 문제를 제기했다. 여기에 사회적 관심과 논의가 이어졌고 국회와 정부의 입법 과정이 더해졌다. 처음에는 누군가의 문제 제기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현장사례를 모으고, 정책을 제안하고, 국회와 정부를 찾아가 설명하고, 필요할 때는 거리에서 함께 목소리를 냈다. 그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조금씩 제도가 바뀌어 왔
2026-10-12 09:10
제22대 국회의 지난 2년 4개월여 동안의 교육 분야 입법 성과를 돌아보면 교육위원회의 법률안 제안 건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난다. 또 법률안이 가결되거나 대안 등에 반영된 법률 반영 비율도 낮지 않다. 교육 분야 입법의 창이 활짝 열린 것이다. 그러나 교육 입법의 급증이 교육 현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제22대 국회 회기는 2024년 5월 30일부터 2028년 5월 29일까지이다. 2026년 10월 6일 기준으로 국회 교육위의 법률안 제안 건수는 971건이다. 제21대 국회 교육위의 법률안 제안 건수는 4년 간 1188건으로 월 평균 약 24.8건이었다. 이번 국회 교육위는 약 34.7건으로 약 40% 증가한 수준이다. 법률안 반영률은 27.6%(268건)이다. 제22대 국회 전체 법률안 반영률 28.42%와 비슷한 수준이며, 조사·분석 시기에 따라 다소 차이가 발생한다. 제21대 국회 교육위의 법률안 반영률 30.8%(366건)에 비해 약간 낮은 수준이나 반영 건수는 제21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분야 정부입법은 사실상 외면 수준 이처럼 교육 분야 법률안 제안 건수와 반영 건수가 급증하고 있지만 정부 제출
2026-10-11 21:27
"영 점 일은 영 점 영일의 10배다." 수학 시간에 아이가 교과서 문장을 소리 내어 읽는다. 입으로는 '영 점 일'이라고 말하지만, 머릿속에는 이미 '0.1'이라는 숫자가 그림처럼 새겨진다. 소리와 문자와 이미지가 동시에 일어나는 것이다. 읽는다는 것은 글자만 읽는 일이 아니다. 문자를 읽고, 수식을 읽고, 그 너머의 이미지를 읽어 내는 종합적인 사고 활동이다. 문학책을 읽다 보면 우리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장면을 떠올린다. 주인공의 얼굴, 골목의 냄새, 바람 부는 들판이 머릿속에 펼쳐진다. 그 상상의 나래는 때로 세상의 어떤 기술로도 구현할 수 없을 만큼 넓어진다.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졌을 때 실망하곤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스크린 속 장면이 내가 그려 낸 장면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같은 책을 읽은 독자가 백 명이라면, 그 머릿속에는 백 개의 서로 다른 장면이 펼쳐진다. 그 차이는 저마다 살아온 경험과 기억이 글과 만나 빚어낸 것이기에, 어느 하나도 틀린 장면이 아니다. 영상은 이미 완성된 이미지를 건네지만, 글은 재료만 건넨다. 그 재료로 장면을 짓는 일은 온전히 독자의 몫이다. 심리학자 파이비오(A. Paivio)의 이중부호화
2026-10-08 14:07
올해는 한글날 제정 100주년이다. 한글날은 1926년 ‘가갸날’로 시작됐다. 당시 조선어연구회가 주축이 돼 훈민정음 반포 480주년을 기념해 음력 9월 29일을 ‘가갸날’로 정했다. 1928년부터는 ‘한글날’이라는 명칭을 사용했고, 1940년 훈민정음 해례본 발견 이후 1945년부터 10월 9일을 한글날로 기념하게 됐다. ‘기역’ ‘기윽’ 둘러싼 논쟁의 의미 최근 ‘기역을 기윽으로 바꾸는 세계운동본부’에서는 ‘기윽·디읃·시읏’을 기존의 ‘기역·디귿·시옷’과 함께 복수 표준어로 지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16세기 학습서 ‘훈몽자회’ 편찬 당시 자음자의 이름을 한자로 나타내는 과정에서 ‘윽·읃·읏’ 소리를 낼 한자가 없어 ‘니은·리을·미음·비읍’ 등과 다르게 부득이 ‘기역·디귿·시옷’으로 표기했는데 그것이 그대로 굳어졌다는 것이다. 한자 표기로 제약받던 시대의 관습을 한글로 자유롭게 표현하는 오늘날까지 고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취지다. 이 논쟁의 핵심은 “우리는 왜 그렇게 부르고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익숙함에 안주하지 않고 생겨난 배경을 찾아보며 적절성을 되묻는 태도다. 교육의 본질은 정답 전달을 넘어 이미 주어진 답에 의문을 품고 스스로 질문을
2026-10-05 09:10
우리는 참 많은 것을 참아 왔다. 학생과 학교, 교육을 위해서라면 조금 손해 보는 것쯤은 당연한 미덕이라 여겼다. 교사의 처우나 권리를 이야기하면 혹시 아이들보다 자기 이익을 먼저 앞세우는 교사로 비칠까 두려워 스스로 말을 삼키기도 했다. 묵묵히 교실을 지키며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교사의 숭고한 도리라고 믿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분명하게 말해야 할 때다. 권리를 지키기 위해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는 것은 결코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다. 이는 교육의 주체로서 바로 서기 위한 너무나 당연하고 정당한 권리 행사다. 침묵하면 권리 지킬 수 없어 우리는 침묵한다고 해서 권리가 지켜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미 뼈아프게 경험했다.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 당시 기여율은 7%에서 9%로 올랐고 연금 지급률은 1.9%에서 1.7%까지 단계적으로 낮아졌다. 지급 개시 연령 또한 단계적으로 65세까지 늦춰졌다. 지금 교단에 첫발을 내딛는 후배들은 선배 세대보다 더 오래 내고 더 늦게 받는 조건 속에서 교직 생활을 시작한다. 방관했던 침묵의 무게는 고스란히 후배 교사들의 몫으로 남았다. 그렇기에 교사들이 모여 외치는 목소리는 단지 한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예비 교사
2026-10-05 09:10
교실에서 아이들을 만나다 보면 유난히 마음이 가는 아이가 있습니다. 준비물이 자꾸 없는 아이, 알림장이 늘 확인되지 않는 아이, 전화를 걸어도 며칠씩 연락이 닿지 않는 집. 학부모 상담 주간이 돼도 오지 않고, 학기 초 교육과정 설명회에서도 얼굴을 볼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이 몇 주, 몇 달 이어지면 교사는 자연스럽게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학교 밖에서는 이 아이에게 누가 손을 내밀고 있을까, 걱정이 떠나지 않습니다. 학교 조직내 자원 활용하기 이 아이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무심한 학부모라는 말을 한 번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무심하다고 보는 자리에 실은 여러 사정이 있습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느라 아이가 잠든 뒤에야 집에 들어오는 부모, 자기 몸도 겨우 돌보는 조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가정, 아이 셋을 혼자 키우는 한 부모, 한국어가 서툴러 알림장을 읽기 어려운 이주 배경의 가정이 있습니다. 관심이 없어서 닿지 않는 것과 관심을 표현할 여력이 없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교사나 학교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할 일의 방향을 조금 바꿔 볼 필요가 있다는 뜻입니다. 학부모를 바꾸려 애
2026-10-01 18:35
“누군가의 인생에 좋은 영향을 주고 싶다.” “아이들에게 따뜻한 어른이 돼주고 싶다.” 교직을 꿈꾸기 시작했을 때 한 번쯤은 이런 마음을 품어봤을 것이다. 한 사람의 성장과 변화를 가까이서 지켜보고 좋은 영향을 미치고 싶다는 마음. 어쩌면 이런 선의가 교직을 택한 이유였을지 모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요즘의 학교는 교사의 순수한 동기, 학생을 향한 관심과 책임을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바꿔놓기 쉬운 것 같다. 소명감은 교사를 지탱하는 힘이다. 그러나 때로는 자기희생을 미덕으로 여기는 교직 문화와 만나 왜곡되기도 한다. 학생을 위해 더 참고, 내색하지 않는 것이 좋은 교사의 모습처럼 여겨질 때 소명감은 자부심이 아니라 자기를 몰아붙이는 칼날이 된다. 헌신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이 정도는 해야 한다’는 완벽주의와 강박으로 바뀌고, 자신도 모르게 소진된다. 소명감이 자기희생으로 왜곡돼 특히 교권침해를 경험한 교사에게는 이 과정이 더욱 힘들 수 있다. 그동안 쏟은 노력과 믿음이 한순간에 흔들리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했는데 돌아온 것이 폭언과 악성 민원이었다면 ‘나 때문인가?’하고 자신에게로 잘못을 돌리기 쉽다. 학생을 향한 사랑과 책임이 어느새 자기…
2026-10-01 18:35
인공지능(AI)은 어느새 우리 삶 전반에 스며들며 친숙한 존재로 자리 잡고 있다. 필요한 정보를 찾아보는 데 그치지 않고, 글과 그림, 영상을 만들거나 여러 정보를 정리하는 데까지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디지털 기술을 능숙하게 다루는 능력은 앞으로 청소년에게 필요한 중요한 역량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능숙한 사용과 판단·활용 달라 그러나 ‘기술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것’과 ‘기술이 제공하는 정보를 제대로 판단하고 활용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AI가 생성한 답변이 언제나 정확한 것은 아니며, 온라인에는 사실에 근거한 정보와 허위 정보가 뒤섞여 있다. 이제는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것 못지않게 정보를 스스로 확인하고 판단해 책임 있게 활용하는 힘이 필요하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한국아동·청소년패널조사’는 2025년부터 AI 네이티브인 알파(α) 세대와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을 반영해 ‘디지털 시민성’을 새롭게 조사하고 있다. 디지털 시민성은 온라인 정보의 안전한 이용과 판단, 개인정보 보호, 타인의 자료를 올바르게 이용하는 태도 등을 살펴본다. 여기에는 디지털 기술을 다루는 능력뿐 아니라 온라인 공간에서 필요한 책임과 윤리의식도 포함된다. 이 가
2026-09-21 09:10
교육공무원은 일반직 공무원과 뚜렷하게 구별되는 독특한 인사 체계를 적용받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단일호봉제’다. 교사는 입직과 동시에 호봉에 따라 일반직 6~7급 상당의 대우를 받으며 교단에 선다. 교육이라는 막중한 과업을 수행하는 교원의 전문성과 특수성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승진 체계 또한 단순해, 수석교사를 제외하면 교사, 교감, 교장이라는 3단계의 구조다. 행정 편의주의적 낡은 관행 존재 그러나 학교 현장의 조직 구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현실적인 모순과 마주한다. 전체 교원 중 평교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94.9%인 반면, 교감은 2.6%, 교장은 2.5%에 불과하다. 경기교육청 소속 일반직 공무원의 3~5급 선발 비율이 약 6.5%인 것과 비교해도, 교육공무원 내 관리자 직위의 비율은 극소수다. 그만큼 도달하기 어렵고 무거운 책임이 따르는 자리다. 하지만 좁은 문을 통과해 책임을 맡은 관리자와 단위 학교의 위상이 제대로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 단위 학교는 철저히 교육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독립된 행정 기관이다. 아울러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학교의 전반적인 업무인 교무(校務)를 관리하는 교감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특히 경기도립학교 설치조례 등에…
2026-09-21 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