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제 꿈은 선생님이에요.” 몇 년 전, 한 학생의 이 말 앞에서 필자는 그 학생의 눈을 지그시 응시하며 말없이 서 있었다. 틈만 나면 학교 도서관의 구석에 앉아 늘 조용히 책을 읽던 그 아이가, 무언가를 느낀 듯 건넨 이 한마디는 지난 세월 교사로 살아 온 시간들을 되돌아보게 했다. 그 아이의 말에는 이 시대를 사는 교사들에 대한 묵시적인 존중이 담겨 있었고, 동시에 무거운 책임과 의무감을 서려있었다. 오늘날 교육자로 산다는 것은 지식 전달자를 넘어, 삶의 모델이자 존재 자체로 가르치는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시대는 교육자에게 쉽지 않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교권 추락은 끝이 없고, 신뢰는 무너지고, 교사는 고립되어 가며, 교실은 더 이상 ‘성장’의 공간이라기보다는 ‘생존’의 전선이 되었다. 한국 교육 현실: 교사들이 사라지는 교실 최근 5~6년 사이에 100여 명에 달하는 교사들이 전국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충격적인 통계가 보도 되었다. 그중 상당수는 학부모 악성 민원과 무분별한 고소⋅고발에 따른 몸과 마음의 소진, 그리고 보호받지 못한 교권 속에서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던 이들이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
2025-09-09 10:37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기후위기가 삶의 방식을 바꾸며, 인간관계마저 온라인으로 전환되고 있다. 그러나 그 모든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사람이 사람에게 주는 따뜻함과 다정함, 그리고 그로 인해 세상을 살기 좋게 바꾸는 힘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묻고 고민해야 할 것은 “교육은 어떤 사람을 길러내야 하는가?”이다. 성적이 높은 사람? 명문대에 진학하는 사람? 대기업에 입사하는 사람? 아니다. 교육이 궁극적으로 길러내야 할 사람은 단 하나, “세상을 보다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사람”이어야 한다. 개인주의와 내 새끼 지상주의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이 시대에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런 사람을 길러낼 수 있을까? 지식이 아니라 공감을 가르쳐야 한다 지식은 정보의 조각이다. 그러나 공감은 사람을 움직이는 진심이다. 미국에서 실제 있었던 이야기다. 어느 초등학교 교사는 아이들에게 특별한 과제를 주었다. “이웃 중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찾아가보세요.” 아이 중 한 명은 이웃집 노부부에게 갔다. 그들은 오랫동안 외롭게 살고 있었고, 아이는 매일
2025-09-08 14:18한국 교육의 변화를 이끌어온 수많은 목소리 중, 한 사람의 삶과 실천으로 교실의 본질을 일깨운 교육자가 있다. 바로 ‘섬진강 시인’으로 잘 알려진 김용택 선생이다. 그는 전북 임실의 작은 초등학교에서 40년 가까이 아이들을 가르치며, ‘교육은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라는 단순하지만 깊은 진리를 몸소 보여준 분이다. “모두가 꽃이야, 다 다르게 피는 꽃들일 뿐이야” 김용택 선생의 가장 널리 알려진 말이다. 한 아이가 산수 시험을 망치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을 때, 그는 아이에게 다정히 말했다. “넌 산수는 좀 어렵지만, 그림은 정말 잘 그리잖아. 사람은 누구나 잘하는 게 다 달라. 너도 소중한 꽃이야.” 이 짧은 말은, 경쟁 중심의 교육 속에서 스스로를 무가치하게 여기던 아이에게 자신의 존재를 긍정할 수 있는 큰 울림이 되었다. 김용택 선생은 늘 말했다. “아이를 사람으로 보라”고 말이다. 성적과 태도로 아이를 판단하지 말고, 그 아이가 가진 삶의 이야기와 가능성을 먼저 보아야 한다고. 교과서 너머, 아이의 삶을 배우다 김용택 선생의 수업은 특별했다. 책상 앞에만 앉혀두지 않았다. 아이들과 함께 들로 나가 나무를 심고, 마을을 걷고, 함께 시를 썼다. 교과
2025-09-04 17:55“학교는 단지 지식을 주입하는 곳이 아니라, 아이들이 삶의 의미를 배우는 공간이어야 한다.” 핀란드의 한 교사가 남긴 이 말은 오늘날 우리 교육의 방향에 깊은 질문을 던진다. 전 세계 교육 순위에서 상위를 기록하고 있는 핀란드는 더 많은 시험, 더 많은 과제가 아닌, ‘더 깊은 신뢰’로 교육입국을 지향하고 있다. 그리고 그 신뢰의 토대 위에 배움의 기적이 자라난다.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교육정책이 있다면, 그것은 핀란드의 ‘학생 중심 교육철학’이다. 핀란드는 교사와 학생 사이, 학교와 학부모 사이에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자율성 교육’을 실현하기로 유명하다. 국민의 큰 신뢰와 존경을 받는 교사는 국가 교육과정의 큰 틀 안에서 스스로 수업을 설계하고, 학생의 수준과 흥미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가르친다. 시험은 최소화되고, 성적은 숫자가 아닌 서술형 평가로 학생의 성장 과정을 기록한다. 이 모든 과정은 한 가지 목표를 향한다. '모든 아이가 행복하게 배우는 것'이 그것이다. 필자는 과거에 연수의 일환으로 방문한 핀란드학교에서의 한 가지 인상 깊은 장면을 오랫동안 잊지 않고 있다.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수업이 끝난 뒤, 교사는 아이 한 명 한 명에게
2025-09-01 17:431960년대, 어린 시절 학교에서 귀갓길에 천둥치는 빗속을 달리면서 느꼈던 것 가운데 하나가 벼락치는 것이었다. 그 때는 벼락의 원리도 몰랐고 어딘가에 불빛이 퍼지면서 뭔가 무너지는 소리야말로 공포의 대상이었다. 벼락도 같은 곳을 두 번 치지 않는다는데 어찌하여 우리민족은 한 세기 안에 나라를 강탈당하고 동족상잔이라는 날벼락을 맞을 수 있었을까. 끔찍했던 전쟁의 포연 속에서 다시는 전쟁이 없어야겠다고 그토록 다짐했건만, 세월이 흘러도 한반도 상공엔 여전히 전쟁의 먹구름이 걷히지 않고 있다. 지난 반세기를 되돌아보면 눈물겨운 시절도 많았다. 사회, 정치의 어려운 고난의길을 지나오면서 세상의 중요한 가치들이 많이 달라졌다. 그러나 엄청난 사회변동 속에서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될 가치 중 하나가 '대한민국, 국가라는 존재'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트럼프와 중국 사이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국가의 운명이 무엇에 달여 있는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우방이라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몰고 오는강력한 태풍의 진로를 바꾸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실력이다. 국가의 실력을 기르지 않고 나아갈 길이 보이지 않는다. 국가의 흥망성쇠도 인간 자원이 결
2025-09-01 17:41“그날, 그 선생님은 조용히 교실을 정리하고 나가셨다. 책상 위에는 아이가 쓴 쪽지가 남겨져 있었다. ‘선생님, 오늘도 웃어주셔서 고마워요.’ 하지만… 우리는 그 마지막 미소가 그렇게 무거운 것인 줄 몰랐다.” 매년 우리는 아까운 선생님들이 극단 선택으로 교단을 떠나는 일들을 지켜보아 왔고 지금 이 순간도 여전히 걱정스러운 마음이다. 지금은 2025학년도 2학기를 맞이해, 학교별로 새로운 희망을 간직한 채, 늦더위가 가시지 않고 여전히 무덥고 폭염에 휩싸인 교실에서 마지막 여름나기를 하고 있다. 지난 학기에 이어 이번 가을에도 수확에 들어가기 전에 마무리해야 할 교육활동을 점검하며 전력을 다해 수업에 임하고 있을 것이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진리는 이 가을에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 설레는 마음으로 오늘도 묵묵히 아이들과 함께할 선생님들의 모습을 그려 본다. 최근 몇 년에 걸쳐서 전국의 학교는 교권이 무너진 자리에서, 선생님들은 홀로 아팠고, 결국 삶을 내려놓기도 했다. 그 자리에 남겨진 아이들은 울었고, 동료 교사들은 말을 잃었다. 그러나 그 누구보다 무너졌던 것은, “교육은 희망이어야 한다”고 믿었던 우리 모두의 마음이었다. 교실이라는 전쟁터 지금,
2025-09-01 17:39아직도 무덥고 전국이 폭염에 시달리는 때이지만, 우리는 다시 교육의 시작점에 서 있다. 교문 앞에 선 아이들의 눈빛은 설렘과 두려움, 기대와 긴장이 뒤섞여 있다. 2025년 2학기, 전국의 초·중·고는 또 한 번의 배움의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개학이 이른 학교는 이번 주에, 대부분은 다음 주에 방학 내내 닫힌 학교 문을 열면서 비로소 학교의 주인공들을 반갑게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들이 없는 학교는 늘 그렇듯이 정막감이 돌며 어서 다시 보고 싶다는 그리움을 견뎌내야 했다. 이 새로운 시작은 단지 학기의 개시가 아니다. 더 나은 교육, 더 깊은 성찰, 그리고 더 따뜻한 공동체를 위한 다짐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전국의 모든 학교에게 묻고자 한다. 학교는 준비가 되었는가? 아이들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는가? 이 글에서는 개개의 학교가 어떻게 보다 충실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인지, 이에 대한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교실은 ‘배움의 공간’이 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교실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아이들의 꿈과 교사의 열정이 만나는 작은 우주(universe)라 할 수 있다. 이 공간이 진정한 배움의 장소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책상이나 칠판만이 아니다. 관계
2025-08-19 13:37새로운 이재명 국민주권정부의 내각 구성에 아직 퍼즐이 채워지지 않은 교육부 장관직에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이 지명되었다. 그는 중등학교 국어 교사를 거쳐 교육감으로 3선에 이른 풍부한 교육 현장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또한 진보 교원 단체인 전교조의 지부장을 역임한 경력도 있다. 그가 현재로서는 많은 교원 단체와 현장 교사로부터 적임자라는 환영을 받고 있다. 국회의 인사 청문회를 거쳐 공직자로서 그리고 이 나라의 교육부 수장으로서 산적한 교육 현안을 무난하게 처리하며 기대하는 역할을 잘 해 나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필자는 “만약 내가 대한민국의 교육부 장관이라면”이라는 상상 아래 어떻게 현재의 교육 문제들을 헤쳐 나갈 것인지를 위해 가장 기본적인 자세에 대해 잠시 고민에 잠겨 보고자 한다. 여기서 일인칭 지칭으로 변경한 것은 비록 가상이지만 제 삼자의 누구도 아닌 당사자로서 오랜 교직의 경험자로서 실천 의지를 다져보고 특히 교육의 본질 추구에 보다 가깝게 그리고 실감나게 다가가고자 하는 개인적 희망을 피력해 보고자 한다. 대한민국 교육은 늘 논쟁의 중심에 있다. 한쪽에서는 전통의 가치를, 또 다른 쪽에서는 혁신과 평등의 가치를 내세운다. 입시제도, 교육과정,
2025-08-18 15:07현대 사회는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으며, 그 속도만큼이나 학생들이 겪는 심리적 부담과 정서적 어려움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학업 스트레스, 친구 관계, 가족 문제, 미래에 대한 불안 등 학생들의 마음을 짓누르는 요소는 다양하다. 이는 성장 과정에서 이른바 ‘질풍노도의 시기’인 청소년기를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이중, 삼중으로 심적 부담이 커지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교는 단순한 지식 전달의 공간을 넘어, 학생들의 마음을 돌보고 정서적 안정을 도모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렇다면 ‘마음 돌봄’이 교육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본고는 이에 대해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전문적인 심리 지원 체계의 구축이 시급하다. 많은 학교에 Wee 센터라는 전문 상담실이 존재하지만, 인력이나 운영 방식에 있어 실질적인 지원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문제가 생겼을 때만 찾아가는 공간이 아니라일상적인 감정 상태를 점검하고 회복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학교 안에 충분한 수의 전문 상담교사를 배치하고, 필요시 폭넓게 외부 전문가와의 연계도 보다 더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2025-08-07 11:43아직도 폭염의 여파가 가시지 않고 있는 여름의 끝자락에서 문득, 중고등학교 교정의 풍경이 떠오릅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 종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가지까지... 교사로서 그리고 관리자로서 보냈던 나날들은 시간이 흐른 지금도 제 안에 선명하게 살아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계절, 또 많은 소중한 이들이 학교를 떠나게 될 것입니다, 그동안 정든 교단과 작별을 준비 중인 후배 선생님들께, 한때 같은 자리에 있었던 선배로서 조심스레 위로와 격려, 그리고 응원의 마음을 전하고자 합니다. 제가 학교를 떠난 지도 벌써 2년이 되었습니다. 교실 밖 삶이 낯설고 어색하게만 느껴지던 첫날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고요한 일상이 제법 익숙해졌습니다. 어느 날은 눈을 뜨고 습관처럼 옷을 입고 학교 방향으로 길을 나서기도 했습니다. 중간에서 “아, 내가 학교를 떠났지” 하고 깨달으며 방향을 바꾸어 공원길로 들어서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마음 한켠에 자리하는 건 바로 ‘학교’라는 이름의 세계였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함께 했던 동료들, 무엇보다도 후배 교사 여러분들을 떠올렸습니다. 잠시 돌이켜 보면, 정년을 앞두고 집무실의 책상을 정리하던 날, 학교의 익숙한 종소리가 울리던…
2025-08-06 15: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