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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한국인 문해력 저하 한자교육 문제 주목받아

AI의 보편화로 문해력 저하 원인
이 대통령, 한자 익히면 단어의 적확한 이해, 사고력 향상에 효과가 있을 것
대전시교육청 한자 교육 지원 조례로 선도학교 지정
전남도교육청, 한자교육 조례안 통과
한국어 이해는 한자와 한글이 만나야

최근 국정보고가 큰 뉴스거리가 되고 있다. 이 자리에서 김언종 한국고전번역원장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한자교육에 대한 조치를 건의함으로써 많은 사람이 한자교육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은 한자를 익히면 단어의 깊은 뜻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 사고력 향상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요즘 사회적으로 문제가 제기 되고 있는 문해력을 학교교육 제도에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는 큰 과제이다. 문해력은 모든 학습과정에서 가장 기초, 기본이 되기 때문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계약서, 안내문, 신문 읽기 등 한자어의 이해없이는 온전한 이해가 쉽지 않다. 특히 짧은 영상과 요약 위주의 콘텐츠에 매몰되고, AI의 보편화로 문해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현실이다. 

한국인이 사용하는 언어인 한국어는 순수 우리말인 고유어, 한자어, 외래어 3중 체계를 이루고 있다. 예컨대 ‘찬물’과 ‘헤엄’은 순수 우리말이고 ‘냉수’와 ‘수영’은 한자어이며, ‘버스’, ‘컴퓨터’처럼 외국에서 들어온 외래어도 있고, ‘버섯 피자’와 ‘교통카드’ 같이 여러 요소가 섞여 있는 혼종어도 있다. 최근에는 국적 없는 외래어도 흘러넘치는 언어생활을 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어는 다양한 단어들이 융합된 어휘 체계를 이루고 있다. 놀라운 사실은 한글이 쉽다보니 한글과 한국어의 구별도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운영의 연구에 의하면 한국어 단어의 약 60%는 한자로 구성된 한자어가 차지한다. 우리 선조들은 오랜 세월동안 천자문을 외우게 하는 방식으로 한자 공부를 했다. 이를 비판없이 암기하고 무조건 읽고 쓰는 것을 반복했다. 한마디로 한자 공부를 매우 어렵게 한 것이다. 이제 한자는 쓰는 것이 중심이 되는 것도 아니며 컴퓨터를 이용하여 쉽게 입력할 수 있기에 한자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

일반적으로 ‘한글은 우리 글자이고, 한자는 중국 글자’로 규정하고, 한글은 쉽고 한자는 어렵다는 선입견 때문에 우리 글자인 한글을 두고 한자를 배우는 것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됐다. 이것은 우리 한자와 한글을 잘 알지 못해서 비롯된 편견이라 생각한다.

문자의 뿌리가 같은 표기인데 한국인을 한자를 어렵다고 규정하고 일본인은 한자는 어렵지 않고 흥미를 가지면 재미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한자 자체 문제라기 보다는 한자를 보고 대하는 언어권 사람들의 관점에 따라 다르다는 사실이 놀랍다. 특히 해방 후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한글은 소리글자로 그 우수성이 매우 강조되었고 더욱 정책적 배려를 받게 됐다. 

세종대왕은 한자인 문자표기를 어떻게 하면 백성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한 대 학자다. 이 지구상에는 여러 문자 체계가 있다. 오랜 세월 동안 한국, 대만, 베트남, 일본, 중국인들은 한자라는 문자 체계 안에서 각각의 문화를 발전시키고 현재까지 이어온 것이다.

한자도 세월이 흐르면서 변하고 있다. 중국, 싱카포르에서는 옛 한자가 아닌 간체자를 쓰고, 한국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것은 한자(漢字)라기 보다는 한자(韓字)다. 이런 표기는 오랫동안 한문을 지도한 어느 전공 선생님의 아이디어다.

쓰는 것도 그렇고 읽는 방식에서 같은 것도 있지만 차이가 있다. 일본에서는 자신들의 연구를 통하여 일본식 한자를 사용하는데 우리나라보다 약자가 많이 사용된다. 한자가 어려운 문자라면 그들은 어떻게 지금까지 30여명에 가까운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것일까. 놀라운 사실은 한국어 사용에서 한자와 한글이 별개의 것이 아니다. 한자는 한글의 뜻풀이 사전이다.

 

실제로 필자는 최근에 고등학교 수업에서 ‘용수철’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도록 했다. 국립국어원 표준 국어사전에는 '늘고 주는 탄력이 있는 나선형으로 된 쇠줄'이라고 나와 있다. 그런데 전광진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편찬한 속뜻사전에는 '용수-철(龍鬚鐵) 쇠 철 ①용(龍)의 수염[鬚]처럼 생긴 쇠[鐵]줄. ②늘고 주는 탄력이 있는 나선형으로 된 쇠줄. 용수철이 튕겨 나가다'라는 것만 보아도 좋은 사전 활용을 통한 한자어의 이해가 필수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한글은 소리를 적은 문자체계이기에 한자가 없는 한글 표기만으로 속뜻을 시원하게 알기가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좋은 사전 활용이 필수적이며, 한글은 한자의 도움을 받아야 비로소 그 뜻을 제대로 알 수 있다. 한자어 풀이를 알게 되면 실력의 핵심인 ‘어휘력 신장’이 놀랍도록 발전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한자어 수가 많아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이다. 모든 한자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기초 한자를 바탕으로 쉽게 배울 수 있는 자료들이 많이 개발되었다. 또 선조들이 오랫동안 축적한 심오한 생각을 배우면 성인들의 말씀이 제대로 마음으로 들어오는 희열을 느낄 수도 있다. 이 희열을 혼자만이 간직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나아가 한국의 지정학적 배경으로 국력이 2위인 중국과 우리보다 인구도 많고 국력도 한 수 위인 일본과의 소통과 연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에 광역단위 교육행정기관이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2026학년도부터 학생들의 문해력 향상을 위해 초·중학교 6곳을 한자 교육 선도학교로 지정해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 6월 제정된 '대전시교육청 한자 교육 지원 조례'의 후속 조치다. 한자 교육은 학교 자율에 따라 창의적 체험활동이나 자율활동 시간 등을 활용해 진행되며, 운영 결과를 토대로 향후 확대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또한, 전남교육청에서도 “문해력 문제의 대부분은 어휘력 부족에서 발생하는 문제”라며, “한자 교육을 통해 단어의 어원을 이해하고, 새로운 단어를 추측해 어휘력과 문해력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한자교육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특히 한자를 모르면 전통문화 이해에 어려움이 많은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자 속에 한글이 녹아 있고, 한자를 바르게 알면 한글의 깊은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 둘 다 사용하면 좋을 텐데, 한글만 아는 사람과 한자도 아는 사람은 생각의 '깊이'가 다르고 성공의 '높이'가 다를 수 있다. 한자와 한글을 분리해서 봐서는 문자의 무지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한자와 한글이 만나야 우리말의 뜻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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