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취미는 ‘드라마 몰아보기’다. 머리의 휴식이 필요할 때 널직한 소파에 누워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몸을 움직여 풀어주고 자다깨다를 반복하며 이틀은 연속적으로 볼 수 있다. 심장에 무리가 될 수도 있으며, 신체의 머리는 아플 수는 있으나, 남이 공들여 만든 작품을 그저 보기만 해도 되므로 정신의 머릿속은 힐링 그 자체이다. 최근에 몰입하여 시청한 드라마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다. ‘였다’가 아니고 ‘이다’라고 표현한 이유는 네 번을 보았음에도 여전히 음악은 누가 담당했나, 자폐아에 대한 조언은 누구로부터 들었을까 등등 배우에서부터 음악, 해외의 반응까지 여전히 궁금한 것이 많아 더 샅샅이 뒤져보며 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재미있다는 추천을 들었을 때 또 정의 타령하는 ‘변호사겠지’ 하며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너나 잘하세요’의 삐딱한 심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그저 옆에 앉아있었던 사람 등등이 재미있다고 했고 머리 식힐 일이 생겼으므로 다시 소파에 앉았다. 깊이있는 내용을 어쩌면 저렇게 동화처럼 풀어냈을까. 배우들은 또 어쩌면 저렇게 연기를 잘할까. 멸종위기에 처해있는 고래에 대한 관심유도를 위한 작가와…
2022-09-22 10:06"고래사냥법 중 가장 유명한 건 새끼부터 죽이기야. 연약한 새끼에게 작살을 던져 새끼가 고통스러워하며 주위를 맴돌면 어미는 절대 그 자리를 떠나지 않는대. 아파하는 새끼를 버리지 못하는 거야. 그 때 최종 표적인 어미를 향해 두 번째 작살을 던지는 거지. 고래들은 지능이 높아. 새끼를 버리지 않으면 자기도 죽는다는 걸 알았을 거야. 그래도 끝까지 버리지 않아. 만약 내가 고래였다면 엄마도 날 안 버렸을까?"-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중에서 최근에 끝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대본 중에서 가장 감동을 받은대목이다. 차기 작품은 2024년에 방영된다는 기사를 보고 반가웠다. 따뜻하고 인간미가 넘치면서도 사회 문제를 직접 다룬 점도 매우 좋은 드라마였다. 사랑과 눈물이 있는 점도 좋고, 폭력적이지 않은 점, 불륜을 다루지 않은 점, 가족 드라마로서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맑은 대사들이 마음에 들었다.회차마다 컴퓨터 그래픽으로고래가 등장하는 것도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아서 좋았다. 나는 텔레비전 뉴스를 보는 게 괴로워서 되도록이면 멀리 하는 편이다. 그 대신 감동을 안겨주거나 눈물샘을 자극하는 음악 방송,다큐멘터리, 아름다운 세계 여행 코너는 즐겨본다. 감동을 안
2022-09-19 13:44요즈음 나의 배움의 대상은 우리 집 반려묘다.조용하고 단순하게,느리게 사는 모습은 녀석의 전생이 수도승이 아닌지.나는 녀석을 기르며 인간은 평생 동안 공부를 해야 하는 존재임을 깨닫는다.그만큼 불완전하게 태어난 존재라는 뜻이다.내 곁에서 존재만으로도 사랑을 듬뿍 받고 사는 우리 집 고양이에 비하면 그렇다.녀석은 생이지지(生而知之:태어나면서 아는 자)로 사는 게 분명해 보인다.녀석들은 가정교육을 하는 것도,고양이 학교도 다니지 않고 태어나는 순간부터 세상에 적응하기 때문이다. 평생을 배워도 생이지지의 단계에 이르는 사람이몇이나 될까?배워서 아는 자(學而知之학이지지)가 되면 최상의 복을 받은 사람일 것이요,곤란을 겪으면서 배우는 자(困而知之곤이지지)라도 되면 그야말로 다행이다.불행하게도 인간 세상에는 곤란을 겪으면서도 배우지 않는 자(困而不學곤이불학)가 넘쳐나서 세상을 놀라게 한다.그러니 인간은 가장 손길이 많이 가는,비용이 많이 드는 존재가 아니던가. 인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동물들은 태어날 때부터 부모로부터,그의 조상으로부터 유전된 형질을 바탕으로 약간의 적응 과정만으로도 불편함 없이 잘 살고 있으니,그들은 생존에 필요한 최저 수준으로 세상을 어지럽히지 않
2022-09-14 16:28우리의 정치를 바라보는 국민의 보편적인 기대는 과거를 잊고 새로운 정치, 민생을 위해 일하는 국회를 바라는 것이다.하지만 이는 매번 좌절되고 절망의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도 초반부터 ‘제 버릇 개 못 준다’ 하듯이 과거의 기억만 들추어내면서 국민으로 하여금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실망으로 가득 찬 채 희망 고문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정치 이외의 우리의 다른 문화는 어떤가? 2년 전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의 기고문을 다시 인용해 본다. “사십 년 가까이 한국에 살면서 한국을 예리하게 관찰해온 영국인 기자 마이클 브린은 『한국, 한국인』에서 지난 오십 년간 우리가 경제발전 기적과 정치 민주화 기적을 이룩한 유일한 국가라고 지적한다. 그는 또 질문한다. 이제 한국에서 제3의 기적이 가능할까. (…) 마이클 브린은 외국에서 깜짝 놀랄 한국의 제3의 기적은 ‘문화’가 될 것으로 본다. (…) K-Pop, K-드라마뿐 아니라 K-뷰티를 넘어 예술적 감각이 내재된 가전제품, 스마트폰, 조직문화, 교육의 탁월함이 세계를 휩쓸고 있다. 이번에 코로나 사태로 한국 의료체계 및 의료인들의 우수성과 헌신이 또 다시…
2022-09-14 16:19메이슨 커리는 2013년 세계적으로 저명한 예술가들의 일상을 담은 『리추얼(Daily Rituals)』이란 책을 발간했다. 원래 ‘리추얼’은 ‘의식(儀式)’을 의미하는 단어로, 하루를 마치 종교적 의례처럼 여기는 엄격한 태도이자, 일상의 방해로부터 나를 지키는 유용한 도구, 삶의 에너지를 불어넣는 반복적 행위이다. 하지만 엄숙한 의미를 지닌 뜻과는 달리 ‘개인의 삶에서 규칙적으로 행하는 습관적인 일’이라는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이 책은 토마스 홉스에서 무라카미 하루키까지 지난 400년간 가장 위대한 창조자들로 손꼽히는 161명의 완벽한 하루에서 찾아낸 결정적 리추얼들을 소개하고 있다. 예컨대 무라카미 하루키는 새벽 4시에 일어나 대여섯 시간을 집필 관련 일을 하고 오후에는 달리기나 수영을 하며 저녁 9시에 잠들었다고 한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매일 아침 한 시간 정도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책을 읽거나 글을 썼다고 한다. 칸트는 매일 정확한 일정 시간에 동네를 산책하여 이웃 사람들이 그를 보고 시계를 맞출 정도로 사색을 즐겼다고 한다. 그 밖에 소설가, 시인, 극작가, 화가, 철학자, 영화감독, 과학자들이 창작을 방해하는 장애물들을 어떻게 극복하고
2022-09-07 16:50“코스모스 피어있는 정든 고~향역 이뿐이 곱뿐이 모두 나와 반~겨주겠지 달려라 고향 열차 설레인 가슴안고 눈감아도 떠오르는 그리운 나의 고향역...” 이 노래는 수십 년 전 가수 나훈아가 불려왔던 고향역 가사이다. 추석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노랫말의 여운이 시골 간이역에 피어있는 코스모스 물결을 떠올리며 추억의 애잔함을 몰고 온다. 완행열차가 다니는 간이역, 철로 이음매에 부딪히는 철커덩거림이 빨라질수록 마음은 벌써 흙먼지 날리는 신작로를 지나 어머니가 기다리시는 고향집 동구밖에 선다. 이런 설렘과 기다림은 아마 50대를 넘긴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정서일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많이 변했다. 세월이 흘러 고향에는 이뿐이도 곱뿐이도 사라진 지 오래며, 고속철도로 간이역은 없어지고 예전처럼 눈물겹도록 반겨줄 사람은 모두 떠나고 없다. 더구나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MZ세대에게 코스모스 핀 가을길과 추석에 대한 정서를 살펴본다는 것은 장마철 잉크 빛 가을 하늘을 그리워하는 모양새다. 가을을 알리는 대표적인 꽃은 코스모스이다. 꽃말은 소녀의 순정이다. 코스모스 하면 어릴 적 가을 운동회를 앞두고 청군 백군으로 나누어 연습한 기억이 새롭다. 학교에 오갈 때 동무
2022-08-31 20:52일찍이 스피노자는 “내일 세상의 종말이 온다 해도 오늘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겠다”고 했다. 짐작컨데 나무 심기는 세상에서 가장 보람 있는 일인 것 같다. 필자는 우연한 기회에 20년 전에 근무하던 학교를 들렀다. 식목일에 학교 울타리를 따라 걷다보니 나무를 심었던 곳에 다달았다. 당시 한 그루, 한 그루의 작은 묘목들이 제법 자라 이제는 필자의 키를 훌쩍 넘었다. 학생들과 함께 심었던 나무들이 무럭무럭 성장한 모습에 순간 감개무량했다. 프랑스 소설가 장 지오노가 말년에 쓴 나무를 심은 사람이라는 작품이 있다. 불과 4000여 단어로 이뤄진 짤막한 글이다. 앙드레 말로가 20세기 프랑스 대표 작가 3인 중 하나로 꼽았고, 헨리 밀러 역시 “장 지오노는 프랑스와도 바꿀 수 없는 작가”라며 그의 문학성과 평화주의, 인류애를 칭송했다. 이 책은 ‘나’라는 사람을 통해서 양치기 엘제아르 부피에라는 주인공의 고독하지만 위대한 삶을 다뤘다. 잠시 책 속의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가려고 한 곳에 이르자 그는 땅에 쇠막대기를 박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구멍을 파고는 그 안에 도토리를 심고 다시 덮었다. 그는 떡갈나무를 심고 있었다. 나는 그것이 그의 땅이냐고 물었다
2022-08-24 16:14교육부가 이르면 2025학년도에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존치를 포함한 새로운 고교체제 개편 방안을 전면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 정부가 지난 정부의 ‘2025 자사고 폐지 및 일반고 전환 정책’을 변경해, 자사고 존치, 외국어고(외고) 폐지로 가닥을 잡은 지 얼마되지 않은 시점이다. 당시 발표된 새 정부 업무계획에서는 부실 자사고 정비, 지역우수거점학교 운영, 융복합 인재양성 기관으로 역할 전환 등 기존 자사고 부작용 보완방안도 함께 마련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기존 자사고의 병폐이자 부작용으로 지적되는 등록금 과다, 사교육 심화, 고교서열화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 방안'도 사회적 의견 수렴 과정에서 고려할 요소로 꼽았다. 최근 교육부는 국회 교육위원회 업무설명 자료에서 연내 자사고 존치, 외고 폐지를 포함한 시안을 마련하고 향후 고교체제 개편 방안을 2024학년도에 시범 운영하고, 2025학년도 전면 적용할 계획이다. 발표된 고교체제 개편 추진 방향과 일정이 그대로 확정돼 적용될 경우, 현재 중학교 제1학년 학생들은 물론 중학교 제2학년 학생들에게까지 새로운 입시로 큰 부담을 겪을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교육부는…
2022-08-16 14:12매년 찾아오는 8.15 광복절, 일본의 식민지배로부터 해방이 된 날이 올해로 77주년을 맞이한다. 올해도 한·일 관계 역사의 재조명은 우리의 숙명처럼 다가온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그들은 우리 역사에 결코 우호적인 이방인이 아니었다. 지금도 친근한 이웃은커녕 혐한 사상을 가지고 대낮(白晝)에 그들의 심장인 도쿄에서 재일 한국인에 대한 테러와 헤이트스피치를 실시하고 자신들의 안보를 핑계 삼아 한국의 주요 산업의 목줄을 끊으려 한다. 과거 일본이 우리 역사에 남긴 피와 상처는 물론 어둠의 그늘은 우리에겐 온갖 굴욕의 역사였다. 고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늘 한반도로 넘어와 약탈과 침략으로 이 땅에 흉한 궤적을 남겼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섬나라 일본의 대륙 진출에 대한 야욕이 침략과 약탈의 원인으로 작동하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일본은 우리 역사의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우호적인 이웃이기보다는 셀 수 없는 악행의 주인공으로 치욕과 오욕의 역사를 남겼다. 제2차 세계대전의 두 전범 국가인 일본과 독일은 그동안 너무도 다른 길을 걸어왔다. 독일은 나치의 전범들을 지구촌 어느 곳을 가리지 않고 철저히 색출해 역사의 심판을 받게 했다. 지
2022-08-13 15:53최근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낮추자는 박순애 교육부장관의 발언이 논란이다. 이 사안은 이미 2005년 10월 11일, 한나라당 임태희 의원이 교육부 확인감사에서 제안했다가 국민적 반발로 물러선 바 있다. 그 당시 임태희 의원은,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젊은층의 사회 진출 시기를 앞당길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우선 취학연령을 2년 정도 앞당겨야 한다. 현재 초등 만 6세 취학 연령을 1년 앞당기고 학기 시작을 3월에서 9월로 변경할 경우 취학 연령이 2년 정도 단축되는 효과가 있다. 또 초등 과정을 1년 줄이는 등 학년을 단축시키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초등 입학시기가 현재 통상 8살에서 6살로 2년 당겨지고, 고교 졸업시기도 17살, 대학 졸업시기는 21살로 앞당기게 된다. 이는 사회 조기 배출로 20~40세까지의 경제활동 인구가 2002년 대비 2010년에 1.4% 감소, 2030년에 16% 정도 감소하는 수준으로 억제할 수 있다” 이미 폐기된 안건을 다시 들먹이며 "초등학교 입학연령 만5살로 하자" 는 학제개편 제안에 대하여 깊은 우려를 표한다. 이는 유아교육과 아동 발달 수준을 무시하고 경제 논리에 입각한 학제 개편이라고 생각한다.
2022-08-08 16: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