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올해를 ‘독서의 해’로 지정하여 대대적인 캠페인을 펼치고 있으며 프랑스는 학교·가정 내 독서 습관 형성 방안 홍보에 나서 ‘독서교육’ 강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더불어 대한민국 교육부도 올해 처음으로 별도의 독서교육 예산을 82억 편성해 독서 문화 조성에 나서고 있다.
최근 영국의 국민 캠페인 “올인하자(Go All In”와 프랑스 교육부의 평생 독서 습관 형성을 지원하기 위한 “함께 읽기: 조기 독서 증진 방안”이라는 보도자료 발간은 모두가 독서교육을 독려하는 한편,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과 자원을 공유하려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독서교육 강화에 발 벗고 나서 ‘책’을 읽는 평생 습관과 독서를 국가적으로 확산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우리는 독서를 ‘개인이 노력하면 되는 일’로 간주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아이가 책을 안 읽으면 가정을 탓하고, 학업 부진이 나타나면 학교를 지적한다. 그러나 이제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이 사회는 과연 책을 읽지 않을 수 없게 설계돼 있는가? 지금의 대한민국은 솔직히 이에 대해 긍정적이지 않다.
최근 한 지자체와 교육계의 협치를 통한 ‘독서국가’ 구상은 이 오래된 전제를 뒤집고 있다. 독서를 개인의 습관이 아니라 공공 시스템의 성과물로 보자는 발상이다. 이 획기적인 전환이야말로 지금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혁신이다. ‘책을 읽지 않는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
오늘날 교육 문제 중의 하나로 부상한 ‘문해력’ 위기는 단순히 책을 덜 읽는 문제가 아니다. 긴 글을 이해하지 못하고, 맥락을 파악하지 못하며, 서로의 생각을 언어로 조율하지 못하는 사회적 위기다. 이는 민주주의의 기반을 흔들고, 지역 격차와 교육 격차를 고착화하고 있다. 독서를 방치한 대가는 결국 사회 전체가 치르게 된다는 불편한 진실을 보여주고 있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독서교육’을 강화하여야 할까? 이에 대한 해법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일상의 구조를 바꾸는 파격에 있다. 첫째, 독서를 국가 핵심 인프라로 선언해야 한다. 도서관을 단순한 문화시설이 아니라 교육·복지·평생학습이 결합된 ‘지식 플랫폼’으로 재정의해야 한다. 학교 담장을 넘어 공공도서관이 교실이 되고, 사서가 교육 주체가 되는 구조를 지자체와 교육청이 공동 설계해야 한다. 핀란드처럼 학생의 학습 이력에 독서 기록이 자연스럽게 축적되는 시스템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둘째, ‘독서 기본권’이라는 새로운 정책 언어가 필요하다. 출생과 동시에 책 꾸러미를 제공하고, 초·중·고 전환기마다 국가와 지자체가 책임지는 독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독서가 사교육 여부나 가정 배경에 따라 좌우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미 일부 지자체에서 시행 중인 ‘북스타트’나 ‘책 바우처’는 이를 전국 단위로 확장할 충분한 근거를 보여준다.
셋째, 독서를 지역 경제와 연결해야 한다. 지역 서점, 출판사, 작가, 문화기획자가 참여하는 ‘지역 독서 생태계’를 구축하면 독서는 소비가 아니라 투자로 전환된다. 노벨상 수상자를 27명이나 배출한 일본의 독서 마을, 문화강국 프랑스의 지역 서점 보호 정책은 독서가 지역을 살리는 산업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지자체가 주도해 학교 독서 프로그램과 지역 서점을 연계한다면 아이들은 책을 사고, 지역은 살아날 것이다.
넷째, 성인과 노인을 독서 정책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 독서는 아동·청소년 정책이라는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 직장인 북클럽, 시민 인문학교, 시니어 독서 코치 양성은 세대 간 단절을 잇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아이가 책을 읽게 하는 가장 강력한 교육은, 바로 어른이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라고 하지 않는가?
‘독서교육’의 강화는 도서관 몇 곳 더 짓는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지자체의 행정력, 교육계의 전문성, 지역 사회의 참여가 맞물릴 때 비로소 가능하다. 이제는 말로만 독서를 권장할 것이 아니라, 책을 읽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사회를 설계해야 한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최근 책을 읽지 않는 과거의 엘리트는 우수한 잠재력을 상실하고 무도, 무지, 무능의 위험한 인물로 변모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이제 가정이나 학교에서 독서 습관 형성을 위해 책 읽는 시간을 하나의 의식으로 만들고, 이를 위해 특별히 지정한 공간뿐만 아니라 교실 전체를 통해 책 읽기의 가치를 강조하고, 자료 공유를 통해 도서 선택을 나눔의 기회로 만들어 아동·청소년이 책을 의무가 아닌 평생 동반자로 여기도록 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독서를 선택의 문제가 아닌 국가의 책임으로 끌어올릴 때, 우리는 비로소 질문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어떤 나라에서 살고 싶은가? 그 답은 결국, 어떤 책을 함께 읽는 사회인가에 달려 있다. 우리도 독서를 온 국민이 함께하는 의식으로 만들어 가자. 학교는 법정 사서 교사 확보부터 보완하고, 책 읽기를 교사들이 나서 솔선수범하며, 교실에서는 책 읽기를 생활화하여 토의, 토론 수업을 활성화하자. 정기고사에서는 논서술형 시험을 정례화하는 교육정책을 수립하자. 그러려면 5지선다형 수능의 폐단을 가장 먼저 극복하고 언제, 어디서나 책을 읽고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교육활동이 우리 교육에 뿌리를 내려야 할 것이다. 책 읽기는 개인의 취미로서가 아니라, 국가 시스템으로 정착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