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2026년 민주시민교육 추진계획’을 통해 민주시민교육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교원단체가 제도 확대 중심의 접근에 우려를 나타냈다. 민주시민교육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교육 내용과 방식의 내실화, 그리고 안정적인 교육 환경 조성이 먼저라는 지적이다.
한국교총은 30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6년 민주시민교육 추진계획’과 관련해 입장을 내고, 별도 교과 신설과 법제화 중심의 추진 방식은 교육 현장의 자율성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해당 계획에는 토의·토론 수업 원칙의 법제화와 (가칭)학교민주시민교육법 제정 등이 포함돼 있다.
교총은 민주시민교육의 성격부터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민주시민교육은 특정 정책 영역이나 독립 교과로 분리해 추진할 사안이 아니라, 전 교육과정 전반에서 자연스럽게 구현돼야 할 가치라는 것이다. 교총은 “민주시민교육은 모든 교과 속에서 녹아들어야 할 본질적 교육 가치”라며, 별도 교과 신설 방식은 교육과정의 비대화와 분절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외부 기관과 전문가 투입 중심의 운영 방식에 대해서도 실효성 문제를 제기했다. 법무부나 선거관리위원회 등 유관기관과의 협력이 기존 사회과 교육과정과 차별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학교 교육의 전문성과 충분히 연계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교총은 “학생 발달 단계에 맞춘 교수·학습 방법론과 결합되지 않은 외부 강사 중심 교육은 현장 안착에 한계가 있다”며, 교사의 전문성과 수업 자율성이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추진 중인 ‘토의·토론 수업 법제화’에 대해서는 교원 보호 장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교총은 토론 수업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이를 법으로 명문화하는 방식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선거·정치·사회적 쟁점과 같은 논쟁적 주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민원과 분쟁에 대해 교사를 보호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교총은 “면책 규정이나 보호 체계 없이 자유로운 토론만을 강조하는 것은 교사들을 민원의 위험 속으로 내모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교사의 시민적 권리와 교육자로서의 정치적 중립성 사이의 균형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가칭)학교민주시민교육법 제정과 학생회 법제화에 대해서도 신중론을 폈다. 교총은 민주시민교육이 이미 ‘교육기본법’에 공교육의 핵심 목적으로 규정돼 있음에도 별도 법률을 제정하는 것은 교육 내용에 대한 국가 관리와 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학생회 법제화 역시 현행 ‘초·중등교육법’과 학칙을 통한 운영 체계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추가 법제화가 필요한지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총은 민주시민교육 강화를 위해서는 제도적 외연 확대보다 교육 내용과 수업 방식 전반을 점검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총은 “민주시민교육의 성과는 법과 제도를 늘리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며, 교육의 깊이와 현장 적용 가능성을 우선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강주호 교총 회장은 “민주시민교육이 정권이나 정책 기조에 따라 흔들리는 시책 사업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교육부는 화려한 제도 설계보다 교사가 소신껏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 현장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제도화와 법제화에는 교총도 분명한 문제 제기를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