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한 공직자의 정년퇴직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국가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하여 「공무원임용령」 제42조 제2항에 따라 정년퇴직 예정 공무원에게 사회적응능력 배양과 퇴직 후의 삶을 보람 있게 설계할 수 있도록 공로연수제도(이하 ‘퇴직준비교육’)를 운영하고 있다. 근무지를 떠나 6개월에서 1년까지 교육받는 이 제도는 공직자가 명예롭게 퇴직하고 제2의 인생을 설계하도록 돕는 매우 의미 있는 정책이다.
교원만 배제되는 퇴직준비교육 제도
퇴직준비교육은 모든 공무원(현재 120만 명 추정)과 직업 군인이 대상이며, 정년퇴직을 앞둔 공직자는 이 제도를 활용하여 퇴직 후의 삶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오직 교원만이 퇴직준비교육에서 배제된 채 정년을 맞이하고 있다. 이는 「헌법」에 명시된 평등권에 위배될 뿐 아니라, ‘교원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사회적 지위를 우대해야 한다’라는 「교육기본법」 제14조와 ‘교원이 존경받고 긍지와 사명감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라는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제2조의 취지에도 어긋난다. 교원을 담당하는 교육부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교원의 퇴직준비교육 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 방학이 있어 퇴직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다
방학은 학생이 계속되는 학업에서 벗어나 심신을 재충전하고 다음 학기의 학업을 준비하는 기간이다. 더위와 추위 또한 방학 결정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즉 방학은 학생을 위한 제도이지 교사의 휴식을 위해 마련된 것이 아니다.
교육부는 「교육공무원법」 제41조에 방학 중 교원이 근무 장소 외의 시설 또는 장소에서 연수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 법에 따라 교원은 방학 중에 전문가로 존중받을 수 있는 다양한 연수를 받는다. 아니면 재택근무를 하거나 출근하는 것이 원칙이다. 실제로 방학 중에도 교장·교감·보직교사는 공문 처리, 시설관리 감독, 교육과정 수립 등으로 상시 출근하며, 상당수 교사는 법정연수, 다음 학기 수업 준비, 보충수업, 캠프 운영 등으로 근무한다. 방학은 근무의 연속이기에 방학 중 개인적인 여행을 가려면 별도의 휴가를 받아야 한다. 이는 교육부가 방학을 근무의 연속이라고 인정하는 증거이다. 이처럼 방학이 근무의 연속임에도 방학 때문에 교원에게만 퇴직 준비 시간을 부여할 수 없다는 교육부의 논리는 다음과 같이 세 가지 면에서 부당하다고 할 수 있다.
첫째, 퇴직준비교육은 단순한 실근무 기간에 따른 보상이 아닌, 장기간 공직에 헌신한 것에 대한 예우이자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제도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방학 때문에 실근무 기간이 짧아서 퇴직준비교육 시간을 주지 못한다면 재직 중 연가·병가·학습휴가·장기재직휴가·휴직 등으로 복무기간이 짧은 일반공무원 또한 퇴직준비교육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더욱이 교원의 정년은 62세로 일반공무원보다 오래 공직에 헌신하기에 오히려 실근무 기간이 적지 않음에도, 퇴직준비 기회를 받지 못하는 것은 장기간 헌신한 교원집단에 불이익을 주는 명백한 차별 행위이다.
둘째, 퇴직준비교육은 정년 직전에 사회적응능력을 체계적으로 배양하기 위해 제공되는 교육이다. 매년 반복하는 방학 때문에 퇴직준비교육 시간을 주지 않는다면, 신규 임용 시점부터 방학마다 퇴직 후의 삶을 준비해야 한다는 비현실적인 주장이 된다. 나아가 방학으로 모든 교육을 대체할 수 있다면, 6개월에서 1년간 파견을 통해 전문성을 함양하는 교사의 학습연구년제도 방학으로 해결할 수 있으므로 불필요하다는 모순적인 결론에 이르게 된다. 방학은 교원의 역량개발을 위한 연수기간이자 근무의 연속이지 퇴직 후의 삶을 위한 준비시간이 아니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셋째, 퇴직자의 사회적응능력 배양의 필요성은 일반공무원뿐만 아니라 교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일반공무원에게 사회적응능력 배양을 위한 퇴직준비교육을 제공하면서, 교원에게 제공하지 않는 것은 교사에게는 퇴직 후 사회적응능력이 필요 없거나, 덜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교원 역시 퇴직 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변화하는 사회에 발맞춰 성공적으로 삶을 설계하기 위한 준비가 꼭 필요하다. 퇴직준비교육은 이러한 준비를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며, 교원에게도 동등하게 제공되어야 한다.
더욱이 교원은 ‘방학’이 있다는 이유로 「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 제18조의5 제1항 제1호에 따라 연가보상비를 받지 못해 연간 수백만 원의 금전적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 또한 교원은 ‘수업 및 교육활동 등을 고려하여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수업일을 제외하여 실시하도록 한다’라는 「교원휴가에 관한 예규」에 따라 일반공무원과 달리 학기 중 연가 사용에 제약이 따른다. 근로자 중심의 시대에 연가 사용권을 제한받는 것은 큰 불편이다.
이처럼 방학이 근무의 연속임에도 휴가로 오해받고, 연가보상비 미지급, 학기 중 연가 사용 제한 등 방학에 대한 대가를 이미 충분히 치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방학을 이유로 퇴직준비교육 기회마저 박탈하는 것은, 차별을 반복하고 과도한 희생을 강요하는 처사이다.
● 교원의 퇴직준비교육 제도 도입에 따른 ‘정원 및 예산 문제’를 제기하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지금은 교육대학과 사범대 졸업자가 충분한 상황이므로, 퇴직준비교육 도입이 교원 부족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 교육부가 걱정하는 것은 교원 부족이 아니라, ‘정원 증원’일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초등 늘봄학교 운영을 위해 2,500명의 교사를 임기제 연구사로 파견하며 정원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는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교원정원 확보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정부 핵심 정책사업을 위해 교원정원을 늘릴 수 있다면, 수십 년을 헌신하고 영예로운 정년을 맞이하는 교원을 위한 정원 확보 역시 충분히 가능하며, 오히려 퇴직준비교육은 교원 임용 적체를 해소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까지 가져올 수 있다.
예산 확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이다. 행정안전부의 2023년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인사 통계’에 따르면 31만 3,014명의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중 정년퇴직자는 5,596명(1.7%)이며, 이 중 퇴직준비교육을 받는 공무원은 4,293명이다. 이는 전국 시도교육청 소속 일반직 공무원 6만 8,244명과 경찰·소방·외무 등의 공무원을 제외한 수치이므로, 실제 퇴직준비교육 대상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한국교육개발원 KESS의 2023년 교육통계에 따르면 37만 4,741명의 초·중등교원 중 정년퇴직자는 4,658명(1.2%)에 불과하다. 교육부가 늘봄학교에 수천억 원을 쏟아부으면서, 정작 교사들을 위한 소규모 예산 배정조차 어렵다고 주장하는 것은 교사들의 헌신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퇴직준비교육제도가 도입되어도 모든 정년퇴직 예정자가 퇴직준비교육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희망자에 한해 교육기회를 제공하기에, 실제 소요되는 예산은 더욱 줄어들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원과 예산 확보가 어렵다면, 퇴직준비교육을 인센티브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장기간 보직이나 담임업무를 묵묵히 수행한 교사들에게 우선적으로 퇴직준비교육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현장의 고질적인 문제인 보직 및 담임 기피 현상을 해소하는 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 교원의 퇴직준비교육을 위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교육부는 ‘방학이 있는 교사에게 퇴직준비교육까지 제공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라는 일반 대중의 시각을 고려할 때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앞서 여러 차례 강조했듯이, 방학은 수업의 연장선이며 휴식이나 퇴직준비를 위한 시간이 아니다. 오히려 퇴직준비를 위해 활용되어서는 안 되는 기간이다.
일반공무원은 장기재직휴가·학습휴가 등 새로운 휴가제도가 도입되어 휴가가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수업과 생활지도를 병행해야 하는 교원은 수업 때문에 이런 휴가를 사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유연근무조차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올해 7월부터 국가공무원의 사기 진작을 위해 장기재직휴가제도가 부활할 예정인 상황에서, 교원만 퇴직준비교육 대상에서 계속 제외된다면 더욱 심각한 차별 논란이 불거질 것이다. 교육부가 교원의 특수성을 간과한 채 ‘사회적 합의’를 내세우면서 사회적 합의를 위해 노력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 책임회피와 다름없다.
교원의 헌신을 인정하고, 교원에도 퇴직준비교육 시간 보장해야
교육부의 ‘2024년 의원면직과 명예퇴직 현황’에 따르면, 2024년 한 해에만 7,467명의 초·중·고 교원이 명예퇴직을 선택했다. 교권침해와 학교폭력 등으로 인해 교직생활의 어려움이 커지면서 정년을 채우지 않고 학교를 떠나는 교원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성실하게 정년까지 근무한 교원에게는 그 노고에 합당한 예우가 반드시 필요하다.
교직에 헌신한 이들이 명예롭게 퇴직을 준비할 수 있도록 ‘교원공로연수법’ 제정과 같은 제도적 뒷받침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평생을 교육에 헌신한 공직자로서, 퇴직을 앞두고 자신의 공직생활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삶을 설계할 수 있도록 교육부는 교원의 헌신을 인정하고, 실질적인 퇴직 준비를 보장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교직에 대한 존중은 교육의 미래를 밝히는 첫걸음이며, 형평성과 공정성에 기반한 정책은 모든 공직자가 자긍심을 갖고 공직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 길이다. 공직에 헌신한 교원이 퇴직을 준비하며 보람 있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헌신한 교원의 마지막을 예우하는 것이 곧 교육을 바로 세우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