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살, 처음 법을 만나다 “법은 나쁜 사람을 벌주기 위해 있는 거예요.” 사회 수업 시간, 한 학생이 자신 있게 말했다. 교실 곳곳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들이 보였다. 아이들에게 법은 규칙을 어기면 벌을 주는 장치에 가까웠다. 누군가는 경찰을 떠올렸고, 누군가는 감옥을 이야기했다. 법이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고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생각에까지 이른 학생은 많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초등교육과정에서 인권·법·헌법은 5학년이 되어 처음 만나는 개념이다. 3·4학년 동안 관련 내용을 거의 배우지 않다가 5학년 1학기에 처음으로 개인의 권리와 사회의 질서, 그리고 헌법과 법의 역할을 탐구하게 된다. 그래서 5학년은 아이들이 민주시민으로서의 첫걸음을 내딛는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현재 IB 월드스쿨 후보학교인 구미원당초등학교에서 근무하며, 올해로 5학년 담임을 5년째 맡고 있다. 매년 이 단원을 지도하면서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 아이들이 법을 단순히 외워야 할 지식으로 배우기보다, 자신의 삶과 연결하여 이해할 수는 없을까? 법이 왜 필요한지, 인권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그리고 정의로운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어떤 학자는 우리 정치 문화를 마치 전쟁하듯 한다고 하여 ‘전쟁 정치’라고 표현한다. 이런 전쟁 정치 문화는 사회 전반에 스며들어 다양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학교 조직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최근 교육 분야의 큰 사회적 이슈는 현장체험학습(이하 ‘체험학습’으로 약칭)이었다. 과거 체험학습 중에 발생한 학생 안전사고로 인해 교사가 형사처벌을 받았고, 이후 교사들은 형사 책임과 학부모 민원 등에 대한 부담으로 체험학습을 기피하고 있다. 이 문제가 사회적 논란이 되자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관련 대책 마련을 지시함으로써 국민적 관심사가 되었다. 이에 최근 교육부는 「학교안전법」 개정을 통해 체험학습 안전사고와 관련하여 교사의 면책 범위를 확대하고, 교육활동 중 안전사고 발생 시 교원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 지원 체계 강화 방안도 발표하였다. 학교 현장에서는 아쉬움을 표하고는 있으나, 논란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로 보인다. 학교 현장에서는 체험학습 문제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가 있다. 바로 학생들의 신체활동에 관한 것이다. 일부 언론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나 사회적 관심은 크지 않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학생들은 점심시간과 쉬는 시간은 물론 방과 후에도 자
법안이 만들어질 때마다 ‘교육’이 따라온다 법 제정안이나 개정안이 공람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말이 있다. 교육, 기본계획, 시행계획, 전문인력 양성, 교육자료 보급, 점검, 평가 반영.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생기면 입법자는 거의 자동적으로 교육을 붙인다. 청렴이 중요하니 청렴교육, 안전이 중요하니 안전교육, 인권이 중요하니 인권교육, 민원이 중요하니 민원대응교육이다. 문제의 중요성을 부정하기 어려우니, 교육의 추가도 큰 저항 없이 통과된다. 최근에도 그렇다. 현재 의견수렴이 진행 중인 「청렴 및 국민권익보호 교육 지원법」 제정안은 청렴교육을 별도 법률로 체계화하려는 것이다. 5년 단위 기본계획과 연도별 시행계획을 세우고, 공공기관의 교육 실적을 점검하며, 그 결과를 중앙행정기관 자체평가·공기업 경영실적 평가·시도교육청 평가 등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한다. 교육자료와 전문인력, 경비 지원 및 교육전문가 양성의 근거도 함께 둔다. 문제는 청렴이 아니라 일률성이다 청렴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공직자의 청렴의무는 당연하고, 부패는 공공신뢰를 무너뜨린다. 예산·회계·계약·인사·인허가·감사처럼 권한과 재량이 집중된 직무에는 심화교육과 엄정한 책임
교육부가 지난 5월 28일 안전한 환경 속에서 학교가 마음 놓고 교육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현장체험학습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학교안전법」을 개정해 현장체험학습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고의나 중과실이 아닌 경우 교사의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하고, 사고 초기부터 교육청 전담팀과 전담변호사가 법률 대응을 지원하며, 보조인력 배치 기준을 ‘학생 50명당 1명’에서 ‘학급당 1명’으로 강화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적용 범위도 수학여행만이 아니라 운동장 체육활동, 실험·실습 등 교육활동 전반으로 넓혔다. 그동안 교원단체가 줄기차게 제기해 온 요구를 일부나마 반영하려 한 노력이 보인다는 점, 국가가 이제야 교사의 절박한 현실을 제도적으로 마주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교사를 지키기 위한 실질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교총을 비롯한 교육 현장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이번 대책이 겉보기에는 교사를 두텁게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현장 교사들이 직면한 근본적인 두려움과 법적 취약성을 해소하기에는 미흡한 미완의 대책에 그치기 때문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중과실 면책 기준의 모호성이다. 교육부는 ‘안전사고관리 지침을
몇 년 전이었다. 6학년 서너 명이 도서관에 왔다. 독서동아리를 만들려고 하니 동아리 지도를 맡아 달라는 부탁이었다. 여태까지의 독서동아리는 보통 다른 동아리를 신청했다가 떨어져서 오갈 데 없는 아이들이 오는 동아리였는데 의외로 여학생 몇 명이 이끄미가 되어 부탁하러 왔으니, 나로서는 신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아이들은 동아리 모집을 위해 동아리 활동을 소개해야 하는데 독서 외에 다른 활동을 넣어도 되냐고 물었다. 모든 활동은 책과 연결되는 것이라서 활동 자체가 책이 될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우리 학교의 경우 학생자율동아리는 3학년부터 6학년이 함께하는 동아리다. 매주 화요일 5~6교시에 각 교실과 특별실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게 된다. 이끄미를 맡은 고학년들이 포스터를 그려서 복도 게시판에 붙이고 각 학급에 돌아다니며 동아리 부원을 모집했다. 나는 나대로 ‘과연 어떤 아이들이 올까? 몇 명이 올까?’ 하는 기대감에 일주일을 보냈다. 함께 어울리는 마당 동아리 수업 전날 이끄미들이 달려왔다. “선생님, 12명이 모집되었어요!” 적극적으로 홍보한 덕에 12명의 아이가 모인 것이다. 농촌 소외지역의 소규모학교라 12명은 많은 숫자였다. 그 노력이 기특했다.
최근 신록의 계절을 맞아 각종 언론 매체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내용이 있다. 많은 국민의 필수 코스 중 하나인 나들이에 관한 것이다. 학교에서도 이 시기가 되면 학부모와 학생의 요구를 반영한 다양한 현장체험학습을 한다. 특히 수학여행을 가게 되는 학생들은 답답한 교실과 학교 그리고 학원을 벗어나 새로운 배움과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마음이 한껏 들뜨게 된다. 올해는 예년과는 달리 수학여행 등을 실시하지 않는 학교가 증가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이런 상황은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으로 이어지며 교육계 안팎에서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 4월 28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은 수학여행 같은 단체활동이 중요한 수업의 일부인데 안전사고 위험이나 관리 책임을 피하려 이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통령은 초등학교 5학년 때 다녀온 경주 수학여행이 평생의 기억으로 남아 있고, 그 과정을 통해 배운 점도 참 많았다고 회상하면서 문제가 있으면 교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교육부장관에게는 학생들의 소중한 기회를 빼앗아선 안 된다며 각별하게 신경 써달라고 당부했다. 이후 교직단체들의 반발, 대통령의 보완 지시, 교육부 대책 발표 계획 등이 이어
우리 교육이 직면한 문제는 새롭지 않다. 교육의 본질적 가치 약화, 획일적인 교육과정과 평가, 입시 중심의 서열화 문제는 오래전부터 우리 앞에 놓여 있던 숙제다. 문제는 그 숙제가 오랫동안 책상 위에 놓여 있었음에도, 아직 제대로 풀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교육개혁은 좋은 방향을 선언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학교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지 않으면, 결국 예쁜 포장지에 싸인 어려운 숙제로 남는다. 학교 현장에는 이런 일이 자주 있다. 정책은 미래형인데, 실행 조건은 여전히 아날로그다. 비전은 AI 시대인데 학교는 여전히 ‘붙임 파일 1·2·3을 확인하고 기한 내 제출 바랍니다’의 세계에서 바쁘게 움직인다. 물론 행정도 필요하고 책임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제는 물어야 한다. 학교가 바빠진 만큼 교육도 깊어졌는가. 문서로 증빙한 만큼 학생은 성장했는가. 정책이 많아진 만큼 학교는 정말 달라졌는가. 앞으로 교육개혁의 성패는 좋은 방향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 학교가 실제로 변화할 수 있는 구조와 조건을 얼마나 함께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AI 시대, 학교의 운영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교육개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