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사안을 처리한 교사가 갑자기 아동학대로 신고되고, 교육활동 침해를 호소해 교권보호위원회를 신청한 뒤 다시 고소를 당한다. 한 번의 신고가 혐의없음으로 끝나도 항고와 재정신청, 다른 혐의를 덧붙인 고소가 이어진다. 그사이 교사는 수업을 멈추고 진술서를 쓰며, 병가를 내고 변호사를 찾아다닌다. 필자가 국회 토론회를 준비하며 보도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1년 이후 확인된 사건만 중복을 제외하고 15건이었다. 학교폭력 처리와 연동된 사례가 10건, 교권보호 절차 개시 뒤 신고가 제기된 사례가 9건이며, 두 유형이 겹친 사건도 4건이었다. 이는 공식 통계가 아니라 보도자료들로 선후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최소 사건군이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9월부터 2026년 2월까지 교원을 대상으로 한 아동학대 신고는 1,870건이었다. 이 가운데 수사가 종결된 993건의 90.4%(898건)가 입건 전 종결·혐의없음·불기소로 마무리됐다. 물론 무혐의가 곧 허위신고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아동을 보호하고 선의의 신고를 보장해야 한다는 원칙도 흔들려서는 안 된다. 그러나 신고 가능성이 학교폭력 조치나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작동하는 문제까지 외
‘딸깍’ AI 시대, 우리에게 ‘질문하는 연습’이 필요한 이유 “선생님, 그래서 정답이 뭐예요?” 교실에서 가장 흔히 들리는 질문 중 하나이다. “정해진 정답은 없으니 자유롭게 생각을 이야기해 보자”고 격려해도, 학생들은 여전히 교사의 입만 바라보며 ‘정해진 답’을 기다린다.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으로 이제는 누구나 손가락 클릭 한 번, 이른바 ‘딸깍’하는 것만으로 AI 광고, AI 뉴스, 심지어 AI 책까지 손쉽게 만들어 내는 환경이 되었다. 이처럼 정보가 범람하는 환경 속에서 학생들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고 편리하게 답을 찾아내고 있다. 하지만 AI가 제공한 정보가 정확한지, 다른 관점은 없는지, 혹은 왜 그런 결론에 도달했는지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깊이 고민하는 과정은 점차 옅어지고 있다. AI 시대, 이제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답을 외우는 능력이 아니라 올바른 정보를 판별하고 사고를 확장할 수 있는 ‘질문하는 연습’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발맞추어 우리 학교는 올해 ‘질문하는 학교’로 선정되었다. 학생들이 스스로 질문을 던지며 비판적 사고력을 기를 수 있도록, 교실 안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시작하고 있다. 아몬드와 함께한 비경쟁 독서토
체육관 구석의 목소리에서 시작된 물음 체육교사로서 운동장 라인을 그리고, 공을 챙기며, 아이들과 부대끼는 삶은 늘 역동적이고 보람차지만, 한편으로는 가슴 한구석에 무거운 숙제를 안고 있는 듯한 부채감이 존재해 왔다. 학기 초가 되면 어김없이 마주하게 되는 체육관 구석의 두려운 눈빛들 때문이다. “선생님, 어차피 운동 신경은 타고나는 거 아닌가요? 전 원래 몸치예요. 체육시간은 잘하는 애들만 신나는 시간인데, 굳이 힘들게 숨이 턱까지 차오르도록 땀을 흘려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학생건강체력평가(PAPS)를 측정하는 날이면 고개를 숙인 채 위축되어 있던 아이들, 팀 스포츠 경기가 시작되면 실수하여 팀에 피해를 주지는 않을지, 공이 자기에게 오면 어쩌나 두려움에 눈을 피하던 아이들의 모습은 여전히 한국 체육교육이 기능 중심, 교사 주도의 서열화된 구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 주는 아픈 단면이다. 팬데믹 이후 급격하게 확산된 비대면 문화는 아이들에게서 대면 소통과 협력의 기회를 앗아갔고, 이는 고스란히 학교 현장에서 신체 능력 저하와 사회적 고립, 정서적 불안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발맞추어 ‘자기주도성
국제공동수업을 통한 독도·통일교육의 필요성 호국보훈의 달은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분들의 숭고한 정신을 되새기며 평화와 자유의 소중함을 배우는 의미 있는 기간이다. 이러한 교육은 과거를 기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미래 사회를 살아갈 학생들이 올바른 역사관과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도록 돕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특히 세계 각국의 학생들과 대면 또는 온라인으로 공동의 주제를 탐구하고 협력하는 국제공동수업은 이러한 교육을 더욱 의미 있게 실천할 수 있는 교육적 기반이 된다. 국제공동수업과 연계한 독도교육과 통일교육은 학생들이 우리 영토와 역사의 가치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의 의미를 세계 시민의 관점에서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해외 학생들과의 교류를 통해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설명하고, 서로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며 존중하는 태도를 기를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은 학생들의 의사소통 능력과 세계시민 역량을 함양하는 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필자는 국제공동수업과 연계한 독도교육과 통일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역사적 책임 의식을 바탕으로 평화로운 미래를 함께 만들어갈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AI가 대신 써준 과제, 우리는 무엇을 평가하고 있는가 “선생님, 이 학생 글이 좀 이상한데요. ChatGPT가 쓴 것 같아요.” 어느 교사로부터 들은 말이다. 학생이 제출한 논술형 수행평가 결과물이 지나치게 유창하고 구조적이었다. 평소 글쓰기를 어려워하던 학생이었는데 갑자기 수준 높은 문장을 써냈다. AI 대필을 의심했지만, 확신할 수 없었다. AI 탐지 프로그램을 돌려봤지만, 결과는 애매했다. 결국 그 교사는 학생이 제출한 산출물에 점수를 매길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특정 교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생성형 AI가 일상화된 지금, 학교 현장에서는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학생들은 몇 초 만에 서·논술문을 완성할 수 있고, 자료를 분석하고 요약하는 일도 AI가 대신한다. 과거에는 학생들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작성했던 결과물이 이제는 프롬프트 한 줄로 뚝딱 만들어진다. 교사들은 이러한 결과물 앞에서 당혹감을 느낀다. AI가 썼는지 학생이 썼는지 모를 산출물에 점수를 매기는 일이 과연 타당한 평가인가 하는 근본적인 의구심이 생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학생이 제출한 산출물 자체를 평가해야 할까, 아니면 그 산출물이 만들어지는 과
12살, 처음 법을 만나다 “법은 나쁜 사람을 벌주기 위해 있는 거예요.” 사회 수업 시간, 한 학생이 자신 있게 말했다. 교실 곳곳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들이 보였다. 아이들에게 법은 규칙을 어기면 벌을 주는 장치에 가까웠다. 누군가는 경찰을 떠올렸고, 누군가는 감옥을 이야기했다. 법이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고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생각에까지 이른 학생은 많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초등교육과정에서 인권·법·헌법은 5학년이 되어 처음 만나는 개념이다. 3·4학년 동안 관련 내용을 거의 배우지 않다가 5학년 1학기에 처음으로 개인의 권리와 사회의 질서, 그리고 헌법과 법의 역할을 탐구하게 된다. 그래서 5학년은 아이들이 민주시민으로서의 첫걸음을 내딛는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현재 IB 월드스쿨 후보학교인 구미원당초등학교에서 근무하며, 올해로 5학년 담임을 5년째 맡고 있다. 매년 이 단원을 지도하면서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 아이들이 법을 단순히 외워야 할 지식으로 배우기보다, 자신의 삶과 연결하여 이해할 수는 없을까? 법이 왜 필요한지, 인권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그리고 정의로운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어떤 학자는 우리 정치 문화를 마치 전쟁하듯 한다고 하여 ‘전쟁 정치’라고 표현한다. 이런 전쟁 정치 문화는 사회 전반에 스며들어 다양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학교 조직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최근 교육 분야의 큰 사회적 이슈는 현장체험학습(이하 ‘체험학습’으로 약칭)이었다. 과거 체험학습 중에 발생한 학생 안전사고로 인해 교사가 형사처벌을 받았고, 이후 교사들은 형사 책임과 학부모 민원 등에 대한 부담으로 체험학습을 기피하고 있다. 이 문제가 사회적 논란이 되자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관련 대책 마련을 지시함으로써 국민적 관심사가 되었다. 이에 최근 교육부는 「학교안전법」 개정을 통해 체험학습 안전사고와 관련하여 교사의 면책 범위를 확대하고, 교육활동 중 안전사고 발생 시 교원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 지원 체계 강화 방안도 발표하였다. 학교 현장에서는 아쉬움을 표하고는 있으나, 논란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로 보인다. 학교 현장에서는 체험학습 문제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가 있다. 바로 학생들의 신체활동에 관한 것이다. 일부 언론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나 사회적 관심은 크지 않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학생들은 점심시간과 쉬는 시간은 물론 방과 후에도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