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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혁신 없는 교육 혁신은 허구 … ‘리얼 월드’ 가르쳐야”

김우승 한국공학교육인증원장 

 

“인류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이 불과 전기였다면 이제는 인공지능(AI)의 시대입니다. 지식이 클릭 한 번에 쏟아지는 ‘클릭어웨이(Click-away)’ 시대에 과거의 지식 전달형 교육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습니다.”


국내 최고 산학협력 전문가로 꼽히는 김우승 한국공학교육인증원장(전 한양대 총장)은 <새교육> 인터뷰에서 “AI가 일상의 모든 영역을 파괴적으로 변화시키는 지금, 교육은 ‘지식의 양이 아닌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문제해결 능력’과 ‘사회적 연결’에 집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AI 프라임 시대, 왜 ‘사람 중심의 팀워크’인가
김 원장은 먼저 최근의 AI 열풍을 문명사적 전환점으로 보았다. “과거에는 정보를 얻기 위해 도서관을 뒤지거나 전문가의 문전성시를 이뤄야 했지만, 이제는 스마트폰 하나로 충분합니다. 그렇다면 학교는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요?”라는 질문으로 말문을 열었다.


“AI는 데이터에 기반한 매우 드라이(dry)한 존재입니다. 감정이 없죠. 결국 인간이 AI보다 잘할 수 있는 영역, 즉 창의성·협동·공감과 같은 능력을 극대화해야 합니다.” 김 원장은 이를 위해 ‘팀워크’를 통한 교육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이노베이터의 감각은 혼자 책상 앞에 앉아 기르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의 치열한 협업을 통해서만 형성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이러한 철학을 실현할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PBL, 즉 프로젝트 기반 학습을 제시했다. PBL은 단순히 이론을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특정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생 스스로 길을 찾는 방식이다. “AI시대에선 문제를 정의하는 능력이나 질문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문제해결 능력이 선행돼야 좋은 질문도 나올 수 있다고 믿습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평생교육에 이르기까지 각 수준에 맞는 PBL이 이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동료끼리 서로의 결과물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피어 리뷰(Peer Review)’를 거치며 실질적인 팀워크를 길러야 합니다.”


김 원장이 제안하는 PBL의 가장 큰 특징은 ‘사회와의 연계성’이다. 그는 강의실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교육의 한계를 매섭게 꼬집었다. “사회는 끊임없이 변합니다. AI 프라임을 넘어 AI 더블 플러스 시대가 올지도 모릅니다. 교육은 이러한 사회의 변화를 인지하고 소통하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강조하는 것이 바로 ‘리얼 월드 프로젝트(Real World Project)’입니다.”


김 원장은 학생들이 졸업하고 나가는 곳은 결국 진짜 세상(Real World)이라며, 현장을 모르고 이론만 파고든다면 그들의 사회 진출 경쟁력은 처참해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대학의 16주 강의 중 단 한두 과목이라도 산업 현장과 연계된 프로젝트를 실제 팀워크로 풀어보는 경험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단순한 학습을 넘어 ‘창업 활성화의 인프라’가 된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내 전공 지식이 실제로 작동(working)하는지 확인해 본 학생은 문제의식을 갖게 됩니다. ‘아, 이 아이템은 시장에서 통하겠다’는 감각이 생기죠. 이런 경험을 가진 학생이 창업을 하면 실패율이 비약적으로 줄어듭니다. 질 좋은 취업, 대학원 진학, 소셜 이노베이터로의 성장 등 모든 진로의 핵심 경쟁력이 여기서 나옵니다. 교수자가 강의를 혁신하지 않으면서 교육 혁신을 논하는 것은 너무 먼 나라 이야기일 뿐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김 원장은 강의 혁신은 곧 교수자의 헌신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지식을 단순히 전달하는 것보다 학생들이 AI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수업을 정교하게 설계하는 작업이 중요하다며, 그럴수록 교수자들은 지금보다 훨씬 힘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교사의 역할에 대해서도 이렇게 설명했다.

 

“선생님들은 이미 산 정상에 도달해 본 분들입니다. 그분들이 학생들에게 더 넓은 ‘뷰(View)’를 보여주며 ‘나도 저 정상에 가고 싶다’는 호기심을 유발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도덕이나 과학 교과가 실제 사회의 어떤 변화와 연결되는지 링키지(Linkage)해 주는 역할이 중요한 것이죠. 그리고 정책 당국은 교사들의 내적 동력을 끌어내는 방안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김 원장은 또 자신이 몸담고 있는 한국공학교육인증원에서 시행하는 ‘공학교육 인증(ABEEK)’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우리가 아무리 운전을 잘해도 도로에 나가려면 운전면허증(Driver’s License)이 있어야 하듯 공학도가 산업계라는 글로벌 도로에 나서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이 바로 공학교육 인증입니다. 그런 점에서 공학교육 인증은 단순한 대학 평가의 수단이 아닌 ‘국제적 통용성(International Mobility)’을 확보하는 필수 장치인 셈이죠.”

 

공학교육 인증의 핵심 키워드가 되는 ‘워싱턴 어코드(Washington Accord)’는 미국·영국·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26개국이 맺은 국가 간 협정으로 각국에서 인증받은 공학교육 프로그램이 서로 동등한 수준임을 상호 인정하는 제도다.

 

대학 재정과 의대 쏠림, 본질적인 ‘욕구’를 읽어야
김 원장은 또 ‘대학 재정난’과 ‘의대 쏠림’ 현상에 대해서도 소신을 피력했다. 먼저 대학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과감한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하버드대의 기부금 운용 자금이 82조 원에 달합니다. 상위 50개 대학의 기부금 총액은 931조 원이나 되죠. 하지만 국내에서는 조 단위 기부금을 가진 대학이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대학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아낌없은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김 원장은 대학 재정 지원은 대학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충분조건은 아닐지 몰라도 반드시 갖춰야 할 필수조건이라며 정부의 과감한 재정 지원을 촉구했다.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된 의대 쏠림 현상에 대해서는 ‘욕구(Desire)’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대에 가려는 부모와 학생의 마음은 결국 수익과 직업적 안정성이라는 인간의 원초적 욕구에서 비롯됩니다. 이를 억지로 막을 수는 없습니다. 해결책은 이공계에 대한 강력한 보상 체계뿐입니다.”

 

김 원장은 최근 ‘하이닉스 임팩트’ 사례를 예로 들며 공정 혁신이나 제품 개발에 공을 세운 엔지니어에게 기업이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주고, 정부가 이를 매칭 지원하는 등의 실질적 메커니즘이 작동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공계로 가라는 ‘요구’만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이공계를 선택할 ‘명분’과 ‘욕구 충족’의 장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주문이다.

 

“공학도는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진정한 엔진”
인터뷰를 마칠 무렵 김 원장은 미래의 공학도들을 위한 조언을 건넸다. 그는 “엔지니어라는 단어의 본질에 집중해 달라”며 “엔지니어는 단순히 기계를 만지는 사람이 아니라 우리 사회라는 거대한 시스템의 ‘엔진’을 실제로 움직이게 만드는 핵심 동력원”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현대 문명의 거대한 흐름은 사실 이름 모를 수많은 공학자가 땀 흘려 일궈 낸 결실”이라며 “작은 반도체 조각 하나가 스마트폰 혁명을 일으키고, 인공지능 시대를 열어젖힌 것처럼 공학도 한 명 한 명이 인류의 삶을 더욱 풍요롭고 편리하게 만드는 실질적인 기여자라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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