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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값이면 마약 구매 … 청소년 마약 사범 폭발적 증가”

영화 <수리남>의 실제 모델, 前 마약 전담 검사 김희준 변호사 

“한국은 이미 마약 청정국 지위를 잃었습니다. 마약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고요. 특히 20대 마약 사범이 10년 새 24배 증가했습니다. 청소년들을 마약으로부터 구하지 않으면 우리는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처럼 돌이킬 수 없는 위기에 빠질 겁니다.”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 범죄 전담 검사로 ‘물뽕(GHB)’을 국내에서 처음 적발·명명하고, 국제 마약 조직 사건을 다수 수사한 김희준 변호사는 최근 <새교육>과 만나 한국 마약 현실의 심각성을 조목조목 짚었다. 영화 <수리남>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 그는 “우리는 여전히 ‘마약 청정국’이라는 착각 속에 살고 있지만, 이미 2016년에 UN 기준선을 넘어섰다”며 “특히 청소년과 20대 사이의 확산 속도가 국가적 위기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마약은 암수범죄(暗數犯罪)여서 적발된 건수보다 실제 20~100배 많은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암수범죄란 사건은 발생했지만, 수사기관이 이를 인지하지 못해 공식적인 범죄 통계로집계되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김 변호사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버닝썬 사건을 수사한 강력부 검사였으며, 이후 청소년 마약 중독에 관심을 두고 지속적인 예방활동을 벌여왔다. 그가 쓴 <청소년 마약에 관한 모든 질문>은 10대 청소년들의 마약 중독실태와 원인, 예방법 등을 가장 현실적이고 깊이 있게 다룬 필독서로 꼽히고 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한국을 ‘마약 청정국’이라고 생각합니다.
“UN은 인구 10만 명당 마약 사범이 20명 미만인 국가를 ‘마약 청정국’으로 봅니다. 한국은 2016년에 이미 22명을 넘어섰습니다. 그때가 기준선이었고, 지금은 그보다 훨씬 심각합니다. 하지만 정부와 사회의 인식은 여전히 안이합니다. 대형 사건이 터질 때만 잠시 떠들고, 시간이 지나면 잊습니다. 이대로라면 ‘청정국’이라는 말은 역사 속 용어가 될 겁니다.”

 

최근 마약 범죄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무엇입니까.
“연령층이 확 낮아졌습니다. 과거엔 40~50대가 주류였지만, 2021년 이후에는 20대가 중심이 됐습니다. 통계로 보면 20대 마약 사범이 최근 10년 새 무려 24배 늘었습니다. 10대도 급증세입니다. 적발 건수만 보면 3만 명이지만, 마약은 암수범죄 비율이 높아 실제 규모는 그 20~100배로 봐야 합니다. 적어도 60만 명, 많게는 300만 명이 투약 경험이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하수처리장 조사에서는 4년 연속 전국 모든 시설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됐습니다. 버려진 마약 주사기 때문에 하수에서도 마약 성분이 검출된 것이죠. 이는 마약이 이미 전국에 퍼져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청소년 마약 확산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첫째, 거래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예전엔 대면 거래가 필수였지만, 지금은 텔레그램·SNS를 통한 익명·비대면 거래가 주류입니다. ‘던지기’ 수법이 대표적입니다. 구매자가 돈을 송금하면, 판매 조직이 미리 숨겨둔 장소를 알려주는 방식입니다. 제가 실제 수사한 사건인데, 한 여중생이 주문에서 마약을 손에 넣는 데까지 30분이면 충분하더라고요. 둘째, 가격이 크게 내려갔습니다. 필로폰 1회분이 과거 10~15만 원이었는데, 지금은 3~4만 원, 치킨 한 마리 값입니다. 셋째, 청소년은 온라인 환경에 익숙하고 호기심이 많습니다. 여기에 ‘또래 압박’과 ‘한두 번은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결합하면 위험에 쉽게 노출됩니다.”

 

청소년들이 위험을 가볍게 여기는 이유는 뭘까요.
“우리 사회 속에 ‘마약’이라는 단어가 너무 가볍게 쓰이고 있습니다. 마약 김밥, 마약 떡볶이 같은 음식 이름부터 드라마·영화 속 마약 소재까지, 일상적으로 접합니다. 그런데 마약은 단 한 번만 해도 중독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번 투약하면 평생 나올 만한 양의 도파민이 한꺼번에 분출돼 극도의 쾌감을 안겨줍니다. 이후엔 더 강한 쾌감을 맛보기 위해 마약을 찾고 마지막에는 금단 증상의 고통을 피하려고 투약하게 됩니다. 특히 청소년기에 시작하면 평생 끊기 어려운 구조로 갑니다.”

 

학교에서 예방교육을 하고 싶어도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그게 제일 큰 문젭니다. 더 이상 청소년들이 마약에 중독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예방교육이 필수인데 그런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으니 답답할 뿐입니다. 공문으로 존재하는 형식적인 마약 예방 의무교육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마약은 한 번 중독되면 치료·재활 과정이 평생 따라옵니다. 교육부가 현재 학생 대상 예방교육을 의무화했지만, 전문 인력과 교사 교육이 부족합니다. 교사부터 마약류의 종류와 위험성을 이해해야 합니다. 법적으로 마약류는 크게 마약, 향정신성 의약품, 대마로 나뉘는데, 기본 지식조차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이 ‘골든타임’의 끝자락입니다. 지금 막지 않으면 한국은 타이타닉호처럼 침몰할 수밖에 없습니다.”

 

청소년 마약 사범의 경우 「소년법」 작용을 받아 처벌이 가볍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19세 미만의 청소년에게는 성인과 달리 부정기형이 선고되기 때문에 그렇게 여기는 분들이 있는데 실제로는 성인과 형량에 큰 차이 없이 엄하게 처벌합니다. 다만 이러한 엄벌주의가 능사는 아닙니다. 마약 중독도 일종의 질병이기 때문에 치료와 재활에도 많은 지원이 있어야 합니다. 처벌만 하고 치료가 소홀하면 재범을 저지를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ADHD 치료제 복용이 마약 입문 경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물론 소아청소년학회에서는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습니다만.
“정상인이 공부 잘하는 약으로 알고 과다 복용하는 경우 오히려 집중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연구 보고가 있습니다. 엄밀하게 말해 ADHD 치료제도 향정신성 의약품이어서 복용에 신중해야 합니다.”

 

해외에서 벌어지는 펜타닐 사태가 한국에서도 가능할까요.
“미국은 펜타닐 때문에 ‘좀비 거리’가 생겼습니다. 경찰이 길에서 쓰러진 사람들을 매일 수거하다시피 하는 상황이고, 언론에서는 이를 ‘신(新) 아편전쟁’이라고 부릅니다. 한국은 아직 그 정도로 조직적인 대량 유통은 없지만, 일부 의사의 무분별한 처방·유통 문제가 있습니다. 환자를 빙자해 마약성 의약품을 처방받아 유통하는 사례가 이미 있습니다. 그런 병원들을 마약 중독자들은 성지(聖地)라고 부릅니다.”

 

수사 현장에서 느낀 마약 범죄의 실태는 어떻습니까.
“제가 검사로 있을 때 ‘물뽕(GHB)’을 국내에서 처음 적발했습니다. 그전에는 마약류로 분류조차 안 돼 있어, 법 적용부터 새로 만들어야 했습니다. 대형 사건을 수사할 때마다 느낀 건, 단속 기간에는 하루 수백~수천 건의 적발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그만큼 마약이 이미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뜻입니다. 수사관들이 ‘잡으려고만 하면 무한히 나온다’는 말을 할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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