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꾼인 기획자의 문제 제기 중요성
기획안은 심상(心像)에 기초하여야 한다. 피카소는 본 것을 그리는 게 아니라 생각한 것을 그린다고 했다. 보이지 않는 존재를 볼 수 있게 형상화한 것이 이미지와 그림이다. 떠올리는 이미지, 바로 심상(心像)으로 새로움을 이해한다. 난생처음 접하는 문자에서 우리가 어떤 느낌도 받을 수 없는 것은 이미지로 변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지가 선명하게 떠오르면 그만큼 커뮤니케이션도 쉬워진다. 이미지로 변환할 수 없는 글을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
기획안은 연애편지 쓰듯이 해야 한다. 연애편지는 지극히 사적인 왕래망(往來網)이므로 ‘누굴 위해 어떤 내용을 쓰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 더불어 편지를 쓰는 내내 상대를 생각하며 한 줄 한 줄 그를 설득하는 내용이 담긴다는 점에서 기획과 비슷하다.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밤새도록 심혈을 기울이고 참고문헌을 뒤져서 구구절절 글쓰기 실력을 총동원하는 것까지도 연애편지와 기획안은 겹쳐진다.
기획자는 이야기꾼과 같다. 기획자에게 언어가 풍부하다는 것은 요리사에게 식재료가 풍부하다는 것과 같다. 언어는 기획안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도구이며 재료이기 때문이다. 기획에서 어휘력은 매우 중요한데 종종 쉽게 간과된다. 내용을 능숙하게 변주할 수 있으려면 다룰 수 있는 도구와 재료가 넉넉해야 한다. 느낌은 머릿속에 있을 뿐이다. 그 느낌을 다양한 언어로 묘사하고 표현할수록 연상 효과를 낼 수 있다.
기획에도 의심하는 사람,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기획에는 중심 질문이라는 게 있다. 하나의 제안서를 이끌어갈 때 ‘이 제안은 고객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가?’라는 질문은 매우 기본적이고 훌륭한 중심 질문이다. 그 이후에 ‘이 문제는 정말 고객이 문제라고 여기는 영역인가?’ 따위의 꼬리 질문이 따라온다. 중심 질문을 할 수 있게 하는 힘은 의심이다. 남들이 다 할 것 같은 생각을 우선 나도 해보고, 거기에 내 시간을 조금 더 덧대어 본다.
중심 질문과 꼬리 질문을 구분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어느 글로벌 화장품이 본국에 비해 한국 시장에서 맥을 못 추는 상황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왜 이 화장품의 인지도가 본국에 비해 한국에서 떨어지는가?’라는 질문은 문제 정의와 연결된 좋은 중심 질문이다. 이 질문 다음에는 자연스럽게 ‘어떻게 인지도를 높일 것인가?’, 혹은 ‘제작하려는 광고영상은 어떤 형태여야 할까?’ 같은 꼬리 질문이 따라온다. 중심 질문은 대부분 ‘왜’와 관련되고, 꼬리 질문은 ‘어떻게’로 시작한다. 의심의 조준선은 방법보다 원인에 정렬되어야 한다. 의심은 ‘왜’라는 기획의 근본적인 물음을 소환하는 태도다.
기획자가 갖추어야 할 역량 중 문제해결 역량은 매우 중요하다. 문제해결은 원하는 수준과 현재 수준과의 차이(gap)를 해소하는 활동이다. 기획도 따지고 보면 문제해결을 위한 하나의 과정이 될 수 있다. 문제해결 역량을 강화하려면 어떤 일이든 한 번 더 생각해 봄으로써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를 바라보는 인식을 바꾸려면 문제에 대한 주인 의식을 가지고 항상 스스로 ‘왜?’라고 의문을 가져보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무엇보다 항상 ‘왜 이렇게 해야 하지? 이런 방법이 가장 최선인가?’라는 생각으로 문제를 인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문제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면 당연히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