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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한 진단 없인 기초학력 부진 못 줄인다

 

3월 진단평가, 그 이후
우리는 3월 진단평가 결과를 통해 학습지원대상학생 명단을 받아 든다. 이는 매년 반복되는 상황이다. 2024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중학교 3학년 학생 중 1수준(기초 미달 비율)은 국어 10.1%, 수학 12.7%, 영어 7.2%를 차지하였고, 고등학교 2학년은 1수준 국어 9.3%, 수학 12.6%, 영어 6.5%로 나타났다.

 

중2·고3 수학 및 고2 영어 과목을 제외하면 예년보다 1.2~1.7%P 증가한 수치로 나타났다(교육부, 2025. 7. 22.). PISA 2022 평가 결과에서는 1수준에 속하는 하위 성취수준 비율이 수학의 경우 16.2%로 2018년 결과에 비해 1.2%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외 영역은 소폭 감소하였으나 여전히 읽기 14.7%, 과학 13.7%로 10% 이상의 학생이 하위 수준에 포함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교육부, 2023. 12. 5.).

 

이렇게 하위 수준 학생들이 사라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매년 누적되는 학습지원대상학생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2~3년 이상 학습지원대상학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학생들을 보며, 매번 답답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는 학습지원대상학생이라는 이름 속에 숨어있는 다양한 학생들이 있기 때문이다. 학습지원대상학생 안에는 난독증·난산증·경계선지능 학생이 함께 존재한다.

 

연구에 따르면 난독증을 포함한 읽기학습장애 학생은 약 6%~9.5%로 보고 있으며(김애화 외, 2020; 유한익 외, 2018), 경계선지능 학생은 보통 정규분포 추정치에 따라 13.6%로 보기도 하며, 국내 연구에서는 4.6%(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24)로 나타났다. 경계선지능 학생 중 학습지원대상학생의 비율은 67.9%(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24)에 달한다. 더 안타까운 점은 이들의 어려움이 중복되어 나타나기도 한다는 점이다. 경계선지능 학생이면서 난독증이나 난산증을 가지고 있어 학습에 유독 어려움을 보이는 경우도 존재한다는 것이다(정평강 외, 2025). 그런데 현행 시스템은 모든 학생을 학습지원대상학생이라는 하나의 범주 안에 넣고 비슷한 처방을 내리고 있다.

 

진단은 있지만, 개별화는 없다
현장 교사들은 진단평가 결과 미도달한 학습지원대상학생들을 어디서부터 지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막막해한다. 이는 학생의 어려움을 구분하는 진단체계는 있지만, 그 진단이 개별화된 교수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3월에 진행되는 진단평가는 그 전 학년 내용으로 이뤄져 있어, 기초적인 읽기·쓰기·셈하기(이하 3Rs)에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 대해서는 정확한 출발점을 확인하기 어렵게 설계되어 있다. 

 

실제로 3Rs가 어려운 학생을 위해 기초 쑥쑥·탄탄·튼튼과 같은 진단도구가 제공되고 있다. 그러나 이 검사는 교사들의 선택에 맡겨져 있는 데다, 지도 이후 진전도를 확인할 수 있는 동형검사가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아 학생이 나아지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여기에 3월의 높은 업무 강도가 더해진다. 3월 진단평가와 3Rs 검사는 물론 학생에 따라 경계선지능 선별체크리스트, 읽기특성 체크리스트, 학습 동기 체크리스트 등 확인해야 할 평가들이 줄줄이 이어지면서 교사들의 피로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미세한 자’의 부재이다. 일반적인 학력의 변화는 센티미터 자로도 충분히 잴 수 있으나, 매우 어려운 학생의 변화는 밀리미터의 눈금이 있어야 비로소 보인다. 교육과정 중심 검사(CBM)는 1~2분 이내에 간편하게 실시할 수 있으며, 읽기유창성 및 연산유창성을 반복 측정함으로써 학생의 미세한 발달 변화를 민감하게 포착하는 도구이다. 그러나 이러한 체계가 우리 교육 현장에는 갖춰져 있지 않다. 출발점도 알 수 없고, 나아지는지도 알 수 없다.

 

현장에 개별화를 뿌리내리기 위하여
그렇다면 학습지원대상학생, 특히 3Rs에 심각한 어려움을 보이는 학생들에게 실제로 개별적인 지도를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연구와 현장 사례를 통해 효과성을 인정받은 방법으로 집중교수(Intensive Intervention)와 데이터 기반 개별화 교수(DBI, Data-Based Individualization)가 있다.

 

집중교수란 특정한 교수 방법이 아니라, 학생의 현재 수준에서 출발하여 교수 방법을 선정-투입-평가-수정-재평가하는 체계다(신재현, 2019). 일반적인 수업방식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려운 학생에게 더 작은 규모(1:1 또는 소그룹), 더 높은 빈도, 더 명시적이고 구조화된 방법으로 제공하는 교수가 핵심이다. 중재반응모델(RTI)에서 단계 3(Tier 3)에 해당하는 학생, 즉 학교 내에서 지속적인 지원을 제공했음에도 여전히 어려움이 큰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접근이 바로 이 집중교수이다(Fuchs, Fuchs, & Vaughn, 2014).

 

그러나 집중교수가 실제로 작동하려면 학생의 진단 데이터를 기반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학생이 교사의 지도에 잘 반응하는지 판단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DBI이다. DBI에서 사용되는 핵심 진단 도구는 앞서 언급한 CBM이며, 여기에 벤치마크(발달 규준)가 더해질 때 그 효과는 더욱 커진다. 벤치마크를 활용하면 ‘이 학생이 또래 대비 어느 수준인가’, ‘이 속도로 성장하면 학년말에 어디쯤 도달하는가’를 구체적으로 예측할 수 있어 교사가 장기목표를 설정하고 교수 강도를 조정할 근거가 생긴다.

 

 

개별화 교수를 위한 벤치마크 예시
주목할 점은 지도하는 동안 진단을 통해 모이는 데이터를 통해 교수적 의사결정(Instructional Decision-Making)을 내리는 체계다. 교사가 지도하는 동안 주기적으로 수집된 데이터를 근거로 교수 방향을 체계적으로 조정해 나가는 것이 DBI의 핵심이다.

 

개별화 교수를 위한 제도적·정책적 제언
제1차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2023~2027)은 2025년까지 AI 기반 기초학력 진단 및 지원체계 구축, 2027년까지 국가-지역-학교 연계 기초학력 안전망 완성을 목표로 하여, 진단-지원-예방-기반의 4개 축으로 추진되고 있다(교육부, 2022. 10. 11.). 그러나 이러한 계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주요한 공백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종합계획은 학생을 발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진단도구 개선이나 선정 절차의 체계화, 전문기관과의 연계는 어려운 학생을 찾아내는 체계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발견된 학생에게 학교 내에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답은 충분히 담겨 있지 않다. 예를 들어 경계선지능 학생을 발견하고, 외부 기관에 연계하여 30회기 치료를 받는다 한들 그 학생이 어떤 치료를 받고 있는지 학교에 전달되지 않고 있다. 또한 해당 학생이 학교에서 생활하는 동안 보완하거나 지원받아야 하는 내용은 안내되지 않는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제도적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첫째, 우리 교육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CBM 도구와 벤치마크(발달 규준)의 구축이 필요하다. 국외의 경우 읽기, 쓰기, 수학 영역별 CBM 소검사가 상용화되어 easyCBM과 같은 웹사이트를 통해 학생의 벤치마크 정보를 제공한다. 국내에도 한글또박또박(CR-CBA)과 같은 도구가 개발되어 있으나, 한글에 국한되어 있어 읽기유창성이나 연산유창성 등 좀 더 광범위한 영역으로 확대 개발이 필요하다. 더불어 국가 단위 연구를 통해 학년별·시기별 발달 규준을 마련한다면, 교사들이 학생의 출발점을 확인하고 이들의 발달적 진전을 확인하는 것이 가능하다.

 

둘째, 개별화 교수에 대한 교사 역량 강화 체계가 필요하다. 집중교수와 DBI와 같은 지도 역량은 기존 교사들이 교원 양성 과정을 통해 배우지 못한 내용이다. 주목할 점은 기초학력전담교사제가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어려운 학생을 지도하기 위한 지도 역량은 강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서 제공되고 있는 기초학력과 관련된 교원 연수는 이론적 학습에 그치고 있다. 교사들이 배운 내용을 실제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20~30시간 정도의 실습 기간이 필요하다. 특히 해당 실습기간동안 자신이 교수전략을 잘 적용하고 있는지 슈퍼비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우리 현장에 집중교수와 교수적 의사결정 방법을 실제로 익힐 수 있는 충분한 실습 및 슈퍼비전을 기반으로 한 체계적인 연수 시스템이 필요하다.

 

셋째, 진전도 점검 체계의 제도화가 필요하다. 현재에도 진단보정시스템을 통해 3개월에 한 번씩 진전도 평가를 하고 있으나, 3Rs가 어려운 학생을 위해서는 새로운 진전도 시스템과 적절한 증거 기반의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해당 학생에게는 3개월에 1회가 너무 긴 주기이며, 기존의 한 학년 전 내용에 대하여 진전도를 점검하거나 해당 내용을 가르치는 것은 적절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3월 진단 초기부터 해당 학생들에 대한 선별을 통해 새로운 진전도-보정 시스템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이에 따라 기존보다 더 많이 세분화된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간편한 진전도 평가를 더 자주 시행하여 세밀하게 진전도를 확인하는 체계가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제도적 뒷받침을 통해 진단과 발견을 넘어 교실 안에서 실제로 가르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매년 3월 반복되는 교사들의 막막함을 끊어내는 진짜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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