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의 맥락과 정책 검토 필요성 우리나라 고교 교육은 오랫동안 대학입시 중심의 구조 속에서 운영돼왔다. 이 과정에서 수업의 다양성과 창의적 학습기회가 충분히 보장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입시는 학습자가 평생에 걸쳐 성장해 나가는 교육 여정 속 하나의 전환점에 불과하지만, 실제 학교현장에서는 입시 준비가 학생들의 학습활동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 다양한 탐구 경험이나 자기주도적 학습기회는 상대적으로 제한되며, 이는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적·융합형 역량을 균형 있게 함양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 글은 서울교육정책연구소가 2025년 자체 연구로 수행하고 있는 ‘고교 교육과 대입의 선순환 체제 구축을 위한 미래형 대학입시제도 방안’의 중간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연구에서는 일본·싱가포르·미국·독일·핀란드·프랑스 등 6개국의 대학입시제도와 고교-대학 연계 구조를 비교 분석하여, 미래형 대입제도가 지향해야 할 방향과 고교 교육의 연계 과제를 도출하고자 했다. 주요 국가들은 고교 교육과정 기반 평가체계, 다양한 진학 경로의 제도화, 공정성과 형평성을 보완하는 정책적 장치를 통해 고교와 대입 간의 유기적 연계와 학생 성장 중심의 교육체제를 실현
지난 대선에서 가장 강렬한 교육공약 가운데 하나는 ‘서울대 10개 만들기’였다. 캠프 측이 의도했듯이 이 구호는 짧고 선명하다. ‘It′s the economy, stupid!’처럼 핵심만 외치면 대중의 시선을 끌 수 있다는 KISS 전략의 전형이다. 하지만 단순함이 곧 실현 가능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정치적 선동에 가까운 네이밍 이면에는 막대한 재정 부담, 제도 설계 부재, 그리고 이미 진행 중인 고등교육 사업(예컨대 글로컬대학 30, BK21)과의 충돌 같은 구조적 한계가 숨겨져 있다. 새 정부가 내놓은 대표적인 교육공약 중 하나인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인 학벌주의 완화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중요한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이는 극소수 대학 진학에 쏠리는 병목 현상으로 인한 교육적 불균형을 시정하고, 지역에 최고 수준의 고등교육 기회를 고루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상적인 목표 뒤에는 정책의 실현 가능성과 파급 효과에 대한 깊은 성찰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복잡다단한 교육 및 사회 현실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 없이 단순 논리에 기반하고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얼핏 들으면 오랜 난제에 대한 명쾌한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지난 6월 3일 치러진 제21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거의 유일하게 쟁점화한 교육공약이다. 선거 과정은 물론 대통령 확정 후에도 이 공약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지만, 동상이몽 격의 논의라고 할 수 있다. 이 공약을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방향과 내용으로 논의를 전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논의가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의견이 정책을 형성하는 과정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글 역시 서울대 10개 만들기에 관한 하나의 견해이며, 정책화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 사실 2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논의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김종영 경희대 교수가 같은 제목의 책을 2021년 발간한 후에 널리 알려졌지만, 사실 2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논의 과정에서 발전해 온 생각이다. 2000년대 초 정진상 경상대 교수를 중심으로 한국 대학의 서열 체제를 해체하고 대학의 고른 발전과 초·중등교육의 정상화를 위하여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 정책을 제안했고, 이 문제의식이 다양한 변화와 발전을 겪으며 오늘날 서울대 10개 만들기로 진화했다. 그런데 현재 시점에서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대학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초저출생 시대에도 불구하고, 학교현장에서는 지원이 절실한 위기학생이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기초학력 부진, 학교폭력, 아동학대, 심리·정서적 문제 등 다양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8~2022) 우울증으로 진료받은 소아청소년 수는 6~11세에서 92%, 12~17세에서 57% 증가했다. ADHD 진단을 받은 학생은 2019년 5만 4,347명에서 2023년 11만 1,587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으며, 최근 3년간(2022~2024년 8월 말 기준) 자해를 시도한 학생 수는 서울을 제외하고도 1만 1,890건에 달한다. 이러한 위기상황은 각종 교육통계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3년 자료에 따르면, 학교폭력은 6만 1,445건, 학업중단학생은 5만 4,615명, 교권침해는 5,050건에 달한다. 이는 학교가 다양한 복합적 문제를 지닌 위기학생들로 인해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제때 제공되지 못한 지원은 해당 학생뿐만 아니라 주변 동료학생과 교사에게도 심리적·정서적 부담과 교육적 어려움을 동시에 초래하고 있다. 학생맞춤통합지원의 등장
처음 ‘학생맞춤통합지원’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땐, 왠지 익숙한 듯 멀게만 느껴졌다. 나와 같은 저연차 교사라면 막막함이 먼저 들지도 모른다. 그런데 저연차 교사로서 복잡한 어려움을 지닌 학생을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막막했던 순간, 가장 큰 도움이 되어준 것은 다름 아닌 ‘학생맞춤통합지원’이었다. ‘학생맞춤통합지원’이 어렵게만 느껴지는 선생님들께, 같은 상황을 겪었던 동료 교사로서, 실제 겪은 사례와 그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 그리고 성장의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 한 아이를 위해 온 마을이 돕는 학생맞춤통합지원 A를 처음 본 날은 1학년 입학식 날이었다. 분홍 머리띠를 하고 발랄하게 질문을 많이 하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러나 학기가 진행되면서 활발했던 처음의 모습과 달리 지각이 잦아졌고, 수업시간 대부분을 엎드려 있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모습이 관찰되었고, 교복을 갖춰 입지 못하는 날들이 자주 이어졌으며, 복장 상태나 개인 위생 관리가 되지 않았다. 더욱 우려스러웠던 점은 인터넷으로 알게 된 성인과 깊은 유대감을 가진 점이었다. 의지할 곳이 마땅히 없던 A가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성인과 실제 만남까지 이어지고
2026년 3월 1일부터 모든 학교에 「학생맞춤통합지원법」이 시행된다. 교육부는 본격적인 시행에 앞서 2023년부터 일부 교육지원청과 학교를 대상으로 시범운영을 하였고, 올해로 3년 차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시범교육지원청과 선도학교 운영사례를 바탕으로 학교를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준비가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학생맞춤통합지원 관련 전문가(정책이해 및 사례나눔 등)를 양성하여, 올 6월부터 요청하는 학교와 교육지원청을 대상으로 사전연수나 컨설팅을 하고 있다. 이 법에서는 ‘학생맞춤통합지원이란 학생의 학습참여를 어렵게 하는 기초학력 미달, 경제적·심리적·정서적 어려움, 학교폭력, 경계선 지능, 아동학대 등 다양한 문제를 통합적으로 해소하고, 학생의 전인적 성장과 교육받을 권리 향상을 위하여 이루어지는 지원’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학생맞춤통합지원의 영역은 학생이 학업을 지속하는 데 필요한 교육비 등 교육복지 지원, 학생의 심리적·정서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상담 지원,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에 대한 교육과 연계된 지원, 다문화학생 등에 대한 교육지원과 연계된 지원, 특수교육대상자에 대한 교육지원과 연계된 지원, 학습지원교육과 연계된 지원, 「긴급복지지원법
교육문제, 결코 쉽지않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존재 자체로 존귀하다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그리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구별하고 선별해서 우열을 가리려 하니 어려운 것이다. 학교는 충분히 ‘사랑’과 ‘희망’의 공간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지금도 대부분의 선생님이 현장에서 이를 몸소 실천하고 계신다. 나는 1970년대 중반, 중학교 3학년 때 교육정책담당자가 되리라 결심했었다. 장래희망을 고민하던 사춘기 시절, 선생님이 되는 것을 생각했었는데 신문을 읽고 뉴스를 들으니, 교육에 문제가 많다고 한다. 당시 문교부장관 이름도 기억한다. “아, 그래. 그럼 교육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되자”고 결심했다. 감사하게도 그 길이 열렸고, 1986년부터 교육정책을 담당하는 공무원의 길을 걷게 되었다. 6월 4일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나는 공무원이나 교원 대상 강연이 있을 때면 이런 말씀을 드리곤 했다. “여러분! 대통령이나 장관·교육감보다 잔여임기가 짧게 남으신 분, 손을 들어봐 주세요.” 아무도 들지 않는다. 이렇게 덧붙인다. “이것은 무슨 뜻일까요? 대통령·장관·교육감에게 큰 책임이 있지만, 우리 책임도 그에 못지않다는 것 아닐까요.” 사무실에서 “우리 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