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살, 처음 법을 만나다
“법은 나쁜 사람을 벌주기 위해 있는 거예요.”
사회 수업 시간, 한 학생이 자신 있게 말했다. 교실 곳곳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들이 보였다. 아이들에게 법은 규칙을 어기면 벌을 주는 장치에 가까웠다. 누군가는 경찰을 떠올렸고, 누군가는 감옥을 이야기했다. 법이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고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생각에까지 이른 학생은 많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초등 교육과정에서 인권·법·헌법은 5학년이 되어 처음 만나는 개념이다. 3·4학년 동안 관련 내용을 거의 배우지 않다가 5학년 1학기에 처음으로 개인의 권리와 사회의 질서, 그리고 헌법과 법의 역할을 탐구하게 된다. 그래서 5학년은 아이들이 민주시민으로서의 첫걸음을 내딛는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현재 IB 월드스쿨 후보학교인 구미원당초등학교에서 근무하며, 올해로 5학년 담임을 5년째 맡고 있다. 매년 이 단원을 지도하면서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 아이들이 법을 단순히 외워야 할 지식으로 배우기보다, 자신의 삶과 연결하여 이해할 수는 없을까? 법이 왜 필요한지, 인권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그리고 정의로운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탐구하도록 할 수는 없을까? 이러한 고민에서 출발하여 우리 학교 5학년 교사 공동체는 인권·법·헌법을 중심 개념으로 한 60차시의 UOI(Unit of Inquiry) ‘정의로운 한 걸음’을 설계하였다. 이 단원에서 학생들은 헌법 속 기본권을 탐구하고, 법의 역할을 고민하며, 나아가 학교 학칙을 분석하고 개정안을 제안하는 과정을 경험하였다.
법을 처음 만난 12살 아이들이 어떤 질문을 던지고, 어떤 탐구를 통해 법을 새롭게 이해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정의로운 한 걸음을 내딛게 되었는지 소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