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 다 했는데요?” 고요하지는 않지만, 의미 있는 학습 대화가 오가던 수업시간, 이내 분위기를 흐트러뜨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저 다 했는데요? 그럼, 뭐 해요?” 과제를 먼저 끝낸 학생들은 다른 이야기를 시작하고, 교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라며 추가 활동을 안내하거나, 학생과 실랑이를 벌인다. 이런 상황을 반복하며 ‘단순히 시간을 채우는 활동’이 아닌, 학생 스스로 배움을 이끌어가는 ‘학습자 주도성이 살아있는 수업’을 만들고 싶다는 고민이 깊어졌다.
학습자 주도성을 위한 두 가지 열쇠
고민 끝에, 진정한 학습자 주도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핵심 요소가 필수적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첫째는 학생 간의 소통능력이다. 학생들이 서로의 배움에 기여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질문을 주고받는 ‘소통능력’이다. 교사의 설명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지식을 재구성하고 확장해 나가는 힘이 필요했다.
둘째는 교사의 전체 개입을 최소화하는 명확한 ‘수업 루틴’이다. 학생 간의 소통이 혼란이 아니라 의미 있는 배움으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개입 없이도 학생들이 스스로 다음 단계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가 필요하다. 특히 학생들의 학습 속도는 제각각이기 때문에 예측 가능한 루틴은 있어야 했다.
결국 학생들에게는 스스로 길을 찾아갈 ‘지도(수업 루틴)’가 필요하고, 그 길 위에서 친구와 함께 탐험할 ‘나침반(질문)’이 필요한 셈이다. 이 두 가지 요소를 핵심 축으로, 교실의 작은 혼란 속에서 발견한 가능성을 구체적인 수업모델로 만들고자 ‘질문 중심 수업 루틴’을 설계하게 되었다.
‘질문 중심 수업 루틴’의 설계와 적용
학습자 주도성을 키우기 위해 설계한 ‘질문 중심 수업 루틴’은 크게 ‘준비-적용-심화’의 3단계로 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