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정부출연기관에서 일해서 그런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내거는 구호부터 살피는 버릇이 있다. 정책연구자의 본능이다. 독재정부든, 문민정부든, 국민의 정부든, 참여정부든 관계없이 정치적 슬로건은 국정지표와 정책변화를 예고하는 풍향계이다. 필자의 기억에 남는 구호만도 ‘근대화’, ‘세계화’, ‘지식’, ‘혁신’, ‘균형’ 등 꽤 된다. ‘교육개혁심의회’, ‘중앙교육심의회’, ‘교육개혁위원회’, ‘새교육공동체위원회’, ‘교육인적자원정책위원회’, ‘교육혁신위원회’의 문패는 정권의 부침사를 말해준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하는 만큼 정치에 가까운 게 교육이라는 것이 아이러니다. 벌써 ‘균형’과 ‘혁신’이란 말 대신에 ‘창조’와 ‘실용’이 뜨고 있다. 교육에서는 ‘자율’과 ‘경쟁’의 바람이 분다. 인수위 워크숍 관련 보도에 따르면, 대한민국이 추구해야 할 국가비전은 ‘선진화를 통한 세계 일류 국가’라고 규정. 대한민국의 역사를 ‘발전의 역사’로 긍정 평가하고 건국화, 산업화, 민주화를 승화시킨 새로운 발전모델을 지향하기로 했단다. 국정철학을 ‘화합적 자유주의(Harmonious Liberalism)’로 설정하고 행동규범은 ‘창조적 실용주의(Creative Pr
공자와 논어의 오해와 편견에 도전하는 책, 논어는 진보다 고백하건대, 단 한 번도 처음부터 끝까지 논어를 읽었다거나 가슴 속에 새겨놓았다거나 하지 못했습니다. 당연히 타인에게 읊어줄만한 구절을 외운다거나 오류없이 써내려갈 수도 없겠지요. 굳이 변명을 하자면, 고리타분한 유교의 시조인 공자가 그리 흥미를 끌지도, 식자들이 흔히 한 번씩 인용하는 논어의 가르침이 그다지 매력적이지도 않았습니다. 한자들의 향연에 주눅 든 탓도 한몫 했겠지요. 그런데 이 사람, 도발적인 발언으로 등을 잡아챕니다. 우리가 잘못알고 있는 공자라니요? 점잖게 우리를 타이르던 그동안의 논어가, 2500년간 이어진 텍스트의 해석에 문제가 있었다고 합니다. 슬며시 여성과 노동을 낮은 자리에 두었던 공자, 충효의 속박에서 우리를 움직이지 못하게 했던 그가 사실 잘못 이해된 것이라니요. 슬슬 흥미가 끓어오르는군요. 저자는 반쪽짜리가 되어버린 논어번역의 가장 문제점은 논어를 철학서가 아닌 잠언집으로 만들어 버린 점이라고 꼬집습니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의 해석이 되어버렸다는 것이지요. 사실 역사적 배경과 무관한 텍스트란 존재하지 않으며 논어도 그 텍스트이기는 마찬가지겠지요.
강원도 영월하면 첩첩산중 산골이 생각난다. 오죽하면 수양대군이 어린 단종을 강원도 영월 땅으로 유배를 보냈을까. 굽이굽이 사행천이 흐르는 동강과 서강의 물줄기에 막혀 섬이 되어버린 청령포, 그 안에 단종을 가두었던 것이다. 단종의 애절한 삶 때문에 영월로 넘어가는 고개의 이름은 소나기재이다. 구름도 고개를 넘다가 소나기 눈물을 흘리니 영월하면 떠오르는 것이 충절의 고장이요, 역사의 고장이란 수식어다. 하지만 이번 호에서 돌아볼 영월은 그 수식어가 다르다. 바로 ‘박물관의 고을, 영월’이다. 영월 곳곳에 크고 작은 이색테마 박물관이 자리하니 조선민화박물관, 동강사진박물관, 영월책박물관, 곤충박물관처럼 박물관을 명칭으로 사용하는 곳이 네 곳이며 단종의 능인 장릉 안에 자리한 단종역사관, 김삿갓 계곡에 자리한 난고 김삿갓문학관뿐 아니라 봉래산 정상의 별마로천문대, 국제현대미술관, 묵산미술관 등 박물관에 준하는 볼거리가 곳곳에 산재한다. 대한민국에서 인구대비 박물관 보유 밀도가 가장 높은 곳이 영월이라 하니 이 정도면 ‘박물관 고을’이란 수식어를 달아줄만 하지 않은가. 박물관 계곡, 김삿갓 계곡 그럼 먼저 와석계곡으로 가보자. 삿갓 하나 눌러쓰고 평생을 정처 없이
별다른 약속이 없는 토요일 저녁이면 TV를 켜고 습관적으로 MBC TV 무한도전을 시청한 지도 1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처음엔 자잘한 현실의 스트레스와 결별하여 유일하게 아무 이유 없이 넋 놓고 웃을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 준다는 것이 시청동기가 되었습니다만, 최근에 들어서는 끊임없이 무언가에 도전하는 그들의 시도, 그리고 도전을 위한 노력과 결실이 저를 6명 멤버와 함께 울고 웃게 하는 열혈 시청자로 만들어 놓았더군요. 수많은 도전들이 있었지만 그들의 ‘댄스스포츠’ 도전편은 그야말로 감동의 도가니였죠. 스텝하나 밟기도, 박자 맞추기도 힘들어하던 그들이 없는 시간을 쪼개어 연습에 연습을 더하고, 대회에 나가서 실력만큼 선보이지 못한 아쉬움에 눈물 흘리는 멤버들. 참 오랜만에 TV를 시청하면서 그들과 함께 울었던 아름다운 기억, 저 혼자만의 추억은 아니었을 겁니다. 그런데 저 말고도 이 댄스스포츠 도전편을 보고 눈물 흘렸던 한 선배는 아예 방송이 끝난 후 강남에 한 댄스스포츠학원에 등록해 3개월째 자신의 새로운 도전을 즐기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평소 자기계발차원에서 새로운 취미활동 하나쯤 갖고 싶었다던 그녀는 단지 3개월밖에 지나지 않았을 뿐인데, 자신
음식에 대한 진지한 고민 ◇잡식동물의 딜레마=인간과 같은 잡식동물은 무엇이든지 먹을 수 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음식과 관련된 모든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이로 인해 매번 먹을 것을 발견할 때마다 이것을 먹어도 될 것인가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이것이 ‘잡식동물의 딜레마’이다. 잡식동물의 딜레마는 단순히 오늘날 식품산업의 불투명성과 비도덕성을 고발한다거나, 독자들에게 무엇을 먹어야 한다고 강요하려고 드는 책이 아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우리와 세계의 교류방식이며, 우리 존재를 규정한다는 커다란 전제 하에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먹는 음식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이고, 그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를 원한다. 마이클폴란 지음. 다른세상. 아빠들이여 글씨기에 참여하라 ◇아빠가 하면 더 좋은 우리 아이 책읽기와 글쓰기=아빠들이 자녀의 책 읽기와 글쓰기 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 지침서. 문화 일보에 아빠 눈으로 고른 책 칼럼을 연재해온 아동 출판 담당 기자인 저자가 책 정보를 얻는 경로와 좋은책을 판별하는 방법, 연령별 특성에 맞는 책 고르기까지, 책 안 읽는 아빠도 자녀의 책 읽기를 이끌어 줄 수 있도록 친절하게 돕는다. 장재선. 대교베텔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