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한해가 갔다. 한해가 가는 순간은 아쉬운 마음이 교차한다. 올해는 특히 10년 단위의 시대를 접고, 새로운 10년대가 열리는 순간이기 때문에 감회가 새롭다. 그래서인지 날이 추운데도 보신각 주변에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인파가 사라지는 해를 아쉬워했다. 방송에서도 아나운서가 2010년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며 말을 많이 했다. 그런데 같은 시간 표현을 두고 ‘2010년 12월 31일 자정’이라는 표현과 ‘31일 밤 12시’를 반복해서 말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어느 표현이 바른 것인가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다. 즉 ‘자정’은 하루의 시작이니 ‘밤 12시’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론을 먼저 말하면 이는 특별히 틀렸다고 할 것은 없고 의미를 정확히 알고 사용하는 습관이 필요할 뿐이다. 우선 ‘자정’의 뜻을 새기면 자시(子時)의 한가운데. 밤 열두 시를 이른다. - 자정 무렵 - 자정이 지난 시간 -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 - 자정이 다 되어서야 집안일을 마무리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 그동안 쌓인 이야기를 하느라 고단한 것도 잊고 자정을 넘겼다. - 그는 사업으로 바빠 자정이 넘어서 귀가하는 날이 많다. 사전을 보면 ‘자정’은 자시(子時
서울시교육청의 방과후학교 관련 발표를 두고 논란이 크다. 논란의 핵심은 학교의 자율성을 훼손한다는 것이다. 이미 학교운영위원회까지 통과된 사안에 대해 시 교육청에서 감사까지 하겠다는 것은 너무 세세한 부분까지 간섭을 한다는 것이다. 나름대로 일리있는 이야기이다. 방과후 학교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사실 따지고 보면 방과후 학교가 시작될 때도 논란이 컸었다. 방과후 학교운영을 통해 학생들의 학력을 신장시킬 수 있는가와 방과후 학교운영이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인가에 대한 논란이었다. 당시에는 그 어떤 것도 검증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당연히 논란을 불러 일으킬만 했다. 몇년이 지난 현재상황도 그때와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방과후 학교 운영을 통해 사교육이 줄었다는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학생들의 학력이 전반적으로 향상되었다는 증거도 찾기 어렵다. 그동안 양적으로 엄청난 팽창을 해온 것이 방과후 학교였다. 각 학교별로 수강생 유치에 나섰고 인근 학원과의 한판 승부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방과후 학교로 인해 그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 분석하기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도리어 외고입시제도를 조금 바꾸고 나서 사교육비가 현
최근 일본의 고교 입시에서「자신의 생각을 쓰세요」등 그림이나 여론 조사의 결과를 바탕으로 학생 자신의 고찰력을 보는 문제가 눈에 띄게 출제되고 있다. 12 월상순에 공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의 국제 학력 조사(PISA)에서, 15세의「독해력」실력 회복 경향이 보였는데, 이러한 수험 환경의 변화를 이유로 드는 식자도 있다.「자신의 생각」을 문제가 내년 봄 입시의 키워드가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2010년 봄 오사카 부립고등학교의 입시국어문제에서는, 「생물 진화 캘린더」가 등장했다. 기점의 설날에는「생명의 탄생」이 있고, 7월 2일에 산소 출현, 11월 4일에 다세포 생물 탄생이 계속 된다. 그리고 포유류 탄생은 12월 2일, 산업혁명은 섣달 그믐날의 23시 59분 59초……. 이처럼 생물의 진화의 과정을 시간의 개념을 뛰어넘어「1년」으로 응축해 설명한 것이다. 문제는 이 캘린더를 보고, 「어떠한 것이 밝혀지는지, 「인류」「탄생」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쓰세요」라고 물었다. 우리 인류는 극히 최근, 지구에 나타났다는 사실을 알 수 있으면, 정답이 된다. 이 문제에 관련해서「인류의 장래를 생각하는데 어떠한 일이 중요한가」라고, 50자 정도로 쓰게 하는 설문도 있다. 오
경기 남양주 평내동에 위치한 장내중(교장 강명희)은 올해로 개교 7년째인 신생 학교지만 인성과 학력을 동시에 발달시키는 감성교육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학생들의 인성함양과 학력신장은 언제나 함께 가야 하는 것이나 그것이 말처럼 쉽지 않고, 감성교육이라는 말도 무척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장내중을 찾아보면 호평받는 이유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배려’ 장내중 감성교육의 키워드는 바로 ‘가족 같은 공동체’와 ‘다듬는 교육’이다. 이를 위해 누구보다 솔선수범하는 이는 다름 아닌 이 학교 강명희 교장. 마틴 부버의 ‘사랑하면 보인다’라는 말을 가장 좋아한다는 그는 누구를 만나도 그냥 지나치는 법 없이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넨다. “○○, 머리 예쁘게 잘랐네”, “요즘 공부 열심히 한다며?”, “○○ 선생님, 요즘 건강은 어때요? 곧 출산일이지요?” 학생과 교직원에 대한 세심한 관심이 느껴지는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와 행동에 큰 마력이 숨어 있다는 것이 장내중 가족들의 공통된 평가다. 기초학력 미달로 보충수업을 받는 학생들을 찾아 직접 아이스크림을 나눠주며 격려하고, 스승의 날에는 손수 만든 샌드위치를 예쁜 포장지에
40년 전 기억 중에 이런 것이 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지리 수업 시간이었다. 선생님은 아프리카 지역의 열대우림 기후 풍토와 자연환경을 설명하는 중이었다. 우리가 흥미를 느낀 것은, 사람이 이것에 물리면 한없이 잠을 자게 되는, 이른바 수면병을 일으킨다는 흡혈 파리인 체체파리(Tsetse fly)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면서부터였다. 우리들의 흥미를 확인하신 선생님은 약간의 신명을 띠기 시작했다. 그때 누군가가 질문인 듯 의문인 듯 말을 했다. “선생님, 그거 아프리카에 직접 가보시고 하시는 말씀입니까?” 순간 선생님의 낯빛이 달라졌다. 그 당시는 텔레비전이 귀한 시절이고, 자연 다큐멘터리 동영상 하나 없던 시절이었으므로, 학생으로서는 품어봄직한 의문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가 보지도 않고 아프리카를 다 아는 척 말하는 것 아니냐’는 다소 불손한 태도가 묻어나는 질문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 질문은 ‘지식에 대한 의문’이었지만 그것은 곧 ‘선생님 인격에 대한 의문’으로 오해받기에 족한 것이었다. 당신의 지식이 신뢰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셨는지 선생님의 신명은 일시에 사그라졌다. 선생님은 “건방진 녀석!” 하고 짧게 되뇌시고는, 문제의 친구를 앞
어느 성당의 행사장, 주교께서 오토바이를 타고 입장을 했다. 그 주교는 “미사를 수천 번 봉헌했지만 오토바이를 타고 등장한 적은 없었다”고 하면서 “젊은이들의 기쁨을 위해 망가지기(?)로 했다”고 말해 참가자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대기업의 CEO들이 블로그나 페이스북을 통해 사소한 일상과 취미를 공개하고 어떤 유명인은 TV에 출연해서 성형수술 했다는 사실을 고백하며, 여자 연예인들이 일반인들도 꺼리는 화장을 하지 않은 맨 얼굴을 서슴없이 보여주는 것들이 이제 특별한 뉴스거리가 아니다. ‘나는 당신들과 다르다’는 것이 유행했던 과거와는 달리 ‘나도 당신과 같다’라는 메시지가 다른 사람들과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매개체인 것 같다. 며칠 전, 우리 학교 재경동창회 정기총회, 900여 동문이 모인 자리에서 필자는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어설픈 실력으로 색소폰 연주를 했다. 조용필의 ‘친구여’와 조니 호튼(Johnny Horton)이 1959년에 발표한 ‘All for the love a girl’ 두 곡이었다. 다소 매끄럽지 못한 연주였지만 그야말로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것은 격려의 의미도 있겠지만 오히려 그녀들의 머릿속에 각인된 그 시절의 근엄한 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