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한 서울시교육감 선거전이 유인종 현 교육감에게 재선의 영광을 안겨주며 끝났다. 지리하다고 한 것은 서울의 선거전이 공식 선거운동 기간보다 훨씬 전에 막을 올렸기 때문이다. 유교육감이 제2대 민선교육감으로 취임한 직후부터 선거전에 불이 붙었다고 해도 크게 지나치지 않다. 96년 8월 유교육감은 25명의 교육위원 가운데 13표를 얻어 당선됐다. 소위 반유(反劉) 정서를 가진 측에서는 당시 교육위원이었던 유교육감이 자신에게 던진 한 표가 적법한지에 대한 논란과 대학교수 출신으로서 보통교육 경험이 미약하다는 불신감을 지우지 않았다. 그들의 반유정서는 특정지역 출신의 인사특혜에 대한 반작용으로 더욱 고착화됐다. 반유라인의 이탈자도 생겼다. 자리를 보장받기 위해 혹은 이러저러한 인연의 끈을 놓지 못해 떠난 것이다. 물론 저마다 가진 능력을 높이 평가받아 순수하게 발탁된 경우도 많이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면서 4년여의 세월이 흘렀고 본격적인 선거전을 맞았다. 선거는 사람을 그냥 두지 않았다. 매일같이 벌어지는 술판, 그 자리에 동문자격으로 동향자격으로 같이 근무한 이력이 있다는 자격으로 참석한 유권자들의 주가는 높아만 갔다. 냉정한 판단은 이미 줄 선 자들의
2000-08-07 00:00교육부가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교수 연봉제와 계약제를 국립대 발전계획에 포함시켜 2002년부터 도입할 모양이다. 그러나 이는 문제가 많다. 먼저 이 같은 제도를 도입하려면 냉철하고도 합리적인 평가제도가 마련 돼야 한다. 그러나 학문은 엄청나게 전문화되고 분화되어서 같은 전공을 연구하는 사람들도 감히 평가에 엄두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안정되지 못한 교수사회는 염불보다는 잿밥에만 관심이 있다는 속담처럼 연구의 자연스러운 결과로 얻어지는 질 좋은 논문보다는 알맹이 없는 논문을 양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안정적인 재정의 뒷받침과 양질의 연구인력을 육성하는 일이야말로 우리 교육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제도의 보완은 케이스 연구를 통해 서서히 해도 될 일이다. 과거 수 십 년 동안 우리는 실험대학, 계열별모집, 특성화대학, 국책대학, 학부제도입 등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학제도를 바꿨다. 그러나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심해 대학사회가 늘 홍역을 앓았다. 물론 제도가 나빠서는 아니라고 본다. 대학의 질이 저하된 보다 본질적인 원인은 재정 투자가 없고 교육이 정치판에 휩싸여 교육당사자의 의견을 무시한데 있다. 차라리 모든 제도
2000-08-07 00:00최근 새교육공동체위원회가 내 논 `자립형사립고교제'는 이미 95년 문민정부가 도입을 추진했다가 백지화됐고 지난해 교육발전 5개년 계획 시안에도 포함됐다가 평준화정책에 어긋난다는 여론 때문에 시행이 유보된 정책 안이다. 이것은 고교 평준화 제도를 부분적으로 해제한다는 의미로 장차 평준화 제도를 전면적으로 해제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우려된다. 교육예산의 획기적 확충을 대선 공약으로 내 건 현 정부는, 물론 IMF사태 등 변수가 있었지만 교육예산을 오히려 삭감했다. 그리고 학교발전기금법을 만들어 자발적인 성금이라는 미명아래 정부예산으로 해야 할 일을 학부모에게 떠넘겼다. 이제는 교육의 다양한 수요에 부응하고 일선학교에 자율성을 부여하며 나아가 새시대의 경쟁력 있는 인재를 기른다는 명분으로 `자립형사립고교제'와 `외국인 학교의 내국인 입학허용' 등의 정책을 내놓고 있다. 명분이야 어떻든 문제는 이런 정책들은 모두 학부모들의 부담을 전제로 하고 있어 불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과학고와 외국어고의 사례에서 이미 유사한 정책의 실패를 목격했다는 사실도 다시 상기할 필요가 있다. 자립형사립고가 다양한 교육수요를 수용하고 교실붕괴를 부분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
2000-08-07 00:00농어촌 소규모학교의 현실은 막막하다. 현재 남아 있는 학생들의 상황을 보면 절대 빈곤자 자녀, 편부모 자녀, 소년소녀가장 등 가정형편이 매우 곤란한 학생이 태반이다. 이들은 대부분 정서적으로도 불안해 학습지도 보다는 생활지도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할 형편이고 학부모들도 틈만 나면 아이들을 도시로 전학시키려 하고 있다. 교사들의 고충이야 이루 말할 수 없다. 교수-학습지도안을 연구하고 학생지도에 전념해야 할 시간에 국가기관이나 사회단체로부터 밀려오는 협조공문을 처리하느라 많은 시간을 낭비해야 한다. 또 학생수가 줄어들면서 교원 수도 감소해 상치 교과가 많이 생기는가 하면 수업 시수도 상대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학교 통폐합이 계속 거론되면서 교사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고 교감 정원 감소로 승진기회마저 좁아지고 있다. 이런 조건 때문에 농어촌 소규모학교는 점차 생기를 잃어가고 있어 안타깝다. 학교가 없는 농어촌은 그야말로 삭막하다. 학교는 지역사회의 문화센터 역할을 할뿐만 아니라 이웃간의 인정을 나누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가 없어진 농어촌은 젊은 부모들을 도시로 내몬다. 자녀의 교육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소규모학교에 대한 홀대는 바로 농어촌
2000-08-07 00:00교정의 살구나무가 막 꽃망울을 터뜨린 봄날 오후. 3학년 체육시간에 나는 배구장에서 서브 연습을 시키고 있었다. 배구 수업이 세 번째 시간이라 학생들이 서브를 넣은 공은 파란 하늘을 높이 날아 네트를 가볍게 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유독 한 아이의 공은 매번 네트 근처에도 못 가고 힘없이 떨어지고 있었다. 민영이는 전혀 힘을 가하지 못하고 공에다 겨우 손만 갖다 대고 있었다. 나는 답답한 마음에 소리를 높였다. "더 힘껏 쳐야지. 이렇게 해봐. 왜 안돼" 나는 그렇게 쉬운 동작도 못하는 것이 이상하기만 했다. 그러자 민영이는 "공까지 손이 가질 않아요. 저…선생님, 저는 오른팔과 손을 쓰지 못해요…"라며 겸연쩍게 말했다. 그리고는 힘없이 늘어진 오른팔을 몸의 반동으로 흔들어 겨우 손을 공에 갖다대는 동작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오늘까지 세 시간 동안 그렇게 애쓰며 연습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순간 나는 머리를 얻어맞은 것처럼 당황했지만 애써 진정하며 말했다. "미리 얘기를 했어야지…" 세 시간 동안 아이가 어떤 생각으로 수업을 받았을 지 가슴이 메었다. 못하겠다는 말도 없이 장애를 배려해주지 못한 나를 원망하기보다 내 수업방식에 맞춰 불편한 자신의 손을 적
2000-07-24 00:00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이 찢어진 채로/ 아아, 늬는 산새처럼 날아갔구나! 자식을 잃고 난 후의 그리움과 고통을 표현한 정지용의 `유리창'이란 시의 일부분이다. 두툼한 여행배낭을 메고 밝은 웃음과 들뜬 표정으로 현관에서 떠나 보냈을 소중한 자식을 검게 타버린 시신으로 맞이한 부모들의 오열하는 모습을 아침신문에서 보면서 내 가슴속에 눈물처럼 떠올려진 시이다. 꿈을 펴지도 못한 채 떠나간 18명의 어린 생명들. 그리고 심장이 떨어져 나가는 듯한 아픔과 한을 평생 안고 살아갈지도 모르는 부모들의 심정을 겪어보지 않고는 누가 헤아릴 수 있을까. 그리고 그들과 학창시절의 추억을 함께 하던 반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겪을 마음의 상처를 누가 치유해줄 수 있겠는가. 언제까지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들이 잘못된 관행과 도덕적 불감증에 희생되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아침 통학 길에 성수대교붕괴로 꽃다운 나이로 숨진 한 여고생의 책상에 놓였던 친구들의 편지와 국화꽃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씨랜드 참사로 사랑하는 자식의 혼을 한국에 덧없이 뿌리고는 국적마저 버리고 먼 이국 땅으로 가버린 부모의 뒷모습이 그리 먼 이야기가 아
2000-07-24 00:00얼마전 대통령 자문기구인 새교육공동체위원회가 자립형사립고의 설립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전인적인 교육으로 다양한 인재를 길러낸다는 것이다. 이것은 명문과 학벌주의로 점철된 우리 사회를 인성과 능력이 인정받는 사회로 바꾸겠다는 의지의 일종이다. 그러나 취지는 좋지만 두 가지 이유에서 시기상조라고 본다. 우선 대학의 선발자율권이 보장돼 있지 않다. 그리고 명문학교 지상주의가 아직도 팽배해 있다. 이런 상태에서 자립형사립고는 엘리트 교육과 명문입학생 배출소로 전락할 위험성이 크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교육부도 2003년까지 연기한다고 밝힌바 있다. 자립형사립고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립형사립고가 명문대학을 가기 위한 통로로 이용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무시험전형과 함께 대학의 선발자율권이 동시에 보장돼야 한다. 각 대학이 다양한 전형방법으로 신입생을 뽑을 수 있을 때 자립형사립고의 올바른 운영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명문지상주의와 학벌위주의 사회풍토 전환이 전제돼야 한다.
2000-07-24 00:00남북 정상회담 이후 일선 교육현장은 혼란을 겪고 있다. 남북간의 정치적 상황과 학교에서의 지도내용 간에 괴리가 온 까닭이다. 지금까지 학교의 통일교육은 어른들이 갖고 있는 반목과, 분노심, 적개심만 강요하여 북한을 괴뢰나 원수로 각인시키고 북한의 이미지를 뿔 달린 괴물, 거지왕국, 옥수수 죽, 누더기 옷으로 정형화하는 흠집내기식 교육이었을 뿐 북한의 실상을 바로 볼 기회를 주지 못했다. 남북 정상이 포옹하던 시간 우리의 교실에선 반공 웅변대회가 열려 북괴 김정일 타도가 메아리 쳤으며 합의사항이 발표될 때 학교에선 저마다 호국보훈의 달 행사로 반공 글짓기, 그림 그리기, 표어 포스터 만들기와 6.25 격전지 답사활동 등이 이루어졌다. 그 와중에 어떤 교사들은 급진전하는 남북의 상황과 학습 지도안의 지도목표 사이에서 안절부절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그 상황은 아직도 해제되지 않았다. 학생들도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바로 이점에서 교사들의 적극적인 상황대처가 필요하다. 학교는 교육과정을 재구성해 융통성과 재량권을 가지고 `만들어가는 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해야 할 것이다. 교과서에 의존하지 않고 지도 내용을 조정, 대치, 보완, 추가 배열하
2000-07-24 00:00최근에도 학부모가 학생의 잘못을 지적한 여교사를 폭행하고 수업을 방해한 사건이 있었다. 어떻게 임신한 여교사를 아이들 앞에서 때린 수 있는가. 이렇듯 교권이 무너져버린 상황에서 교육개혁이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까. 학생을 꾸짖는 교사들은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육체적, 정신적 위협을 받고 있다. 인터넷상에 교사와 학교를 비방하는 사이트가 생겨나고 학부모들의 고발과 폭행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상급기관이나 기관장은 교사들의 고충을 이해하기보다 사건을 무마하는데 신경을 쓰며 교사에게 인간적인 교육을 하라고 명령만 내릴 뿐이다. 그래서 교사들은 타의의 무사안일에 빠져 있다. 소신껏 지도하기보다는 학생, 학부모와 말썽이 생기지 않도록 신경을 쓰게 된 것이다. 정말 심각한 문제다. 교사가 움직이지 않는 학교는 죽은 학교일 뿐이다. 겉으로는 잘 돌아가는 것 같지만 고름이 터지듯 그 피해는 학생과 학부모, 사회에 곧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교권을 강화해야 한다. 교칙을 어기고 교사를 비방하거나 폭행을 하는 학생과 학부모는 평생 불이익을 주는 법을 제정하고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 학교를 고발하는 인터넷 사이트도 엄중한 제재가 필요하다. 어릴 때부터 교칙과 질서를 어기도
2000-07-24 00:00졸지에 자식을 잃고 울부짖는 부모들과 친구의 영정 앞에서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연일 TV에서 보면서 나도 울음을 찾을 수 없었다. 몇몇 어른들의 작은 부주의로 인해 백에 가까운 고귀한 생명들이 당한 희생이 원통하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적당히 눈가림 식의 생활방식을 조금만 고쳤더라면 그런 끔찍하고 처절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니 너무 안타깝다. 아비규환의 현장에서 살아 남은 아이들은 죽어 간 친구들의 모습을 어떻게 지워버릴 것이며 사랑하는 제자를 죽음에서 구해 줄 수 없었던 교사들은 그 아픔을 딛고 언제쯤 다시 교단에 설 수 있을 지…. 우리 어른들은 참으로 염려하지 않아도 될 일에는 많은 신경을 쓰면서도 진작 걱정해야 할 일들에 너무나 무신경해지곤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의 작은 잘못, 하찮은 실수가 다른 사람들을 커다란 어려움에 몰아넣을 수 있음을 염려하고 또 염려하자. 이 세상 가장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 주변을 한 번 더 둘러볼 때다.
2000-07-24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