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돈희 교육부장관이 교육부 직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정책 워크숍에서 교사들의 안일한 태도를 신랄하게 비판했다는 신문기사를 읽었다. 그 내용의 요지는 `교사들이 수업연구를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주 족집게 장관이다. 기가 막히게 맞췄다. 역시 학자 출신 장관이라 그런지 상황 분석력이 뛰어나다. `교사들은 정년을 보장받고 있는 데다가 열심히 한다고 해서 돌아가는 이득이 별로 없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란 이유 부분을 읽었을 때에는 오랜만에 교육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는 장관이 나왔구나, 한번 기대해 볼만한 장관이구나 하는 느낌까지 들었다.
그런데 보도기사를 아무리 훑어봐도 `따라서 앞으로는 이렇게 하겠다.'라는 구체적인 대책이 없었다. 한 나라의 교육 수장이 교사 전체를 비하하는 발언을 그토록 용감하게 했을 정도면 열심히 하는 교사는 어떤 이득을 얻게 되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은 어떻게 마련해 주겠다고 하는 비전 있는 정책을 제시할 만한데 그런 것은 없는 것이었다.
고작 교원단체의 항의가 거세게 몰아친 후에 기껏 한다는 소리가 `국민이 교육계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서, 그리고 이런 불신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이란다. 불쑥 `전원일기'에 나오는 일용엄마 생각이 났다.
"회장님, 나 속 터져 불겄시요. 복남이 년이 일은 안 나가고 맨날 운동화만 사 내라고 저런디, 죽이도 못흐고 워째야 헐까요이. 사람들 챙피시러 죽겄당게요."
하나 더, 건물을 짓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인부들이 열심히 일은 안 하고 시간만 때우고 있을 때 사장이라는 사람이 와서 "건축주가 일 좀 열심히 해 달라네요. 열심히 하든지 안 하든지 하루 일당은 똑같습니다만 건축주의 불만이 많으니까 우리 모두 장인정신을 가지고 열심히 일해 봅시다. 그리고 시멘트하고 철근이 부족하면 가만히들 있지 말고 어디 가서 좀 구해 보세요!"
이 말을 들은 인부들은 사장에게 뭐라고 했을까? 반성하자는 의미는 좋다. 교사들이 열심히 연구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얘기는 단위학교 교감 수준에서 하는 말이다. 교육부 장관은 자체 분석과 여론을 신중히 검토해서 불거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이의 실현을 위해 청와대로, 국회로 발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녀야 하는 사람이다. 대책 없는 발언, 그것은 양촌리 일용엄마에게나 어울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