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수능에 서·논술형 평가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고력과 표현력을 평가하고 정답 고르기 중심의 시험에서 벗어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교육적으로 의미 있는 평가 방식이라고 해서 수십만 명의 진학을 결정하는 국가 선발시험에도 적합한 것은 아니다. 서·논술형 수능 추진 혼란 불러 수업에서 생각을 글로 표현하고 피드백을 제공하는 활동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학생의 성장을 돕는 교육적 평가와 한정된 대학 입학자를 가려내는 선발평가는 목적과 책임이 다르다. 1점 차이가 대학과 학과를 가르는 수능에서는 창의성뿐 아니라 모든 수험생을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학교내 평가에서도 예상하지 못한 답안을 어디까지 인정할지, 같은 내용을 다르게 표현한 답안에 같은 점수를 줄지 판단하기 어렵다. 한 학급의 답안에도 채점 기준을 일관되게 적용하기 어려운데 수십만 명이 응시하는 수능에서는 어떻겠는가. 채점자 간 편차, 복수 채점, 이의신청과 재심사 절차에 대한 해답 없이 도입부터 논의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국교위는 채점 부담과 공정성 문제를 AI 활용으로 보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AI는 보조 수단일 수는
아동복지법은 청소년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자랄 수 있도록 보장하고, 아동학대로부터 선제적으로 보호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법상 정서적 학대 행위의 개념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아 교사와 학생 모두 피해를 입는 부작용이 드러난 것이 사실이다. 자의적해석으로 갈등 빚어 아동복지법 제17조는 금지행위 중 하나로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 행위’를 꼽는데 이 규정이 너무 포괄적이다. 예를 들어 법적으로 결론되는 정서학대는 대부분 무죄가 되는 것이 현실이지만,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정서학대 개념은 교사에 대한 악성 민원과 보복성 신고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법적 판단을 받으려면 몇 년의 시간이 소요돼 교사도 청소년도 모두 상처받는 결과를 내기도 한다. 최근 이러한 문제에 대한 법적 개선이 공론화된 만큼 올 하반기에 법률이 개정된다면 정서적 학대의 제도적 흠결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다면 법제도 개선 외에 현장에서 교사의 정당한 훈육과 정서학대 간의 오해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은 무엇이 있을까. 우선, 정서적 학대에 대한 명확한 개념을 정립하고, 보다 실증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아동학대 중에서 신체학대는
여름방학이 끝나고 시작된 2학기 교실의 풍경은 3월과 확연히 다르다. 새 학년의 낯섦과 긴장감은 사라지고, 교실에는 익숙함과 편안함이 자리 잡힌 상태다. 하지만 이 '익숙함'의 이면에는 종종 보이지 않는 균열이 숨어 있다. 1학기 동안 형성된 교우 관계의 파벌화, 특정 학생을 향한 미묘한 배제와 은근한 무시, 그리고 학기 초에 함께 세웠으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흐지부지된 규칙들이 바로 그것이다. 많은 교사가 2학기가 되면 "이미 아이들 성향도 파악했고 관계도 굳어졌으니 별탈 없이 학년 말까지 가면 된다"는 기대를 품곤 한다. 그러나 1학기의 관성에 교실을 맡겨두면, 2학기 후반으로 갈수록 어긋난 관계의 피로도는 극에 달하고 생활지도의 통제력은 급격히 약화된다. 방학 직후인 2학기 초는 느슨해진 학급문화를 다시 세우고, 고착된 역동을 개선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실천 가능한 3가지 솔루션 그렇다면 2학기를 시작하며 교실의 관성을 깨고 건강한 학급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해 교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첫째, 학생 주도의 '학급 규칙 리셋'이 필요하다. 요즘에는 대부분의 학급이 학생 주도로 학급 규칙을 만들고 있지만, 3월에 한 번 정한 규칙을
대여섯 살 무렵,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작은고모를 보내지 못해 엉엉 울며 떼쓰던 기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당시 어린 마음에는 고모가 떠나면 다시는 못 볼 것만 같아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다. 며칠 동안 어린 조카에게 쏟아부어 주었던 고모의 깊은 사랑을 먼 훗날에야 깨달았다. 지켜낼 수 있었던 3가지 약속 이제 교감으로 첫 발령을 받았던 학교를 떠나왔다. 50여 년 전 터미널에서의 그날처럼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되고, 누군가 옷자락을 붙잡는 듯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만큼 지난 시간 근무했던 학교를 깊이 사랑했기 때문이리라. 2023년 2월 말, 부임 인사를 하며 선생님들께 세 가지를 약속했었다. 첫째는 ‘기본이 바로 선 학교’를 만드는 것, 둘째는 아이들에게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놀이 밥’을 듬뿍 주는 것, 셋째는 교장 선생님의 교육철학을 받들어 학교를 내실 있게 조력하는 것이었다. 우선 학교에 기본이 바로 서려면 경청을 넘어 가르침과 배움의 권리가 온전히 보호돼야 한다. 교사는 아동학대 처벌에 대한 두려움 없이 당당하게 생활지도를 할 수 있어야 하고, 학생은 안전하게 배울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활동보호 노란불 지원팀’을 꾸려 학교폭
‘교육의 완전 국가책임제’는 가능한 것인가? 이는 출생 및 영유아 돌봄 단계부터 시작해 초·중·고 공교육은 물론, 고등교육(대학)과 평생교육에 이르기까지 모든 국민의 교육 권리와 재정적·행정적 부담을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지는 공교육 체계를 의미한다. 여기에는 최근 ‘유보통합’의 정책 설계에서 보는 것처럼 영유아 교육·돌봄의 완전 공적 책임이 필수다. 끊어야 할 학벌 세습과 사교육비 실제로 전면 무상교육의 대표 격인 북유럽 국가와 일부 유럽 국가인 독일, 오스트리아, 프랑스는 유보통합에서부터 국공립대학 등록금까지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또한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 체코 역시 국공립대학 정규과정까지 자국민에게 무상교육을 제공한다. 이밖에 사우디아라비아, 산마리노 등은 풍부한 재정을 바탕으로 등록금 면제는 물론 매월 생활비, 장학금까지 지급하고 있다. 남미 국가인 브라질, 아르헨티나 역시 명문 국공립대학의 등록금이 무료다. 이들은 ‘교육은 공공재이자 기본 권리’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유·초·중·고 및 국공립대학의 등록금까지를 받지 않는 것이다. 이제 우리도 국가가 교육의 완전 책임제를 실행하는 제도로 진전을 거듭해야 한다. 특히 시급한 것은 대학 등록금 지원
수학 시간이면 늘 반복되는 풍경이 있다. 교사가 공식을 설명하고, 학생은 그 공식에 숫자를 대입해 답을 낸다. 답이 맞으면 이해했다고 여기고 다음으로 넘어간다. 그러나 문제가 조금만 변형되면 아이들은 이내 무너진다. 개념을 스스로 이해한 것이 아니라 절차만 외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학 수업에도 스스로 생각을 통과하는 구조의 질문수업이 필요하다. 수업에서 교사의 질문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학생이 스스로 "이게 뭐지?", "왜 그렇지?"라고 묻는 것이다. 생각은 그냥 시작되지 않는다. 생각을 촉발하는 무언가가 필요하고, 그것이 질문이다. 질문은 정답을 구하는 도구가 아니라 생각을 여는 도구다. 그런데 계산에 익숙해진 학생들은 계산만 하려 할 뿐, 개념과 원리에 질문하기를 어려워한다. 그래서 수학 문제 앞에서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패턴화된 구조를 제공할 때 사고의 근육은 자연스럽게 탄탄해진다. 수학질문수업의 ‘읽·설·그·계’가 바로 그것이다. 수학 문제를 읽고 해석하고, 개념을 설명하고, 그림으로 표현하고, 계산하는 흐름이다. 이 네 단계를 하나의 학습 구조로 엮은 ‘읽·설·그·계’를 학생이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강력한 도구로 추천한다. 1단계-
준비물을 준비하지 못한 아이가 수업에 들어오는 날이 있다. 아이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눈치를 본다. 준비물을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하기보다 옆 친구의 물건을 바라보고, 때로는 빌려도 되는지 묻지 않은 채 손부터 뻗는다. 말없이 손부터 뻗는 이유 이 모습을 보면 준비물을 챙기지 않은 것부터 지적하기 쉽다. 그러나 잠시 살펴보면 준비하지 못한 사실보다 그것을 드러내는 일을 더 어려워하는 아이가 있다. 혼날까 봐 두렵거나, 친구들 앞에서 준비물을 잊었다고 말하는 것이 부끄럽거나, 부탁했다가 거절당할까 봐 걱정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말없이 친구의 물건을 가져다 쓰게 둘 수는 없다. 아이의 손을 멈추게 하고 먼저 물어보게 한다. “준비물을 가져오지 못했으면 빌려달라고 말할 수 있어. 하지만 빌려주고 말고는 그 친구가 선택하는 거야.” 도움은 당연히 받아낼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 평소 자신이 친구를 어떻게 대했는지, 필요한 순간에 어떤 말로 요청하는지도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이 장면에서 중요한 것은 연필 한 자루만이 아니다. 준비하지 못한 사실을 숨기려는 마음, 부탁하지 않고 해결하려는 행동, 친구가 건넨 도움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한꺼번에 드러난다. 아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