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는 서울교육청의 국제교육협력 프로그램에 4년째 참여하며 해외 학교와 깊은 연을 맺어왔다. 작년 여름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맺어진 대만의 자매학교를 직접 학생들과 방문했으며 그 소중한 인연이 계속 이어졌다.
공통점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
이번 겨울방학 ‘협력 교사’라는 신분에서 벗어나, 온전히 ‘외국인 여행객’으로 다시 대만을 찾았다. 따뜻한 공차와 달콤한 펑리수를 앞에 두고 시간 제약 없이 이어진 자유로운 대화는 제도와 시스템 중심의 국제교류를 넘어, 결국 '사람과 사람'을 잇는 교육의 본질이 무엇인지 성찰하게 했다.
대화 중심에는 ‘알파 세대’와 그 경계에 선 요즘 학생들이 자리했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자기표현이 분명하며 학습 속도 또한 빠르다. 하지만 동시에 정서적으로 무척 민감하고, 학습 부담 앞에서 쉬이 지쳐버리는 양면적인 모습도 보였다. 교사는 지식을 전달하는 역할을 넘어 학생의 섬세한 감정과 변화하는 상황을 세심하게 읽어내야 하는 전문성까지 요구받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와 맞물려 학부모와의 소통 또한 과거보다 훨씬 더 섬세해졌다. 수업 후 학부모 메시지 이야기가 나오자 우리는 거의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국적도 교육 제도도 달랐지만, 교사로서 겪는 현실은 놀라울 만큼 닮아 있었다. 때로는 수업 이후 돌아오는 학생들의 무심한 반응이나 학부모의 과도한 불만 메시지가, 교사에게 적지 않은 허탈감과 공허함을 남긴다. 이런 현실은 비단 한국만의 특수성이 아니라 대만을 포함한 동아시아 교육 현장에서 함께 나타나는 변화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사회와 경제 문제로 확장됐다. 급변하는 다양한 뉴스를 이야기하며, 우리는 “교육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다시 던졌다. 지금 학생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단순한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고 살아갈 힘이라는 데 깊이 공감했다.
국경을 넘어 공감한 교육 본질
AI와 첨단 기술이 일상이 된 시대일수록, 교육은 역설적으로 ‘사람’에 더욱 깊이 향해야 한다. 기술은 강력한 도구이지만,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고 어떤 방향으로 이끌 것인지는 결국 사람의 윤리와 지혜, 그리고 가치 판단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AI와 기술을 이해하는 역량과 함께 타인을 깊이 존중하고 능동적으로 협력하며 다양한 관점을 너그럽게 수용하는 태도는 미래 사회의 핵심 역량이다. 국제공동수업은 바로 이러한 추상적인 가치들을 학생들이 실제 경험을 통해 체득하고 확장시킬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그날 이후 ‘얼마나 많은 내용을 전달했는가’로 수업을 재기보다, 학생들이 그 시간 안에서 자기 생각을 말해볼 용기를 얻었는지 그리고 지구 어딘가에 살아 있을 또래의 삶을 마음속에 한 번쯤 그려보았는지를 먼저 돌아보게 됐다.
올겨울 대만의 파트너 교사와 진심을 담아 나눈 오랜 대화에서 교육의 본질은 마음과 마음을 잇는 ‘사람과 사람’의 일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