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 생활 만 11년을 넘기면서 딱히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나도 매를 들게 됐다. 사랑의 매 말이다.
그런데 그와 때를 같이하여, 습관적으로 그 매에도 글을 써넣는 버릇이 생겼다. 제일 처음에는 그저 평범하게 `사랑의 매'라고 적었다. 그러다 TV 광고에 스님이 죽비를 들고 후려치는 장면을 보고 `그래, 바로 저 정신이야.' 싶어 당장 `죽비소리'로 고쳤다.
그 후 신문에 이규태 칼럼을 보고 느낀 바가 있어 `서당 빗자루'로 명명했다가 최근에는 습관적인 매는 경계하자는 뜻의 `三思一言'에서 착안해 `三思一打'라고 써넣었다.
그런 나의 행동에 아이들이 가만있을 리 없다. 학년초부터 아침 자습시간을 이용해 한자 쓰기를 지도하면서 생긴 일이다. 하루는 반 아이 한 명이 잘못한 일이 있어 매를 들일이 생겼다. 아이들을 향해 몇 대를 때렸으면 좋겠느냐고 물었더니, 아이들은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無思萬打!'라고 소리치는 게 아닌가.
그 후에도 어쩌다 매를 자주 들 일이 있어서 그 때마다 "내가 요즘 매를 자주 드는 편이지?"하고 아이들에게 묻곤 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거의 無思萬打 수준입니다. 선생님."하며 저희들끼리 웃곤 한다.
어찌 보면 내 매에 씌어진 글을 보고 그 정도의 한자 조어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이 뽐내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넓은 의미에서 교사의 매도 폭력으로 규정하는 사람이 있고 보면, 마치 내 행위를 비아냥거리는 것 같기도 해 실로 기분이 야릇하다.
물론 그런 분위기 속에서 나와 학생들은 진실로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듯 눈빛을 주고받는다. 그건 서로가 합심해 매를 들지 않고도 항상 정숙한 가운데 좋은 수업분위기를 유지하는 그날이 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