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운동장은 항상 조용하다. 아니, 언제부터인가 조용하게 되었다. 예전에야 몇 백 명 아이들의 함성이 가득했던 운동장이건만, 이제는 점심시간임에도 운동장은 아이들에게 너무 넓은 공간이 돼버렸다. 오늘날의 농어촌 면소재지 초등학교가 모두 그렇다고 하지만, 오늘 따라 창 너머로 보이는 운동장이 유난히 허전해 보인다. 생활의 편리함을 찾아 모두들 도시로 빠져나가 텅 비어버린 농어촌을 만들어 놓고, 이제는 남아있는 사람들마저 편리를 찾아 떠날 기회를 엿보고 있다. 그러나 어디 생활뿐이겠는가! 즐기는 것도 먹는 것도 오늘날에는 모두 편리를 찾는다. 아이들의 입을 즐겁게 하는 것 또한 그런 것들뿐이다. 어머니의 소중한 마음이 듬뿍 담겨 있는 손끝에서 만들어진 먹을 것도 찾아보기 힘들어 버린 지 이미 오래다. 이 아이들에게 참 맛을 알려줄 수는 없을까? 이미 유전자 콩에 대한 염려는 예고된 지 오래다. 뿐만 아니라 농약 속에서 콩나물을 길러 파는 상혼(商魂)을 고발하고, 불량식품 근처를 맴도는 아이들의 건강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불량식품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문득 텅 비어 있는 운동장만큼이나 갑자기 마음의 황량함이 느껴진다. 그
2001-09-10 00:00올 여름방학에 있었던 일이다. 열흘간의 학교종합정보시스템 관련 연수를 받고 있던 나는 연수 도중 학교의 일직 교사로부터 급한 공문이 왔다는 연락을 받고 연수를 마치고 부랴부랴 학교로 달려갔다. 그날까지 조사자료를 보고하라는 공문이었다. 화가 치미는 것은 둘째로 치더라도 정말 난감하고 온몸에서 힘이 빠졌다. 물론 교단에 있어보면 이런 일을 한두 번 겪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젠 만성이 되다시피한 이런 일방적이고 편의적인 업무 처리를 어떻게 시정할 수는 없을까? 이로 인해 현장의 교사가 받는 스트레스는 정말 심각한 상황이다. 그 동안 교육당국은 교육여건 및 환경 개선 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하여 OECD회원국의 수준에 맞도록 교육현장에 하드웨어와 인프라를 구축해 왔다. 이로 인해 학교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고 하고 그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물리적 교육 환경의 개선만이 교육 선진화의 기반을 이루어 내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기반을 운영하는 교육 관계자들의 선진 마인드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교육 선진국으로 가는 길은 멀기만 한 것이다. 학교현장을 잠시만 살펴봐도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인 학교 업무가 넘쳐 나고 있다. 최소한의 교육 선진화 마인드라도 형성되었으면 하
2001-09-10 00:00초등학교에 수위실이 없다. 다른 누구보다 연약한 학생들이 누구나 맘대로 드나들 수 있는 환경 속에 방치돼 있다. 얼마 전 일본에서는 한 정신병 환자가 초등교에 침입해 갑자기 휘두른 흉기에 찔려 여러 명이 죽는 끔찍한 일이 있어 났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시급히 대책을 세우기 시작했고, 학교의 담을 허물고 모든 이에게 개방하는 `열린학교운동'이 맹렬히 비판받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요즘 들어 우리 초등 교육현장도 예전 같지 않다. 얼마 전 연이어 보도된 바와 같이 초등 여학생이 어른 또는 청소년들에 의해 교내에서 추행에 성폭행까지 당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더욱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알게 모르게 상당수 어린이들이 당하고 있다는 게 일선 교사들의 얘기다. 얼마 전 모 초등교 여 선생님께 들은 얘기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언젠가 토요일 일직을 서던 그 여교사는 화장실에 갔다가 여자 화장실 옆 칸에서 나는 아이의 신음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랐다고 한다. 부랴부랴 학교아저씨와 함께 화장실 문을 열어보니 한 남자 고등학생이 그 학교 2학년 여자 어린이를 성폭행 하려는 긴박한 순간이었다. 간발의 차로 위험을 모면하긴 했지만 여자아이가 받은 충격은 씻을 수 없는 것이었다며…
2001-09-10 00:00교원의 사기앙양과 전문성 신장을 목표로 발표된 교직발전종합방안의 향후 실천에 관심이 높다. 우수교원 확보법, 교장 연임제, 기본급 위주의 보수 연계 등이 검토과제로 남아 아쉽기는 하지만 초·중등 학교에 사무보조 인력을 배치한다는 내용은 반가운 소식이다. 그런데 그 인력을 2002년에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2005년까지 4년간 연차적으로 배치한다니 그 우선 순위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지금까지 교육정책은 대규모 학교를 우선으로 양호교사, 영양사, 교담교사 등의 인력이 배치돼 왔다. 소규모 학교에서는 지금도 교담교사가 없거나 교과 전공 교사의 순회 혜택도 못 받고 있다. 이 때문에 5, 6학년 담임 교사는 주당 33시간의 수업을 하면서 행정업무 처리까지 하느라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무의 내용은 대규모 학교나 소규모 학교가 똑같지만 학급수가 적은 이유로 인력이 부족한 소규모 학교에서는 한 교사가 두 사람의 부장교사가 할 일을 떠맡고 있다. 수업 침해는 물론 업무 과다로 건강까지 위협받고 있다. 이런 어려움을 감안한다면 사무보조 인력의 배치는 당연히 소규모 학교부터 연차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교사가 과도한 업무에서 벗어나 수업에 전념할 수 있
2001-09-10 00:00우리 전라북도는 삼 년 전에 근 삼 백 여명에 가까운 초등교감 자격 연수생을 배출했었다. 평년에는 약 사 십 명 정도를 선발하는데 그쳤지만 이 때는 교원 정년단축과 함께 수급 조정을 위해 대량선발을 한 것이었다. 그런데 금년 일학기 전까지 이들 중 200여 명 정도만 발령이 났을 뿐, 약 100여 명의 교사는 발령 대기상태에 있다. 2, 3년 전 만해도 수많은 숫자의 신규 승진발령 요인이 있었지만 교직이 점차 안정 추세로 접어들면서 승진 발령 인원은 학기당 20∼30명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더욱 안타까운 일은 발령 대기자가 많이 있는데도 매년 40여 명의 교감 연수생을 새로 선발해 발령 인원을 적체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순번을 기다리는 이들 교감자격증 소지자들이 어서 발령을 받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내 생각에는 모든 소규모 학교에 교감을 배치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01-09-10 00:00우리 교육이 왜 이 모양인가?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려면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고 적정 수의 교원을 확보하며 교실도 마련하여야 한다. 그런데 그 방법이 문제다. 교원과 교실이 확보되지 못한 상태에서 무작정 학생 수를 줄이면 어떻게 하겠다는 말인가. 천여 개의 고등학교에 당장 교실을 신축하라는 명령(?)이 하달된 모양이다. 그 가운데에는 2, 3년 안에 남아돌 교실이 태반이라고 한다. 무작정 숫자 채우기에 급급하지 말고, 누구를 위한 교육인가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OECD가 무서워서인가, 공약(公約)에 대한 책임감 때문인가? 이제 더 이상 숫자놀음에 목을 맬 때가 아니지 않은가? 하나의 교육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려면 적어도 관계자들을 망라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친 연후에 실태 파악을 제대로 하고 나서 해야 한다는 초보적인 원칙이 지켜지기를 바랄 뿐이다. 교육은 교육전문가의 손에 맡겨야 한다. 예로부터 국가를 제대로 경영하려면 치산치수(治山治水)에 힘쓰라고 했다. 사회가 격변할수록 기본은 더욱 강조되어야 한다. 과학 문명이 발달한 오늘날이라고 해서 교육을 교육 논리가 아닌 시장 논리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교육 정책을 탁상머리에 앉아…
2001-09-10 00:00우리 교육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열악한 교육여건과 빈약한 교육재 정에 있다는 데 대해 모두 공감하고 있다. 건국이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다양한 개혁방안이 제시되어 추진된 바 있으나, 대부분의 계획은 교육재원을 확보하지 못하여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 을 뿐 아니라 반복되는 시행착오와 탁상공론으로 말미암아 학생, 교원들의 불만과 국민의 불신을 조장하는 일까지 초래하였다. 지난 7월 20일 정부는 획기적인 교육여건 개선방안을 내놓았고, 대통령도 강력한 실천의지를 표명하였다. 교육계와 사회 일반의 반 응은 의구심을 보이기도 했으나, 이번에는 구체적인 재원 마련 계 획과 추진일정을 제시함으로써 실현가능성에 대해 과거와는 다른 긍정적 반응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의 교육여건 개선사업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는 우리는 차 질 없는 수행이 이루어지기를 촉구하면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교육계의 기대에 부응하는 사업추진을 부탁한다. 교육여건 개선사업이 용두사미로 끝났던 과거의 쓰라린 기억을 떨쳐버릴 수 있도록 적극적 추진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군사작전'하 듯 밀어붙인다는 비판도 있으나, 범정부적 차원에서 학급당 학생수 를 35명으로 줄이는
2001-09-10 00:002001학년도의 1학기를 보내면서 각급학교 교장들이 연수 집회등을 통해 구체적인 현장의 애로사항과 개선방안을 제시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 중에서도 시도 교육청과 교원노조간에 체결되는 단체협약이 학교현장의 현실에 맞지 않는 사항이나 내용을 포함함으로써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견은 반드시 해결해야할 과제라고 생각된다. 지난 3월초 새학년도가 시작된 후 시도 교육감 명의의 단체 협약서가 각급 학교에 보내짐으로써 일선 학교에서는 협약 내용을 시행하기 위해 이미 수립된 교육계획을 뜯어 고쳐야 하는 사태까지 일어난 바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새로운 학년도나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단체협약이 이루어짐으로써 학교에서 충분한 검토와 사전준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교육청과 노조지부 간에 새로운 법령에 따른 단체교섭이 처음 이루어짐으로써 약간의 혼선이나 준비 미흡은 있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일선학교에서 혼란과 차질을 가져온 것은 학교장의 고유권한이거나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정할 사항까지도 단체협약에 포함시켜 일방적으로 시행시키려는 데 있었다. 그 대표적인 예는 교원의 업무부담경감이라는 구실 아래 주번교사, 당번교사제도를 없애고, 학급일지를
2001-09-03 00:00시·도교육청 부교육감은 교육감을 대리 또는 보좌해 각종 교육 및 교원 행사에 참석할 뿐 아니라 교원 인사, 상훈 등을 결정하는 등 업무상 일선학교 및 교원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 직위로 교육에 대한 전문성과 현장 경험이 매우 요구되는 자리이다. 더욱이 그 아래에 있는 교육정책국장은 당해 지역의 원로급 교원이 임명되는데 교육경험이 없고 상대적으로 연령이 낮은 일반직공무원이 부교육감으로 임명됨으로써 교육전문직의 사기저하와 위축을 가져오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교총은 지난달 28일 경남의 교육전문직 출신 부교육감 후임에 일반직을 보임한 교육인적자원부의 9월1일자 인사는 교육행정 전문화에 역행하는 처사이자 전문직과 일반직의 복수 보임직위인 부교육감의 일반직 편중을 심화시키는 균형잃은 인사임을 지적하고 경남 부교육감의 일반직 임명을 재고하는 등 교육전문직 부교육감 보임을 확대할 것을 촉구했다. 그동안 전문직과 일반직의 복수 보임 직위로 되어있는 시·도교육청 부교육감 인사는 지난 94년까지만 해도 전문직대 일반직의 임용 비율이 8대 7을 유지했으나 96년 4대 11로 크게 역전된 후 99년에는 경남, 제주를 제외하고 모두 일반직으로 보임해 비율이 2대 14로 됐다
2001-09-03 00:00교육인적자원부가 발표한 교육여건 개선 사업 추진계획에 의하면 초·중등학교의 학급당 학생수를 35명으로 감축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학생수의 감축으로 인한 학급수 증가와 최소한의 교과목 담당 교사 확보를 위해 2003년까지 초등교원 9790명, 중등교원 1만 3810명을 증원할 계획이다. 우리의 교육 여건으로 볼 때 학급당 학생수의 감축과 교원정원의 확대는 교육 발전을 위해 매우 바람직한 방향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초등교육의 경우 교원정년의 인하와 명예퇴직자의 양산으로 교원의 충원을 위한 인적자원이 부족하여 각 시·도에서는 초등교원의 충원 방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8월 16일 개최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초등교원 충원 대책의 일환으로 교육대학에 초등교원양성소를 설치해 줄 것을 교육인적자원부에 건의하였다. 초등교원양성소는 지난 60년대 말에 고졸이상 학력자를 18주이상 교육하여 초등학교 교사 자격증을 수여하고, 초등학교에 임용하였던 제도이다. 그리하여 당시에도 이 제도는 초등교원의 질적 저하를 야기했던 가장 잘못되었던 제도로 판명되었다. 그런데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는 다시 실패했던 초등교원양성소 망령을 되살리고 있다. 물론 4년제 대졸자에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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