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아이들은 마치 기체 같다. 기체의 자유로운 분자 활동의 구조처럼 아이들은 정지된 동작을 너무 힘들어한다. 처음 1학년을 맡았을 때 그 끊임없는 움직임에 어지러웠다. 복도에 나가면 뛰고 달리고 교실에 있으면 서로 엉겨 붙고 자리에 앉으면 짝하고 얘기하고 뒤돌아 잡담하고 수업중이라도 볼일이 있으면 돌아다니고…규칙은 늘 정해졌지만 규칙 위에서 자유로운 아이들이었다.
고학년에 익숙한 나는 그런 1학년을 보며 `제들은 학생이 아니다. 학생이 되려는 시작점이다. 마음을 비우자'라고 다짐하곤 했다. 난 한 동안 1학년의 정신세계에 적응하느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정말 초등 교사는 위대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나 그 힘든 것을 위로해 주고도 남는 1학년만의 순수함은 아름다운 보석 같았다. 그 빛에 가장 순수하게 웃을 수 있었다. 예상 못했던 말과 행동이 주는 기쁨. 그것은 1학년만의 소유물이었다.
판서를 하던 나는 어는 날 아이들이 너무 떠들어 "주목하고 칠판을 보세요"라고 말했다. 그런데 아이들이 갑자기 죽은 듯이 너무 조용했다. 놀라 뒤돌아보니 모두 주먹을 쥐고 있었다.
"선생님, 주먹 쥐고 뭐해요?" 두 눈을 반짝였다.
그렇지. 아이들은 주목이란 단어를 모른다. 그제야 아이들의 정신세계에 들어간 나는 소리내어 웃었다. 주먹을 꼭 쥐고 율동이나 게임이라도 하는 줄 알고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나의 다음 지시를 기다리는 아이들.
아이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줄을 세우고 앞을 보고 걸으며 "왼발, 왼발" 구령을 붙였다. 그런데 몇 번인가 그 말을 되풀이하자 아이 하나가 "선생님, 오른 발을 언제 걸어요"하는 거였다. 그 말에 깜짝 놀라 얼른 뒤돌아보니 아이들이 전부 오른발을 들고 `왼발' 할 때마다 폴짝 폴짝 뛰었다.
`아! 이런 것도 가르쳐야 하는구나.'
"내가 잘못 했다. 왼발만 걸으면 안되지. 오른 발 내려놓고 다시…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
이제 이런 실수는 하지 않는다. 이런 실수가 내게 사라지면서 그런 실수가 주는 아름다운 웃음도 더 이상 없다. 항상 모든 것에 처음은 많은 추억과 즐거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