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일마다 장이 서는 읍지역 학교에서 아이들과 지내는 것이 참으로 넉넉하고 즐겁습니다. 장이 열리는 날, 보부상들이 길을 꽉 채우며 보따리 위에 펼쳐 놓은 홍시, 찐쌀, 메밀묵 같은 먹을거리들을 보면 마치 점방에 들어선 어린애마냥 이것저것 가지고 싶은 마음에 가슴이 설렙니다. 장날이 걸린 토요일 오후는 사물들에 감춰진 재미난 얘기도 듣고 아이들에게 던질 미끼도 찾기 위해 재래시장으로 나서지요. 장날은 무싯날보다 오가는 사람들의 마음이 한층 들떠, 장에 가는 날은 저도 덩달아 부푼 마음이 발걸음을 따돌리고 저만치 앞서 갑니다. 쫀득쫀득한 강냉이를 까먹으며 장 구경도 참 좋고 양념 냄새 풋풋한 국수도 사 먹을 수 있어 더욱 신났습니다. 저의 수준에는 이런 재래시장 풍경이 언제나 잘 맞습니다. 할머니가 싸 온 보자기에 홍시 여남은 개가 남아 있었습니다. 발갛고 튼실한 감을 보니 고향집 납작감을 만난 것 같아 그만 할머니 앞에 쪼그리고 앉았습니다. 오후 내내 아무 입 다실 일이 없으셨던지 할머니는 저를 보자 아들 같다며 홍시 흥정은 간데없고 자식 이야기로 침을 튀기시더군요. 홍시 하나를 손바닥으로 쓰윽 닦더니 풀쑥 저의 입에 갖다 댑니다. 어느새 저는 어머니의 향수
흰 와이셔츠에도 뼈가 있다는 말을 흘려듣다 너무 오래되어 어슴푸레한 기억 하나를 끄집어냈다 옷장 속에 묵혀 누렇게 탈색된 흰 와이셔츠 물 뿌리고 풀 먹여 등덜미를 문지르자 생솔가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대나무 관절 꺾이는 소리 감나무 제 힘에 부쳐 어깨 찢어지는 소리 뼈와 뼈가 부딪쳐 자지러지는 소리에 벌레가 구멍을 갉아내는 소리였다 그동안 등에 흐르던 물방울 소리가 늘 따뜻했던 것은 흰 와이셔츠를 떠받치고 있던 등뼈 때문이었다 골다공증이었다 흰 와이셔츠에 군데군데 구멍이 나 있었다 다리미가 지나갈 때마다 신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생을 추스르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흰 와이셔츠를 다리는 일은 금방이었지만 벌집 숭숭한 등뼈의 맨홀을 덮는 일은 또 몇 년이 걸려야 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시 쓰는 일이 밥이라면 며칠 굶겠습니다. 아니 단식에 돌입하겠습니다. 한번쯤 머리를 깨끗이 비우고 나면 사람 사는 풍경을 보는 시선이 달라지겠지요. 밥그릇만 챙기다 보니 늘어나는 건 설거지해야 할 시간뿐입니다. 빈 그릇을 무엇으로든 채워야겠다는 생각이 앞선 나머지 겉만 번지르르한 말장난이 담길까 두렵습니다. 속 빈 강정 같은 시 말입니다. 뒤돌아보는 여유도 없이 먼발치에서 풍경만 바라보다 말 같지 않는 말만 늘여놓고 있는 것 같아 정말 시에게 미안할 따름입니다. 다림질 하다말고 잠시 다리미를 내려놓습니다. 손에 너무 힘이 많이 들어갔는지 뼈가 시려옵니다. 반듯하게 옷을 펴겠다고 무턱대고 용만 썼으니 그럴 법도 합니다. 다리미의 적정온도를 잊었던 것입니다. 구부정해진 척추를 바르게 펴려면 따끔한 침과 알맞은 온기에 찜질이 물리적으로 이루어져 함에도 나는 느긋함을 참지 못해 병원 문을 박차고 나옵니다. 어느 시인이 골다공증을 하늘을 날기 위해 몸을 가볍게 하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아직 난 몸을 가볍게 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알고 있지 못합니다. 아는 것이 있다면 뼈에 구멍이 나는 병이기에 바람이 드나드는 구멍을 열심히 막아야겠다는 생각뿐입니다. 연탄구멍만 빼고 말
교원문학상 응모작은 예년에 비해 편 수가 적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작품의 수준차는 크지 않아서 낙심할 정도는 아니었다. 소재도 다양해서 세상을 촉지하는 여러 생각들을 읽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어 좋았다. 다만 정서를 평이하고 상투적으로 표출하거나 심정 토로식으로 나열하는 것이 올해도 산견돼서 아쉽다. 이는 시의 긴장이나 밀도를 약화시키는 요인이므로 늘 유념해야 할 것이다. 시 부문 당선작 (정영희)는 사물을 의인화하고 이를 인간의 이력과 연계시켜 삶을 통찰하는 예리한 눈을 확보했다. 눈부시게 흰, 그러나 이제는 ‘누렇게 탈색된’ 와이셔츠와 퇴락한 자신의 삶을 연계시키는 발상이 신선했다. 구멍난 와이셔츠 그리고 골다공증과 관절이상으로 신음하는 화자가 일체되며 묘한 연민을 자아낸다. 섬세한 감수성과 삶을 진지하게 통찰하는 안목이 뛰어났다. 당선작 외 응모시편들 역시 시적 긴장을 끝까지 잘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마무리했다. 그런데 안정적이라는 것은 자칫 시를 지루하게 만들 수 있다. 보다 예리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세상과 삶을 통찰하는 작품을 기대하고 싶다. 시적 모험이 동반된 생동하는 개성을 선보여 주길 기대한다. 가작 (안영선)는 당선작에 비해 경쾌하고 날렵하
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은 깜짝깜짝 놀란다. 여리고 예민한 풍경은 바람이 오는 소리를 먼저 듣고 바람이 불기 전에 소리를 내며 바람이 오고 있음을 알린다. 풍경의 추에 부딪친 바람은 아프다고 엄살떨고 풍경은 감싸는 바람이 간지럽다고 앙탈을 부린다. 바람이 풍경을 흔드는지 풍경이 바람을 울리는지 가는 바람이 마냥 아쉬워 풍경은 바람이 올 때마다 운다.
고등학교 시절 문학소년으로 한동안 심취했던 때가 생각납니다. 이 장르 저 장르 넘나들며 습작을 통하여 꿈을 키웠었습니다. 얼마큼의 습작을 해보니 자신이 생겼습니다. 이 정도 수준이면 다른 전공을 택하여 대학에 가서도, 아니 사회에 나가서도 충분히 창작활동이 가능하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공대로 진학했습니다. 하지만 공학(건축)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려웠습니다. 교수가 되니 다른 분야는 좀처럼 생각할 겨를조차 없었고, 선택한 전공분야에만 전심전력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문학과 병행이 가능하리라는 예상은 무척 잘못되고 건방진 생각인 것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바야흐로 정년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한 분야에만 열중하느라 겸업이 가능하리라 예상했던 문학은 도저히 접하지 못하고 세월이 흘렀습니다. 나이가 드니 자다가 문득 잠이 깨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텔레비전을 보는 것도 지겨워져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동시가 되었습니다. 동시는 별로 습작해보지 않던 장르입니다. 옛날의 감각을 회복하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중입니다. 공학은 호기심으로 시작하게 되었지만, 문학은 즐기면서 하고 싶습니다. 정년이 되면 어떻게 지낼까 고민했는
공존의 히트작, 『강남몽』 최근 공존의 히트를 기록(출간되자마자 넉 달 만에 18만부 가량 팔림)한 소설가 황석영의 『강남몽』을 서점에서 구입하여 읽었다. 조정래, 이문열 등과 함께 금세기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대문호로 일컬어지는 그의 창작력을 의심해서는 아니었지만, 도대체 얼마나 잘 썼길래 주요일간지에서부터 인터넷 배너 광고 등에까지 저리도 요란하게 홍보를 하는가 싶은 궁금증이 컸기 때문이었다. 물론 읽기 전에 각종 블로그나 뉴스 자료 등을 검색해 보고 사전 배경 지식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기에 그의 삶의 궤적들이 작품 속에 잘 녹아 있다는 대중들의 지배적인 생각에 좀처럼 공감대를 형성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말하면 될런지 모르겠지만, 귀한 시간 쪼개어 괜히 읽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정도가 이렇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겨우 이 정도의 책을 만원이 훌쩍 넘는 거금(?)을 들여 살만한 가치가 과연 있었나 하는 점이었다. 최근에 이 책을 긍정적으로 읽고 나름대로 감명을 받은 누군가가 자신의 블로그에 남겨 놓은 글이 눈에 띄었다. “400페이지도 못 되는 한 권의 책속에 해방 전 만주에서부터 시작하여 현대까지의 우리 민중들의 애환과
인천시교육청(나근형 교육감) 앞마당에는 노랗게 잘 익은 제주도 감귤(5kg) 150박스가 도착했다. 지난 20일 제주도교육청(양성언 교육감)에서는 인천시교육청에 연평초․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제주도 감귤을 전달했으면 한다는 의사를 밝혔고, 인천시교육청은 흔쾌히 화답했다. 이번 제주도 감귤 전달은 양성언 제주도교육감이 북한 포격을 입고 정든 학교와 마을을 떠나 있는 연평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을 위로하고자 보내준 것으로, 이날 감귤은 연평학교 김영세 교장에게 전달됐다. 이날 감귤을 직접 전해 받은 나근형 교육감은 "양성언 제주도교육감님께서 친히 연평학생들의 안위를 걱정해 주시고, 위로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전하며, "멀리 제주도에서 전해진 사랑의 귤향기와 따뜻한 마음이 우리 연평학생들에게 큰 위로가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 한국장애인장학회, 인천시 관내 특수교육대상학생 7명에 장학금 수여 - 한국장애인장학회(인천시협회장 김재필)는 지난 12월 20일 인천연일학교에서 가정형편이 어려운 관내 특수학교 재학생 7명에게 장학금을 수여하고 학생들을 격려했다. 한국장애인장학회는 각종 기부를 통한 장학기금을 조성, 장애인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사단법인 장학회로 이번 장학금 수여 대상자는 인혜학교, 연일학교, 미추홀학교, 성동학교, 은광학교, 혜광학교 , 예림학교에 각 1명씩으로, 연말연시를 앞두고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학업에 정진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엄격하게 선발되었다. 장학금을 받은 한 학생은 “나중에 어른이 되면 장애를 딛고 훌륭한 사람이 되어 공부하기 어려운 환경의 학생들을 도와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고 말했다. 김재필 협회장은 “장학사업을 통해 장애학생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어 매우 보람을 느낀다. 학생들이 용기를 잃지 않고 학업에 정진하면 훌륭한 사회구성원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고 밝혔다.
한국교총이 변경을 요구해 온 전국소년체육대회 개최 시기가 5월로 확정됐다. 대한체육회(KOC)는 21일 제12차 이사회를 개최하고 전국소년체육대회 개최시기를 현행 8월에서 5월로 변경하기로 의결했다. 한국교총은 지난 11월 11일 한국스포츠교육학회, 한국체육교육학회, 한국체육정책학회, 한국체육학회, 한국초등체육교육연구회 등의 단체와 공동으로 학생들의 안전사고 예방, 경기력 향상을 위해 전국소년체육대회 개최시기를 5~6월로 환원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하고 관철을 위한 활동을 추진해왔다. 이번 대한체육회의 의결은 한국교총의 요구를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 대한체육회는 1972년 제1회 대회 이래 매년 5~6월에 전국소년체육대회를 개최해 왔으나 학생의 수업권 보장을 위해 올해 제39회 대회는 8월 혹서기에 개최했다. 그러나 성장기에 있는 선수들이 심한 무더위에 노출됨에 따라 경기력 저하와 안전사고 위험이 제기됐고 방학을 통해 선수들이 부족한 공부를 보충하고 휴식기를 가지는 것이 실질적 학습권 보장의 취지를 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5~6월 개최가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