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멕시코시티 여행을 준비하며 가장 먼저 떠오른 이미지는 영화 코코(Coco)였다. 화려한 색감 속에서 ‘죽음’마저 삶의 일부로 품어 안는 멕시코의 ‘죽은 자의 날(Día de los Muertos)’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이 영화는, 죽음을 슬픔이 아닌 기억과 축제로 이어가는 문화를 인상 깊게 보여준다. 이러한 문화를 지닌 멕시코는 과연 어떤 나라일지 자연스럽게 궁금해졌다. 또 다른 큰 이유는 한국에서도 이미 일상적인 음식이 된 타코였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타코의 맛이 과연 ‘본연의 맛’일까 하는 질문이 늘 마음에 남아 있었다. 그래서 멕시코시티의 길거리에서 ‘진짜 타코’의 맛을 직접 느껴보고 싶었다. 여기에 개인적인 역사적 호기심도 더해졌다. 미국 뉴멕시코주에서 여러 차례 마주했던 과달루페 성모상은 늘 인상적인 존재였다. 스페인 식민지 확산과 함께 북미 대륙으로 전파된 이 성모상의 기원지이자 기적의 장소를 직접 마주하고 싶다는 바람이 여행 동기가 되었다. 무엇보다 이 여행을 하게 만든 결정적인 이유는 세계사 서술 속에서 자주 ‘공백’처럼 다뤄지는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 문명이었다. 멕시코시티 근교에 위치한 테오티우아칸은 우리가 잊고 지내
세계 최고 수준의 국제학업성취도와 함께 청소년 자살률 1위라는 극과 극의 교육 현실을 맞닥뜨리고 있는 대한민국. 최근 우리 교육 현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대두된 것이 ‘사회정서역량’이다. 사회정서역량은 결국 나와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조절하는 역량이다. 하지만 감정은 손에 잡히지 않기 때문에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어려운 것 역시 현실이다. 사회정서역량 증진의 열쇠, 뇌 사회정서역량 증진의 열쇠는 ‘뇌’이다. 그리고 지덕체(智德體)가 아닌 체덕지(體德智), 신체에 기반한 정서 조절 증진을 위한 체험적 훈련이 핵심이다. 21세기 인류 과학이 제시하는 마음과 행동 변화의 열쇠는 뇌이며, 모든 정보는 뇌의 활동을 통해 처리된다. 결국 뇌 속에 담긴 정보가 그 사람의 행동과 사고를 결정짓는 열쇠가 되며, 좋은 뇌 상태를 만드는 훈련과 습관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뇌’는 그동안 의학 영역에서만 다루던 주제였지만, 인류 과학의 정점이라 불리는 뇌과학 연구가 20세기 말 들어 급부상했고, 21세기에는 뇌융합적 흐름이 의학·공학·심리학·인지과학·교육학 등 모든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은 1998년 제1차 「뇌연구촉진법」을
거리의 상가들을 바라보다 보면 문득 기괴하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1층을 제외하면, 2층부터는 학원과 병원이 빼곡하다. 아이들에게 하루 종일 공부하라면서도, 동시에 마음 건강을 위해 사회정서교육을 받으라고 하는 요즘 학교의 풍경과 닮았다.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사회정서학습은 마음을 치료하라는 교육이 아닌데’라는 생각에 안타까워진다. 사회정서학습과의 만남 중학교 도덕교사로 9년을 보낼 즈음, 나는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다. 아이들과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나눠보면 정말로 ‘악한’ 아이는 거의 없었다. 다만 아이들은 잘못된 선택과 행동을 하면서도 무엇이 문제인지 잘 알지 못했다. 그런 아이들을 붙잡고 어떻게든 개도(開導)해 보겠다고 교무실에서 긴 이야기를 나누던 날들의 반복이었다. 그 무렵, 대학원 지도교수님의 권유로 사회정서학습을 알게 되었다. 사회정서학습은 그동안 내가 목말라했던 것, 즉 아이들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그것이 내가 사회정서학습을 공부하게 된 계기였다. 그 후 사회정서학습을 주제로 논문을 써 박사학위를 받고, 이를 교실에 적용해 보며 동료교사들을 설득해 연구학교를 운영하기도 했다. 교사를 하
「학생맞춤통합지원법」 시행 「학생맞춤통합지원법」은 기초학력 미달, 경제적·정서적 어려움, 학교폭력, 경계선 지능, 아동학대 등 다양한 문제를 겪는 학생들을 발굴하여 지원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제정되어 2026년 3월 1일부터 시행된다. 학교는 학생·보호자·교직원의 요청에 따라 지원대상학생을 선정하고, 교육장·교육감에게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 지원 방법은 교육비 등 교육복지, 상담 지원, 외부기관 연계 등이다. 기존에도 시도교육청이나 지방자치단체, 개별 학교 단위에서 진행되던 학생에 대한 다양한 지원 사업은 존재하였으므로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닐 것이다. 다만 이를 전국적으로 통일성 있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재정비하고, 국가적 지원과 전문인력의 확보, 예산 책정에 대한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치료 등 지원이 필요한 학생임에도 보호자가 이를 거부하는 경우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법안의 마련 과정에서 논의된 것으로 보이나, ‘지원대상학생 및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라고 되어 다소 아쉬움이 있다(「학생맞춤통합지원법」 제11조 제3항). 현재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 대한 실질적 해결책을 지원하여 현장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과 교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는 600여 명의 인물들이 차례로 등장하는 소설이다. 핵심 주인공을 꼽자면 당연히 서희와 길상이고 그중에서도 ‘원픽’을 하라면 서희일 수밖에 없다. 소설은 서희가 다섯 살인 1897년 한가위에서 시작해 1945년 쉰세 살에 해방 소식을 듣고 감격에 겨워 해당화 가지를 잡고 주저앉는 장면으로 끝나고 있다. 서희는 어려서 어머니 별당 아씨가 머슴 구천이와 야반도주하면서 외롭게 자라고, 아버지 최치수마저 재산을 노리는 김평산·귀녀 무리의 음모에 빠져 목 졸려 죽는다. 유일하게 남은 할머니 윤씨 부인도 1902년 호열자가 대유행할 때 세상을 뜬다. 최참판댁에 열 살짜리 여자애 하나만 남은 것이다. 그런 서희를 작가는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미인으로 그리고 있다. 이 소설은 유명희, 유인실, 봉순이도 미인으로 묘사하고 있지만 서희 미모에 대한 묘사가 압도적으로 많고 아름답게 그리기도 했다. 그런 만큼 서희를 꽃에 비유하는 대목도 많다. 대략 추려도 개나리·연꽃·매화 등을 꼽을 수 있다. 서희의 꽃, 개나리·연꽃·매화 서희 미모는 어머니 별당 아씨를 닮았다. 서희는 어머니를 그리워하면서 별당 작은 연못에 얼굴을 비추어본다. 이때 서희는 ‘한 송
“국적은 바꿀 수 있어도 학적은 못 바꿉니다. 제 모교인 보인고를 학생들이 아침에 눈을 비비면 가장 먼저 달려오고 싶은 곳, 학부모가 내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고객 만족 1등 학교’로 만드는 것이 제 마지막 소명입니다.” 자율형 사립고의 성공 신화를 다시 쓰고 있는 서울 보인고 김석한 이사장의 말이다. 1908년 개교한 보인고의 변신은 2004년 김 이사장의 취임과 함께 시작됐다. 그는 부임하자마자 ‘현실에 안주하면 미래가 없다’라는 판단 아래 2007년 상고에서 일반고로 전환한 데 이어 2011년 자사고 전환이라는 대담한 결단을 내렸다. 이후 사재 등을 털어 무려 320억 원을 학교 환경 개선에 쏟아부었다. 낡은 교실을 전면 개보수하고, 현대식 체육관을 신축했으며, 학생들을 위한 최첨단 학습시설을 갖췄다. 보인고가 20여 년 만에 명문 사학으로 자리 잡은 배경에는 ‘성적 이전에 사람을 본다’라는 분명한 원칙이 있다. 학교가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하게 강조하는 가치는 인성이다. 실제로 학교장 추천이나 각종 포상 과정에서도 성적보다 3년간의 학교생활 태도와 공동체 안에서의 품행을 우선 살핀다. 이 같은 원칙은 보인고 교훈인 ‘날로 새롭게, 바르게 살자,
최근 교육전문직 선발 면접은 지식 확인을 넘어, 현장 적용 가능한 역량을 종합적으로 확인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특히 경기도교육청은 2025학년도부터 역량 중심 면접을 본격화하며, ‘가치 선택, 정책 언어화, 실행 설계, 갈등 관리’까지 한 번에 평가하는 문항 구성을 강화하였다. 본고에서는 2025학년도 경기도 면접 복기 문항과 예시 답안을 바탕으로, 문항 의도와 평가 포인트, 3분 답변 구조화 방법을 연재 형식으로 정리하고자 한다. 세부 내용은 이어지는 글에서 문항 유형별로 구체화하겠다. 하부루타식 면접 _ 문항 및 문항 분석 ● 문항 다음의 셋 중 하나를 선택하여 경기미래교육에서 중요한 이유(선택의 이유)를 말하고, 현재 경기도교육정책에서 실현되고 있는 정책을 말하고, 앞으로 이를 추진함에 있어서 예상되는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말하시오. (※ 각각 3분씩 2명. 뒷번호 먼저 발표, 다음 앞번호 발표) ● 문항의 핵심 요구 가치 선택, 정책 언어화, 실행 설계, 리스크 관리 ● 평가 목표 •교육가치 및 철학 기반의 판단 역량 3가지(공동재/공존/공정) 중 하나를 선택하고, 그 선택이 경기미래교육에서 왜 중요한지 ‘가치-목표-근거’로 설명하
학령인구 급감과 지역 소멸이라는 거대한 파도 속에서 전문대학이 새로운 생존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서울 중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서 만난 김영도 회장(동의과학대 총장)은 인터뷰 내내 ‘슈퍼 테크니션(고숙련 기술인)’과 ‘직업교육은 복지’라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그는 최근 미국 애리조나주립대(ASU)를 방문해 대학이 산업 인력을 책임지며 지역 혁신을 이끄는 모델을 직접 확인하고 돌아왔다. 4년제 대학보다 9% 이상 높은 취업률을 기록하며 실용 교육의 저력을 증명하고 있는 전문대학. 이제는 단순한 학위 기관을 넘어 인공지능(AI)시대를 선도하고 지방을 살리는 ‘평생 직업교육 플랫폼’으로의 대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1월 애리조나주립대(ASU)를 방문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지요. “미국은 우주 산업 등 첨단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동시에 제조 현장의 숙련 기술 인력이 부족해 산업 생태계가 붕괴되는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조선업입니다. 설계 능력은 뛰어나지만 실제 배를 만들 인력이 없어 산업 경쟁력이 무너졌습니다. 반면 애리조나주는 사막이라는 불모지임에도 TSMC(220조 원 투자), LG에너지솔루션(4조 5천 억 원 투자) 등
국평의 세대교체, 34평보다 더 잘나가는 24평의 질주 국평은 ‘국민평형’의 줄임말로서, 가장 많은 사람이 선택해 온 대표적인 주거 면적을 말한다. 과거에는 전용 84㎡, 즉 34평이 4인 가구 주거의 표준이었기만, 최근 이 견고했던 공식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집값은 크게 상승했고, 주거환경과 삶의 방식도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넓은 집’이 곧 ‘좋은 집’이던 시대는 이미 지나가고 있으며, 이제 주거 선택의 기준은 면적이 아니라 입지와 땅의 가치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24평이 있다. 과거에는 34평으로 가기 전 거쳐 가는 평형, 혹은 불가피한 선택지로 인식되던 24평이 이제는 당당한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2021년 부동산 가격이 한차례 폭등한 이후 24평의 강세가 점차 뚜렷해졌으며, 주요 재건축 단지와 신축 분양 현장에서 24평의 청약 경쟁률이 34평을 상회하는 현상이 지속되면서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라이프 스타일의 전환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24평 선호 현상을 1~2인 가구 급증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설명한다. 이는 절반은 맞고 절반은 부족한 설명이다. 인구 구조 변화는 분명
Ⅰ. 미래 교육을 설계하는 힘 급격한 사회 변화와 기술의 발전은 교육 현장에 유례없는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던져주고 있다. AI 디지털교과서의 도입으로 대변되는 ‘디지털 대전환’은 맞춤형교육의 가능성을 열었지만 인프라 격차라는 과제를 남겼고, 교육활동 침해와 악성 민원의 증가는 학교의 본질인 ‘가르침과 배움’의 안정성을 위협하고 있다. 또한 학령인구 감소와 복합적 위기를 겪는 학생의 증가는 교육정책이 더 이상 보편적 접근에 머물지 않고, 한 명 한 명을 위한 ‘정교한 설계’로 나아가야 함을 시사한다. 이러한 변곡점에서 교육행정가와 교사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현장의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이를 실질적인 정책 언어로 풀어내는 ‘정책 설계 능력’이다. 단순히 지식을 나열하는 글쓰기가 아니라, 교육과정과 지원체제를 입체적으로 분석하여 현장에 안착 가능한 대안을 도출하는 과정이 곧 정책논술의 본질이다. 본고에서는 서울교육이 직면한 5대 핵심 이슈를 실전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존과 상생’이라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응 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 특히 만능틀(범용틀)을 활용한 이슈 정리부터 실제 시험에서 활용 가능한 개요 작성 프로세스 및 모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