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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3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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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영성중, 영어를 문화로 만나다… 할로윈 체험 행사 운영

영어과 주관, 학생자치회가 함께 준비·운영
"축제가 아니라 수업의 연장“

30일 경기 영성중 3층 학생자치회실 앞은 하루 종일 북적였다.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릴 때마다 학생들이 몰려들었고, 점심시간에는 줄이 복도 끝까지 이어졌다. 영어과가 마련한 할로윈 체험 행사 '트릭 오어 트릿(Trick or Treat!)'이 열린 날이었다.

 

행사는 교과 수업의 연장선에서 기획됐다. 교과서 속 한 단락으로 지나치기 쉬운 영어권 문화를 학생들이 직접 보고, 만지고, 말해보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날 운영된 체험 부스는 일곱 가지. 할로윈 쿠키 만들기, 키캡 키링 만들기, 할로윈 의상 포토존, 보석 십자수, 할로윈 문신 스티커, 디폼블럭 키링 만들기, 뜨개질까지 학생들은 쉬는 시간 10분을 쪼개 부스를 옮겨 다녔다.

 

 

행사를 기획한 고성희 교사(영어과)는 "이번 행사의 출발점을 '질문'에서 찾았다"고 말했다.

 

"수업에서 할로윈 이야기가 나오면 아이들이 다 안다는 표정을 지어요. 그런데 '왜 호박을 깎을까', '왜 하필 10월 31일일까'하고 물으면 대답을 못 합니다. SNS로 이미지만 소비한 거예요. 언어를 배운다는 건 그 말을 쓰는 사람들의 생활과 사고방식을 함께 배우는 일인데, 그 부분이 비어 있었던 거죠."

 

고 교사는 이번에는 설명부터 하지 않았다고 했다.

"먼저 해보게 하고, 하는 동안 '이건 원래 이런 뜻이야'라고 한 문장씩 건넸어요. 쿠키를 구우면서 켈트족의 사윈(Samhain) 축제 이야기를 듣고, 포토존에서 ‘Trick or treat’을 직접 말해보는 겁니다. 체험이 먼저고 이해가 뒤따라오는 구조예요."

 

 

이번 행사의 또 다른 축은 학생자치회였다. 부스 구성과 배치, 재료 준비, 당일 안내와 질서 유지까지 학생들이 직접 맡았다. 쉬는 시간마다 학생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상황을 고려해 부스별 대기선을 나누고, 점심시간에는 인원을 조절하는 운영 방식도 학생들의 아이디어였다.

 

학생자치회장 서지호 학생(3학년)은 "처음에는 '그냥 사탕 나눠주는 거 아니야?'하는 반응이 많았다"며 웃었다.

 

"그런데 준비하면서 생각이 달라졌어요. 일곱 개 부스를 쉬는 시간 10분 안에 돌아가게 만들려면 동선을 어떻게 짜야 하는지, 재료는 몇 명분을 준비해야 하는지 전부 저희가 계산해야 했거든요."

 

서 회장은 "평소에 자치회실에 잘 안 오던 친구들이 왔다"는 점이 가장 뿌듯했다고 말했다.

 

"뜨개질 부스에 앉아서 한참 있다 간 친구도 있었어요. 자치회가 뭘 하는 데인지 설명하는 것보다, 이렇게 한 번 같이 노는 게 훨씬 빠르더라고요."

 

 

이번 행사는 교과 교육과 학생자치활동이 하나의 프로그램에서 만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교사가 교육적 목표와 내용을 설계하고, 학생이 운영의 주체가 되는 구조다. '행사를 열어주는 학교'에서 '행사를 함께 만드는 학교'로 가는 작은 전환점이다.

 

체험 활동 구성에서도 의도가 읽힌다. 쿠키, 키링, 보석 십자수, 뜨개질처럼 손을 쓰고 시간을 들여야 완성되는 활동이 중심에 놓였다. 짧은 영상과 자극적인 이미지에 익숙한 세대에게, 한 가지 일에 집중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경험 자체가 교육적 가치를 갖는다는 판단이다.

 

수업 시간을 빼지 않고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만을 활용한 운영 방식도 눈여겨볼 만하다. 학습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하루 전체를 축제 분위기로 만든 선택이었다.

 

한편, 고 교사는 "내년에는 학생들이 영어로 부스를 소개하고 안내하는 방식까지 가보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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