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와 직장에서는 기성세대와 MZ세대 간 갈등이 이슈지만, 학교에서는 오래전부터 교사와 학생 간 갈등이 있어왔다. 개발도상국에서 성장한 교사와 선진국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도통 서로를 이해하기가 힘들다.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로 불리는 이 아이들을 이해하기 위해 오늘도 전국 각지 학교의 교사들은 머리를 싸맨다. 2024년 가을, 교사들이 학생들과 함께 보고, 토론할 만한 영화 3편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한 편은 이미 개봉해 관객들의 입소문을 모으며 장기 상영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 중산층 가족의 섬뜩한 모습을 보여주는 보통의 가족(감독 허진호)이다. 또 다른 한 편은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유서가 발견된 홍콩의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 일어난 일을 다룬 홍콩 영화 연소일기(감독 탁역겸)이고, 마지막 한 편은 난임 교사의 학급에서 한 여학생이 임신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스크린에 담은 최소한의 선의(감독 김정현)이다. 좋은 영화는 영화가 끝난 뒤 이야깃거리가 풍성한 영화다. 새교육 11월호 ‘시네마 톡톡톡’에서 소개하는 세 편의 영화는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이, 극장을 나서면서부터 머릿속에 생각할 거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겨난다. 영…
2024-11-06 10:00
히드라와 원팀이 되어 헤라클레스에 대항한 거대한 괴물게 게자리는 프톨레마이오스의 48개 별자리에 속했고, 현대 천문학에서 정립한 88개 별자리에도 포함된다. 황도 12궁의 넷째 자리로 거해궁이라고도 하며, 늦겨울 남쪽 하늘에서 볼 수 있다. 황도 12궁 별자리들은 대부분 밝은 별들을 갖고 있지만, 네 번째 별자리인 게자리와 열두 번째 물고기자리는 어두운 별들로만 구성돼 있다. 특히 게자리는 밝고 화려한 별들이 많은 겨울 별자리 속에 있어 더욱 초라하게 빛난다. 가장 밝은 별이 4등성으로 황도 12궁 중에서 제일 어둡기 때문에 동서양 문화권 모두 불길한 별자리로 취급했다. 동양에서는 무덤이라는 뜻의 ‘귀수’ 혹은 상여라는 의미의 ‘여귀’라고 일컬었으며, 서양에서는 ‘암’을 뜻하는 ‘캔서(Cancer)’라고 부른다. 암세포가 게 다리같이 생긴 것에서 유래한 명칭이다. 고대 바빌로니아 점성술에서 게자리는 지하세계의 입구를 상징하여 불행과 어둠의 동의어로 불리기도 했다. 게자리는 바다뱀자리인 히드라 옆에 있는데, 이는 그리스신화에서 게가 히드라의 은신처 옆 지하세상의 문을 지키는 것과도 일치한다. 게자리는 어둡고 음침한 별자리지만, 밤하늘에서 아주 유명한 프레세
2024-11-06 10:00
이번 호에서는 지구에서 살고 있는 동물의 신비하고 과학적인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이번 호의 주인공은 장수의 아이콘이자 ‘토끼’와의 달리기 경주에서 이긴 ‘묵묵함’의 대명사인 거북이입니다. 100년, 아니 400년까지도 살기 때문에 집에서 키우려면 손주에게까지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죠. 3대에 걸쳐 키운다는 거북이와 관련된 과학이야기를 들어볼까요? Q1. 거북이는 왜 등껍데기가 있나요? 소라게처럼 알몸으로 태어나서 등껍데기로 쏙 들어가는 거예요? 아닙니다. 거북의 트레이드마크인 등껍데기는 피부가 변형돼 만들어진 다른 동물들과는 아예 격이 다릅니다. 놀랍게도 거북이 등껍데기는 뼈가 변형된 것이랍니다. 척추뼈를 중심으로 양 갈래로 뼈들이 생장하면서 몸 전체를 덮고, 피부밑 조직과 결합해 통처럼 변하면서 껍데기가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죽은 거북의 등껍데기 내부를 보면 척추를 관찰할 수 있답니다. 거북의 껍데기는 등에만 있지 않습니다. 일명 ‘배딱지’라고 불리는 ‘복갑’은 가슴 쪽 갈비뼈가 확장되면서 마치 등껍데기처럼 변한 후, 결국 등껍데기와 배껍질이 양쪽 끝에서 서로 만나서 융합되면서 만들어지고, 마침내 진정한 갑옷으로 거듭납니다. 그래서 ‘슈퍼
2024-11-06 10:00
아시아와 유럽 그리고 아프리카까지 그 영향력을 뻗었던 나라 오스만 튀르크. 대제국의 수도였던 이스탄불에는 기독교와 이슬람이 오랜 시간 뒤엉킨 흔적이 남아있다. 고대 로마의 유적도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동서양의 문명이 만나는 곳 튀르키예. 특히 실크로드 상인들이 반드시 거쳐야 했던 도시였던 이스탄불은 동서양 문물 교류의 중심점이었다. 고대 히타이트부터 시작해 프리지아·우라티아·리디아와 로마문명·기독교·이슬람문명이 녹아든 곳이 바로 튀르키예이다. 그래서일까, 영국의 역사학자 토인비는 튀르키예를 두고 ‘인류 문명의 살아 있는 옥외박물관’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동서양 문명의 교차로, 이스탄불 이스탄불의 시작은 기원전 7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스 통치자 비자스는 오랜 기도 끝에 ‘눈먼 땅에 새 도시를 건설하라’는 델피 신전의 신탁을 받는다. 이 의미를 깨닫기 위해 고심하던 비자스는 보스포루스 해안 맞은편 언덕과 마주친 순간 무릎을 치게 된다. 그곳에는 보스포루스·마르마라해·에게해, 이 세 바다가 만나는 천혜의 요새에다 세상의 절경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그 누구도 눈이 멀어 미처 보지 못했던 언덕에 비자스의 도시 비잔티움이 태어났다. 이것이 바로…
2024-11-06 10:002024년 10월 10일 저녁 8시경 인터넷 포털 사이트와 SNS에는 같은 뉴스가 도배되기 시작했다. 소리 없는 파문은 순식간 일렁이며 크게 퍼졌다. 늦은 저녁 시작된 고요한 소란이 다음 날, 그리고 다음 날도 이어졌다. 모두가 상상조차 하지 못한 대단한 소식에 놀랐다. 한국 작가가 후보에 올랐다고 해도 크게 관심을 두지 않던 세태에서 김대중 대통령에 이은 두 번째 노벨상 수상자이자,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온 것이다. 문화예술 예산을 삭감하고, 도서관 지원금을 대폭 줄이고, 불온서적과 블랙리스트 목록을 만드는 시국에 반갑고도 감동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이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기를 빈다.” 2021년, 기다림 끝에 나온 작별하지 않는다에서 밝힌 한강 작가의 말이다. 이 책으로 또, 그 이전의 책들로 작가는 2024년 노벨문학상을 받게 되었다. 인용한 작가의 말을 다시 들여다보면 읽는 이들을 향한 당부처럼 들린다.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로 여겨달라고 한다. 한 작품만이 아닌 모든 작품을 향한 말이면서 대중들에게 기대는 말이기도 하다. #01 _ 아프지만 읽게 되는 힘이 문장에 있다 한강의 소설은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누군가는 읽기
2024-11-06 10:00
“10월의 긴 휴일이 충전의 시간이 되려면” 우리에 갇힌 짐승은 정형행동(stereotypic behavior)에 빠지곤 한다. 너무 스트레스를 받은 나머지 무의미한 동작을 거듭한다는 뜻이다. 고개를 흔들거나, 짧은 거리를 끝없이 왔다 갔다 하는 식이다. 선생님들도 다르지 않다. 교사의 하루는 일과에 얽매어있다. 수업과 업무로 촘촘하게 짜인 시간표를 벗어나기는 어렵다. 결강과 결근은 학생과 동료들에게 바로 피해를 주는 탓이다. 그래서인지 선생님들에게도 정형행동 비슷한 모습이 나타나곤 한다. 공강시간, 하릴없이 스마트폰을 습관적으로 뒤적이거나, 할 일은 산더미인데 고민에 짓눌려 무의미하게 인터넷 서핑에 빠져 있는 시간을 떠올려 보라. 이 점에서 10월의 긴 연휴는 반갑다. 갇힌 일상에서 벗어날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한결 숨통이 트인다. 하지만 교사의 마음은 휴일에도 여전히 학교를 벗어나지 못한다. 힘겨운 학생과의 줄다리기, 동료와의 갈등이 머릿속에 계속 떠오를 테다. 다시 학교로 돌아가면 버거운 상황과 다시 마주해야 하는 까닭이다. 그래서 고민을 감싸안은 채 휴식 같지 않은 휴식으로 안절부절못하며 연휴를 보내기 일쑤다. 학교에 복귀할 즈음에도 피로와 무력…
2024-10-07 10:00
‘좋아하는 것’을 ‘잘하는 일’로 만드는 법칙 (이헌주 지음, 갈매나무 펴냄, 256쪽, 1만8,500원) 인생의 방향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신의 ‘고유성’을 찾아야 한다. 저자는 고유성을 인생의 나침반에 비유하며 두 축을 이루는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중 철저히 좋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후자는 외부 평가에 달렸지만, 전자는 그와 상관없이 지속 가능해서다. 나의 소소한 강점을 빛나는 탁월함으로 성장시킬 ‘계획된 우연’을 만날 방법을 제시한다. 우리 반에 자폐 학생이 있다면 (엘렌 노트봄 지음, 허성심 번역, 한문화 펴냄, 196쪽, 1만3,000원) 자폐 학생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그들을 이해하는 것이 먼저다. 생각하는 방식, 사회적 미묘함에 대한 이해, 감각 등 여러 면에 분명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자폐 자녀를 독립적인 성인으로 키워낸 저자는 백 명에 가까운 전문가들과 소통한 경험 등을 바탕으로 자폐 학생이 교사에게 바라는 점을 알려준다. 내 아이를 위한 어휘력 수업 (최나야·정수지 지음, 로그인 펴냄, 288쪽, 1만8,000원) 문해력의 핵심은 어휘력이다. 모국어는 아이가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익히리라 생각하지만, 어
2024-10-07 10:00
아시아 최고·최대의 영화축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이사장 박광수, 집행위원장 직무대행 박도신)가 10월 2일부터 11일까지 부산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열린다. 국고보조금은 절반으로 줄었지만, 영화는 작년보다 늘어난 279편을 상영한다. 영화의전당, CGV 센텀시티,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등 7개 극장 28개 스크린에서 상영하고, 편수가 증가함에 따라 영화진흥위원회 시사실을 상영관으로 추가 확보했다. 올해 특히 주목할 부분은 영화의 심장인 영화제를 침공한 넷플릭스의 달라진 위상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한국 넷플릭스 영화 전,란을 개막작에 선정하면서 아시아 3개국 시리즈도 처음으로 초대했다. 3개의 특별기획 프로그램도 눈에 띈다. 교사들이 특별히 관심을 가질 만한 ‘10대의 마음, 10대의 영화’는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10대 성장영화 중 아시아 10대 성장영화를 선보인다. 지난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고(故) 이선균 배우의 대표작들을 상영하는 특별기획 프로그램 ‘고운사람, 이선균’도 마련해 이선균 배우의 마지막 모습을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도록 했다. 그랜드 투어로 올해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미겔 고메스 감독을 위한 특별기획 ‘미겔 고메스, 명랑한…
2024-10-07 10:00
황소자리는 가장 오래된 별자리 중 하나이다. 구석기시대 유적지인 프랑스 라스코 동굴벽화에도 황소자리와 비슷한 그림들이 새겨져 있을 정도이다. 황소자리에 얽힌 신화 역시 제우스가 등장한다. 페니키아왕 아게노르의 딸 에우로페(Europe)의 아름다운 모습에 반한 제우스는 커다란 흰 소로 변해 접근했고, 잘생긴 흰 소를 발견한 에우로페 역시 다정하게 어루만지면서 등에 올라타고 놀았다. 그때 흰 소가 갑자기 바다로 뛰어들어 크레타섬까지 그녀를 납치한 후, 사랑을 나눈다. 특이한 점은 제우스의 다른 정부들과 달리 헤라에게 해코지도 당하지 않고, 한 나라의 여왕도 되어 잘 살았다는 점이다. 에우로페는 유럽이라는 지명의 기원이기도 하다. 황소자리는 제우스가 자신이 흰 소로 변신한 것을 기념해 만들었다고 한다. 황소자리는 하늘에서 눈에 잘 띄는 커다란 별자리다. 토러스(Taurus, 황소자리)는 황소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타우루스(Taurus)’에서 유래한다. 황도 12궁에 속하는 황소자리는 가장 오래된 별자리 중 하나이며, 2세기 그리스 천문학자 프톨레마이오스가 분류한 48개의 별자리에도 들어 있다. 황소자리는 고대부터 매우 중요하게 취급되었다. 기원전 12,00…
2024-10-07 10:00
지난 추석, 달을 보며 어떤 소원을 비셨나요? 설날·대보름·추석 등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하늘을 우러러 ‘가득 차오른 달’에 소망을 빌며 살아왔죠. 낮에 빛나는 태양과는 달리 어두운 밤하늘에 빛나는 달은 그 자체로 희망과 깨달음의 상징이었을 것입니다. 게다가 초승달부터 보름달까지 차올랐다 다시 사그라지는 달의 ‘변화’에 상상력을 덧붙이며 문학·예술에서도 정서적·심미적 상징의 중심이 되었죠. 이번 달에는 우리의 삶 속에 매우 큰 의미가 있는 달의 과학에 대해서 살펴보려고 합니다. Q1. 달은 원래부터 있었나요? 달은 어떻게 만들어졌어요? 달은 어떻게 생겼을까요? 가장 유력한 가설은 화성 크기 정도의, 즉 지구보다 약 3배 정도 작은 ‘테이아’라는 소행성이 지구를 때리고, 거기서 떨어져 나온 엄청난 양의 파편들이 지구 주변에서 뭉쳐서 오늘날의 달이 되었다는 가설입니다. 사실 공룡을 멸종시킨 엄청 큰 소행성의 크기도 15km 정도였어요. 그런데 지구보다 3배 정도 작다는 건 대략 지름이 6,000km 이상의 소행성이라는 거고, 이렇게 엄청난 소행성이 지구를 때려 박았으니, 지구도 산산조각이 날 수밖에 없었던 거죠. 그래도 달은 우리에겐 참 고마운 존재입니다.…
2024-10-07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