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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톡톡톡]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의 이레 배우

 

“‌감정 소모 심한 역할이라도 연기할 때 가장 행복해요!”

여기 지독한 흙수저 여고생이 있다. ‘인영’(이레)은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으로 예술고등학교에 입학했지만, 60년 전통의 국악단에서는 단비를 내지 못해 친구들의 멸시를 받는다. 설상가상으로 교통사고로 엄마마저 세상을 떠나며, 인영은 하늘 아래 혈혈단신 고아가 된다. 참았던 눈물이 터지는 날엔, 아이들 비타민을 만병통치약이라며 건네주는 동네 약사(손석구)가 있다. 원래부터 씩씩했던 인영은 다시 더 씩씩해진다.

 

월세를 내지 못해 집에서 쫓겨나는 상황에서도 돈 될 만한 물품들을 당근에서 ‘쿨하게’ 거래한다. 학교에 숨어 산 지 일주일 만에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실력만이 최고’라 믿는 마녀 단장(진서연)에게 발각당하는 인영. 마녀 단장이 ‘무한긍정’ 여고생 인영을 집으로 데려가며 둘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그리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 주고, 자신이 갇혀 있던 편견의 울타리를 깨며, 결국 서로에게 가족이 되어간다. 


2월 26일 개봉해 열흘 만에 누적 관객 수 7만 명을 돌파하며 장기 흥행 신호탄을 쏘아 올린 영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감독 김혜영, 이하 <괜괜괜!>) 이야기다. 괜찮지 않은 것만 같은 나날들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위로를 건네주는 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인데, 그것을 가능하게 한 주역은 다름 아닌 ‘산뜻 발랄 무한긍정’ 에너지를 러닝타임 내내 스크린 밖으로까지 뿜어내는 이레 배우임이 틀림없다. 2006년생인 이레 배우는 어린이 모델로 활동하다가 2012년 드라마 <굿바이 마눌>의 ‘민서’ 역으로 데뷔했다. 이듬해 이준익 감독의 영화 <소원>에서 ‘임소원’ 역을 맡아 풍부한 감정 연기를 펼쳐 제4회 베이징국제영화제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대중에게 ‘천재 아역 배우’ 이미지를 각인했다.

 

이후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반도>,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지옥>, <무인도의 디바> 등에서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여왔다. 연기로 인한 잦은 전학으로 결국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검정고시로 졸업했고, 또래보다 2년 빨리 대학교에 입학했다. 이제 막 생일이 지나 동기 언니, 오빠들과 술집에 갈 수 있다며 웃는 이레 배우와의 인터뷰 현장을 공개한다.  

 

<괜괜괜!>으로 영화감독에 데뷔한 김혜영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주인공 인영이 꿋꿋한 인물인 만큼 인영을 연기하는 배우에게도 그런 밝음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면에서 이레 배우는 제가 생각하는 이 나이대에 가장 훌륭한 배우다”라고 말하며 이레 배우의 연기력을 극찬한 바 있다. 그런데 <괜괜괜!>은 2025년에 개봉하긴 했지만, 촬영은 4년 전에 했다. 4년 전 미성년자였던 자신의 연기를 커다란 스크린에서 보는 건 어떤 기분일지, 이레 배우에게 물었더니 “어릴 때부터 연기를 해서 그런지 촬영하면서 제가 굉장히 성숙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왜 그때 현장 스태프들이나 배우들이 저를 보고 ‘아기’라고 하는지 알겠더라고요”라며 특유의 해맑은 웃음을 터뜨렸다. 

 

7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데뷔했죠. 연기를 너무 잘해서인지, 이후 어두운 역할이나, 톤이 무겁거나, 장르영화에 많이 출연했습니다. 최근 작품인 <괜괜괜!>에서 오랜만에 본인 나이에 맞는 사랑스러운 배역을 맡은 거 같아요.
“맞아요. 데뷔작부터 장르적 특성이 강한 작품들이 많이 들어왔어요. 그래서 저는 어렸을 때부터, ‘혹시 내가 장르적 영역에 특화된 배우는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어요.(웃음) 그런데 이번에 <괜괜괜!>을 촬영하면서 인영이에게서 뭔가를 배웠습니다. 제가 분석한 인영이는 힘들고 포기하고 싶을 때, 웃음으로 세상에 맞서는 느낌이 드는 아이였어요. 그래서인지, 촬영하면서 인간 이레 역시 웃음이 늘었습니다. 밝아졌고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인영의 무한긍정 에너지처럼 ‘아니면 말고~!’ 하는 마인드도 생겼죠.(웃음)”

 

그렇게나 밝은 인영이가 영화에서는 두 번 웁니다. 한 번은 지칠 대로 지쳐서 들어간 약국에서 약사가 건네준 막대사탕을 보고 엄마가 생각난 장면이었고요. 또 한 번은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받고 무너져 내리듯 우는 장면이었죠. 

“인영이는 분명 밝은 성격이지만, 아직 슬픔을 다루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엄마의 교통사고 소식을 전화로 들은 순간 아슬아슬하게 버틸 수 있게 해줬던 마지막 끈이 끊어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겠죠. 저는 아직 가족을 잃은 경험이 없지만, 인영이 그 전화로 확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극단적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제가 보여 줄 수 있는 최고의 눈물을 보여주려고 극한의 슬픔을 상상했습니다. 또 인영이는 힘들 때면 동네 약사를 찾아가요. 먹으면 기억을 다 잊고 기분이 좋아지는 약을 달라면서요. 그러면 손석구 배우가 아이들 먹는 비타민을 하나씩 주거든요. 그런데 가장 힘들었던 날에 손석구 배우가 비타민 대신 막대사탕을 준 거예요. 엄마 생각이 나면서 ‘으앙’ 하고 눈물을 터트렸습니다. 살면서 한 번도 그렇게 소리 내서 울어본 적이 없는데 말이죠. 그런데 그날이 약국 씬을 하루 만에 다 찍어야 하는 힘든 날이었거든요. 육체적으로 지쳐 있다 보니 몰입할 새도 없이 울음이 터졌어요.(웃음)”

 

일찍 배우 생활을 시작한 아역 배우는 셀 수 없이 많다. 하지만 이레 배우처럼 데뷔부터 연기력으로 주목받고, 이후 안정적인 작품활동을 하면서 ‘무탈’하게 성공적으로 성인 배우로 성장한, 그리고 대중에게 인정받은 배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이름처럼 독실한 신앙인인 이레 배우는 ‘아역 배우 출신’이라는 딱지를 떼기 위해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마음가짐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작품 선택의 폭도 넓어졌을까? 궁금함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올해 3월, 생일이 지났습니다. 드디어 성인이 되었어요!(웃음) 기분이 어떠세요?
“올해가 안 가면 좋겠습니다!(웃음) 너무 오랫동안 스무 살을 기다려왔거든요. 언젠가는 제가 넘어야 할 큰 허들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그 지점에 다가온 거죠. 그런데 아역 배우에서 성인 배우로 변신하는 허들은, 제가 넘는 게 아니라 저를 보는 대중에게 있다고 생각해서 그냥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대로 두려고 합니다. 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서요.” 

 

성인이 되면 꼭 해야지!’하고 마음먹었던 것들도 분명 있겠죠?
“제가 대학교에 좀 일찍 들어갔잖아요. 두 살 많은 동기 언니 오빠들이랑 다니다 보니, 강의 마치고 술집에 가려다가도 “아, 이레는 술 마시면 안 돼”라면서 치킨집이나 고깃집에 가서 콜라를 마셨어요. 이제는 언니, 오빠들을 만나서 술집에 들어갈 수 있다는 여유가 마음에 아주 크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웃음) 그렇다고 해서 정신이 해이해지지 않고 즐길 수 있을 정도로만 실천해 보려고요. 개강했는데 학교생활이 너무 빨리 끝나는 거 같아서 아쉬워요.”


대학교 생활이 어떤 면에서 재밌나요?
“물론이죠! 제가 초·중·고등학교 생활을 제대로 못 한 것도 있고요. 그러다 대학교에 왔더니 좋은 경험을 너무 많이 할 수 있는 거예요. 또 제가 연기를 정말 좋아한다는 것도 느끼게 해 준 곳이 바로 대학교입니다. 그래서 저는 빨리 졸업하기가 싫어요. 할 수 있다면 휴학해서, 혼자나 친구들과 함께 다른 나라로 여행도 가보고 싶어요. 부모님 설득이 좀 어렵겠지만요.”

 

천재 아역 배우에서 올해 성인 배우가 되었습니다. 마음가짐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
“이제는 연기를 잘하는 것뿐 아니라, 제가 어떤 사람이 되는가가 중요해졌어요. 작년 말부터 올해 초를 넘어오면서 이레라는 배우는 무엇을 중심으로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어가는 것이 중요할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이제는 제가 선택을 내려야 하고, 제 인생을 책임져야 하는 그 길에 접어들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후회하는 선택은 하고 싶지 않아요. 올곧은 저만의 방향을 찾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 다양한 경험도 많이 해보고 싶고요.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도 해요. ‘저는 제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받고, 저 역시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데 방법을 잘 모르겠으니 가르쳐달라’고요.” 

 

 

성인이 되었으니, 이제 확실히 폭넓은 분야에서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할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앞에 잠깐 말씀드린 것과 비슷한 맥락인데요. 사실 그런 변화는 제가 주도하는 게 아니고, 할 수도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올해 성인이 되었지만, 어떤 관객이나 시청자에게 저는 아직 <소원>의 임소원, <반도>의 준이, <안녕? 나야!>의 하니로 기억될 수 있잖아요? 저를 바라봐주시는 대로 저를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딱히 조급하게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저 저를 선택해 주는 분들을 위해, 제게 주어지는 것들에 얼마나 몰두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일곱 살에 데뷔해 인생의 2/3를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연기하며 보냈다. 초·중·고등학교라는 청소년기 학창 시절까지 반납하면서. 이제는 연기가 지겹지 않을까? 연기하다가 회의감이 들 때는 없었을까? 인터뷰 시작부터 시종일관 밝은 미소를 잃지 않는, 아니, 마치 <괜괜괜!>의 인영처럼 무한긍정 바이러스를 주변에 전파하고 있는 것만 같은 이레 배우가 생각하는 연기 인생과 미래 계획을 마지막으로 물었다. 

 

데뷔 이래 연기를 쉰 적이 없어요. 힘들다거나, 회의감이 든 적은 없었나요?
“나는 왜 연기를 좋아하는 걸까? 나는 왜 연기를 해야 하는 걸까? 이런 고민은 지금도 하고 있어요.(웃음) 그런데 저는 연기할 때 정말 행복하거든요! 왜 행복한지에 대해서 스스로에게 납득할 만한 멋진 말은 잘 떠오르지 않아요. 게다가 어떤 배역들은 감정 소모가 심해서 힘들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엄마를 잃은 딸 역할처럼요. 상상하기도 싫은 역할들을 맡으면 감정 소모가 되는 연기를 해야 해서 너무 힘든데도, 그런데도 연기하면 너무 행복해요.”

 

앞으로 어떤 활동을 펼치고 싶은가요?
“배우로서는 이번 영화의 인영이처럼 밝은 캐릭터를 또 맡아보고 싶어요. 제가 코미디에 유연한 배우인지는 모르겠어요. 도전해 본 적이 없어서요. 그래도 이번처럼 좋은 감독님을 만난다면 좋은 코미디 작품도 찍을 수 있지 않을까요? 개인 이레의 모습으로는 혹시 기회가 된다면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보고 싶기도 해요.(웃음) 영상 찍는 게 서툴긴 하지만, 유튜브 방송을 하면서 팬들과 소통하고도 싶고요. 또 이번에 연기를 같이 한 진서연 배우처럼 책도 쓰고 싶고…. 도전하고 싶은 게 참 많아요. 관객·시청자들이 그런 제 모습을 어떻게 받아주실지 고민이 되어서 조금 더 성장했을 때, 좋은 이야기를 전해드릴 수 있을 때 그런 활동을 해보고 싶습니다.”

 

사진 제공 _ 괜찮아 스틸컷·포스터: ㈜바이포엠스튜디오, 이레 배우 프로필: 눈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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