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교육부총리로 1년 1개월을 근무했다. 그 동안 교육계의 갈등과 혼란을 몸소 겪었다. 갈등과 혼란의 가운데 전교조가 있다. 그들은 과격한 투쟁적 행동을 하고 있다. 교장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사람들 때문에 몸서리가 쳐진다, 무섭다, 영이 서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교장하기 좋을 때는 평교사를 했고 평교사하기 좋을 때는 교장을 하고 있다"는 등 무력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그들은 "미국은 나쁘다"거나 "교육감이 돈 먹었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가르친다. 내 개인적으로는 다른 장관들에 비해 전교조와 큰 마찰을 겪지 않았지만, 크게 두 번의 진통을 겪었다. 한 번은 지난해 4월의 발전노조 파업 때였다. 전교조가 조퇴투쟁 선언을 했다. 나는 "교육문제도 아닌데 발전노조 문제로 조퇴투쟁을 하느냐"고 했다. 당시 국민들의 반발도 컸다. 부교육감회의를 소집해 강력 경고해 마침내 이를 철회시켰다. 두 번째는 초등학교 진단평가 때다. 전교조가 또 반대하고 나섰다. 이 평가는 초등학생의 읽고, 쓰고, 셈하기를 평가하는 것이다. 이것을 못하면 평생 불행하다. 진단해서 모자란 경우, 이를 보충해줘야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전교조는 머리 깎고 가두에서 서명 받고 했다.…
2003-05-16 14:56학교에서 법질서가 무너지고 있다. 학부모나 교사들은 교사나 교장이 학생교육과 학교관리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대화와 협의로 수정을 요구하거나 법적인 절차에 따라 개선하려고 하지 않고, 집단이기주의로 힘을 과시하여 요구를 관철하려고 한다. 집단으로 달려들어 자백과 사과를 받아내는 풍토이다. 교사가 제대로 직무수행을 하지 않아도 교장이 법적 권리인 지도·감독권을 발휘하지 못하고, 법에 정한 대로 책임을 물을 줄도 모르고 후환이 두려워 가슴만 앓고 있다. 학교나 교육청도 학부모나 교사가 몰려들어 소란을 부리고 행패를 부려도 공무집행방해 책임을 물을려고 하지도 않고 당하고만 있다. 정부는 교육법에 정한 권리나 의무를 제대로 행사하지도 못하고 이리 끌리고 저리 끌리고 있다. 보통교육단계에서는 정치상황의 판단 등 특수한 교육에 대해서는 교육의 중립성에 관한 국민다수의 보편적 가치에 따른 판단과 검증이 필요한데도 이러한 판단에 대해서도 교육부는 자료를 제시하거나 지침을 주는 일을 하지 않고 어려운 것은 학교장에게 미루고 보니 학교마다 교실마다 제 각각으로 수업이 되고 편향교육 시비가 나지 않을 수 없다. 교원단체와의 단체협약에서도 교육의 본질과 근로조건을 혼동하여 학교
2003-05-16 14:55학생들의 절반 이상이 교사의 지위와 존경도가 과거보다 낮아졌다는 한국교총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실로 충격을 금할 수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학생이 없는 교사가 있을 수 없듯이 이번 조사결과를 바람직한 교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번 설문조사가 시사하는 바는 첫째, 교권의 위기에 대해 교사와 학생이 공감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교총이 매년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교사의 직무만족도는 최근 5년간 크게 낮아졌으며, 여기에도 학생들조차 교사의 지위가 낮아졌다는 결과는 우리 교권이 총체적으로 위기 상황에 직면하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특히 학생들도 정부와 학부모의 교원경시 정책을 주 원인으로 꼽고 있어 정부 차원의 보다 근본적인 교권회복 대책이 시급함을 말해주고 있다. 둘째, 최근 교단갈등이 교사에 대한 인식을 더욱 나쁘게 할 우려가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부모 등 주위로부터 교사를 비하하는 발언을 들은 적이 있으며, 이때 교사에 대한 인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따라서 최근 교단갈등이 사회문제화 되고, 교사들이 마치 제 밥그릇이나 챙기는 집단으로 비춰지는 현실이 학생들의 교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 영향을…
2003-05-16 14:55해마다 스승의 날을 맞는 나의 마음은 어쩐지 즐겁지가 않다. 해를 거듭할수록 스승을 존경하는 풍토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학부모들은 자녀 앞에서 스승을 무시하는 언사를 서슴지 않고 사용한다. "너희 선생은 실력이 없다", "너희 선생은 왜 그 모양이냐"는 등 자녀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모르고 스승을 무시해버린다. 자녀들은 '우리 선생님한테는 배울 것이 없구나' 생각해 선생님의 가르침을 귀담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이는 자녀가 교육을 포기할 수 있는 위기를 제공해 결국 학부모와 학생이 손해를 입게 된다. 스승이 존경받는 풍토를 조성하려면 우선 교육 최우선 정책을 펴야 한다. 대통령을 비롯한 전 각료들은 교육자들이 국운을 좌우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경쟁력 있는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어야 할 것이다. 학부모는 내 자녀를 위해서 '사랑의 매'는 감수해야 한다. 교사의 감정이 개입된 매는 허용할 수 없지만 진정한 교육적 매는 수용하여 빗나가는 내 자녀의 앞길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이해하는 것이 시급하다. 또한 교사의 처우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교사가 학생이나 국민들로부터 무시당하지 않도록 하고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대우해주어야…
2003-05-15 15:36또 다시 스승의 날을 맞았다. 역사의 전환기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각 분야에 변화가 뒤따라가는 것은 당연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유독 교육에만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진단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만큼 교육의 역할이 중대하고 교육에 거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지나친 자만일까. 학교는 교육을 위해 존재하고 학생이 있기에 교사가 있으며 학생은 인격 완성의 과정을 밟기 위해 학교를 선택한다. 그러므로 교육 없는 학교, 학생 없는 교사를 생각할 수 없다. 문제는 모두가 제각기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느냐에 달렸다. 교사는 분명 가르치고 이끄는 일을 소명으로 삼는 사람이다. 잘 가르치기 위하여 먼저 배우고 잘 이끌기 위하여 고민하고 궁리하는 사람이다. 그의 가장 큰 보람은 자신을 넘어서는 학생이요, 가르침이 실현되는 순간에 맛보는 기쁨이다. 그의 재산은 학생들을 통하여 얻어지는 크고 작은 성과이다. 그가 이룩하는 성과는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것이다. 성과에 대한 따뜻한 격려와 칭찬의 말 한 마디에 만족한다. 우리 사회는 교사의 업적에 대해 퍽 인색하다. 좁은 국토, 빈약한 부존자원, 뒤떨어진 기술 등으로 저개발국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
2003-05-15 15:35"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기성세대가 다음세대를 위해 감내하지 않을 수 없는 국가적 결단으로 해념해주길 바란다." 당시 교육부장관이 '교원정년단축'이 교육발전을 위한 오랜 고뇌의 선택이었다면서 한 말이다. 그러나 실제 교육개혁이 얼마나 잘 되었는지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 모두가 수긍하기 어려울 것이다. 40여년간 교단을 천직으로 알고 몸바쳐온 수많은 교사들은 마음의 준비도 없이 하루아침에 정든 교단을 떠나야 했으며 이들의 자리는 중초교사와 기간제 교사들로 채워졌다. 학부모들은 학습의 부실화를 우려했고 교사들 사이에도 위화감과 상호불신의 벽이 높아졌다. 영국 찰스2세가 명문 귀족의 자제들만 다니는 웨스트민스터 사원 부속학교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국왕이 교장 앞에 서서 학교에 들어가려 하자 교장은 국왕에게 "제가 모자를 쓰고 감히 폐하의 앞에 서는 실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학교 안에서는 교장인 저보다 더 높은 사람이 없다는 생각을 학생들에게 갖게 해주기 위해서입니다"라고 말하자 왕은 선선히 모자를 쓴 교장의 뒤를 따라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이수성 전 국무총리가 서울의 한 초등학교를 방문했을 때, 교장선생님이 총리에 대한 예우로 상좌인 교장석을 비우고 그
2003-05-15 15:345월 청소년의 달을 맞아 4년 전 일반학교에서 옛 제자들을 만나는 날이 되었다. 마침 내가 소속된 단체에서 주관하는 행사와 날이 겹쳐 애초 약속 장소로는 가지 못하고 우리가 행사를 열고 있는 청주로 아이들을 오라고 일렀다. '아이들이 올까. 온다면 얼마나 올까.' 중간고사도 끝나고 연휴여서 아이들이 많이 오지 못할 것이라는 사전 연락을 받았지만 마음이 설레어 잠도 설쳤다. 행사 추진으로 아이들에게 긴 시간을 내줄 수 없는 나로서는 어쩌면 다행한 일이지만 알맹이 없는 쓸쓸한 만남이 될까 걱정도 없지 않았다. 2시가 다되어 아이들이 행사장 정문에 와있다는 전화가 왔다. "몇 명이나 왔니?" "남자 6명, 여자 6명이요." 어느새 중학 2년이 된 아이들의 키는 나보다 훌쩍 커 있었다. "선생님, 이거요"하며 부반장이었던 석이가 마치 케익 상자 같은 것을 내어놓는다. "아니, 이런 건 왜 사오니? 풀어서 너희들이나 먹거라." "먹는 것 아니예요. 하규 아빠가 선생님 갖다 드리라고…." 그러고 보니 유난히 입이 무겁고 예의 바르고 칭찬을 들어도 씨익 웃고 말던 하규가 끼어 있었다. 하규는 학급의 간부도 아니었고 공부도 앞선 편이 아니어서 오늘 오리라고 예상하지 않았는
2003-05-15 15:32지난 4월 교육부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교원의 전문성 신장을 위한 자격제도의 개선을 추진할 것을 천명하였다. 구체적인 내용이 제시되지 않아서 이것이 무엇을 포괄하고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수석교사제와 관련이 있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수석교사제가 교직발전종합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원론 찬성, 각론 반대’로 결국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채 아쉽게도 보류된 것은 교직발전의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볼 때,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공론화 과정에서 쟁점으로 제기되었던 문제는 수석교사 정원, 역할, 대우, 선발방식, 교장직으로의 이동 여부, 교장(감)과의 직무수행상의 관계 등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쟁점들은 수석교사에 대한 개념적 틀을 달리 설정하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수석교사제의 도입은 교직의 전문화, 학교의 학습조직화를 촉진하여 교직사회와 문화를 변화시키자는 데 그 큰 뜻이 있음을 인식하면서, 수석교사제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교직은 전문직성을 기초로 하고 있어서 본질적으로 교사들은 전문성 신장을 통해서 자아실현을 이루어 나간다. 따라서 30년이 넘는 긴 교직생애를 통해서 평교사로서도 지속적으로 전문적 성장을 해
2003-05-09 13: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