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부는 2004년도 교육예산 GDP 5% 확보의 꿈을 실현했다. 이런 예산 배정의 정신에 비추어 교육정책의 우선 순위를 다시 한번 검토할 필요가 절실하다.
지금 우리 교육의 위기 는 공교육, 특히 기초교육의 부실에 원인이 있다. 교육부는 국민이 요구하는 기초교육을 위해서 예산을 우선 집행해야 한다. 기초교육의 정상화와 내실화가 우리 교육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조기유학과 사교육비 부담을 구분해서 대처해야 한다. 조기유학은 기초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기대 충족을 위해서이고 사교육비는 대학 진학을 위한 과외 투자비용이다. 그럼에도 당국은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조기유학과 사교육비 문제는 공교육 부실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사실 이 두 문제는 결국 공교육과 사교육의 경쟁 관계로 비춰지는 데 문제가 있다. 공교육은 넓게 인간 형성에 목적이 있고, 사교육은 좁게 입시나 기능 향상을 목표로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공교육은 마치 사교육처럼 진학률이나 실기 결과에 관심을 보인다.
이 문제는 교육의 본질과 내용의 차이에서 비롯되므로 제도와 체제 관점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마땅하다. 따라서 조기 유학 문제는 기초교육을 정상화함으로써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고, 사교육비는 제도 개혁으로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현재 공교육의 체제와 제도로는 학습자의 기대와 학부모의 수요에 부응할 수 없다. 기초교육과 관련된 문제만을 살펴보더라도 간단하지 않다. 예컨대 우리나라 초등학교에서는 현재 표준어 교육을 하지 못한다. 표준어 교육을 할 수 있는 시설, 장비, 교육과정, 전문가 아무것도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지방 초등학교 국어교육은 표준어로 가르치지 않고 사투리로 배운다.
초등학교에서 국어만 기초교육을 받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초등 체육과 교육과정에는 모든 학년에서 수영을 가르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읍 단위 도시에도 수영장이 거의 없다. 초등학교 학습 내용에서 수영을 제외시킨 까닭이 여기에 있다.
초등 영어 교육도 예외가 아니다. 9개 교과를 담당하는 초등교사에게 영어 교육까지 떠넘겨 초등교육 부실을 자초했다. 이것은 중등 영어교육에 도움이 되지 못할뿐더러 기초교육에 필요한 시간만 축낼 뿐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있다. 기초교육을 담당해야 하는 교사 교육기관을 들여다보자. 교육대학마다 어학실습실이 있지만, 그곳은 영어교육을 위한 어학 실습실이지 우리 표준어 교육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11개 교육대학에는 수영장이 없어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하지 못한다.
시설도 갖추지 못한 환경에서 4년 동안에 언어, 수리, 예체능 기능을 학습해 전문가가 되라는 국가의 명령을 언제까지 따라야 하는가. 초등교사를 만능 전문가로 만들겠다는 꿈은 환상이다. 바로 여기에 기초교육 부실의 원인이 있다.
무엇이 우리 교육의 문제인지 다시 한번 짚어 보자. 교대 학급당 수강학생 수가 40명 단위에서 37명 단위로 감축하는 데 반세기가 넘게 걸렸다. 40명 단위의 학급에서 어떻게 학문을 탐구하며 자질과 기능을 갖춘 교사, 전문가를 길러 낼 수 있었겠는가.
당국은 초등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교육대학 시설부터 갖추어 나가야 한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기초교육을 위해서 과감하게 투자하자. 2004학년도부터 연차적으로 교육대학에 수영장을 지어 주고 학급당 학생수를 25명으로 감축해줘야 한다. 그래야 발등의 불을 타오르는 희망으로
승화시켜 우리의 앞날을 비출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