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교총을 방문한 최교진 교육부장관은 “대한민국 교사 권익위원장이 되어달라”는 교총의 제안에 “무겁게 받아드린다”고 화답했다. 또 “대한민국 발전은 교육의 힘이 컸다”며 “교사가 제대로 가르치고 평가할 수 있는 환경, 선생님이 웃을 수 있게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교사 출신 3선 교육감답게 힘든 학교 현실과 무너진 교권을 제대로 알고, 교권 보호 의지를 천명해 교총 참석자 모두가 크게 호응했다. 교육 수장이 의지를 갖고 악성 민원과 교권 침해로부터 학교와 교사를 지키겠다는 다짐은 50만 교원에게 다소나마 위안을 준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실천과 구체화다. 이날 교총은 이재명 정부의 교권 보호 대책에 반영해야 할 ‘4대 과제 30대 세부 과제’를 장관에게 전달했다.
그 내용은 첫째, 교권사건 소송 국가책임제 도입이다. 수업과 학생 지도에 매진해야 할 교원이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나 악성 민원 등 각종 교권사건에 휘말리면 교육에 전념할 수 없다. 교육전문가여야 할 교사가 법률 전문가가 돼야 하는 참담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소송대리를 교육 당국이 책임져야 한다.
장관이 보여준 의지에 위안되지만
실제 변화 위한 실천과 구체화 필요
현장 제안 과제를 반드시 반영해야
둘째, 실효적이고 구체적인 법률과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일각에서는 교육의 사법화를 우려한다. 교육적 해결이 가능하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교총에 들어온 교원 대상 아동학대 신고지원 신청이 10월에만 7건에 달한다. 교사는 물론 교장, 교감도 무차별적 아동학대 신고에 무방비다. 상상하기도 어렵게 변형된 방법의 거듭된 악성 민원으로 학교가 무너진 경험을 당해보지 않으면 그 고통을 모른다.
권위로서의 교권이 약화하면서 점차 권리와 권한으로서의 교육활동 보호가 요구된다. 법이라는 갑옷과 제도의 방패 없이 교육적 해결만을 주장하다가는 낭만적 이상주의자가 된다. 따라서 ▲정서학대의 정의 명확화를 위한 아동복지법 개정 ▲교육청이 정당한 교육활동으로 인정하고 경찰이 무혐의 결정한 사안은 검찰에 불송치하도록 ‘아동학대처벌법’ 개정 ▲교권침해 사안 학생부 기재 ▲교사 동의 없는 몰래 녹음을 교권침해 행위로 규정 등 교총이 제안한 관련 사항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셋째, 악성·무분별 민원에 대한 교원의 실질적 거부권을 법제화하고, 학교가 아닌 교육지원청 단위의 학교 민원 대응지원팀이 민원을 전담 처리하도록 즉각 이관도 필요하다.
넷째, 현장 체험학습에 대한 사전·사후 안전조치 기준과 명확한 면책 요건 마련, 과도한 행정업무 폐지·이관 등 실질적인 행·재정적 지원도 요구된다.
2023년 8월 교육부의 ‘교권 보호 종합 시안 발표’와 교권5법 개정이 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지난해 17개 시·도교육활동보호센터에 접수된 교원 상담 건수가 3만7829건에 달한다. 올해 1학기만 2만7699건이다. 이처럼 교원은 여전히 힘들고 학교는 어렵다.
이재명 정부는 교권 보호를 국정과제로 선정해 현장의 호응을 받았다. 이달 중 교권보호 및 악성 민원 대응 시안 발표가 예상된다. 교육부는 교총과 현장이 제안한 과제를 반영해 빠른 시간 내에 제시해야 한다. 교육부의 발표 내용이 어려운 현실을 개선하고 현장의 호응을 받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