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대입 경쟁이 논술 시험으로 판가름 난다는 홍보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실제로 합격의 판별이 논술로 드러날 것을 예상하는 입시생과 학부모는 적지 않다. 그럼에도 어느 한 곳에서도 응시생을 위한 논술의 원리를 말해 주는 사람이 없으니 기이한 일이다. 그 까닭이라도 헤아려 보면 입시생의 긴장과 학부모의 초조한 마음을 누그러뜨릴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교육부가 바라는 논술의 평가 기준과 각 대학 입시 관리본부가 밝히는 논술 채점 기준에 전폭적으로 공감하지 않는 데는 까닭이 있다. 우리나라 작문의 원리와 평가 기준이 학문적으로 명쾌하게 밝혀져 있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이 문제는 논술 평가 기준이 대학마다 다른 데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대학 입학의 합격을 좌우하는 논술이라지만 글쓰기의 원리를 벗어난 문장 기술은 있을 수 없다. 우리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문자를 창제하고 그 배경을 기술한 문서를 국보로 지정한 겨레이다. 그런 훈민정음에서 작문과 그 평가 원리를 도출하였기에 더욱 뜻 깊은 일이다. 이런 정전에서 도출한 선택, 확장, 배열, 통합, 전이 원리는 논술의 원리로도 활용할 수 있다. 선택 원리는 주제, 제목은 말할 것 없고, 낱말, 문장, 문단
풍물동아리 회원들이 합숙에 들어갔는지 며칠째 운동장을 달구고 있다. 나는 어린 시절 두레패를 따라다녔던 추억이 새삼스러워 그들의 연습 장면이 보고 싶어졌다. 상쇠가 요란하게 신명을 불어넣던 꽹과리소리, 청승스럽고도 구성지던 새납소리, 한번만 쳐도 옆 동네까지 들리던 징소리와 가슴을 울리던 북소리, 날렵하게 손을 오가며 춤사위에 휩싸이던 장구 소리가 귀에 아련했다. '큰마당동아리’ 회원은 모두 열다섯 명이었다. 꽹과리를 치는 상쇠가 앞장서고 부쇠, 중세가 뒤따랐으며 장구, 북, 버꾸치는 회원이 무리를 지었다. 그들 사이에 상모꾼도 두 명이 끼어 흥을 돋웠다. 쇳소리와 가죽소리가 어울려 열기를 더하는데도 펄펄 뛰며 날았다. 이들은 아침 7시 반서 밤 9시까지 밥 먹는 시간 빼고는 연습에 몰두했다. 원을 그리며 돌다 태극 모양을 그리기도 하고 ㄷ자를 만들기도 하며 모두 웃다리 판굿에 정신이 쏠려 있었다. 검고 두터워 보이는 벙거지를 쓰고 상모를 돌리며 움직이건만 땀도 흘리지 않는 것 같았다. 얼굴은 황토빛에 남자 회원 턱에는 수염이 삐쭉하였다. 상처난 발목과 벌겋게 물집 잡힌 팔목이 눈에 들어와 가슴이 찡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내가 한참동안 소리와 춤사위에
교육부는 2004년도 교육예산 GDP 5% 확보의 꿈을 실현했다. 이런 예산 배정의 정신에 비추어 교육정책의 우선 순위를 다시 한번 검토할 필요가 절실하다. 지금 우리 교육의 위기 는 공교육, 특히 기초교육의 부실에 원인이 있다. 교육부는 국민이 요구하는 기초교육을 위해서 예산을 우선 집행해야 한다. 기초교육의 정상화와 내실화가 우리 교육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조기유학과 사교육비 부담을 구분해서 대처해야 한다. 조기유학은 기초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기대 충족을 위해서이고 사교육비는 대학 진학을 위한 과외 투자비용이다. 그럼에도 당국은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조기유학과 사교육비 문제는 공교육 부실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사실 이 두 문제는 결국 공교육과 사교육의 경쟁 관계로 비춰지는 데 문제가 있다. 공교육은 넓게 인간 형성에 목적이 있고, 사교육은 좁게 입시나 기능 향상을 목표로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공교육은 마치 사교육처럼 진학률이나 실기 결과에 관심을 보인다. 이 문제는 교육의 본질과 내용의 차이에서 비롯되므로 제도와 체제 관점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마땅하다. 따라서 조기 유학 문제는 기초교육을 정상화함으로써
전국 시·도교육청에서 실시하는 교사 임용고사가 다음 달로 다가왔다. 교·사대 4학년 학생들의 2학기 학습은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도서관은 임용고사 준비생으로 붐빈다. 그들은 자정까지, 휴일에도 하루종일 문제집과 씨름한다. 교육 당국은 이런 사태를 언제까지 지켜보기만 할 것인가. 지금 시행되고 있는 교사 임용 제도는 문제가 많다. 교·사대 지방 학생은 방학 동안 임용고사를 대비하여 서울에 있는 학원으로 유학을 떠나거나 인터넷 강의에 매달린다. 순전히 교육학과 교육과정 선택형 문제 풀이 방식을 익히기 위해서 3학년 겨울방학부터 시달린다. 그런데 이들이 공부하는 교육학이나 교육과정 문제들은 교사 능력이나 자질 향상을 위한 내용이라기보다는 선발을 위한 '정답 고르기'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임용고사 제도가 운영되고 있는 까닭은 교육 당국의 편의주의적 발상에서 연유한다. 출제와 채점이 간편하고, 그에 따라 예산을 절감할 수 있으며, 평가 결과에 대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발상이 예비교사의 교직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우리 교육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며, 조기 유학의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임용고사 문제를 개선하지
예산 보성초등학교 서승목 교장 자살 사건의 여파로 교총과 전교조 사이의 갈등이 더욱 증폭되어 가고 있어 유감스럽다. 나는 지난 11일 이 학교 등교 거부 사태와 관련된 전교조 교사 두 사람이 제자인 사실을 알고, 그 길로 보성초등학교를 방문하여 교직원들을 위로하고, 대책위원장과 대화한 뒤, 입원중인 최 선생도 찾아가 만났다. 그런데 최 선생의 이야기를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른바 관련된 교사의 교실에 "간접 살인마…"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는 말에 충격을 받았다. 이토록 증오에 찬 언사로 교권을 유린하는 데도 그걸 막을 사람이 없었다니, 교육계의 관리자는 누구를 위하여 존재하고, 전교조는 무엇하는 단체인지 탄식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못 미더워서 일요일에는 예산 교육청과 보성초등학교, 전교조 사무실도 다녀왔다. 예산 보성초등학교 정 교사, 최 교사는 83, 86 학번으로 역사를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 문학동아리 활동에 적극적이었던 문학도였다. 학부 때 그들은 당대의 민주화에 앞장섰던 운동권이었고, 현장에 나가서는 전교조의 파수꾼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을 두 번 찾아갔고, 전교조 사무실에도 들러 저녁을 자장면으로 때우며 대화하고 설득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