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기획예산처가 확정한 2004년초 교육관련 예산은 26조3904억원이다. 이는 올해 예산인 24조9036억원보다 6% 증액된 것이다. 이로써 처음으로 교육예산이 GDP 대비 5%를 넘어서게 됐다.
그러나 교원 처우개선 예산은 전액 삭감됐다. 당초 교육부는 담임수당 3만원, 보직수당 3만원, 보건활동수당 2만원 등 740억원의 교원처우 예산을 요구한 바 있다. 따라서 교총 등 교원단체가 지난해에 이어 다시 바빠지게 됐다. 앞으로 있을 국회 심의과정에서 다만 얼마라도 '건지기' 위해 진력해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전액 삭감됐던 담임수당이 국회심의 과정에서 1만원 살아나 오히려 교원들에게 치욕감을 안겨준 바 있다. 나는 그 과정을 지켜보며 치욕감과는 별도로 '짜고 치는 고스톱'을 연상하게 됐다. 정보는 전액 삭감하고 국회에선 교원단체의 압력으로 '1만원씩이나' 살려줘 낯을 세우는 관행이 또 재현될 것 같으니 말이다. 더구나 내년에는 국회의원 총선까지 있어 2만원쯤 '부활'하지 않을까.
하지만 교원처우 개선은 그렇게 이뤄져선 안된다. 무너진 학교의 한 축을 담당하는 교원의 사기를 진작시켜 열정과 사명감으로 교육에 전념케 해야 한다. 이것이 궁극적으로 공교육 살리기의 일환, 즉 당당한 국가정책의 하나로 추진하고 시행돼야 할 교원처우인 것이다.
참여정부의 교원 홀대는 4945명으로 확정된 2004년도 교원 증원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3월 교육부는 내년부터 5년 동안 8만명의 초·중등 교원 증원을 발표한 바 있다. 당장 내년 증원 규모는 1만 5600명이었다.
새빨간 거짓말을 밥먹듯이 해대는, 그것이 아니라면 감당도 못하면서 우선 발표부터 해대는 한탕주의 정책이 그대로 답습되고 있다. 교원들로 하여금 더 심한 허탈감과 분노에 빠져들게 하는 참여정부에 기대할 것이 사실상 없게 된 셈이다.
지금 일선 학교는 교사 부족으로 오히려 10년 전보다 못한 열악한 상황에 빠져있다. 초등학교 이야기가 아니다. 중요과목이라는 영어의 고교 교사가 승진하거나 유학해 결원이 생기더라도 그 빈자리를 메우는 것은 어김없이 기간제 교사이다.
또한 50분 수업의 고교에서조차 주당 수업 20시간이 넘는 교사들이 급증하는 등 슈퍼맨이 되기를 강요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3년씩이나 정년 단축을 자행하면서 내세운 2,3명 신규교사 채용의 명분을 따져볼 기력마저 없어진지 이미 오래다.
최근 노 대통령은 사교육비 경감 방안 등 근본적인 교육혁신방안을 연말까지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다시 속는 셈치고 믿어야 할지, 아니면 그냥 체념한 채 '밥벅이'에나 매진해야 할지 그것이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