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학생에게 학원은 곧 일상이다. 통계청과 교육부가 진행한 2021년 초·중·고 사교육비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교육에 참여한 학생 비율은 전년 대비 8.4%p 증가한 75.5%로 나타났다. 학교급별로는 초등학교 82%, 중학교 73.1%로 전년 대비 각각 12.3%p, 5.9%p 올랐고, 고등학교는 64.6%로 전년 대비 3%p 증가했다. 머뭇거리던 여학생의 한 마디 '사교육의 성지'로불리는 대치동 근처에서 나와 같은 동급생 중 학원에 다니지 않는 학생은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모두 공부에 진지하지만, 눈은 죽은 것처럼 보인다. 학교에서 정신건강 관련 초청 강의가 열린 적이 있는데, 강의를 맡은 청소년 상담사가 행복하냐고 묻자 머뭇머뭇 손을 든 한 여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성적에 대한 불평불만 밖에 없는 엄마가 없어져야만 행복할 것 같다고. 세계는 한국교육을모범으로 볼지도 모른다. 한국학생들은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최고 수준의 성적을 낸다. 2018년 PISA에서 OECD 국가 중 읽기 분야 2~7위, 수학 분야 1~4위, 과학 분야 3~5위를 기록했다. 물론,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장점이 있다. 성공이 가장 중요하
영월은 산과 강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곳이다. 그런 영월에서 유명한 인물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김삿갓도 그중 한 명이겠지만 아무래도 가장 유명한 인물은 단종일 것 같다. 단종에 얽힌 이야기는 널리 알려진 편이다.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른 단종은 수양대군이 일으킨 계유정난으로 실권을 빼앗긴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왕위를 숙부인 수양대군에게 넘겨주고 상왕이 되었던 것. 그러나 다시 노산군으로 신분이 낮춰진 뒤 영월에서 머물다 죽음을 맞이한 비극적 사연이다. 역사를 주제로 한 답사에서 왕의 흔적을 찾는 일은 드문 일은 아니다. 그러나 어떤 왕의 죽음에 이르는 여정은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인지 영월에서 만나는 단종은 과거의 역사 속 인물이 아닌 옆에서 같이 길을 걷던 소년이며 청년처럼 느껴진다. 그런 점에서 서울의 궁궐에서 만나는 왕의 이야기와 다른 차원의 역사 경험을 영월에서 하게 된다. 영월에서 길지 않은 시간을 보냈던 단종의 여정, 곧 청령포와 관풍헌, 그리고 장릉을 사람들이 찾는 이유다. 청령포, 왕이 머물던 곳 청령포는 무척 경치가 아름답다. 서강이 휘감아 돌고 주변에는 높은 산과 우거진 숲이 있어 인상적이다. 그런데 청령포는 ‘육지 속
내 꿈은 선생님 (이서윤 지음, 행복한나무 펴냄, 200쪽, 1만2,000원) 초등교사라는 직업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청소년 직업소설이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직업소설을 열두 살 ‘하늘이’의 판타지 모험 이야기로 풀어내 흥미를 자아낸다. 현직 초등교사이자 학부모 멘토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가 선생님이 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치고, 무슨 일을 하는지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에서 임명희는 소설을 이끌어가는 주연은 아니다. 식민지 조선의 신여성인 임명희는 주연들을 연결해주는 조연급이다. 예를 들어 결혼 직전 이상현에게 사랑을 고백하거나, 서희를 찾아가 이상현과 기화(봉순이) 사이에서 태어난 딸 양현에 대한 양육권을 달라고 하다가 거절당하는 역할 등이다. 그런데도 작가가 편애하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좋게 묘사하는 인물 중 하나다. 소설에서 서희, 유인실과 함께 작가가 빼어난 미인으로 묘사한 여성이기도 하다. 아버지가 역관이어서 신분은 중인 출신이었지만, 임명희는 일제강점기 일본에서 대학을 나온 똑똑한 여성이었다. 혼기에 이르렀을 때 임명희는 청혼 아닌 청혼을 하면서 이상현을 떠보지만, 마음이 없음을 알고 친일파 집안의 장남 조용하와 결혼한다. 일본으로부터 작위와 은사금까지 받은 집안이었다. 원래 조용하의 동생 조찬하가 임명희를 마음에 두었는데 형 조용하가 이를 알고 선수를 친 것이었다. 하지만 조용하는 임명희와 결혼하고도 성악가와 바람을 피운다. 그러면서 임명희와 동생 찬하의 관계를 끊임없이 의심하며 임명희를 모욕하고 학대한다. 견디다 못한 명희는 이혼을 선언하고 남해안 통영에 내려가 지낸다. 그리고 암에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은 「헌법」이 명시하는 국가 목표이자(제4조), 이의 실현을 위한 성실한 노력은 대통령(「헌법」 제66조)과 통일부장관 그리고 교육부장관의 의무사항이다(「통일교육지원법」 제8조). 그러나 학교 통일교육은 독립 교과목이 아닌 범교과학습주제에 불과하여 교육과정 연구를 제대로 할 수 없으며, 초·중·고 교사들의 교육시간 및 학생들의 학습시간은 연평균 7시간 내외로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통일교육과 관련한 2022 교육과정 총론과 각론(교과)의 개정(안)을 보면 설상가상으로 학교 통일교육은 현행 2015 개정 교육과정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정도로 축소될 전망이다. 만약 현재의 개정(안)대로 고시되고, 2024년 이후부터 이런 교육과정이 이뤄진다면, 우리나라의 학교 통일교육은 ‘빈사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또한 2022 개정 교육과정 개발자들은 물론 관리 책임자인 교육부장관과 통일부장관 나아가 대통령까지도 「헌법」 또는 「통일교육지원법」이 명시하고 있는 직무적 책임에서 과연 자유로울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학교 통일교육과 관련한 2022 국가교육과정 개정(안)의 주요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
아침에 울리는 문자 알림 소리는 긴장을 불러온다. ‘선생님 오늘 체험학습인데 김밥 사러 가시죠? 가실 때 우리 아이 것도 한 줄 부탁드려요. 제가 일찍 나가봐야 해서요.’ 문자 내용에 절로 고개가 꺾인다. 교사는 감정노동자이다 교사에게는 강한 인내심과 높은 도덕성이 미덕으로 요구된다.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시달리는 교사들은 정신적·신체적으로 위협이 될 만큼의 스트레스를 겪는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교사들은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지 않거나, 규칙을 지키지 않거나,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을 만나면 화가 나기도 하고, 보호자로서 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조차 교사에게 일임한 채 원망을 늘어놓는 학부모를 만나면 회의와 함께 좌절이 몰려온다. 학교는 다양한 감정이 오가는 ‘감정 공간’이다. 학교의 주요한 주체 중 하나인 교사 역시 학교에서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지만, 사회적으로 허락된 감정들 이외의 감정은 억압된다. 무리한 요구를 당연한 권리로 여기는 학부모, 민원 앞에서 교사의 권리를 외면하는 관리자, 고결한 도덕성과 희생정신을 요구하는 사회적 기준, 이 모든 것들이 교사라는 직함 앞에 붙어 교사의 행동과 감정을 구속한다. 그리고 이러한 ‘교사다운 감정’, ‘교사다운 태
수시전형과 본격적인 취업시즌을 앞 둔 2학기 초, 3학년들의 진로상담신청이 쇄도한다. 제각각 상황은 조금씩 다르지만, 고민은 거의 비슷하다. 자신은 잘하는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딱히 없으며, 앞으로 뭘 하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사실 어릴수록 꿈은 거창하고, 장래희망은 뚜렷하다. 진로가 확실해서라기보다 현실감각이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능력과 흥미를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멋있고, 재밌고, 돈 많이 벌 수 있는 것을 거침없이 꿈꾼다. 중·고등학생이 되면 자유학기제를 통해 다양한 진로체험활동을 하고, 교과마다 진로와 연결하여 수행평가도 하며, 여러 가지 학교활동을 통해 본격적인 진로탐색이 시작되지만 오히려 꿈은 사라진다. 제아무리 흥미와 적성이 있더라도, ‘현실적으로 가능한 능력 범위’ 안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현실의 벽’에 부딪힌 탓이다. 모든 상담이 어렵지만, 진로상담은 참 어렵다. 꿈이 사라진 아이들을 다시 꿈꾸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흥미와 능력을 파악해야 하고, 삶의 가치관도 생각해봐야 하며, 불확실한 것을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 어려운 걸, 교사가 해내야 한다. 하지만 너무 겁먹지는 말자. 늘 강조하지만, 꿈꾸게 하는
여기서 마음껏 아프다 가 (김하준 지음, 수오서재 펴냄, 300쪽, 1만5,000원) 코로나시대 또 다른 영웅은 보건교사다. 등·하교 발열체크 및 긴급상황 대처, 방역물품 관리 등 학교를 지켜낸 일등공신이다. 20년 차에 접어든 저자는 방역담당자로서의 현장을 보여준다. 1일 평균 50명, 각기 다양한 증상의 학생을 대하며 마음의 상처까지 보듬어 주려는 제자 사랑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아이들이 즐겁고 선생님이 행복한 그림책 수업 (이복녀 지음, 북랩 펴냄, 202쪽, 1만8,000원) 그림책과 초등교과(국어·독서·창체)와의 관계 설정은 적절하다고 여기는 수석교사가 실제 수업경험을 녹여냈다. 저자는 그림책 속에서 즐겁고 행복한 수업을 위한 보물을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단순한 그림책 설명에서 나아가 이야기·PPT·삽화 등의 자료를 연계한 수업을 안내한다.
때리고 욕하고 신고하는 무서운 학생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게다가 문제행동을 일삼으며 폭주하는 학생들의 연령이 갈수록 어려지고 있다. 최근 몇 년새 초등학생들의 학교폭력이 늘어난 것도 무관하지 않다. 이제는 초등 4학년만 돼도 교사의 통제권을 벗어나 버린다고 한다. 전북 익산 한 초등학생의 문제행동이 교직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학교폭력 가해자로 강제전학 처분을 받고 전입한 학교에서 반성은커녕 학생 폭행을 일삼고, 이를 말리던 담임교사와 교장·교감에게까지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했다. 심지어 소란을 제지하면 아동학대라며 경찰에 신고까지 하는 등 거침없이 폭주했다. 이번 사건이 주목받은 가장 큰 이유는 이같은 현상이 교육현장에서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한두 번쯤 경험했거나 경험담을 통해 익숙해진 탓이다.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교사들은 좌절했다. 학생인권조례가 있고 「아동학대방지법」이 버티고 있는 한, 교사는 무력한 존재다. 자칫 아동학대범으로 몰리기라도 하면 교직을 내놓을 각오로 맞서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교육전문가들은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문제학생에 대한 치유와 함께 교원에게 실질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