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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공감 치유 지상상담소⑪] 8년간 저학년만 맡았는데, 6학년은 버겁네요

 

 저는 이전 학교에서 1, 2학년만 맡았고 지금 학교서도 3년간 1학년만 맡아왔습니다. 교직 경력은 8년이지만 그동안 가르쳐온 학생들이 모두 1, 2학년인거죠. 그러다 올해 6학년을 맡게 됐습니다. 이 학교는 각 학년에 두 반뿐인 소규모 학교입니다. 아이들이 거의 같은 멤버로 함께 지내와 자기들끼리는 너무 잘 알지만 저는 전혀 모르는 상황입니다. 1학년은 1층이고 고학년은 3층이라 복도에서 마주칠 일이 없어 아이들 얼굴을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개학 첫날 교실에 들어가니 키가 저만한 아이들, 목소리가 굵은 남학생들이 자리에 앉아 조용히 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1학년은 보기만 해도 "선생님~"하고 달려와 인사를 하는데 이 아이들은 그냥 앉아서 저를 훑어보는 것이 솔직히 말하면 무서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이들과 일주일 정도를 보내고 나니 단순히 무뚝뚝한게 아니라 제가 어떤 선생님인지 파악하려고 간을 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1학년과 달리 저를 재보는 느낌이랄까요. 여학생 서너 명이 특히 신경이 쓰입니다. 자기들끼리 이미 너무 친해진 상태라 제가 무슨 말을 해도 자기들끼리 눈빛을 주고받고, 남학생들은 말을 걸어도 "네", "아니요"로 끝납니다. 첫 시간부터 특별히 잘못한 행동도 없는데 말이죠.

 

 거기다 지금 학교는 졸업여행에 졸업앨범까지 다 하는 곳이라 선배 선생님께 여쭤볼 때마다 "6학년은 챙길 게 많아요"라는 말만 돌아옵니다. 수업 준비만 해도 예전의 두세 배는 걸리는데 연간 행사 일정에 맞춰 준비하려니 벌써 일년이 버겁게 느껴집니다. 3월이 중요한 시기라는 건 압니다. 그런데 지금 제가 뭔가를 만들어가고 있는 건지, 그냥 하루하루 넘기는 것도 힘들고, 매일 퇴근길에 오늘도 망한 것 같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습니다. 어디서부터 잡아야 할까요?                                                                                   (사연자: 정수영(가명) 교사)

 

 3월 첫날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선생님 마음이 어떠셨을지요. 그동안 1, 2학년 아이들과 지내다 갑자기 6학년을 만나는 건 상당히 낯설고 어려울 수 있습니다. 교실이라는 공간은 익숙하지만 아이들의 훌쩍 큰 모습들을 마주하면 그 교실이 낯설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마치 교사가 된 후 첫 수업 때처럼 말이죠. 선생님 말씀처럼 저학년 아이들은 담임 선생님을 보면 반가움을 표현하고 다가오지만, 6학년 아이들은 그런 친구들도 있고 지금처럼 바로 반응하기보다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지켜보는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나를 재보는 것 같다’는 느낌은 고학년 교실에서 흔히 나타나는 장면에 가깝습니다.

 

 

저학년과 고학년 성향부터 달라

 

 초등학교는 같은 이름으로 묶이지만 우리가 저학년, 고학년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초등학교 1학년과 6학년은 상당히 다른 성향을 가진 학생들입니다. 6학년 시기의 아이들은 노골적으로 도전하기보다는, 한동안 관찰하는 시간을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선생님이 어떤 기준으로 말하는지, 어떤 상황에서 웃는지, 어디까지 허용하는지 등을 조용히 살피는 것입니다. 어른이 보기에는 무표정하거나 냉정해 보일 수 있지만, 아이들 입장에서는 새로운 담임을 파악하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학년 초 교실 분위기가 조금 딱딱하고 조용하다고 여겨질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관계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선생님께서 특히 신경 쓰인다고 하신 여학생 몇 명의 눈빛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고학년이 되면 친구 관계가 훨씬 밀접해집니다. 6학년이라는 시기는 발달적으로 또래집단에 대한 소속 욕구가 높아지는 시기입니다. 그런데 근무하고 계신 곳은 학급 수가 단 두 반 밖에 되지 않기에 아이들은 6학년이 되기까지 이미 친밀감을 많이 쌓은 상태일 수 있습니다. 서로 오래 알고 지냈기 때문에 말없이 눈빛만으로도 많은 것을 공유할 수도 있고요. 어쩌면 선생님께서 무언가를 말할 때 아이들이 눈빛을 교환한 것은 선생님을 평가했다기 보다는 친한 친구들끼리 무언의 반응을 확인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는 없겠으나, 대부분의 경우 생각하는 것만큼 큰 의미가 담겨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 시기 아이들은 서로 공동의 행동을 하고, 무언가를 공유한다는 것에서 친밀감과 소속감을 확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다만 그런 모습을 볼 때 무서운 마음이 드실 정도면 ‘현재 많이 긴장하고 계신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학년 아이들과 워낙 다른 모습이기도 하고, 지금 아이들이 보여주는 모습이 선생님께 부담이 되는 것이 당연합니다.

 

1:1 대화 시간 늘려보기

 

 이 시기의 아이들을 보면 마음을 열기까지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뿐 관계가 시작되면 의외로 깊게 관계가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학년은 관계 형성이 빠르지만 변화도 빠른 편입니다. 3월과 5월의 아이가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요. 반면 6학년은 시작이 다소 느리지만 한번 신뢰가 형성되면 교사를 더 믿고 따르기도 합니다. 지금은 아이들이 선생님을 관찰하는 시기라고 생각하고 조금 여유를 두고 바라보셔도 괜찮습니다. 남학생들이 "네", "아니요"로만 대답하는 것도 낯선 선생님 앞에서 흔히 나타나는 반응입니다. 특히 또래 친구들이 있는 자리에서는 말을 길게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괜히 눈에 띄지 않으려고 짧게 대답하고 넘어가는 거죠. 이럴 때는 대화를 길게 이어가려고 애쓰기보다, 짧은 질문을 자주 건네는 방식이 오히려 도움이 됩니다. 처음에는 한두 단어로 답하지만 몇 번 반복되면 자연스럽게 말이 길어집니다.

 

 지금 교실에서 도움이 될 만한 한 가지 방법은 ‘개별 대화의 기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고학년 아이들은 친구 앞에서는 말이 적지만, 1대1 상황에서는 훨씬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쉬는 시간이나 급식 시간에 짧게라도 한두 마디씩 나눠 보면 아이들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신경 쓰인다고 하신 여학생들도 친구들과 떨어진 상황에서는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이기도 합니다. 또 하나 기억해 두면 좋은 점은 교실 안에는 이미 형성된 관계들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새로 오셨지만 아이들은 몇 년 동안 같은 친구들과 함께 지냈습니다. 그래서 교실 분위기를 처음부터 새로 만들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관계를 천천히 이해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누가 누구와 가까운지, 어떤 아이가 친구들 사이에서 말이 통하는지, 어떤 아이가 분위기를 좌우하는지 등을 관찰해 보십시오. 이런 정보는 이후 생활지도나 수업 운영에 큰 도움이 됩니다.

 

여유 갖고 천천히 다가가야

 

 사연을 읽으며 또 하나 느낀 것은 선생님께서 지금 너무 높은 기준을 두고 스스로에게 부담을 주고 계신 것은 아닐까였습니다. 3월이 중요한 시기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이말은 3월 안에 모든 것을 완성시켜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더욱이 처음 맡아보는 학년일 때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오늘도 망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셨는데, 이 감정은 학년 초에 꽤 많은 교사가 경험합니다. 교실에서 아이들의 반응이 바로 돌아오지 않으면 자신이 뭔가 잘못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교실의 변화는 하루 단위로 느껴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느 순간 돌아보면 아이들과의 대화가 늘어나 있고, 교실 분위기도 조금씩 달라져 있습니다.

 

 이제 선생님이 해야 할 일은 교실을 단기간에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알아가는 것입니다. 어떤 아이가 웃음이 많은지, 누가 친구들 사이에서 중심 역할을 하는지, 누가 조용하지만 책임감이 있는지 등을 하나씩 발견해 보십시오. 이런 관찰이 쌓이면 수업도 생활지도도 훨씬 수월해집니다. 행사 준비에 대한 부담도 비슷합니다. 졸업여행이나 졸업앨범은 처음 맡으면 막막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동학년 선생님들이 함께 준비하고, 이전에 해온 방식이 어느 정도 정리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모든 일을 한꺼번에 떠올리기보다 가까운 일정부터 하나씩 처리해 나가면 됩니다.

 

 교사에게 학년 변화는 늘 작은 도전입니다. 익숙했던 방식이 통하지 않는 것 같고, 아이들의 반응도 낯설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이런 시간은 교사로서 새로운 학년을 이해해 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지금 느끼는 불안이 곧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교실을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저학년 아이들과 보내며 익히고 쌓았던 경험들이 고학년 아이들을 만났다고 해서 어딘가로 다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저학년 아이들을 오래 보다 고학년 아이들을 만나면 갑자기 이 아이들이 너무 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럴때는 ‘아이는 여전히 아이다’라는 것을 떠올려보시면 어떨까요. 덩치만 커졌을 뿐 여전히 선생님의 보호와 가르침이 필요한 아이들이라는 것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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