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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대전환, 페다고지에서 휴타고지로

현장교사 BETT SHOW 참관기

 

세계는 지금 Digitalization(디지털화)에서 Digital Transformation(디지털 전환)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Digitalization이란 디지털 기술과 디지털화된 데이터를 활용해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활성화하거나 개선 및 변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프로세스의 자동화를 통해 업무의 생산성을 높이고 원활한 의사소통 지원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해 가는 것이다. Digital Transformation은 Digitalization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기업이 디지털 역량을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나 서비스를 개발함으로써 고객 및 시장의 변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적응하고 변환을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단순히 업무에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것을 넘어 전통적 방식에서 벗어나 디지털 환경에 맞는 새로운 구조로 전환함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교육에서의 Digital Transformation은 어떤 의미일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영국 런던에서 열린 2023 BETT SHOW로 향했다. 

 

코로나19가 앞당겨버린 디지털 세상
BETT(British Educational Training and Technology) SHOW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에듀테크 박람회로 1985년부터 매년 개최되고 있는 글로벌 행사이다. 올해는 ‘재연결(Reconnect), 재구성(Reimagine), 재탄생(Renew)’이라는 핵심 키워드를 내걸고 세계 150여 개국 600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한 가운데 3월 29~31일까지 열렸다. 

 

필자는 코로나19가 시작되기 바로 전인 2019년 1월에 BETT SHOW에 참석한 경험이 있다. 코로나19가 앞당겨버린 디지털 세상이 올해 BETT SHOW에는 어떤 영향을 끼쳤을지 사뭇 궁금했다. Keynote 현장에는 세계 유명 인사들의 강연이 이어졌다. 필자가 도착했을 때는 영국의 유명 방송인인 아요 소칼레(Ayo Sokale)의 ‘Neurodiverse Minds: The key to the future and the UN SDGs(신경다양성 마인드: 미래와 UN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의 열쇠)’라는 주제로 열정적인 강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지속가능한 지구와 미래사회를 위한 핵심 키워드로 신경다양성 마인드를 제안하는 그녀의 강연은 뒤에 이어진 크리에이터이자 영화감독인 앨리슨 벨우드(Alison Bellwood)의 Making ‘sustainability’ real in schools(학교에서 ‘지속가능성’ 실천하기)의 주제와도 맞닿아있었다. 세상의 변화에 따라 기술 발전을 쫓아가면서도 지구의 미래를 위해 지속가능한 교육이 학교에서 꾸준히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한 분야에 치우치지 않고 경제·사회·문화·예술·교육 등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Digital Transformation 시대에 필요한 통찰을 보여주는 강연은 BETT SHOW에서 놓칠 수 없는 귀한 경험이 아닌가 싶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 좌석을 빽빽하게 채운 관중들, 그리고 발표자와 상호작용하며 끊임없이 질문을 쏟아내고 호응하는 그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경건하고 다소 딱딱한 행사 문화와는 상반된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AI 튜터링 서비스 Practice Sets
BETT SHOW 현장을 둘러보면서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AI 기반의 디지털화(Digitalization)였다. 국내 교과서 출판사의 AI 기반 디지털교과서 및 AR 활용 교육도서와 학생들의 독서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 영국의 대시보드 플랫폼, 구글의 AI 튜터링 시스템인 Practice Sets 등 수업·평가, LMS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교육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모든 분야에서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는 세계적인 흐름이자 우리나라에서도 진행되고 있는 부분이다. 지난 2월 교육부는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방안’에서 2025년부터 수학·영어·정보교과에 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한다고 발표하였다. AI 등의 첨단기술을 활용해 학생 개개인의 배움 속도에 맞게 맞춤교육을 제공하여 미래사회의 디지털 인재로 키우겠다는 의지라 볼 수 있겠다. 또 구글의 AI 튜터링 시스템인 Practice Sets은 기존의 온라인 학급인 구글 Classroom에서 학생들이 치르는 시험을 AI가 이를 자동 채점해 주고, 잘했을 때 칭찬해 주는 정적강화 기능까지 갖추고 있어 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력 향상에 큰 도움을 주고 있었다.

 

학교교육에서 수업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평가’이다. 순위를 내고, 성공자와 실패자를 가르기 위한 결과로서의 평가가 아니라 학생의 현재 수준을 진단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 위한 과정으로서 평가는 수업을 보다 완성시켜 줄 뿐 아니라 학생의 성장에 기여한다. 이러한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AI 보조교사, 즉 AI 튜터링 시스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학생들의 학습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하고, 분석하여 어떤 부분에서 부족한지 진단한 결과를 정리하여 교사에게 알려줌으로써 보다 객관적인 데이터 기반의 학습자 분석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학습자 분석결과는 교사의 손에 의해 맞춤형 수업설계로 이어질 수 있고, 결과적으로 학생의 성장과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학습의 제일 마지막에 이루어지는 결과로서의 평가가 아닌 학습활동 진행 중에 이루어지는 과정으로서의 평가, 성장을 돕는 평가를 위해 Practice Sets와 같은 AI 튜터링 서비스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영국에 이어 한국에도 서비스가 론칭된다고 한다. 

 

 

AI를 접목한 SW·AI 교육도구의 등장
다음으로 다양한 SW·AI 교육도구들을 살펴보았다. 예전의 BETT SHOW에서는 코딩교육과 피지컬 컴퓨팅의 연계가 눈에 띄었다면 올해의 BETT SHOW에서는 한 단계 진화해 AI를 접목한 코딩교육과 피지컬 컴퓨팅의 연계, 나아가 데이터 기반의 시각화 교육에 대한 연구와 도구들이 부쩍 늘어난 모습이었다. 얼굴인식 기술을 접목해 카메라에 비친 사람의 나이와 감정을 예측해 알려주는 교육체험에서부터 최근 핫한 챗GPT를 접목해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 내에서 챗GPT에 연결하여 질문하고, 대답을 얻어내 그 결과를 프로그램에서 활용하게 하는 등 새로운 시도와 활동은 학습자의 학습동기를 끌어냄과 동시에 최신 정보기술을 활용한 문제해결로의 접근을 가능하게 하였다. 


특히 기계학습의 방법으로 쓰레기 종류를 학습하고, 쓰레기 종류를 분류하여 자동으로 분리수거하는 체험활동이나 실시간 센서 데이터를 수집해 물리적인 환경상태를 시각적으로 파악한 패턴에 따라 코드를 작성함으로써 최적화된 스마트홈을 구현하는 체험활동은 학습자들의 일상생활과 연계된 학습활동으로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학생들이 키우고자 하는 문제해결력은 글로서 배우는 것이 아닌 일상생활 속에서 부딪히는 문제와 결부되었을 때 그 효과성이 배가 된다. 따라서 학생들이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문제를 직접 경험하고, 이를 해결해보는 경험이 교육에서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이때 세상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AI·SW 등을 포함한 디지털 기술들을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다면 Digital Competence를 지닌 인재로서 부족함 없이 키울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교육의 주도권을 학생에게 넘기자 
결국 교육에서의 Digital Transformation은 기존 교육에서 탈피해 새로운 교육과정 방법을 가능하게 하는데 최신 정보기술이 사용되는 변화의 과정이 아닐까 싶다. 교사 중심의 페다고지에서 학생 자기주도의 안드라고지로, 이제는 자기결정적 학습에 이르는 휴타고지로 나아가는데 디지털 대전환 사회가 이를 도울 수 있을 것이다. 

 

 

BETT SHOW 관람에 앞서 방문한 핀란드와 스페인의 초등학교 아이들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들의 수업은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 우리처럼 다양한 피지컬 컴퓨팅 도구와 스크래치, 파이썬 등을 활용한 코딩교육을 하고 있었고, 각 교과시간에 크롬북 등의 디바이스를 활용해 디지털역량을 키우는 수업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또한 달랐다. 수업시간 중에도 자유롭게 여러 개의 그룹으로 나눠지고, 한 교실 내에서도 여러 개로 나눠진 방에 필요에 따라 이동하며 유연하게 수업이 이루어졌다. 쉬는 시간에도 복도 곳곳에서는 프로젝트 활동으로 아이들 손에는 크롬북이 쥐어져 있었고, 하교 시 집으로 가져가 학교에서 못다 한 과제를 마무리하였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통제 하에 필요할 때만 잠시 꺼냈다 다시 충전함으로 들어가 버리고 마는, 이마저도 ‘관리’라는 명목 아래 필요한 때에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우리네 수업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교육에서의 Digital Transformation은 결국 기존의 교육방식에서 벗어나는 것, 정형화된 수업문화에서 탈피해 보다 자율적이고, 유연한 모습으로 자기결정적 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교육의 주도권을 학생들에게 넘기는 것이 아닐까 한다. BETT SHOW에서 보았던 전 세계의 에듀테크 기업과 교육기관들이 추구하고 있고, 또 추구해야 할 교육의 모습이란 결국 학생들의 성장을 돕고, 그들에게 주도권을 넘기기 위한 교육에서의 Digital Transformation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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