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흔치 않던 형형색색 하얀 햇살 따라 내리면 움츠린 육체 품었던 고독 저 길 모롱이 따라 떠나갔으면
악마의 불꽃? 1887년 이른 봄이었다. 수많은 종로 사람들이 일제히 자신들의 키를 훌쩍 넘는 궁중의 담벼락으로 몰려들었다. 경복궁에 켜진 ‘물불’을 보기 위해서였다. 화려한 빛으로 사방을 비추는 물불은 다름 아닌 ‘전등’이었다. 사람들은 전기가 펼치는 마술의 현란함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당시의 사람들은 전등을 물불이라 불렀다. 그 이유는 전깃불이 연못에 반사되어 마치 물에 불이 붙어 활활 타오르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경복궁에 한국 최초의 전등이 가설되기 4년 전인 1883년 조선 보빙사 일행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으로 전등과 마주쳤다. 샌프란시스코의 하늘은 마치 거미줄이 처진 것 같았다. 전깃줄로 가득한 하늘과 길가를 따라 즐비한 가로등을 바라보며 말을 잊지 못했다. 그들은 전기와 가로등이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몰랐다. 보빙사 일행은 전깃불이 인간의 힘이 아니라 ‘악마의 힘’으로 켜진다며 전기에 대한 충격을 감추지 않았다. 그리고 십 년이 훨씬 넘은 후에도 전기에 대한 경이감은 줄어들지 않았다. 1896년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 대관식에 참석하기 위해 러시아로 떠났던 민영환은 도중에 유럽의 각 도시들을 유람한다. 민영환은 근대화된 유럽의 거
우리나라 사람은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아름다운 자연과 벗할 수 있는 매력도 있지만 고즈넉이 자라잡고 있는 산사를 구경하는 재미가 산을 찾는 의미를 배가할 때가 많다. 종교적 의미를 제쳐놓고서라도 누구나 여행을 할 때면 우리나라 역사와 함께 한 사찰을 구경하는 것은 필수코스처럼 되어 있다. 2년 전 2005년 양양 낙산사의 화재가 뉴스로 생생하게 전달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화염에 녹아버린 낙산사범종의 형체는 그것을 보는 내내 나 역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가슴이 답답했던 기억이 난다. 녹아내린 낙산사범종을 보면서 항상 휙 지나쳐버린 사찰의 범종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게 되었다. 사찰을 방문하게 되면 대웅전의 불상, 사찰단청, 불화, 역사적인 석탑 등 유물을 만나기도 하고 오래된 보호수와 주변 경관을 음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체로 범종은 보호각에 들어 있어 수박 겉핥기식으로 대충 보거나 안내문을 읽는 정도이다. 보물이기 때문에 보호하려는 것으로만 인식하고 범종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한국적인 특징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흔치 않다. 그리고 몸 전체에 새겨진 아름다운 조형미를 놓치는 수가 많다. 소란스럽지 않게 언제나 늘 그 자리에서 모든 사
일과 사랑, 그 어느 쪽도 포기할 순 없다고 여자들은 말합니다. 제발 “행복이냐, 불행이냐” 하는 이분법으로, 19세기 식으로 진부하게 ‘일과 사랑’을 나누진 말아주세요, 라고 당당하게 말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런 이야기들은 여자들만의 희망이자, 로망인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커리어 우먼의 새 취향을 대변한다는 영미권의 소설들. 소위 치크리트(chick-lit: 젊은 여성을 의미하는 속어 chick와 문학 literature를 결합한 신생 합성명사)라고 하는, 요즘 대유행인 소설들에서도, 성공한 그녀들의 고민은 한결같습니다. 여전히 일과 사랑(일과 결혼)을 양손에 잡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호소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치크리트’의 교과서 격인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문학동네)만 봐도 그렇습니다. 최고 패션잡지 편집장 미란다의 비서가 된 앤드리아. 앤드리아는 미란다의 뒤치다꺼리에 신경을 쓰느라 남자친구 네이트와 갈등을 빚습니다. 전형적인 ‘일’과 ‘사랑’의 갈등입니다. 그리고 그 갈등은 앤드리아가 “난 이런 삶을 원치 않았어요.”라고 말하면서 미란다를 떠나는 것으로 매듭 지워집니다. 물론 영화에서는 그녀가 원하던 기자로서의 ‘일’과 남자친구와의 ‘사랑’
Q1. 시간 외 근무수당 정액분은 월간 출근(또는 출장) 근무일수가 15일 이상인 자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 저는 1일 1시간씩 주어지는 육아시간을 활용해 아이를 돌보고 있는데 이 경우에도 시간 외 근무수당 정액분을 지급받을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A1. 여교원 육아시간 활용의 경우 「국가공무원복무규정」 제20조(특별휴가) 제4항의 규정에 따라 생후 1년 미만의 육아를 가진 여자공무원은 1일 1시간의 육아시간(특별휴가)을 얻을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또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규정」 제15조와 동 지침의 “일반대상자의 시간 외 근무수당 정액분 지급”의 규정에 의하면 월간 출근 근무일수가 15일 이상인 자에 대하여는 별도의 초과근무 명령 없이 월 15시간분의 시간 외 근무수당 정액분을 지급하도록 돼 있습니다. 따라서 여자공무원이 육아를 위하여 특별휴가(1일 1시간)를 얻었다 할지라도 정규 근무시간 전후에 시간 외근무 여지가 있는 점과 특별휴가의 취지를 감안한다면, 육아를 위한 특별휴가를 활용한다 하더라도 시간 외 근무수당 정액분 지급을 위한 근무일수로 인정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Q1. 시간 외 근무수당 정액분 지급과 관련해 방학 중 자격연수에
규슈는 일본의 관문입니다.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이나 서양세력과의 접촉도 대부분 규슈를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우리 땅과도 아주 가깝습니다. 부산에서 후쿠오카 하카타 항까지는 배로 3시간이면 충분하니까요. 특히, 나가사키 현에 속하는 대마도는 배로 40여 분이면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규슈로 떠나는 여객선은 이런 지리적 여건에다 온천관광을 위한 사람들로 늘 호황입니다. 규슈는 모두 7개의 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후쿠오카 현, 사가 현, 나가사키 현, 구마모토 현, 오이타 현, 미야자키 현, 가고시마 현이지요. 오키나와 현까지 포함하면 모두 8개의 현입니다. 규슈 곳곳에는 우리 역사와 관련된 유적지가 산재해 있습니다. 우리의 도작문화가 건너간 곳이며, 연오랑과 세오녀 이야기와 비슷한 신라왕자 아메노히보코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기도 합니다. 백제 멸망 후 많은 백제 유민들이 건너갔고 북 규슈를 중심으로 살면서 동화되어 갔습니다. 특히, 조선시대 두 전쟁을 거치면서 도자기를 비롯한 우리의 선진 문화가 약탈되어 전해진 곳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3회에 걸쳐 우리 역사와 관련한 규슈의 우리 문화를 찾아가고자 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도요토미 히데요
학생과 대화하는 기술 배워야 교사역할 훈련(T.E.T)실천가이드 GIT코리아 / Chie Kondo 지음, GIT코리아 편역, 윤기선 감수 / 12,000원 열심히 준비해 온 수업계획, 배우는데도 때가 있다고 깨우쳐 주고 싶은 열정도 학생의 무기력과 무관심 앞에서는 의미가 없어집니다. 때론 체벌에 의존하고 싶고, 칭찬으로 달래고, 구슬리고, 위협도 해보지만 학생들의 반응이 시원치 않을 때, 교직은 포기하고 싶지는 않으십니까. 학생을 생각하는 마음이 있기에 요구하고 싶은 마음도 생기는 것인데, 이같은 교사의 열정은 표현과 정상적인 의사소통 채널로는 잘 전달되지 않고 반항적인 학생들의 태도가 늘어날 때 결국 교사의 스트레스만 증가합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이미 70년대 초 ‘교사의 스트레스는 전쟁터 수준’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열악한 환경 속에서 교사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이 질문 미국의 임상병리학자 토마스 고든이 제시한 T.E.T(교사역할훈련)에 따르면 학생과의 관계를 혁신적으로 개선할 것과 생활지도, 학생의 자발적 학습참여, 교직에 대한 자긍심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미 60년대 개발 돼 전세계 25개국이 넘는 나라에서 40
현대를 자아상실의 시대라고도 한다. 개인 스스로가 자기 자신을 이끌어 가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런가? 자기 자신의 참 모습(인간의 본래의 모습)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매일같이 24시간 동안을 나하고 같이 있는 몸뚱어리와 이 몸을 움직이게 하는 마음작용(생각, 의지, 상상, 잡념, 번뇌 등)들이 나인데 이와는 무슨 별도로 참나가 있느냐는 반문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종교인뿐만 아니라 위대한 예술가나 과학자들도 직업이나 삶의 방식은 다양하게 다르지만 그들의 행위나 작품, 학문적 연구 성과가 전하는 메시지는 참나에 대한 추구와 참나의 인정이다. 참나는 참마음, 심성, 영성, 본성, 진아, 진면목, 생명의 실상, 얼나, 신명, 불성, 신, 하나님 등의 용어로 불리어지고 있다. 우리는 참나를 아는 공부를 제도권에서 체계적으로 하지 않았다. 이런 공부는 특수한 종교적, 신비적 영역으로 제쳐놓거나 쓸데없는 것으로 취급하였다. 또한 이런 공부는 단지 지적인 것으로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수행이 따르는 어려움이 있다. 인생은 ‘참나’의 깨달음에 대한 여정 인생이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 나는 어디로 가는가?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내가 지
진실게임, 누가 아이들을 괴물로 만드는가? 세기 말의 암운이 드리워진 지난 1999년, 미국의 콜롬바인 고등학교에서 두 명의 학생이 총기를 난사해 다른 13명의 학생과 교사를 살해하고 자살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사건 직후 각종 언론 매체와 거기에 출연한 전문가들은 범행을 저지른 아이들이 악마숭배적인 음악과 퍼포먼스를 일삼는 ‘마릴린 맨슨’과 폭력적인 영화 '매트릭스‘에 심취했던 것을 근거로, 대중문화의 선정성과 폭력성이 이런 끔찍한 사건의 배후라고 입을 모아 주장하였다. 이는 당시 거의 공황 상태에 빠져 있던 미국인들은 물론, 이 사건에 주목하고 있던 대다수 사람들에게 여과 없이 받아들여졌고, 이후 상당기간 동안 폭력과 섹스를 주요 표현양식으로 사용하는 영화나 컴퓨터 게임 그리고 음반 등의 각종 대중문화 컨텐츠는 청소년 범죄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받게 된다. 하지만 이후에도 주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청소년의 총기관련 사건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일부 가해 학생들의 경우 폭력적인 게임이나 대중문화와의 연관성을 입증할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였다. 이에 다큐멘터리 영역의 새 장을 연 ‘개척자’ 혹은 ‘악동’으로 찬사와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던 마이클 무어
은광여고 김정열 교장을 처음 만난 것은 지난 해 여름이었다. 미국 호프웰고와의 교환학생과정을 취재차 나선 길에 학교 정원에서 화단을 가꾸고 있는 김 교장을 봤다. 흙 묻은 하얀 목장갑, 작은 호미가 어색한 하얀 팔을 가지고 있었다. 실수로 교장실이 어디냐고 물을 뻔 했던 기억을 되새기며 김 교장을 교장실에서 다시 만났다. 3년간 화단처럼 가꿔온 학교와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배정된 학생 한숨부터 내쉬던 학교 지난 20여 년간 은광여고는 심한 부침을 경험했다. 87년 재단의 부도 이후 관선이사체제가 지속되면서 투자가 부실해진데다 2001년까지 실시됐던 2부제 운영 탓에 은광여고는 대외적으로 공부 안하는 시설 안좋은 학교로 인식돼 있었다. 오후가 되면 면학분위기가 흐트러지기 일수였고, 이웃학교 학생들이 한창 공부할 시간에 은광여고 교복을 입고 시내를 다니는 학생들의 모습은 학부모에게 나쁜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이유가 됐다. 당연히 학생과 학부모들은 학교를 기피했다. 고교 배정 시 은광여고로 결정되면 현장에서 대놓고 싫은 내색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리막을 걷던 학교는 2002년 새로운 재단이 들어오면서 반전됐다. 재단(이사장 김승제)은 60년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