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동안 눈에 띄는 몇 가지 ‘사건’만을 간추려도 목록이 짧지가 않다. 학교 자율화 조치, 교과교실제 도입, 입학사정관제 확대, 미래형 교육과정 개정,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결과 및 수능성적 공개, 교원 평가제, 외고 개선 방안 등 중요한 문제들이 쉴 틈 없이 발표되거나 논란이 되어 왔다. 이런 정책이나 변화들은 비록 정책의 세부적인 내용이나 추진상의 일정 등에서는 의견이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 학교교육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한 해를 되돌아보면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지 않을 수 없다. ‘그래, 교육의 제도나 환경을 바꾸는 것은 우리 교육의 개선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지. 그러나 잠깐, 제도의 개선이나 환경 개선 자체가 추구할 목적이라고 보기에는 뭔가 부족하지 않은가? 무엇을 위한 제도 개선이고 환경 개선이지? 예컨대, 무엇을 위한 학교 자율화 조치이고, 무엇을 위한 수능 성적 공개지?’하고 말이다. 수많은 정책들이 발표되고 추진되기에만 정말로 바빴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각 정책들이 무엇을 위한 정책인지에 대해 우리 교육계 인사들 특히 학교 현장 교사들이 생각할 시간과 여유는
2001년 국내 공연 시장에 뮤지컬의 시대를 열어젖힌 오페라의 유령이 소개된 이후 뮤지컬 시장은 급격한 매출 확대를 기록하며 공연 산업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2005년에는 전체 공연 시장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며 위세를 떨치더니 현재는 전성기를 넘어 ‘독점기’를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공연계의 거대한 공룡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뮤지컬도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불어 닥친 불황과 경기침체를 피해가지는 못했다. 2001년 800억 원대 시장을 형성하던 뮤지컬은 매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3000억 원 규모까지 성장했지만 처음으로 전년 대비 정체를 보였다. 올 한해도 계속되는 그 여파는 물론 신종플루로 인한 위협까지 겹쳐 공연계 종사자들의 얼굴에 좀처럼 그림자가 가시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도 연말을 맞아 많은 작품들이 대기하고 있다. 특히 12월은 연중 최대 성수기로서 예나 다름없이 이 기간 중에 전국적으로 무려 150편의 크고 작은 뮤지컬이 소개될 전망이다. 이는 뮤지컬이 연중무휴로 상연되는 뉴욕 브로드웨이나 런던 웨스트엔드와 직접 비교해 보아도 오히려 더 많은 숫자이며 각 제작사마다 11월 중순을 기점으로
미꾸라지와 메기 이야기 학교 경영에서 연구학교 운영은 매우 흥미 있는 과업의 하나였다. 거의 정형화(定形化)화되어 있는 학교 경영의 일상적인 틀로부터 변화를 가져오게 될 뿐만 아니라 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련 문헌이나 선행 연구를 탐색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새로운 학설을 접하게 됨으로써 교사나 교장 모두가 지적인 성장을 도모하게 되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연구결과의 성공 여부를 불문하고 부가 점수까지 받게 되니까 도랑 치고 가재 잡고, 꿩 먹고 알 먹는 격이 된다. 그런데 요즘엔 한 번 연구학교를 운영하고자 해도 50% 이상의 교사가 동의하지 않으면 할 수 없다고 하니까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끼게 된다. 만사를 편하고 쉽게 가자고 한다면 학교 여건상 꼭 필요한 경우에도 연구 활동을 못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몇몇 교사들은 아직도 좌정관천(坐井觀天)의 늪에서 안일무사에 젖어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 씁쓸하다. 이와 같은 세태를 빗대어 만든 이야기 중에 ‘미꾸라지와 메기’가 있다. 메기가 없는 논의 미꾸라지는 피둥피둥 살만 쪄서 매일 잠만 자는데 메기와 함께 사는 미꾸라지는 몸체도 날씬하고 행동이 민첩해 재빠르게 움직인다고 한다. 천적(天敵)이 없는 생
두뇌의 기억, 몸의 기억 마음이나 생각 속에 어떤 모습, 사실, 지식, 경험 따위가 잊히지 않고 남아 있는 것을 기억이라고 한다. 누구나 꼭꼭 여며서 간직해두고 싶은 기억이 점점 흐릿해져서는 망각의 저편으로 사라지거나, 잊고자 몸부림쳐도 잊히기는커녕 점점 더 또렷해지는 기억 때문에 괴로워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인간에 속한 능력이면서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기억은 운명의 엇갈림을 초래한다. 현대에 들어와 뇌과학의 발달로 인해 인간의 기억에 대한 지식이 풍부해졌다. 그러나 기억은 두뇌뿐 아니라 몸 전체로 하는 것이다. 어릴 적에 스케이트를 탈 줄 알았다면 성인이 될 때까지 오랫동안 스케이트를 타지 않았어도 금방 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데, 이런 것은 근육의 기억이라 할 만하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나오는 저 유명한 마들렌 과자의 장면에서도 근육(혀)의 기억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듯 기억을 두뇌작용으로 여기는 상식과는 달리, 기억을 담당하는 것은 두뇌라기보다 몸이다. 몸 전체가 기억의 기능을 갖고 있는 것이다. 몸으로 기억하는 행위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복잡한 과정과 효과를 지닌다. 설령 똑같은 시공간 속에서 똑같은 체험을 했다 해도 기억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