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동안 눈에 띄는 몇 가지 ‘사건’만을 간추려도 목록이 짧지가 않다. 학교 자율화 조치, 교과교실제 도입, 입학사정관제 확대, 미래형 교육과정 개정,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결과 및 수능성적 공개, 교원 평가제, 외고 개선 방안 등 중요한 문제들이 쉴 틈 없이 발표되거나 논란이 되어 왔다. 이런 정책이나 변화들은 비록 정책의 세부적인 내용이나 추진상의 일정 등에서는 의견이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 학교교육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한 해를 되돌아보면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지 않을 수 없다. ‘그래, 교육의 제도나 환경을 바꾸는 것은 우리 교육의 개선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지. 그러나 잠깐, 제도의 개선이나 환경 개선 자체가 추구할 목적이라고 보기에는 뭔가 부족하지 않은가? 무엇을 위한 제도 개선이고 환경 개선이지? 예컨대, 무엇을 위한 학교 자율화 조치이고, 무엇을 위한 수능 성적 공개지?’하고 말이다. 수많은 정책들이 발표되고 추진되기에만 정말로 바빴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각 정책들이 무엇을 위한 정책인지에 대해 우리 교육계 인사들 특히 학교 현장 교사들이 생각할 시간과 여유는
미꾸라지와 메기 이야기 학교 경영에서 연구학교 운영은 매우 흥미 있는 과업의 하나였다. 거의 정형화(定形化)화되어 있는 학교 경영의 일상적인 틀로부터 변화를 가져오게 될 뿐만 아니라 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련 문헌이나 선행 연구를 탐색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새로운 학설을 접하게 됨으로써 교사나 교장 모두가 지적인 성장을 도모하게 되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연구결과의 성공 여부를 불문하고 부가 점수까지 받게 되니까 도랑 치고 가재 잡고, 꿩 먹고 알 먹는 격이 된다. 그런데 요즘엔 한 번 연구학교를 운영하고자 해도 50% 이상의 교사가 동의하지 않으면 할 수 없다고 하니까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끼게 된다. 만사를 편하고 쉽게 가자고 한다면 학교 여건상 꼭 필요한 경우에도 연구 활동을 못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몇몇 교사들은 아직도 좌정관천(坐井觀天)의 늪에서 안일무사에 젖어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 씁쓸하다. 이와 같은 세태를 빗대어 만든 이야기 중에 ‘미꾸라지와 메기’가 있다. 메기가 없는 논의 미꾸라지는 피둥피둥 살만 쪄서 매일 잠만 자는데 메기와 함께 사는 미꾸라지는 몸체도 날씬하고 행동이 민첩해 재빠르게 움직인다고 한다. 천적(天敵)이 없는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