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이 겪는 큰 어려움 중 하나는 학부모와의 관계다. ‘학부모’는 본래 학생의 보호자를 의미하지만, 오늘날 학교 현장에서 이 단어는 종종 교권침해나 악성민원이라는 부정적 이미지와 연결되곤 한다. 현장에서는 “예전엔 이러지 않았는데”라는 탄식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오늘날의 학부모는 실제로 달라진 것일까? 달라졌다면 무엇이, 왜 달라진 것일까? 지금 필요한 것은, 현상의 표면 아래에 숨겨진 ‘요즘 학부모’의 본질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렌즈다. 이들의 정체성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학교가 나아가야 할 공존의 방향을 모색해 본다. ‘밀레니얼 세대’ 학부모의 등장 오늘날 유·초·중등학교 학부모의 주축은 1980년대생과 1990년대 초반생을 아우르는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 Generation)’다. 이들은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물질적 풍요 속에서 성장한 세대다. 핵가족 환경에서 개인주의에 익숙해졌고, 인터넷과 함께 성장한 초기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로서 정보탐색 능력 또한 매우 뛰어나다. 이러한 환경 속에 자란 요즘 학부모는 의문이 생기면 즉시 검색하고, 심지어 전문가의 말조차 검색을 통해 검
사고외주 (홍진기 지음, 어크로스 펴냄, 152쪽, 1만 5,000원) 편리함을 이유로 생각하는 과정 자체를 AI에게 넘겨주는 ‘사고외주(思考外注)’ 현상을 짚는다. 대학 교수인 저자는 강의실에서 마주한 학생들의 매끄러운 보고서에서 고민과 망설임 등 사람 냄새가 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그는 우리가 ‘똑똑한 무능함’에 빠져들고 있다고 경고한다. 질문을 던지고 상충하는 정보를 비교하며 논리를 다듬는 비효율적인 시간이야말로 인간의 판단력을 키우는 핵심임을 역설하며, 사유의 주도권을 되찾아올 것을 제안한다. 신화의 역사 (심용환 지음, 민음사 펴냄, 정보 없음, 1만 9,000원) 신화를 흥밋거리 정도로 소비하는 경향을 지적하며, 수천 년간 끊임없이 재해석되어 온 역사적 산물로서의 가치를 조명한다. 그리스신화의 시작부터 북유럽과 이집트, 그리고 중국에 이르기까지 각 문명이 시대의 위기와 욕망을 어떻게 신화화했는지 살펴볼 수 있다. 저자는 아이돌 숭배, 팬덤 정치, 음모론 등을 새로운 형태의 신화로 평가하며, 인간에게 거대 서사로서 신화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한다. 읽지 않는 사람들 (나오미 배런 지음, 전병근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412쪽, 2만 2,000
프롤로그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지리 교사로서 죽기 전에 꼭 가보고 싶은 장소 중 하나였다. 여행을 준비하며 가장 먼저 떠오른 이미지는 많은 지리 교과서에 실려 있는 그 사진이었다. 지면을 뚫고 치솟는 거대한 물기둥, 올드 페이스풀(Old Faithful) 간헐천의 그 장면은 어린 시절부터 ‘언젠가는 직접 보고 싶다’는 막연한 동경으로 남아 있었다. 지구가 살아 숨 쉰다는 것을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눈앞에서 체감할 수 있다는 사실이 여행의 첫 번째 동기가 되었다. 또 다른 이유는 이 장소 자체가 갖는 의미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1872년에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옐로스톤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자연보전이라는 철학이 처음으로 법제화된 장소이며,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자연유산이기도 하다. 인간이 자연을 개발과 착취의 대상으로 바라보던 시대에 이 땅만큼은 있는 그대로 보존하겠다는 결단이 어떤 풍경을 만들어 냈는지, 두 발로 걸으며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이번 여행을 결정적으로 이끈 것은 아이들을 위한 주니어 레인저(Junior Ranger) 프로그램 워크북의 존재였다. 옐로스톤을 방문하기 전후로 꾸준히 접해 온 이 프로그램은 교육자로서 큰 영감
지난 호에서는 산업화 시기 중등교육 기회의 확대와 직업계 고등학교 육성, 그리고 산업인력 양성을 위한 특성화 대학 정책을 살펴보았다. 교육기회의 획기적인 확대는 산업화 과정에서 국가 발전을 뒷받침할 인적자본을 공급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산업화 시기 교육정책이 교육기회의 양적 확대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1980년대부터는 교육체제 자체를 정비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이 이동하였다. 1980년대 한국 교육의 거대한 변화는 국가적 차원의 대수술이었던 ‘7·30 교육개혁 조치(1980년)’로부터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이 개혁 조치를 기점으로 교육재정과 교육행정, 유아교육과 평생교육 등 오늘날 교육국가의 기본 틀이 본격적으로 마련되기 시작했다. 대체로 1980년대 교육정책은 과외 전면 금지나 대학입시 개편과 같은 정책으로 기억되며, 군사정권이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한 정책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이러한 역사적 평가는 충분히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시기의 교육정책을 유화책이라는 관점만으로 이해하기에는 교육체제 전반에 걸쳐 추진된 제도개혁의 범위와 내용이 매우 폭넓었다. 교육정책사의 관점에서 보면 이 시기에는 교육재정과 교육행정, 유아교
Ⅰ. 들어가며 이번 호에서는 교육 현장에서 미래사회 핵심역량을 기르는 중요한 과제로 주목받고 있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 기반한 인성교육 정책의 발전 방향’을 주제로 정책논술 작성의 실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최근 AI 확산과 디지털 전환, 공동체 문화의 변화로 인해 학교 인성교육은 배려와 존중을 넘어 디지털 시민성과 공동체 역량을 함께 기르는 방향으로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인성교육진흥법」 제정 이후 다양한 정책이 추진되었음에도 행사 중심 운영, 교육과정 연계 부족, 학교 간 운영 격차, 디지털 시민성 교육 미흡 등으로 정책의 실효성과 지속 가능성에는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전문직은 2022 개정 교육과정과 연계한 인성교육 정책을 설계하고, 학교·가정·지역사회 협력과 실천 중심 인성교육이 현장에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에 본 글에서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 기반한 인성교육 정책 추진 방안’을 주제로 기존 인성교육 정책의 한계를 분석하고, 교육과정과의 연계 방향, 디지털 시민성 강화와 실천 중심 인성교육, 학교·가정·지역사회 협력 및 교육청 지원 전략에 대한 출제 의도와 채점 루브릭을 분석한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은 참 솔직하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 속담을 인정하는 순간, 마치 내가 질투심 많고 속 좁은 사람인 것만 같아 선뜻 고개를 끄덕이기도 어렵다. 참 묘하고도 짓궂은 속담이다. 사실 우리의 복통 유발자는 꼭 ‘사촌’일 필요도 없다. 나와 비슷한 연차의 동료 교사가 먼저 승진했다는 소식, 친구 자녀의 명문대 합격 소식, 비슷한 시기에 결혼한 대학 동기가 강남권 새 아파트에 입주했다는 소식까지. 심지어 SNS에서 나와 다를 바 없는 일상을 살던 지인이 최고급 해외 휴양지 사진을 올렸을 때도 마찬가지다. 겉으로는 “정말 잘됐다, 축하해!”라는 말을 건네지만, ‘나도 저 정도는 할 수 있었는데’, ‘왜 저 사람에게는 좋은 일만 생기는 것 같지?’ 등 축하와 부러움, 시기와 씁쓸함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을 경험하곤 한다. 이상한 일이다. 내 삶은 어제와 달라진 것이 없다. 어제와 같은 집에서 살고, 지난달과 같은 월급을 받으며, 늘 하던 대로의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왜 주변 사람의 좋은 소식에 내 마음이 사정없이 흔들릴까? 내가 옹졸해서, 인격이 덜 성숙해서일까? 아니다. 오히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감정, 즉 ‘시기’나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이한 거주형태, ‘전세’ 우리나라에는 세 가지 거주 형태가 있다. 바로 매매·전세·월세다. 매매와 월세는 다른 나라에도 존재하지만, 전세는 매우 드문 형태이며 사실상 우리나라에만 남아있는 독특한 제도다. 외국인들에게 전세 제도를 설명하면 고개를 갸웃거릴 만큼 낯선 개념이지만, 전세는 수십 년 동안 우리 주택시장에 계속 남아있었다. 또한 만기 때 보증금을 고스란히 돌려받을 수 있으니 사회초년생 입장에서는 주거비를 낮추는 동시에 자산 형성의 종잣돈을 모으는 경로로 많이 활용됐다. 이토록 특이한 임차 형태가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집주인과 세입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과거 고도 성장기와 고금리 시절, 집주인에게 전세 보증금은 은행 대출보다 저렴하고 유용한 ‘무이자 사적 금융’이었다. 이를 통해 집주인은 자산을 증식하거나 또 다른 부동산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고, 세입자 역시 매달 생돈이 나가는 월세를 아껴 자산을 축적할 수 있었다. 즉 전세는 집주인도 세입자도 모두 만족한 공생의 산물이다. 전세는 시장의 공급과 수요를 매끄럽게 잇는 윤활유 세입자가 이처럼 매달 나가는 고정 주거비 없이 자산을 축적하는 동안
올여름 전 세계 영화팬들이 가장 기다리는 영화 중 한 편은 누가 뭐라 해도 오디세이(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임에 틀림없다. 고대 그리스신화의 정수이자 현대 문학의 근간이 된 호메로스의 고전 오디세이아에서 트로이 전쟁부터 함락 이후 오디세우스가 10년 동안 미지의 세계를 거쳐 이타카로 돌아가는 여정을 웅장하고 장대한 서사시로 스크린에 그려냈다. 이번 ‘시네마 톡톡톡’에서는 천재 감독이라 불리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디세이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포인트들과 함께, 그리스신화를 다룬 영화들도 함께 복습해 본다. 609km 분량 IMAX 필름에 담은 이탈리아·스코틀랜드의 광활한 자연 “영화감독으로서 아직 채워지지 않은 영화적 영역, 지금까지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것들을 늘 찾게 된다. 내가 자라면서 봐온 수많은 신화적 영화가 있었지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급 예산과 IMAX 스케일이 만들어낼 수 있는 무게감과 진정성으로 구현된 신화는 아직 본 적이 없다. 그런 면에서 오디세이는 거대한 이야기이고, 정말 흥미로운 도전이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영화로 만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놀란 감독이 누구던가! 5분마다 기억을 잃는 남자가 아내의 복
대한민국 유일의 의료과학 특성화고등학교인 영락의료과학고등학교(교장 김희영)가 올해로 개교 74주년을 맞았다. 이 학교는 인공지능(AI) 융합 의료교육,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한국의 직업교육 나눔, 스포츠클럽 활동을 통한 체력 증진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직업계고 특유의 실무 중심 교육을 이어가고 있다. 간호과·의료비즈니스과·디지털의료IT과·보건간호과 등 의료·보건 분야에 특화된 학과를 운영하며, 지역사회와 산업현장의 수요에 맞춘 교육과정 개편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최근에는 AI 기술 도입과 국제교류 확대를 통해 교육모델의 외연을 넓히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국직업계고 중 5개교 내외 선정 … 3년 연속 AI 디지털 선도학교 영락의료과학고는 교육부가 주관하는 ‘2026년 인공지능(AI) 융합형 교육실’ 조성사업에 선정됐다. 이 사업은 전국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AI 기반 수업환경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올해 전국 118개교가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선정교 중 직업계고로서 선정된 학교는 전국에서 5개교 내외인 것으로 전해졌다. 영락의료과학고는 앞서 3년 연속 ‘AI 디지털 선도학교’로 지정도 돼 디지털 전환을 위한 교육인프라와 교수
국제공동수업을 통한 독도·통일교육의 필요성 호국보훈의 달은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분들의 숭고한 정신을 되새기며 평화와 자유의 소중함을 배우는 의미 있는 기간이다. 이러한 교육은 과거를 기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미래 사회를 살아갈 학생들이 올바른 역사관과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도록 돕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특히 세계 각국의 학생들과 대면 또는 온라인으로 공동의 주제를 탐구하고 협력하는 국제공동수업은 이러한 교육을 더욱 의미 있게 실천할 수 있는 교육적 기반이 된다. 국제공동수업과 연계한 독도교육과 통일교육은 학생들이 우리 영토와 역사의 가치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의 의미를 세계 시민의 관점에서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해외 학생들과의 교류를 통해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설명하고, 서로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며 존중하는 태도를 기를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은 학생들의 의사소통 능력과 세계시민 역량을 함양하는 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필자는 국제공동수업과 연계한 독도교육과 통일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역사적 책임 의식을 바탕으로 평화로운 미래를 함께 만들어갈 민주시민으로 성장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