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교과서나 문제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등 문해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문해력교육 책무를 부여하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스마트기기와 인공지능(AI) 교육정책을 마련할 때도 학생 문해력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고려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장겸 의원(국민의힘)은 24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국민의 문해력 향상을 위한 교육 시책을 수립·실시하도록 하는 「교육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최근 디지털 환경이 확산하고 접하는 정보의 양과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글과 정보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반면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들이 낱말이나 문장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거나 교과서와 시험 문제 자체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한국교총이 전국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학생 문해력 실태 교원 인식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91.8%가 학생들의 문해력이 과거보다 떨어졌다고 답했다. 특히 교사의 30%는 학생 5명 중 1명 이상이 '교과서를 혼자 읽고 이해하지 못한다'고 답했고, 21.4%는 학생 5명 중 1명 이상이 '문제의 뜻을 이해하지 못해 시험을 치르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응답했다.
교사들이 꼽은 문해력 저하의 가장 큰 원인은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의 과도한 사용'으로 36.5%를 차지했다. 디지털·AI 활용 역량을 높이는 것과 함께 학생들이 글과 정보를 읽고 이해·판단하는 기본 역량을 기르는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는 현장의 요구가 나타난 셈이다.
현행 「교육기본법」은 스마트기기의 올바른 사용을 위한 교육과 AI 원리의 이해·활용 등을 위한 교육 시책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문해력 향상을 위한 교육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개정안은 이에 '문해력교육' 조항을 신설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모든 국민이 글과 정보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문해력 향상에 필요한 교육 시책을 수립·실시하도록 했다. 학생에 한정하지 않고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문해력교육에 대한 국가 책무를 명시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스마트기기 사용 교육과 AI 교육에 관한 시책을 수립할 때 문해력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도록 했다. 디지털·AI 교육 확대 과정에서 기술 활용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읽기와 이해, 판단 등 기초 역량과의 관계를 함께 살피도록 한 것이다.
정부도 문해력 저하 문제에 대응해 국가교육위원회 산하에 '문해력 신장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관련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학교 현장에서 추진되는 디지털·AI 교육과 문해력교육을 연계할 법적 근거도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하도록 했다.
김 의원은 “서로의 말을 정확히 이해하고 소통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와 국민 통합의 출발점”이라며 “문해력 저하는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가의 미래가 걸린 문제인 만큼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AI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확하게 질문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며 “AI 시대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문해력 강화는 필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