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에서는 집단토의 유형 중 특히 까다롭고 실제 시험에서 자주 출제되는 역지사지형 집단토의를 중심으로 그 특징과 대응 방안을 소개하고자 한다. 역지사지형 공존형 집단토의 안내 역지사지형 공존형 집단토의는 ‘다름’을 이해하고, ‘공존’을 지향하며, ‘합의’를 추구하는 시민성 기반 토의모형이다. 서울시교육청 숙의형 토론수업 모델을 발전시킨 형태로, 참가자가 찬·반 입장을 교대하며 상대 논리를 내면화함으로써 갈등을 해소하고 공감역량을 기르는 데 목적이 있다. 핵심 철학은 다음과 같다. ● 사회적 맥락 기반 실제성 교과서 밖 현실 문제를 다루어 복잡한 이해관계를 직면하도록 한다. ● 시민성·반성적 평형 찬·반 어느 한쪽에 머무르지 않고 상대 논거를 받아들여 편향을 낮춘다. 이를 위해 1차 토론 직후 ‘입장 교대’를 실시한다. ● 안전한 토론 공간 ‘혐오·차별 발언 금지’와 ‘합의 실패 존중’을 사전 규약으로 확정해 누구나 의견을 제시할 수 있게 한다. 모형은 모둠형, 코너 학습형, 순차적 자료 분석형으로 구분된다. 공통 순서는 ① 주제 파악 → ② 1차 토론(무작위 입장) → ③ 2차 토론(입장 교대) → ④ 합의안 작성이다. 합의 실패 자체는 감점 대상이
지난 호에서는 교원 상훈과 징계를 통해 교육공무원의 공과(功過)를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호와 다음 호에서는 학교 조직의 성장 동력이라 할 수 있는 교원 승진제도를 조명하고자 합니다. 승진은 교사의 전문성과 리더십을 인정하여 더 큰 역할을 부여하는 과정이자, 학교가 지향하는 가치와 비전을 실천하도록 촉진하는 제도적 장치입니다. 우선 이번 호에서는 승진의 구조 및 절차와 교육경력평정·근무성적평정의 핵심 요소를 함께 살펴보고, 다음 호에서는 연수성적(교육성적·연구실적)평정과 가산점평정을 살펴볼 예정입니다. 교원의 승진임용은 「교육공무원법」 제13조가 규정하듯, 바로 아래 직급에 있는 사람이 경력·재교육·근무성적 등 실제로 입증되는 능력을 바탕으로 상위 직위로 올라서는 제도입니다. 다시 말해, 현재 직위보다 높은 자리로 수직 이동함으로써 영향력은 커지고 책임 또한 무거워집니다. 초등·중등학교 현장에서는 교사 → 교감 → 교장으로 이어지는 승진이 대표적이며, 교육행정기관·연수기관·연구기관의 장학사(교육연구사) → 장학관(교육연구관) 승진 역시 같은 맥락에 있습니다. 2007학년도 2학기 도입된 교장공모제는 승진 위주의 교직문화를 혁신하고, 민주적 학교 운영과 책임경
1. 기획의 브리프(brief) 기획은 목적 달성을 위한 행동 설계다. 그 설계는 생각의 힘에서 비롯된다. 기획은 ‘어떻게 하면’이라는 방법(how)의 차원과 ‘되지?’라는 효과(effect)의 차원을 동시에 담고 있다. 원하는 결과를 먼저 정하고, 그것이 효과로서 나타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기획은 특정 대상에 대하여, 특정한 목적을 정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는 데 가장 적합한 행동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기획자의 성향에 따라, 기획자는 두 부류로 분류될 수 있다. 최신 트렌드나 유행어 등을 빠삭하게 놓치지 않으며, 케이스 스터디와 감각적 경험을 중시하는 크리에이터(creator) 유형과 전략적 논리와 인과관계를 중시하는 전략가 유형이 있다. 그런데 창의성(creative) 없는 전략은 공허하고, 전략을 결여한 창의성(creative)은 맹목적일 수 있다. 마치 독일의 칸트가 ‘내용 없는 사유는 공허하고,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다’라고 갈파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어느 한쪽에 치우친 기획은 균형감을 상실하고 문제를 정확히 정의하거나 해결하기 어려워진다. 전략적 판단(전략 논리)과 적절한 경험적 증명(case study)이 조화를 이룰 때 기획은
본 연재가 탑재되는 시기는 전국 시도교육청이 교육전문직원 전형을 마무리하는 시점일 가능성이 높다. 전형이 마무리되어 최종 면접이나 사전 연수를 받는 과정이 이루어진다. 최종 면접이나 사전 연수에서는 주로 교육청 장학사 또는 연구사로서 지녀야 할 소양이나 실제 교육청 장학사나 연구기관의 연구사로 근무할 때 어떤 자세로 근무하고 교육정책의 현안에 관한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이 주를 이룬다. 교육전문직원으로 전직을 고려하는 교사에게도 이런 과정을 미리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크다. 본 호는 그런 관점에서 시도교육청 장학사 또는 연구사로 근무하면서 생각할 수 있는 설계를 다루어 보는 가상 논술 과정이다. 우선 제시된 참고자료의 글을 읽고 교육청 장학사나 연구사가 근무할 때의 생각거리를 탐색하여 본다. 다음으로 기존 시도교육청의 사례를 찾아보면서 해결방안을 도출하는 과정을 설계하며, 마지막에는 이를 추진하면서 교육전문직원으로서 가져야 할 기본소양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본 사례나 방안은 예시 자료이며, 지금까지 지속해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혼자서 또는 팀으로, 컨설팅 도움 등을 통해 고민하고 생각을 거치면서 직접 작성하여 보는 것을 권한다. 1. 생각하기 다음 참고자료는
디지털 전환 속 교실혁신 모델 제시 디지털 전환 속 교실은 ‘맞춤화·주도성·사회참여’라는 세 축 위에서 다시 설계돼야 한다. 이번 수업나눔 사례에서는 그 세 축을 구현한 세 가지 수업모델을 병렬로 제시한다. AI 코스웨어는 진단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 경로를 제안해 학습 기초를 다진다. 거꾸로학습과 배움노트는 가정과 교실을 연결하며, 학생이 스스로 오류를 탐색하고 피드백을 주도하게 한다. DATA 기반 AI 프로젝트는 데이터를 수집·분석·모델링하여 실제 사회문제를 해결하도록 이끈다. 교사는 세 모델을 조합해 학급 맥락에 맞는 융합형 수업을 설계하고, 학생은 자율적 학습자이자 공동체 기여자로 성장한다. 세 모델은 독립적으로도 적용 가능하지만, 함께 운영될 때 데이터 분석과 정서 지원, 사회 참여가 상호 강화되어 교실혁신의 시너지를 극대화한다. 모델❶ _ AI 코스웨어로 맞춤 학습의 기초 다지기 ● 배경과 준비 플랫폼 도입 초기 일부 교사는 ‘데이터 화면 해석이 어렵다’는 불안을 표했다. 이에 학년 대표 교사들이 TF를 꾸려 에듀테크 다모임과 실습 연수를 운영했고, 작은 성공사례를 빠르게 공유해 거부감을 줄였다. ● 운영 학생들은 사고력 진단평가와 컴퓨팅
수업의 출발 “선생님, 우리가 왜 환경 이야기를 반복해서 들어야 하나요?” 한 학생의 질문이 생태 미디어 교육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정보는 넘치지만, 공감은 줄어든 시대. 디지털 정보 과잉 속에서 학생들은 어떻게 세상을 이해하고 있을까요? 국어교사로서 저는 ‘읽기’와 ‘표현’을 통해 학생들과 함께 한 명의 시민으로서 세상을 읽는 힘과 의미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싶었습니다. 그리하여 ‘생태 감수성’과 ‘미디어 리터러시’를 기르는 수업을, 기술과 사람 사이에서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평범한 일반 중학교에서 함께 도전하는 수업혁신 ● 동료교사들과 함께 실천한 ‘지구 공동체 프로젝트-나비효과’ 이 수업은 국어과 동료교사 세 명, 중학교 2학년 320여 명이 함께 마음을 맞추어 진행한 프로젝트 수업입니다. 여러 다양한 수업 경험 중 어느 수업 이야기를 쓸지 고민했습니다. 세상에는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수업사례들이 많지만, 대규모 과밀 중학교에서 세 명의 국어교사가 함께 수업을 운영하며 어려움을 극복한 과정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일은 많은 교사의 수업 상처를 감싸안는 반창고 밴드 같은 역할을 해주리라 생각하며 이 글을 씁니다. ‘지구 공동체 프로젝트-나비효
‘학교도서관 활용수업’은 예전과 달리 더 이상 생소한 말이 아니다. 이미 교육현장에서는 학교도서관 공간을 이용하는 수업이 널리 시행되고 있고, 더 나아가 교과수업과 연계한 학교도서관 활용수업이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여러 현장에서 사서교사와 교과교사가 공동으로 수업을 설계하고, 시행하며, 평가까지 함께하는 학교도서관 협력수업이 이루어지는 추세이다. 이는 학교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읽는 공간을 넘어서, 정보활용능력·비판적사고력·창의력·문제해결능력 등의 고등사고능력을 기르는 ‘배움의 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학교도서관은 2022 개정 교육과정이 강조하는 ‘학생 주도성’, ‘핵심역량기반 교육’, ‘정보활용능력’을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교육공간이다. 또한 요즘 강조되는 디지털 리터러시, 미디어 리터러시 등 각종 리터러시로 불리는 ‘정보문해력’을 기르는 데 최적화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각종 자료와 지식의 보고인 도서관을 활용해서 수업 때 배운 지식을 확장시키고, 실제 삶과 연결하며, 교과 간 경계를 넘는 융합적 학습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사와의 협력수업 다음은 교생실습 때 실제로 했던 수업을 소개해 볼까 한다. 누구나 교육실
‘글 요청하는 인간’으로의 변화 강연을 마치자 연로한 여교수께서, “이미 말만 하면 내가 원하는 자수를 놓아주는 기계가 나왔는데, 그걸 모른 채 돋보기를 쓰고 한땀 한땀 수를 놓고 있었네요”라고 소감을 밝히셨다. ‘글 쓰는 인간’에서 ‘글 요청하는 인간’으로 변한 시대 앞에서 혼란을 겪는 교사가 많다. 생성 AI를 사용할 때면, 계속 사용할 경우 내 사고력과 글쓰기 역량을 비롯한 업무처리역량이 점차 퇴화하지는 않을까 하는 일말의 불안감이 생긴다. 그러면서도 사용의 편리함에 빠져든다. 이산 몰릭(Ethan Mollick)의 듀얼 브레인(신동숙 역, 2025)은 이러한 불안감을 줄이고, AI를 보다 의미 있게 사용하는 데 도움이 될 몇 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몰릭은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스쿨(Wharton School) 경영학과 교수로, 혁신·기업가정신·인공지능(AI)이 업무와 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며 가르치고 있는 학자이다. 그가 제시한 것은 인간의 고유한 지능과 AI의 기계적 지능을 결합하는 협력지능(Co-Intelligence) 전략이다. 1956년 ‘인공지능(AI)’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할 때 함께 제안된 개념의 하나가 ‘지능 증폭
“다산콜센터로 연결됩니다.” 공공기관에 업무와 관련된 문의를 하려고 전화를 걸었다. 분명히 공공기관 담당부서로 번호를 눌렀건만, 서울 다산콜센터로 연결되었다. ‘아, 공공기관은 이렇게 직접 민원전화를 받지 않는구나, 그런데 왜 우리는 아직도 개인 핸드폰으로 민원전화를 응대하고 있을까?’ 순간, 교사는 보호해 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허탈감이 밀려왔다. 교사 개인에게 직접 연락하는 민원방식에 대한 문제는 여러 차례 제기되었지만, 현장은 변하지 않았다. 학 부모들은 자녀의 출결·체험학습·급식·교복·학교방침에 대한 의견까지 모두 담임교사 개인에게 전화하거나, 문자로 전달한다. 이미 학생에게 자세히 안내한 내용도, 다시 개별적으로 문의를 하기도 한다. 이렇게 담임교사는 학부모들의 반복적인 개별 문의부터, 학교방침에 불편한 사항까지, 모든 민원의 창구가 되어 있다. 특히 출결과 관련해서는 아침부터 전쟁을 겪는 일도 많다. 누군가는 아프다고, 누군가는 늦잠을 잤다고, 누군가는 오늘 생리결석을 쓰겠다고 연락이 온다. 출석을 제대로 안 하는 학생이 학급에 1~2명만 있어도 교사의 평화로운 아침은 기대하기 어렵다. 하루를 시작하기도 전에 담임교사의 마음은 무너져 내린다.
교문 앞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나눠주는 모 학원의 기숙형 프로그램 홍보물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다음과 같은 주요 홍보 문구 때문이다. ‘독재자’(독학·재수·자기주도학습) ▲소수 정예 스카이 캐슬형 관리 ▲최상위권 학생 대상 장학 제도 운영 ▲의대/SKY 재학 ○○○○ 출신 조교 25명! ▲1대 1 멘토 관리 체계적 학습 세부내용을 보니 일정 벌점 초과 시 프로그램상 출입 코드가 삭제되어 출입이 통제되는 벌점 제도도 있다. 벌점 항목으로는 결석(10점), 조퇴(5점), 지각(5점), 외출(3점), 강제동원 미준수(3점), 졸음(1점), 핸드폰 미제출(10점), 열람실 내 전자기기 사용(10점), 학습 외 사이트 접속(5점), 쉬는 시간 외 화장실·카페테리아 이용(1점), 독재자 내 학생 간 필담(1점), 오후 10시 이후 무단 외출(강제 퇴실) 등이다. 그리고 홍보 팸플릿 속에 끼워진 간지 한 장에 다음과 같은 최후의 격문이 나부끼고 있다. ‘기숙학원보다 더 강력한 몰입! ○○ 독재자 선착순’ 교장실로 들어와 이러한 격문들을 읽어가면서 숨이 턱턱 막힌다. 비판과 한탄도 나오지 않는다. 그냥 기가 막힐 뿐이다. 아무리 학원 홍보를 위해 자극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