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낳은 아이를 약 20년 후 하버드대학교에 보내려면 얼마나 들까? <뉴욕타임스> 최근 기사에 따르면, 2027년 기준으로 약 50만 불이 필요하다고 한다. 경제 상황 악화로 실업률은 높아만 가고, 임금은 동결돼 살기가 점점 팍팍해지고 있지만 자녀를 대학교에 보내려면 앞으로도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 상황 악화로 인한 어려움은 비단 가정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학이 받은 타격 또한 만만치가 않다. 개별 대학의 장학금은 물론 경제위기로 장학금 용도의 기부금 규모가 크게 줄었을 뿐만 아니라, 주식폭락과 함께 대학 보유 주식도 함께 폭락해 대학의 재정상태가 현저하게 악화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펠 장학금(Pell Grant)’의 경우에는 인플레이션에 상관없이 알맞은 규모의 자금을 제공하도록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대부분의 중산층을 위해서는 별다른 정책이 나오고 있지 않다. 최근 고등교육 진학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중산층 자녀를 위한 학자금 융자 방식 개선 및 펠 장학금 규모의 증가 등을 골자로 하는 개혁안을 발표했으나 80년도 초반 대학을 다녔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자신이 그 당시 융자한 학자금을 2000년대 초반까지 갚았던 것을 감안할 때 뾰족한 해결책으로 보이지는 않는 것이 사실이다.
대학 학비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비싼 미국
그렇다면 방법은 없는 것일까? 자녀를 위해 사립대학 4년 등록금을 모으는 것이나, 2명 이상의 자녀를 대학까지 보내는 것은 평범한 미국 시민이 감당하기에 지나치게 버거운 일이다. 하지만 한명의 자녀를 공립대학에 보내는 방법을 찾고 있다면 불가능해 보이지 만은 않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매킨리 머디사(社) 대표 매킨리는 ‘20-20-20 전략’을 제안한다. 공립대학 등록금의 평균 액수를 현재 수준으로 가정할 때 한 아이가 4년제 공립 대학을 마치기 위해서는 약 6만 불이 필요한 데, 이를 2만 불씩 3가지 방법으로 지불하는 전략을 제시한 것이다. 첫째, 아이가 대학에 입학하기 전에 2만 불을 예금해 두라고 조언한다. 이를 위해서는, 연이율이 6%라고 가정할 때 매달 50불씩을 저축하면 된다. 둘째, 아이가 대학에 다니는 동안 부모가 버는 돈으로 2만 불을 대 줄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 2만 불은, 아이에게 4년간 학생 융자를 받아서 충당하도록 하도록 조언하고 있다. 이렇게 융자받은 돈을 매달 200불씩 상환한다고 가정하면 약 10년이 걸리는 금액인데, 수십 년에 걸쳐 학자금 융자액을 갚아가는 것이 보편화 되어 있는 미국의 현재 상황을 감안할 때 20~30대에 10년이면 그렇게 나쁘진 않다고 보는 것이다.
경제 불황으로 대학의 장학금 규모 줄어
조금씩만 미리 준비하고 희생하기로 각오한다면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아 보인다. 매킨리는 학자금 마련은 최대한 빨리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면 조금이라도 더 적게 융자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온 가족이 자녀가 아주 어릴 때부터 전략적으로 협력해야 하며 학자금 마련을 위해서는 ‘529 계정(Account)’을 적극 활용할 것을 조언한다. 529 계정은 미국 정부가 자녀의 장래 고등교육 학자금 마련을 위한 저축을 독려하기 위해 고안한 정책으로 세금 혜택 등을 제공한다. 이 계정을 통해 정립한 재원은 정해진 수혜자의 수업료 등 각종 학업관련 각종 대금, 책값, 학업 관련 기기 구입, 기숙사 및 주거비로 사용될 수 있다. 단 지정 수혜대상 학생은 인가된 미국 내 대학 혹은 몇몇 허가된 국외대학에 재학 중이어야 하며 풀타임 혹은 적어도 하프 타임(Half time)학생으로 등록되어 있어야 한다.
전문가들 “학자금 마련, 빨리 시작하는 것이 왕도”
조부모가 아이들에게 장난감, 놀이기구, 새 옷 등을 사다 주는 일에 어느 정도 흥미를 잃어갈 때가 되면 손자, 손녀의 미래를 위해 정말 큰 도움이 되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처음에 얘기를 꺼내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대학들이 조부모의 대학교육비 기여 여부를 장학금사정 과정에서 고려한다고 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되도록 일찍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다.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면 보다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야 하며 아이들에게도 자신들이 져야 할 학자금 부담과 책임에 대해 알려줘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그러나 너무 빨리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얘기해서 경제적인 부담으로 대학진학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 특히 금전적인 이유만으로 아이가 꿈꿔오던 대학에 지원하는 것조차 포기하게 된다면 그것이 평생 지우기 힘든 상처로 남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대학을 지원할 때는 학자금 융자가 가능한 대학을 타깃으로 삼아 전략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십수 년 간 온 가족이 준비한 프로젝트가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등교육 진학률이 고등학교 졸업자의 85%에 육박하는 우리나라에서는 등록금 문제는 전 국민적 관심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해마다 봄이 되면 우리나라에서는 등록금을 둘러싼 학교와 학생단체의 갈등이 있고, 자녀의 고등교육 뒷바라지를 위해 논밭을 팔고, 아파트 평수를 줄이고, 부모의 노후자금을 당겨서 사용하는 등 갖가지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일부 학과 대학의 경우 서민들이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의 등록금을 책정하고 있다고 하지만 대개의 대학 등록금이 수만 불에 육박하는 미국 대학에 비하면 아직은 상황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다만 고등교육이 세계 그 어떤 나라보다 폭넓게 제공되고 있는 만큼 다양한 계층의 국민들이 형편에 맞게 부담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학자금 지원 방안이 고안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