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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등록금 도입에 대학생 연일 시위

교육은 사회가 분담해야할 공동의 과업
대학까지 국가 책임…등록금 면제 당연

독일에서 교육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책무 중 하나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이 사회가 함께 연대해서 풀어가고 있는 공동의 과업이다. 때문에 초․중․고 뿐 아니라 대학까지 국가가 책임진다.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무상으로 대학을 운영하고 그 대학에서 성장한 인재는 후에 자신이 받은 혜택을 다시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마인드다.

이러한 독일의 교육 이념이 몇 년 동안 심하게 흔들리면서 고요하던 대학이 시위와 수업거부 등으로 바람 잘 날 없이 시끄러웠다. 또 이로 인해 평소에 정치에 관심 없던 젊은 층이 대거 선거에 참여하여 독일 정치 기류의 변화를 주도하기도 했다.

최근 독일 정치계의 핵심 이슈는 대학 등록금 폐지다. 본래 독일은 대학 등록금이 없는 나라였으나 심각한 교육 재정 부족으로 지난 2006년부터 등록금제가 도입됐다.

등록금이 도입된 후부터 하루가 멀다 하고 대학생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 “우리 부모가 세금을 버젓이 내고 있는데 왜 등록금을 내야 하느냐”고 외쳐댔다. 세금을 내면 당연히 등록금을 면제받아야 한다는 발상 자체가 독일인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생각이다. 또한 사회 각계의 끊임없는 압력으로 종래에는 다시 폐지하기에 이른 것이다.

한 학기에 500유로(75만원). 그리 많은 금액은 아니었지만 학생들에게는 전에 없던 부담이 생긴 것이니 대학이 나름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등록금 도입 후부터 최근까지 많은 대학생이 졸업장 없이 상아탑을 떠났으며 특히 전혀 부모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저소득층 학생들이 대학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등록금 도입에 적극적으로 앞장섰던 보수 진영의 주장은 사회적 불평등이 이유였다. 대학 등록금을 받지 않는 것은 중상층을 위한 혜택이라는 논리다. 본인도 대학 교육을 받은 바 없고 자식도 대학에 보내지 않으면서 세금을 내고 있는 저소득층에게 불평등한 제도라는 것이다. 실제로 중상층 자녀의 대학 진학률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등록금 면제가 중상류층을 위한 특혜라는 주장은 얼핏 일리 있어 보이기도 한다.

독일 교육은 주정부의 소관이기 때문에 일괄적이며 통일된 정책을 논할 수는 없다. 그러나 큰 흐름과 방향은 일관성이 있기 때문에 몇몇 주의 교육으로도 대략 독일 교육의 경향을 읽을 수 있다. 주마다 약간씩 다른 시기와 다양한 방비책을 내 놓으며 등록금을 도입했지만 대부분 주정부들은 무이자 학자금 대출을 대폭 확대하면서 누구도 경제적인 이유로 학업을 중단하는 사태가 없게 하겠다고 장담했다.

kfw 국가은행에서 매달 650유로까지 무이자 융자를 받을 수 있게 했으며 상환기간도 대학 졸업 후 25년으로 결정했다. 또 저소득층은 매달 20유로까지 상환액을 경감할 수 있으며 더 어려운 경우에는 연기도 가능케 했다.

이렇게 현실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광범위한 방안을 마련했음에도 독일 대학생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사회적 불평등을 위해 등록금을 도입한다는 보수의 주장과는 달리 없던 등록금이 생기자 부담이 가중된 저소득층 자녀들의 학업 중단 사태가 속출했다. 도입 직후부터 시끄러웠던 대학 등록금은 바이에른과 니더작센, 2개 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에서 다시 폐지된다.

올해부터 등록금이 폐지된 주에서는 학생카드비 130유로(20만원 정도)만 내면 대학생이 받을 수 있는 각종 사회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고 버스나 근거리 기차 등 공공 교통요금도 면제받는다. 그러면서도 생활비는 여전히 무이자로 대출받을 수 있다.

독일의 등록금 폐지를 위한 투쟁은 보수와 진보의 대립이었다. 등록금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중도든 극좌든 진보 쪽이다. 독일 진보와 보수는 한국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까지 확연한 차이를 보이지는 않는다. 누가 정권을 잡아도 정치는 큰 변화 없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회도 그 내면에는 어쩔 수 없이 보수에게는 보수의 논리가 있고, 진보는 역시 진보다. 그러나 지금은 진보든 보수든 등록금 폐지를 외면하면 정치적으로 무덤을 파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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