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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학교에서도 종교 분쟁?

교내 이슬람교 기도 금지, 법적 분쟁
‘종교의 자유’ vs ‘종교적 중립 지켜야’

종교의 자유는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가? 학교 안에서도 여러 가지 다른 종교를 위한 기도실이 있어야 할까? 베를린의 한 인문계학교에서 교내 기도금지 문제를 둘러싸고 이와 관련된 논쟁이 불붙었다.



문제의 발단은 2년 전 터키계 무슬림 거주민이 많은 베를린 베딩 지역의 디스터벡 김나지움에서 이슬람 신자 학생들이 쉬는 시간 학교 마당 구석에서 이슬람식 기도를 하면서부터다. 무슬림 학생 8명이 쉬는 시간 교내 마당에서 윗도리를 깔고 무릎을 꿇어 메카를 향해 절했다. 물론 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였다. 이들은 하루에 다섯 번 메카를 향해 절을 하는 기도를 올려야하는데 날이 짧은 겨울에는 학교에서 이슬람식 기도를 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도행위는 분란을 일으키며 급기야 법정 분쟁으로 발전했다. 학교는 종교적 중립성이 지켜져야 하는 곳이므로 종교적 행위를 금지 한다는 학교 측과 독일 기본법 14조의 ‘종교의 자유’를 강조하며 언제 어디서나 종교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이슬람 신자 학생 측이 맞섰다.

당시 교내 기도를 금지하는 학교 방침에 반발해 소송을 건 학생 측은 2009년 9월 행정 재판소에서 ‘교내에서 분리된 공간에서 기도하는 것을 허가 하도록’ 하는 판결을 받으며 승소했었다. 하지만 첫 번째 판결에 반발한 베를린 시 교육부의 항소로 상급 행정 재판소에서 진행된 재판은 다시 판결을 뒤집었다. 지난 5월 말 상급 행정 재판소는 부모의 권리, 다른 이들의 신앙의 자유, 교내 평화를 방해한다는 이유로 교내 기도금지방침에 손을 들어 줬다.

이번 재판에 베를린 시 교육부가 증거 자료로 제시한 감정서에는 괴팅엔 대학 교수의 소견이 들어있다. 즉, 무슬림 신자의 기도는 정오 기도를 오후로 미뤄도 무방하므로, 학생들은 방과 후 집에서 기도해도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의 새로운 판결은 독일 전국에 파문을 일으켜, 독일 최고 재판 기관인 헌법재판소에 이 판결에 대한 항소가 제기될 전망이다.

문제의 인문계학교인 베를린 디스터벡 김나지움은 모두 29개 국적의 이주민 2세들이 다니는 곳이다. 이 학교에선 이미 머릿수건, 금식, 기도로 논쟁이 끊이지 않아서, 지난 번 판결은 이미 갈등을 예고하고 있었다. 이 학교 교장 브리기테 부어하르트는 “이슬람교를 위해 기도실을 마련해 주면 다른 종교를 가진 학생들에게도 그런 공간을 마련해 줘야 한다. 여러 가지 종교가 많은 이유로 학교가 각 종교마다 기도실을 마련해 줄 역량이 안 된다”는 이유를 들어 이번 판결을 환영했다.

독일 내에서 이번 교내 기도금지 판결에 대한 반응은 다양하다. 우선 이주민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지역의 학교장들은 환영 의사를 표했다. 지난 주 테오도르 호이스 고등학교엔 이미 이슬람 기도실을 요구하는 무슬림 학생들의 요구, 시위들이 있었다. 안드레아 바이엔바흐 교장은 일간 ‘타게스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판결로 갈등 문제 좀 풀릴 것 같다”고 전망했다.

미디어기술고의 피트 룰프 교장은 “이번 판결로 갈등이 완화될 것이다. 하지만 종교에 상관없이 기도할 수 있는 기도실을 만드는 것은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교내 회의로 문제를 해결한 학교도 있다. 크로이츠베르크의 로베르트코흐 고등학교가 바로 그런 경우다. 교내회의로 학생들과의 합의를 거쳐 학교 건물에 기도 공간을 마련했다.

종교계에선 이번 판결에 대한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슬람 종교 단체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 단체들도 비판에 나섰다. 특히 개신교 측은 법원이 국가의 종교에 대한 중립의 가치를 종교의 자유의 가치보다 더 높게 잡았다고 논평했다. 개신교 측은 2009년 9월 ‘교내에 기도실을 마련토록 하는 행정 재판소의 첫 판결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유태교 협회 대변인 그리고리 크리스탈은 일간 ’타게스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학생들이 교칙을 어기지 않는 한도 내에서 기도실을 마련해줬어야 했다”고 말했다. 가톨릭계는 학교 내에서의 기도가 근본적으로 어려워졌다고 개탄했다.

독일 내 터키 이슬람 단체도 기독교계와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종교의 자유보다 교육적 중립성을 더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아직 독일 공립학교 중에는 기독교 십자가를 걸어두는 곳이 있다고 지적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편 독일 내 종교비판적인 단체들은 종교의 자유가 교내 평화보다 더 중요할 순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며 이번 판결을 환영했다. 이 단체들은 “학교가 종교적 의식을 교내해서 행하는 것을 허가해 줄 의무는 없다. 또 교내의 평화가 더 중요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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