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게도 스승이 필요하다 (최성조 지음, 깊은나무 펴냄, 272쪽, 2만 원) 고전 논어를 통해 교육의 본질을 묻는 성찰의 기록이다. 과거로 회귀가 아닌, 고전을 통해 현재를 더 깊이 이해하려는 시도다. 책은 ‘교사’, ‘학생’, ‘교육행정가’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교육공동체 전체를 조망한다. 생성형 AI가 학교생활기록부 문장을 대신 써주는 현실 앞에서도 ‘아이를 바라보는 인간의 시선’은 결코 대체될 수 없음을 강조한다. 완벽한 교육은 없지만, 질문을 멈추지 않는 태도가 교육을 다시 숨 쉬게 한다는 것이 중심 메시지다. 이향인 (라미 카민스키 지음, 최지숙 옮김, 21세기북스 펴냄, 264쪽, 1만 6,900원) 사람의 성격을 내향인과 외향인이라는 이분법적 틀을 벗어나 ‘이향인(Otrovert)’이라는 새로운 인간 유형을 제시한다. 이향인은 사람을 싫어하지도, 사회성이 부족하지도 않다. 사고의 출발점이 ‘우리’가 아니라 ‘나’인 사람이다. 모두가 옳다고 할 때 한 걸음 물러서서 왜 옳은지 묻는 사람, 타인의 박수보다 자기 기준을 더 신뢰하는 사람을 말한다. 집단주의에 지친 이들에게 ‘다른 방식으로 나답게 살아도 된다’는 위로와 함께, 당당히 삶을 꾸려가는
2026-05-07 10:00
‘얼죽신’은 ‘얼어 죽어도 신축’의 줄임말이다. 다소 과장된 표현이지만, 주택 선택에서 신축 여부를 중요한 기준으로 생각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같은 조건이라면 조금이라도 더 새 아파트를 선택하고자 하는 마음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특정 시기의 유행이라기보다 오랫동안 반복되어 온 선택 기준에 가깝다.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새것에 끌린다. 새 차를 좋아하고, 새 가전을 선호하며, 새 옷에 기분 좋아지는 것처럼 집에서도 유사한 심리가 작동한다. 쾌적하고 깔끔한 환경에서 살고자 하는 욕구는 보편적이며, 신축이 주는 만족감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가치이다. 결국 ‘얼죽신’이라는 표현은 새롭게 등장한 유행어일 뿐, 그 이면의 현상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것이다. 새 아파트가 주는 심리적 만족감과 생활의 편의성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요소이며, 이러한 경향이 반복되는 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 할 수 있다. ‘얼죽신’, 얼어 죽어도 신축에 살고 싶은 이유 사람들의 주거에 대한 기대 수준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위치와 면적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집 안에서 보내는 시간의 질과 생활의 편리함까지…
2026-05-07 10:00
쇼츠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스마트폰에서 15초 분량의 짧은 영상부터 2분 이내의 숏폼 드라마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책을 읽지 않고, 신문을 읽지 않는 시대라고 간간이 터져 나왔던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사치처럼 느껴진다. 이미 우리의 시선은 영상, 그중에서도 짧은 영상들에 잠식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아이들, 초·중·고 학생들은 얼마나 영상에 눈을 빼앗기고 있을까? 청소년 하루 평균 온라인 영상 시청 시간은 3시간 20분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최근 발표한 ‘2025년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전국 17개 광역시 초등학교 4~6학년 및 중·고등학생 2,674명 대상) 결과를 보면, 현재 아이들의 미디어 소비가 숏폼 중심으로 얼마나 깊게 자리 잡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청소년의 하루 평균 온라인 영상 시청 시간은 약 3시간 20분에 달했다. 중학생이 3시간 53분으로 가장 길었고, 고등학생 3시간 46분, 초등학생 2시간 23분 순이었다. 중학생의 경우 깨어있는 일과 시간 중 무려 4시간 가까이를 영상 시청에 쓰고 있는 셈이다. 영상의 형식을 들여다보면, ‘롱폼’에서 ‘숏폼’으로의 완벽한 이동이 눈에 띈다. 청소년…
2026-05-07 10:00
지도로 보던 도시 국가를 경험하다 말레이반도 최남단, 북위 1.3°의 적도 부근에 위치한 싱가포르는 한국인에게 매력적인 여행지이다. 비행시간이 짧은 편이라 부담이 적고, 일 년 내내 18도 이상의 기온이 유지되는 열대우림 기후 지역이어서 한겨울 추위를 피해 떠나는 겨울방학 최적의 여행지 중 하나이다. 서울보다 조금 더 큰 면적에 불과한 이 작은 섬나라가 어떻게 화려한 도시 경관을 자랑하게 되었을까? 싱가포르 여행은 기대감으로 시작했다. 싱가포르의 첫인상, ‘화려하고 깨끗하다’ 6시간 30분의 비행 끝에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도심까지 불과 20분이면 닿는 뛰어난 접근성은 이 도시국가의 효율성을 대변하는 첫인상이었다. 숙소에 짐을 풀고 발코니에서 마주한 싱가포르의 밤은 왜 이곳이 세계적인 관광지인지 단번에 설명해 주었다. 마리나 베이 샌즈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야경은 단순한 조명을 넘어 하나의 거대한 예술 작품이자 랜드마크이다. 밤이 되면 잔잔한 마리나 베이의 수면은 고층 빌딩들이 내뿜는 다채로운 빛을 반사해 더욱 화려하게 보였다. 특히 마리나 베이 샌즈의 독보적인 실루엣과 두리안을 형상화한 에스플러네이드의 조명은 여행자에게 강렬한 첫인상…
2026-05-07 10:00
또다시 스승의날이다. 화려한 꽃다발보다 칠판에 꾹꾹 눌러쓴 ‘선생님 사랑해요’라는 글귀와 아침부터 불어 놓은 풍선에 마음이 흔들리는 날이다. ‘힘들다, 힘들다’ 하면서도 교사는 아이들에게 상처받고, 아이들에게 감동하며, 교직의 길을 묵묵히 걸어간다. 아이들은 어떨까? 아이들 역시 선생님들에게 상처받기도 하지만, 한 마디의 격려와 자신을 알아봐 주고 믿어주는 선생님에게 힘을 얻으며 하루하루를 버틴다. 그러다 어느 순간, 삶의 방향을 바꾸는 결정적 계기를 만나기도 한다. 가수 아이유는 인생의 결정적 터닝포인트로 중학교 체육대회를 꼽았다. 수업 중 장난을 치던 아이유에게 벌로 노래를 시켰던 체육 선생님이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축제 무대에 설 기회를 건넸고, 조명과 시선의 황홀함을 느끼며 가수의 꿈을 굳혔다. 스티브 잡스 역시 문제아였던 자신을 인격적으로 대하며 학습의 재미를 알려준 힐 선생님을 만났기에 세상을 바꿀 수 있었고, 박찬호 또한 그의 재능을 믿어준 지도자가 있었기에 메이저리그라는 불가능에 도전할 수 있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처음부터 특별했던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믿어준 특별한 ‘한 사람’을 만났다는 것이다. 심리학자 로버트…
2026-05-07 10:00
세상에 사기꾼이 넘쳐난다. 수십억대의 투자사기부터 아이들의 푼돈을 노리는 중고거래 사기까지, 그야말로 ‘눈 뜨고 코 베이는’ 세상이다. 문자에 연결된 링크 하나만 잘못 눌러도 개인정보는 물론 삶의 기반까지 송두리째 흔들린다. 최근엔 AI 기술까지 더해져 자녀 목소리나 공식기관까지 감쪽같이 흉내 내니, 사기는 이제 바보라서 당하는 것이 아니라 속을 수밖에 없도록 설계된 함정이 되었다. “왜 그렇게 뻔한 거짓말에 속았어?”, “조금만 생각했으면 알 수 있었잖아”라고 피해자에게 묻곤 하지만, 사기는 단순히 정보 부족이나 판단력 결핍의 문제가 아니다. 평소 뉴스를 챙겨 보며 사기 수법을 알고 있고, 스스로 합리적이라고 자부하는 이들조차 막상 상황에 걸려들면 무력해진다. 사기는 결코 우연히 발생하는, 재수가 없어서 걸려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심리학자들은 사기를 ‘인간 마음의 기본 작동 원리를 정교하게 이용한 범죄’라고 설명한다. 사기꾼은 새로운 심리를 만들어내지 않는다. 이미 우리 안에 있는 믿음·기대·두려움을 정확히 건드릴 뿐이다. 그래서 사기의 대상은 언제든 내가 될 수 있다. 이번 호에서는 사기 심리학의 삼중주, 즉 진실 편향(Truth Bias), 매몰…
2026-04-08 10:00
조용한 붕괴 (신선호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152쪽, 2만 2,000원) 문제없이 지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면에서는 이미 무너지고 있는 ‘정상군’ 학생들의 위기에 주목한 현장 보고서다.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하는 학생 중 정상군 비율이 폭증하는 충격적 통계를 바탕으로, 무기력과 불안이 깊어지는 교실 다수의 비명을 조명한다. 나아가 낡은 시스템의 한계를 지적하며, 가정과 학교, 지역 병원이 협력해 아이들의 심리적 면역력을 기르는 회복탄력적 학교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역설한다. 개미들의 행성 (주잔네 포이트지크·올라프 프리체 지음, 남기철 옮김, 북스힐 펴냄, 328쪽, 2만 2,000원) 작지만 거대한 제국을 일구는 놀라운 생명체, 개미의 모든 것을 담은 생태 교양서다. 저자는 실험실은 물론 전 세계의 열대우림과 사막을 직접 탐사하며 관찰한 개미들의 놀라운 세계로 독자를 안내한다. 아주 작은 체구로 훌륭한 도로망을 구축하고, 버섯 농사를 지으며, 때로는 전쟁과 노예 사육까지 서슴지 않는 개미들의 기발한 군체 생존 전략을 흥미롭게 풀었다. 신규교사 생활백서 (신규교사생활백서팀 등 지음, 에듀니티교육연구소 펴냄, 436쪽, 2만 5,000원) 신규교사를 위한…
2026-04-08 10:00
부동산 계약이 중요한 이유 부동산 계약은 단순한 서류 절차가 아니다. 법률 행위이자 자금 계획이며 동시에 심리전이다. 말 한마디의 톤이 분위기를 바꾸고, 문장 하나의 표현이 책임의 범위를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숫자가 같아 보여도 계약 구조가 다르면 결과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으며, 특히 상승장과 하락장이 교차하는 구간에서는 계약의 무게가 더 커진다. 부동산 계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이지만, 가격은 협상의 출발점일 뿐이다. 일정, 특약, 계약금 비율, 중도금 지급 방식이 모두 협상의 카드라고 볼 수 있다. 이 카드들을 어떻게 배열하느냐에 따라 수익률과 최종 이익이 달라진다. 그런 점에서 부동산 계약은 ‘가격 흥정’의 개념으로만 볼 수는 없다. 더 넓은 개념으로 본다면, 이해관계와 감정이 충돌하는 테이블 위에서 주도권을 잡는 과정이다. 따라서 준비된 사람에게 계약은 기회이며,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 계약은 리스크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상대의 패를 먼저 읽어낼 수 있어야 더 큰 수익과 혜택을 볼 수 있다. 부동산 계약 단계별 체크포인트 부동산 계약 과정은 한 번에 끝나지 않는다. 가계약 - 본계약 - 중도금 - 잔금으로 이어지는 연속된 과정인…
2026-04-08 10:00
국어 교사가 꿈이었던 평범한 여대생 염혜란은 연극동아리에서 활동하며 연기에 매력을 느꼈다. 졸업 후 출판사 등에서 일하다가 1999년 극단 연우무대에 입단해 이듬해 최선생으로 데뷔해 20년 가까이 기본기를 탄탄하게 다졌다. 연극 이爾에 광대 역할로 출연한 그녀를 눈여겨 본 봉준호 감독이 오디션을 제안해 살인의 추억(2003)으로 영화에 데뷔했다. 대중에게 그녀의 얼굴을 알리게 된 작품은 도깨비에서 주인공 은탁(김고은)을 괴롭히는 이모 역할을 맡으면서다. 이후 영화와 드라마에서 조연으로 출연하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오던 그녀는 2022년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와 2025년 폭싹 속았수다로 글로벌 팬덤을 가진 배우가 됐다. 지난 3월 매드 댄스 오피스(감독 조현진)로 원톱 영화 데뷔에 이어 4월은 제76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은 내 이름은(감독 정지영)으로 관객을 만나는,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자 윤여정 배우가 ‘연기를 잘해 처음 봤을 때부터 콕 찍었다는’, 조·단역과 특별출연을 가리지 않고 존재감을 증명하며 이제는 대체 불가 믿고 보는 배우가 된 염혜란을 만났다. 이제는 누구나 다 알아보는 글로벌 배우가 되셨죠. 외출하기 힘드시겠어요(웃음).…
2026-04-08 10:00
2024년 동인문학상을 받은 김기태 이름 앞에는 ‘한국문학의 가장 뜨거운 신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다. 202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작품을 낼 때마다 주목을 받으며 젊은작가상, 이상문학상 우수상 등을 받았다. 이제 첫 소설집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을 낸 작가치고는 이례적인 관심과 찬사를 받는 것이다. 신인 작가의 경우 여성이 대세인 시대에 귀한 남성 작가이기도 하다. 이 소설집엔 단편소설 아홉 편이 실렸다. 공통점이 있다면 현실적인 소재와 주변에서 본 듯한 평범한 인물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그의 소설을 읽으면서 ‘이런 것도 쓸 수 있구나’,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그의 소설은 재미있다. 그가 평범한 사람들 이야기를 대중가요와 인터넷 유행어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그 속에 삶의 의미를 담아내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소설에선 꽃이나 나무, 식물이 잘 나오지 않지만, 첫 소설집 곳곳에서 목련이 나오는 것이 특이하다. 우선 표제작 ‘두 사소설집 곳곳에 목련 배치람의 인터내셔널’은 진주와 고려인 가족 출신인 니콜라이라는 가난한 변두리 연인들 이야기다. 두 사람은 중학교 교무실에서 같이 등록금 독촉장을 받으며 처음…
2026-04-08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