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끝나면 늘 같은 풍경이 반복된다. 누군가는 결과를 받아들이고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누군가는 결과 뒤에 숨겨진 진실을 찾기 시작한다. “뭔가 이상하지 않아?” “분명히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어.” 흥미로운 것은 이런 현상이 선거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스포츠에서는 판정 논란이, 연예계에서는 방송국의 특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학교도 예외가 아니다. 수행평가 결과가 기대보다 낮게 나오면 “특정 학생만 챙겨준다”는 루머가 돌기도 한다. 사람들은 왜 끊임없이 음모론을 만들어낼까. 정말 세상에는 우리가 모르는 거대한 비밀이 존재하는 것일까. 아니면 인간의 마음속에 음모론을 만들어내는 어떤 심리적 장치가 존재하는 것일까. 첫 번째 장치 _ 의미를 찾는 뇌, ‘아포페니아’ 심리학자들은 인간을 ‘의미를 찾는 동물’이라고 부른다. 우리의 뇌는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패턴을 찾는다. 돌의 생김새나 별자리를 연결해 이야기를 만들고, 우연히 반복된 사건 속에서도 의미를 읽어낸다. 진화적으로 보면 이는 매우 유용한 능력이었다. 수풀 속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을 때, 바람인지 맹수인지 빠르게 판단해야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바람이었더라도 맹…
2026-07-07 10:00
말하지 않고 말하기 (김정운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464쪽, 2만 4,000원) 논리적인 설명이 상대의 마음에 닿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언어를 완벽하게 흉내 내는 시대에 진짜 필요한 것은 유창한 말이 아닌,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비언어적 소통’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인간 상호작용의 핵심 조건으로 터치, 눈 맞춤, 정서 조율, 순서 바꾸기, 함께 보기, 관점 바꾸기 등 여섯 가지를 제안한다. 소통은 단순한 메시지 전달 기술이 아닌 존재의 조건이자 ‘서로 감탄하는 상호주관적 경험의 회복’이다. 불안을 잠재우는 문해력 상담소 (한희정 지음, 다봄교육 펴냄, 220쪽, 1만 7,000원) 2010년부터 100회가 넘는 학부모 연수 현장에서 마주한 고민과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한 권으로 갈무리했다. 단순히 ‘책을 많이 읽히라’는 모호한 조언에서 벗어나, 초등 국어 교육과정의 설계 원리를 바탕으로 아이의 문해력 빈틈을 정확히 진단하는 실질적 방법을 제시한다. 읽기·쓰기 능력뿐만 아니라 수학 지문이나 스마트폰 환경 등 일상 속 ‘도구적 문해력’까지 다각도로 짚으며, 현실적인 문해력 로드맵을 친절하게 안내한다. 고전에
2026-07-07 10:00
지방 교사, 더 넓은 시야가 필요하다 그동안 교사라는 직업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안정적인 직업 중 하나로 꼽혔다.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과 든든한 공무원연금, 그리고 정년 보장이라는 3대 축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지워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러한 직업적 안정성은 역설적이게도 자산 관리 측면에서는 ‘달콤한 함정’으로 작용한다. 매달 쥐어지는 안정적인 소득에 안주하는 사이, 수도권과 지방 간의 자산 양극화는 되돌릴 수 없을 만큼 벌어졌기 때문이다. 지방 교사로서 실거주로 지방에 살아가다 보면 ‘주거’와 ‘투자’가 자연스럽게 동일시된다. 매일 출퇴근하는 학교가 있고 나의 일상이 펼쳐지는 지역이기에, 자신이 근무하는 곳에 집을 사고 그곳에 부동산 자산을 묻어두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으며, 굳이 내가 살지 않는 다른 지역 부동산 시세에는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은 실거주 관점에서는 좋지만, 자산 측면에서는 아쉬울 수 있다. 아무리 살기 좋은 내 집일지라도, 인구가 빠져나가고 성장이 따라주지 않는 지역의 부동산은 시간이 흐를수록 자산가치가 약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방 거주자라고 해서 반드시 내 집을 지방에 마련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직
2026-07-07 10:00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가 서른 살의 당당한 모습으로 여러분 앞에 서게 됐습니다. 단순히 흘러간 시간의 궤적이 아닙니다. 지난 30년간 지나왔던 미학적 여정을 내밀하게 성찰하고, 아직 도래하지 않은 영화의 미래를 향해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도약의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역시 인간의 본질인 감정과 영혼을 통찰하는 동시에, 새로운 시대의 AI와 첨단 기술이 영화적 상상력과 어떻게 결합할 수 있는지 BIFAN이 미래영화제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할 것입니다. 여러분을 7월 부천에서 기다리겠습니다.” 6월 9일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공식 기자회견에서 장미희 조직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1997년 출발한 BIFAN은 변방의 낯설지만, 기발한 상상력으로 가득한 영화들을 예술의 중심으로 끌어올리며, ‘장르영화’라는 BIFAN만의 독보적인 영토를 구축했다. 내로라하는 세계 각국의 영화제가 기성 형식을 고수할 때도, 주류와 비주류, 현실과 상상, 전통과 혁신의 경계를 끊임없이 허물어 온 BIFAN은 30년이 흐른 지금 아시아를 넘어 세계의 주목을 받는 장르영화제로 우뚝 섰다. 제30회 BIFAN은 50개국 321편(장편 170편, 단…
2026-07-07 10:00
쿠알라룸푸르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이번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인 조호르바루에 도착했다. 말레이반도 최남단에서 싱가포르섬과 마주한 이 도시는 양국을 오가는 수많은 사람과 자본의 흐름 속에서 성장을 거듭하는 중이다. 울창한 열대우림 사이로 내륙 교통망이 유기적으로 발달한 말레이시아의 지리적 특성 덕분에 쿠알라룸푸르에서 탑승한 버스는 안락하게 조호르바루로 도착했다. 조호르바루 숙소 관찰기 _ 게이티드 커뮤니티를 경험하다 조호르바루는 세계도시 싱가포르의 인프라를 공유하는 일일생활권이면서도 생활 물가는 훨씬 저렴하다. 그래서 가성비를 추구하는 한국인들에게 한 달 살기로 소문난 곳이다. 고심 끝에 싱가포르로의 국경 이동을 고려해 JB 센트럴역에서 가까운 현대적인 주상복합단지를 숙소로 정했다. 정형화된 호텔을 벗어나 공유숙소를 처음으로 경험해 보는 일도 여행의 색다른 즐거움이었다. 덕분에 새로운 주거 공간이 가진 특성을 다각도로 관찰할 수 있었다. 단지에 들어서자마자 이 공간의 철저한 방어적 성격을 느낄 수 있었다. 입구에는 경비원이 출입을 경계하고 있었다. 약간의 긴장감을 느끼며 정문의 제복 입은 경비원에게 스마트폰 예약 화면을 제시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별일 없…
2026-07-07 10:00
유난히 일이 꼬이고, 이상하리만치 나쁜 일이 겹칠 때가 있다. 이럴 때면 “아홉수인가?”, “살(煞)이 꼈나?”, “푸닥거리라도 해야 하나?” 같은 말을 푸념처럼 내뱉기도 한다. 텔레비전에서 사주만 보고도 과거와 현재를 척척 맞추는 역술인을 보면 나도 한 번 봐볼까 하는 마음이 슬쩍 생기기도 한다. 최근에는 무속인이 등장하는 예능, 타로로 연애를 점치는 프로그램, 사주를 기반으로 인생을 해석하는 콘텐츠까지 점술은 대중문화의 한 부분으로 들어왔다. 아이들은 ChatGPT로 사주를 풀고, 유튜브에서 ‘랜덤 타로’를 보며, ‘이 영상을 보게 된 당신에게 필요한 메시지’라는 문장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인다. 이제 사람들은 굳이 점집을 찾지 않는다. 대신 검색창에 ‘사주 봐줘’, ‘타로 리딩 해 줘’, ‘연애운 언제 풀려’, ‘올해 내 운이 어때?’, ‘이 선택, 괜찮을까?’ 같은 질문을 던진다. 과학과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시대에 우리는 왜 오히려 더 자주 ‘점(占)’에 기대는 것일까. 왜 지금, 사람들은 다시 운명을 묻기 시작했을까. 점은 ‘미래’를 정말 알려줄 수 있을까? 점술은 오래된 문화다. 자연의 힘을 통제할 수 없었던 시절, 인간은 날씨·질병·전쟁…
2026-06-04 10:00
마음의 대물림 (조민희 지음, 보아스 펴냄, 248쪽, 1만 8,000원) 부모의 감정과 태도가 아이의 정서와 삶의 방향에 미치는 영향을 심도 있게 조명한다. 20년 넘게 현장에서 많은 부모와 아이를 만나온 저자는 진정한 교육은 방법론보다 부모가 자신의 감정을 깊이 들여다보고 아이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역설한다. 부모의 올바른 마인드 셋, 공감 대화법, 아이와 함께하는 감정 연습 등 부모에 내재한 좋은 감각을 일깨워 아이를 성공적인 길로 이끄는 조언을 담았다. 지도와 전쟁으로 다시 읽는 한중일 세계사 (이동민 지음, 갈매나무 펴냄, 280쪽, 2만 원) 동아시아 3국의 분쟁사와 지정학적 역동성을 지리학 관점에서 풀었다. 지금의 한중일 질서 원형을 세 나라 최초의 대격돌인 임진왜란에 두고, 제국주의 시대 개항, 한반도에서 벌어진 대리 냉전, 오늘날 신냉전에 이르기까지의 흐름을 추적한다. 나아가 분쟁이 끊이지 않는 21세기 경제 전쟁의 키워드인 입지·자원·교역·군비 등을 톺아보며, 소모적 대립과 극단주의에서 벗어난 균형 잡힌 안목을 강조한다. 학교에서 바로 쓰는 제미나이 노트북LM (손성호 등 지음, 학교도서관저널 펴냄, 192쪽, 1만…
2026-06-04 10:00
물리적 거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교통 연결성 부동산 시장의 영원한 불변의 법칙은 ‘입지’이며, 그중에서도 대중이 가장 선망하는 입지는 명확하다. 고연봉 일자리가 밀집해 있고, 수준 높은 상업 시설과 문화 인프라를 누릴 수 있는 서울의 3대 업무지구(강남·광화문·여의도)가 바로 그곳이다. 이러한 핵심 거점과의 접근성은 곧 삶의 질과 직결되기에, 누구나 출근 시간이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 30분 이내로 소요되는 핵심지 신축 아파트에 살기를 원한다. 이는 인간의 본능에 가까운 욕망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장벽은 높다. 핵심지의 공급은 극히 제한적인 반면, 그곳에 진입하려는 수요는 넘쳐난다. 희소성의 원리에 따라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대다수의 서민과 중산층에게 핵심지 거주는 물리적·경제적으로 불가능한 영역이 된다. 결국 대중은 핵심지에서 밀려나 외곽의 주거지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한다. 여기서 부동산의 가치를 결정짓는 결정적 변수인 ‘교통 연결성’이 등장한다. 핵심지에서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살기 때문에, 핵심지까지 ‘얼마나 빠르고 편리하게 도달할 수 있는가’가 주거지의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물리적인…
2026-06-04 10:00
세계 최초의 풀 CG 3D 애니메이션이자, 1995년 1편 개봉 후 30년 넘는 세월 동안 속편 모두가 인생 영화로 불리는 기념비적인 시리즈 토이 스토리의 새로운 이야기 토이 스토리 5(감독 앤드류 스탠튼·맥케나 해리스)가 6월 17일 한국 관객을 찾아온다! 장난감들이 내가 모르는 사이에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모험까지 떠난다면?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상상을 스크린에 옮긴 토이 스토리는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기쁨과 감동을 안겨주면서 매번 팬들의 인생작을 경신하게 했다. 실제 판매되는 장난감을 모티브로 한 개성 있는 캐릭터, 정교한 스토리텔링에 놀라운 기술력까지 극찬을 받으면서 제83회,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수업과 여러 행정 업무로 바쁜 선생님들을 위해 토이 스토리 5 개봉일까지 시리즈 전편의 스토리·명대사·캐릭터를 복습해 본다. 장난감의 적은 장난감! 존 라세터 감독이 연출한 시리즈의 첫 편은 앤디가 생일 선물로 받은 새 장난감 우주 전사 버즈가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앤디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장난감들의 리더 자리를 오랫동안 지켜왔던 카우보이 인형 우디는, 레이저빔과 최신식 비행슈트에서 펼쳐지는 날…
2026-06-04 10:00
치앙마이에서 빠이로, 덜컹거리는 차 안에서 “Are you Chinese?” 열댓 명이 어지러이 앉아 있는 덜컹거리는 미니밴에서 거친 팔뚝 위 문신이 그대로 드러나는 민소매를 입은 흑인이 팔뚝만큼이나 거칠게 물어보았다. 웬만한 일에는 쉽게 주눅이 들지 않는 나였지만, 처음 만난 덩치 큰 외국인들 앞에서 그저 몸과 마음이 작아져서 모기만큼 작은 목소리로 “No. I′m Korean”이라고 한 뒤 주섬주섬 큰 배낭을 챙겨 차에 올라탔다. 나와 같은 배낭여행자들이 빼곡하게 탄 미니밴은 태국 북부의 유서 깊은 도시 치앙마이에서 ‘빠이(Pai)’라는 작은 예술 도시로 가는 거의 유일한 차편이었다. 태국 최북단 산악지대 속 작은 분지에 자리한 ‘빠이’는 1980년대부터 예술가와 배낭여행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한 작은 도시이다. 치앙마이에서 북서쪽으로 약 146km에 위치하여 구불구불한 762개의 커브길을 넘어야만 닿을 수 있어서 ‘느리게 가야 비로소 보이는 곳’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빠이+유토피아’의 합성어로 ‘빠이토피아’라고도 불리며, 태국에 여행 온 힙스터(hipster)라면 누구나 기억에 남는 여행지로 꼽는다는 소도시였기에 힘들더라도 꼭 방문하려 한 곳이었다.…
2026-06-04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