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학교가 교원 성과상여금 평가기준을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일부에서는 이를 학교의 자율적 결정으로 오해하지만 사실은 다르다. 교육부 지침이 각급 학교로 전달됐고, 그에 따라 학교들은 평가기준을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것이다. 교육에 대한 신뢰 약화 우려돼 평가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학생과 학부모가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도록 공개하는 것이 과연 교육적으로 타당한가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교육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킬 우려가 크다. 교사의 수업, 생활지도, 상담, 진로교육, 방과후 활동은 학생 성장과 발달을 위한 교육활동이다. 그런데 평가기준이 공개되면 학생과 학부모는 교사의 다양한 교육활동을 교육적 소명보다 성과급과 연결해 바라볼 가능성이 크다. 교직이 교육보다는 성과급을 받기 위한 것이라는 의심이 생기는 순간 교육의 토대인 신뢰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교육은 계약 관계가 아니라 신뢰 관계 위에서 이뤄진다. 교육 본질을 왜곡할 가능성도 우려된다. 교육은 단순한 생산 활동이 아니다. 학생의 인성 성장, 생활 습관 형성, 정서적 안정, 위기학생 지원, 학부모 상담과 같은 중요한 교육활동은 수치로 평가하
2026-07-20 09:10
학교를 둘러싼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특히 저출생으로 아이가 줄어들수록 학교에 기대하는 역할은 더 커지고 있다. 이제 학교는 교과교육뿐 아니라 학생 안전, 심리·정서 지원, 인성교육, 디지털 시민교육, 인공지능(AI) 교육, 환경교육, 진로교육 등 다양한 사회적 요구를 함께 담아내는 공간이 됐다. 하지만 새로운 교육은 계속 더해지는데, 무엇을 줄이거나 정리할 것인지좀처럼 논의되지 않는다는 점은 매우 아쉽다. 정책운영 방식 함께 변해야 교육은 사회 변화를 가장 먼저 반영하는 분야다. 새로운 사회적 요구가 생기면 학교는 이를 교육과정 속으로 받아들인다. 문제는 정책의 필요성이 아니라 운영 방식이다. 새로운 정책은 빠르게 더해지지만 기존 정책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정책 일몰제가 운영돼도 기존 사업이 다른 사업으로 통합되거나 우수사례, 필수 운영 요소 등의 형태로 이어지는 경우를 현장에서는 자주 경험한다. 결국 교사가 체감하는 것은 학교가 맡아야 하는 역할이 계속 쌓여 간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무엇을 더할 것인가와 함께 무엇을 정리할 것인지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업무가 늘어나는 문제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수업의 경계가 넓어
2026-07-20 09:10
오늘날 학교 현장은 디지털 대전환의 중심에 있다. 스마트기기 보급으로 교실의 벽이 허물어지며, 학생들의 소통은 방과 후에도 SNS와 단체 대화방(단톡방)으로 끊임없이 이어진다. 온라인이 또 하나의 교실이자 삶의 터전이 된 것이다. 그러자 학교폭력의 양상도 달라졌다. 최근 학폭위 안건의 상당수가 온라인 내 언어 폭력과 따돌림에서 시작된다. 기기 활용 능력은 기성세대를 압도하지만, 타인을 존중하는 디지털 시민성은 미숙한 현실이다. 드라마 ‘참교육’은 단톡방 내 집단 욕설, 저격 글, 강제 초대 후 폭언을 퍼붓는 카톡 감옥 등 실제 교실의 적나라한 디지털 폭력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충격을 주었다. 이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정보 판별을 넘어, 온라인에서 공존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현장 맞춤형 네티켓’ 교육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익명성 뒤에 숨은 칼날 학생들이 온라인에서 거친 언어를 쉽게 사용하는 이유는 비대면성과 익명성 때문이다. 눈앞에 상대의 표정이 보이지 않으니 자신이 뱉은 말이 줄 타격을 체감하지 못한다. 손가락 움직임으로 타인의 인격을 말살하면서도 이를 장난으로 치부하는 이유다. 드라마 ‘참교육’ 속 감독관들이 가해자들에게 폭력의 잔인함을 직시하게…
2026-07-16 13:25
AI 시대의 참교육은 무엇일까? AI의 심기를 잘 살피고, 그것에 맞춰 답변을 하고, 좋은 점수를 받도록 하는 것일까? 아니면 AI를 주도적으로 활용하고 스스로 질문과 답변을 할 줄 아는 인재를 기르는 것일까? 당연히 후자가 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교육부와 교육청의 관련 정책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교육부가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2026년 업무보고를 보면 AI가 54번이나 나온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중점 추진과제 모두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AI) 시대 대응’에 관한 과제이다. 이미 현 정부 국정과제에도 제시됐던 방향이라 새로운 것은 아니다. 어느 시대나 중요한 질문하는 교육 중점 추진과제에는 ‘질문중심 수업과 서·논술형 평가 확대’가 포함돼 있다. 목적으로 "AI 시대에 필요한 질문하는 힘, 비판적 사고력을 학생들이 함양할 수 있도록 한다"고 제시했다. 세부적으로는 선도교원 양성, 질문하는 학교 운영, 서·논술형 평가 AI 학습데이터 구축 등을 2026년부터 시작하겠다고 한다. 시·도교육청에서도 초·중·고교에서 서·논술형 평가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질문하는 힘이 AI 시대에 갑자기 필요해졌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2026-07-15 14:07
누구나 살아가면서 불안과 우울, 걱정에 사로잡히는 경우가 많다. 그 저변에는 인정과 칭찬에 대한 욕구를 충족해 자존감을 유지하려는 마음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청소년 시기에는 친구나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해 자신을 잘못 평가하거나 왜곡하는 경우가 많다. 다양한 관심과 배려 절실 학교폭력을 일으키는 청소년의 내면에도 낮은 자존감이나 열등의식을 발견할 수 있다. 자존감의 핵심은 자신을 수용하는 데 있다. 성장의 고통과 입시 경쟁의 스트레스에 지치고 힘겨워하는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장점은 물론 실수나 잘못도 인정하고 그대로의 자신을 수용하도록 따뜻하게 격려하는 관심과 배려가 절실히 요구된다. 청소년의 자존감을 고취하려면 다음 몇 가지 면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 우선, 자신이 잘한 일에는 스스로를 칭찬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해야 한다. 칭찬이 쌓여서 마음의 자산이 누적되면 자존감도 고양된다. 자신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기에 가능한 한 긍정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부족한 면도 노력하면 개선될 수 있다고 스스로 격려한다. 쉬운 일부터 시작하여 성취감을 느끼면 자신감도 생긴다. 또 무슨 일이든 남의 탓을 우선하지 않도록 한다.…
2026-07-13 09:10
올해는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총연합회가 창립 3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다. 1996년 7월 13일 창립된 연합회는 유아교육의 발전과 공교육 가치 실현이라는 목표 아래 출범했다. 현장 목소리 담은 변화 이끌어 당시 유아교육은 국가 교육정책에서 지금과 같은 위상을 갖지 못했고, 현장 의견을 모아 정책으로 연결할 수 있는 체계도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공립유치원 교원들은 자발적으로 연대를 선택했고, 유아교육의 전문성과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실천을 시작했다. 지난 30년 동안 유아교육은 적지 않은 변화를 이뤄왔다. 유아교육법 제정을 통해 유치원은 법적으로 학교의 지위를 갖게 됐고, 누리과정 도입과 무상교육 확대를 통해 국가 책임 교육의 기반도 넓혔다. 유아교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국가의 투자 역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성장했다. 이러한 변화의 과정에서 연합회는 늘 현장과 함께해 왔다. 교원 전문성 신장을 위한 연수와 연구 활동은 물론, 유아교육법 제정, 교원 정원 확보, 교육환경 개선, 교육활동 보호 등 주요 정책 현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현장 목소리를 교육정책에 담아내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앞에 놓인 과
2026-07-13 09:10
7월이 되면 교사들의 마음은 두 갈래로 나뉜다. 한 학기를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과 방학 동안 눈에서 멀어질 아이들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다. 방학은 학생에게 재충전의 시간이지만, 담임교사의 시선이 닿지 않는 시간이기도 하다. 특히 가정의 보호 기능이 약하거나 정서적으로 위태로운 신호를 보였던 학생일수록 이 공백은 더 위험하게 작용한다. 미국의 학자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은 ‘깨진 유리창 이론’에서 “한 건물의 유리창이 깨어진 채로 방치되어 있다면, 다른 유리창들도 곧 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작은 균열을 아무도 돌보지 않을 때, 그 방치 자체가 신호가 되어 더 큰 문제로 번진다는 뜻이다. 학급도 다르지 않다. 따돌림의 조짐이나 정서적 위기의 신호 같은 작은 균열이 관찰자가 사라진 자리에서 방치되면 2학기에 더 큰 문제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2학기 준비기간으로 접근해야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는 이런 패턴이 반복해서 관찰된다. 여름방학이 지나고 2학기가 되면 학교폭력이나 생활지도 사안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데, 많은 교사가 11~12월을 한 해 중 가장 많은 사안이 발생하는 시기로 꼽는다. 1학기에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넘어간 갈등이 방학 기간 온
2026-07-09 10:53
코로나19 팬데믹은 종료됐지만, 그 영향은 대학 강의실에 여전히 남아 있다. 오늘의 대학생들은 청소년기의 핵심 사회화 시기를 비대면으로 통과한 이른바 ‘팬데믹 코호트’다. 이들은 디지털 환경에는 익숙하지만, 대면 관계 속에서 갈등을 조정하고 협력하는 경험을 충분히 축적하지 못한 채 성인기로 진입했다. 팬데믹은 한 세대의 사회화 과정에 공백을 남긴 사건이었다. 사회적 경험 부족 드러나 현장에서 만난 학생들의 변화는 분명하다. 발표와 토론을 부담스러워하는 수준을 넘어, 관계 형성 자체를 낯설어하거나 갈등 가능성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나타난다. 연결을 원하면서도 관계의 불확실성은 감당하기 어려워하는 이중적 모습이다. 이는 개인의 성격 문제가 아니라 축소된 사회적 경험이 누적된 결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교양 수업에서도 이러한 특징은 뚜렷하게 드러났다. 학기 초 학생들은 자신을 ‘고립된 퍼즐 조각’에 비유했다. 서로 맞닿을 수는 있지만 쉽게 흩어지는 불안정한 상태라는 의미였다. 그러나 소그룹 토의와 협력 학습, 성찰 활동을 반복한 이후 인식은 달라졌다. 공동체를 ‘정원’이나 ‘오케스트라’로 표현하며, 서로 다른 존재들이 조화를 이루는 관계를 상상하기 시작한 것이
2026-07-06 09:10
최근 발표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는 우리 교육이 직면한 현실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교육부는 일부 결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다고 설명했지만, 오랜 기간 고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해마다 학생들의 학력이 조금씩 낮아지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특히 고3 수학을 가르칠 때 그 변화는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정책과 현실 간 간격 존재 그 원인 가운데 고교학점제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진로와 적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하도록 한 취지는 분명 의미가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배우고 싶은 과목보다 입시에 유리한 과목을 선택하는 데 더 많은 고민과 에너지를 쏟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진로 설계에 집중하는 만큼, 정작 교실에서 기초를 다지고 학습에 몰입하는 시간은 줄어든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평가를 둘러싼 현실도 고민해 볼 지점이다. 교육과정은 활동 중심 수업과 논·서술형 평가를 강조하지만, 학생들이 치러야 하는 대입은 여전히 선다형 중심이다. 그렇다고 현시점에서 대입 평가를 대폭 바꾸기도 쉽지 않다. 학력 격차가 큰 학생들이 한 교실에서 함께 배우는 현실을 고려하면 학교 현장에서 이를 감당하기도 어렵다. 결국 현재의 평가 체제 안에서 학생들의 기
2026-07-06 09:10
학생들의 실질적인 배움과 깊은 성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교사의 치밀한 밑그림, 즉 '수업 설계'가 필수적이다. 질문과 대화의 수업이라고 해서 단순히 '분위기 좋은 대화 시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집을 지을 때 완성된 모습을 먼저 그리는 것처럼, 수업도 다르지 않다. 교사가 가장 먼저 던져야 할 물음은 '오늘 무엇을 가르칠까'가 아니라, '이 수업이 끝났을 때 학생이 어디에 가 닿기를 바라는가'이다. 도착지를 분명히 정한 뒤 그곳에 이르는 길을 거꾸로 짚어 내려올 때, 비로소 질문수업의 안정적인 구조가 완성된다. 질문수업 설계의 첫걸음은 교육과정의 성취기준과 학습 요소를 분석하는 것이다. 방대한 교과서 내용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것을 넘어 질문 중심의 단원을 재구성하기 위해 교사는 스스로에게 다음 세 가지를 깊게 질문해야 한다. 첫째, 이 단원에서 내가 진정 바라는 결과는 무엇인가? 둘째, 이 배움을 학생들의 삶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셋째, 무엇을 할 것이며 또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 여기서 가장 어려우면서도 중요한 것이 바로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이다.우리는 종종 진도를 다 나가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하지만 모든
2026-07-03 1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