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를 둘러싼 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장의 부담과 불신이 누적된 상황에서 국가교육위원회가 최근 학점 이수 기준을 일부 완화하는 행정예고안을 내놨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 행정예고안의 핵심은 공통 과목은 출석률과 학업성취율 중 하나를, 선택 과목은 출석률만 충족하면 학점을 인정하도록 한 것이다. 기존에 비해 다소 완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학점 이수 기준을 법적으로 명확히 하지 않은 채 세부 운영을 교육부 지침에 맡긴 구조는 유지됐다. 현장 교원들의 문제의식은 비교적 분명하다. 고교학점제의 어려움은 이수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해서만 발생한 것이 아니다. 인력과 시설 여건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과목 다양화를 감당해야 하고 평가와 기록에 따른 교원의 행정 부담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대입 제도와의 연계 불안까지 겹치며 구조적 문제가 누적돼 온 것이 핵심이다. 기준 조정만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이유다. 출석 중심의 이수 기준 역시 신중히 봐야 한다. 관리 부담을 줄이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지만 성취 기반 교육이라는 학점제의 취지와 충돌할 소지도 적지 않다. 기준 완화가 곧 학습의 형식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평가 방식 개
2026-01-12 09:10새해 벽두부터 안 좋은 소식이다. 지난해 경기도의 한 중학교 급식실에서 조리실무사가 손가락을 다친 사건에 대해 경찰이 해당 학교 영양교사를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 것이다. 조리실무사의 처벌불원서 제출, 도교육감의 우려 표명도 무색한 결과다. 지난해 속초체험학습 안전사고 인솔 교사 재판, 학부모 몰래 녹음 특수교사 아동학대 신고 재판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교사가 형사처벌 대상이 됐다. 툭하면 아동학대 신고로 수사당국에 불려 다니고, 부득이한 교육활동 중 발생하는 안전사고로 더욱 가슴을 졸여야 하는 또 하나의 사례가 아닐 수 없다. 해당 조리실무사는 법정 산업안전 교육(연 24시간)을 이수했고, 영양교사가 사전에 예측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또 사후 조치까지 잘 처리했는데 형사적 책임까지 지게 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업무상과실치상은 사고 발생의 예견·결과 회피 가능성, 주의의무 위반 등 인과관계가 모두 입증돼야 성립한다. 사고 당사자도 처벌을 원치 않는데 기계적 법 해석과 집행으로 또다시 교단에 큰 상처를 줬다. 만약 해당 교사가 처벌을 받게 된다면 조리실무사의 각종 안전사고가 영양교사의 형사 책임이
2026-01-12 09:10
지금 대한민국은 지속적인 인구 감소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 지방 및 도시 취약지역의 생활 여건 악화에 소규모 학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로 인해학습 기회 축소, 학생 수가 적어짐에 따른 학생들의 사회성 발달 저해, 학교 운영의 어려움, 지역 공동체 붕괴에 따른 교육 접근권 침해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 효율성 추구는 임시 봉합에 불과 지금까지는 학교 통·폐합, 분교 등 재정 효율성만 추구하는 방향으로 문제해결을 했으나 이젠모든 지역사회가 학교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 방향을 바꿔야 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학부모의 일자리, 주거, 교육을 연계해 정주할 수 있는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 자녀를 동반한 가족의 지방 정착을 유도할 수 있는 핵심적 요인이다. 일본은 중앙정부 주도의 국가 차원 인구 분산 지역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스웨덴 북부 라플란드의 소도시 글로메르스트뢰스크에서는 학교 폐교를 막기 위해 지역주민들이 나서 프로젝트를 시행한 사례도 있다. 미국 알래스카주의 어촌 마을 칼룩 자치위원회가 주도한 지역단위 정책은 주정부나 연방정부의 프로그램이 아닌 마을 공동체가 자체적으로 마련했다. 스페인 북서부 갈리시아 지방의 농촌
2026-01-12 09:10
감사원 조사와 교육청 고발을 계기로 이른바 ‘사교육 카르텔’과 관련된 수사가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문제집 집필이나 모의고사 문항 제작 등 교육 현장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일부 행위들이 형사 절차로 이어지면서, 교원들이 수사 대상이 되는 사례도 빠르게 늘고 있다. 주관적 인식 판단 피해야 다수의 사교육 카르텔 사건을 맡고 있는 변호사로서 교원들과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사실대로 설명하면 정리될 일이라고 생각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그러나 형사 절차는 주관적 인식과 무관하게, 법률이 정한 구성요건과 증거를 기준으로 판단된다. 예컨대 다수 교원에게 적용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 역시, 금품을 수수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위반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또 관행이었거나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사정만으로 당연히 면책되는 것도 아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청탁금지법 제8조 제1항이 금지하는 금품 등 수수행위는 ‘적법한 또는 정당한 권원 없이’ 금품 등을 수수하는 경우에 해당해야 한다. 또 제8조 제3항 제3호의 ‘정당한 권원’ 해당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사적 거래의 경위, 법적 성격,
2026-01-12 09:10
학부모에게서 갑자기 전화가 옵니다. 쉬는 시간에, 퇴근길에, 때로는 저녁 시간에도 옵니다. "선생님, 잠깐 통화 가능하세요?” 심장이 철렁합니다. "어떻게 말해야 오해가 없을까”, "이렇게 말하면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 머릿속이 복잡해집니다. 준비할 시간도 없이 대화가 시작됩니다. 학부모와의 대화는 순간의 화법이 아닙니다. 원칙의 문제입니다. 흔들리지 않는 몇 가지 원칙만 확실히 세워두면 갑작스러운 상황에서도 길을 잃지 않을 수 있습니다. 첫째, 대화의 중심에는 항상 아이의 성장이 있어야 합니다. 학부모 상담이 때로는 "누가 옳은가”를 가리는 구도로 흘러갈 수 있습니다. 학부모는 “우리 아이 입장에서는 이렇습니다”라고 하고, 교사는 “제가 본 상황은 이렇습니다”라고 설명합니다. 이렇게 되면 각자의 입장을 주장하는 자리가 되고, 결국 누구도 만족하지 못합니다. 대신“이 아이가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어머님, 지금 중요한 건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는 게 아니라, 이 상황에서 친구 관계를 배우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도와주면 좋을까요?” 이렇게 물으면 학부모도 방어 자세를 풀게 됩니다. 아이의 성장이라는 공동의 목표가 생기면, 교
2026-01-08 14:52교육은 필연적으로 ‘희망’을 품고 있다. 학생의 아름다운 성장, 교사의 사랑과 헌신, 학부모의 믿음 모두 따스함과 큰 힘을 갖고 있다. 평생교육의 시대에 교육은 인생의 시작과 끝이 됐다. 희망이 넘친 나라의 특징은 모두 교육선진국이라는 점이다. 안타깝게도 지난해 교육계에는 희망찬 좋은 소식보다 슬프고 아픈 사건·사고가 많았다. 올해는 이재명 정부 출범 2년 차가 되고 6월에는 전국동시지방선거와 교육감 선거가 치러진다. 이런 가운데 교육대길(敎育大吉)을 위해 꼭 이뤄져야 할 사항이 있다. 첫째,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인 ‘교권보호 방안’에 현장이 원하는 내용이 담기고 실현되길 바란다.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로부터의 교사 보호, 악성 민원과 교실 내 몰래녹음 차단이 교단의 간절함이다. 이를 예방하고 차단할 내용이 포함되지 않으면 현장 지지를 받을 수 없고 보여주기식, 땜질식 처방이라는 비판이 거셀 것이다. 한계상황인 위기의 교실을 극복하고 교사를 보호하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둘째, 3월 새 학기 시행 예정인 학생맞춤통합지원법의 재검토와 수업 중 스마트기기 사용금지에 대한 준비가 철저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방향도 과속은 금물이다. 학교는 준비가 부
2026-01-05 09:10
고교학점제는 취지보다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느냐가 성패를 가른다. 그러나 점차 이상과 현실의 간극이 커지고 있으며, 현장은 이미 붕괴를 우려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충분한 논의 없이 발표한 국교위 최근 교원 3단체 설문에서 고1 교사의 90% 이상이 최소성취수준보장지도(최성보)에 대해 효과가 없거나 반대한다고 응답했고, 학생·학부모 설문에서도 부정적 인식이 70%를 넘었다. 이는 일부 교사의 불만이 아니라, 운영 전반에 대한 현장의 분명한 경고다. 전국 17개 시·도 중 10곳 이상이 최성보 유예 또는 폐지를 요구했지만, 교육부는 출석률과 학업성취율을 함께 적용하는 ‘교육부 1안’을 고수했다. 더 큰 문제는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다. 국교위는 행정예고안에 대한 국교위원의 충분한 논의 없이 교육부 1안을 사실상 그대로 확정·권고했다. 현장 교원 국교위원들이 출석률만 반영하는 ‘교육부 2안’에 대한 재논의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교사·학생·학부모가 학업성취율 이수 기준에 반대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우선, ‘개근을 해도 성적에 따라 유급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 고교는 의무교육의 연장선에 가깝고, 2015 개정 교육과
2026-01-05 09:10
교육은 지식을 전달하는 행위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에 바른 가치와 태도를 새기는 일이다. 그러나 교실의 현실은 그 이상과 멀어지고 있다. 교권 약화로 교실 불안정해져 수업 중 교사 발언은 자주 왜곡돼소비된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속담을 예로 든 말이 ‘우리 아이를 교만하다고 지적했다’는 식으로 퍼진다. 학생이 수업을 방해해도 교사는 조심스럽다. 언성을 높였다가는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신고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사를 상대로 한 고소 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한국교총에 따르면 2024년 교권침해 피해 교원 소송비 지원은 53건, 지원금은 1억2960만 원에 달했다. 이처럼 교실이 불안정해진 데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그중 하나는 급격한 정책 변화다. 1998년 무시험 전형, 상대평가 축소 등 경쟁 완화 정책이 시행됐다. 취지는 좋았으나 학습 의욕 저하와 성취도 하락을 불렀다. 여기에 교원 정년이 만62세로 단축돼 약 2만 명의 교원이 퇴임했다. 이로 인한 교원 공백, 충분한 검증 없이 발급된 자격증, 성과급 제도 등은 현장에 긴장감을 줬지만, 협력보다는 경쟁을 심화시켰다. 2010년 이후 교사 통제권도 약해졌다. 위
2026-01-05 09:10우리가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 방법이 있을까요? 그리고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바에 조금 더 가까워지도록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상담자는 내담자가 원하는 바를 찾아가는 것을 돕도록 훈련받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훈련은 이론(theory)적 관점에 기초를 두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우리는 현실치료(Reality Therapy) 이론에 근거를 둔 몇 가지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생존, 사랑·소속감, 힘, 자유 즐거움 현실치료 이론은 윌리엄 글래서(William Glasser)가 제안한 상담이론입니다. 이 이론에서는 인간은 5가지 기본 욕구(생존, 사랑·소속감, 힘, 자유, 즐거움)를 충족시키기 위해 스스로 행동을 선택하는 존재라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어떤 행동은 ‘그 순간 가능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현실치료에 기초한 상담에서 상담자는 내담자 자신이 진짜로 원하는 것을 분명히 알아가고, 자신의 욕구를 더 잘 충족시키는 행동을 선택·실천하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여러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고 싶다면, 또는 주변의 소중한 사람이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기대하고 있다면, 다음의 질문을 사용해 보세요.…
2026-01-02 17:52
“선생님, 이 기사 진짜예요? 댓글에서는 다들 믿던데요.” 교실에서 종종 들리는 이 질문은 오늘날 학생들이 처한 뉴스 환경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실시간 속보, 유튜브 뉴스 클립, SNS 카드 뉴스 등 이미 다양한 경로를 통해 매일 수많은 뉴스 콘텐츠를 접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얼마나 많은 뉴스를 보느냐가 아니라, 그 뉴스를 어떻게 해석하고 판단하느냐다. 이 지점에서 교사에게는 정확한 정보를 이해하는 역할을 넘어, 학생에게 뉴스 해석의 기준과 관점을 길러 주어야 하는 교육적 책무가 요구된다. 비교로 신뢰도 분석하기 뉴스는 흔히 ‘사실’이라고 인식되지만, 동시에 ‘구성된 사실’이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같은 사건이라도 어떤 매체에서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다른 매체에서는 ‘정책 실패의 결과’로, 또 다른 매체에서는 ‘사회 구조적 문제의 한 단면’으로 보도된다. 이러한 차이는 언론사의 관점과 가치, 보도의 목적, 그리고 선택된 정보의 배열 방식에 따라 만들어진다. 즉, 뉴스는 현실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결과물이 아니라, 선택과 해석을 거쳐 구성된 텍스트다. 따라서 뉴스 리터러시 교육의 출발점은 학생들이 뉴스를 단순히 소비하는 데서 벗어나, 비판적으
2026-01-02 17: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