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교육열은 높은 학력 수준을 달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적 자원 개발을 통해 단기간에 선진국으로 성장하는 핵심 동력이 됐다. 그러나 이면에 심각한 부작용을 낳은 것도 사실이다. 그중 가장 심각한 것이 과도한 사교육비 문제다. 사교육비가 5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하지만 발표 자료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황이 개선됐다고 보기 어렵다. 사교육비 총액 감소는 학생 수 감소 영향일 뿐 학생 1인당 평균 지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60만 원을 넘겼고, 가구 소득에 따른 격차는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10년간 정부가 내놓은 사교육 경감 대책이 실제 학생들이 짊어져야 하는 학업 부담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방증이다. 학생과 학부모가 사교육 없이는 왜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하는지 정부가 심도 있는 분석과 책임 있는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여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공교육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먼저 교원이 오로지 교육이라는 본질적 가치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우수한 선생님들이 학생 개별 맞춤형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과감히 줄여야
2026-03-23 09:00학교폭력이 발생하면 그 원인과 상관없이 교원은 과정과 결과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지면서 5중고에 시달린다. 문제행동 교정, 사건조사, 의견 청취, 결정 등 경찰·검사, 변호사, 판사가 하는 사법적 역할에 교육자로서 교육적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교원들을어렵게 하는 것은 경미한 사안에 대한 교육적 해결을 위해 사과나 조정을 권고하기만 해도 학부모로부터 사건을 은폐·축소하려 한다는 민원이나 아동학대 신고를 당하는 현실이다. 교원의 교육적 판단과 조정 과정이 작동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16일 발표한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2026년 시행계획(안)’에서 초등 저학년 대상 학교폭력 숙려제도를 확산하겠다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관계 회복 등 교육적 해결이 가능한 사안과 사법적 영역으로 다뤄야 하는 심각한 사안이 공존하는 학교의 현실을 고려해 볼 때 ‘교육의 사법화’ 현상을 끊어내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결국 학교폭력 관련 법·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피해 장소의 27.1%가 학교 밖에서 이뤄지는 만큼, 수사권도 없는 교원이 이를 조사, 처리하게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학교폭력 범위를 ‘교육활동 중’으로 제한하
2026-03-23 09:00
학교는 3월의 설렘으로 가득하다. 아이들은 새 교실에 적응하고, 교사는 한 해의 교육과정을 설계하며, 학부모는 기대와 걱정 섞인 마음으로 학교를 바라본다. 그러나 최근 학교 현장의 공기는 사뭇 무겁다. 정당한 교육활동이 아동학대 신고라는 이름으로 흔들리고, 사소한 오해가 악성 민원으로 비화되는 현실에서 교사와 학부모 사이엔 보이지 않는 ‘불신의 벽’이 높아지고 있다. 존중의 경계 바로 세우기 그러나 분명한 사실이 있다. 교사와 학부모는 한 배를 탄 동반자라는 것이다. 같은 아이를 바라보며, 같은 성장을 바라는 사람들이다. 문제는 서로를 향한 적대감이 아니라, 그 관계를 지탱할 신뢰와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는 데 있다. 슬기로운 관계의 출발점은 각자의 역할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학부모는 자녀 성장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는 전문가고, 교사는 교육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안다. 이 두 전문성이 제자리를 지킬 때 아이는 온전한 배움의 주인공이 된다. 하지만 협력이 무제한적 개입을 뜻해서는 안 된다. 학부모와 교사의 소통은 '언제든, 무엇이든'이 아니라 '필요할 때, 정해진 절차에 따라, 상호 존중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교사의 개인 연락처까지 민원이 침범하는 순
2026-03-23 09:00
인공지능(AI)은 단순한 기술적 도구를 넘어 사회 전반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핵심 동력이 됐다. 교육 현장 역시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진화하고 있으며, 현재 근무하는 학교를 포함해 최근 전국적으로 선정된 ‘AI 중점학교’는 그 혁신의 중심에 서 있다. 중점학교는 정규 교육과정 내 AI 교과 수업 확대, 타 교과와의 융합 교육, AI 윤리 강화, 실습 중심의 환경 조성을 4대 핵심 방향으로 설정해 운영된다. 이는 모든 학생이 학교 교육을 통해 AI를 충분히 경험하고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돕는 공교육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다. 지속 가능한 혁신 중심 역할 중점학교의 지향점은 단순히 기술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심화’와 ‘융합’의 조화로운 성장을 목표로 한다. 이공계 진로를 희망하는 학생에게는 딥러닝과 데이터 분석 등 수준 높은 심화 과정을 제공해 기술 리더로 키워내는 동시에, 인문·예술 등 다양한 전공 분야 영역에서 마주하는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AI 융합 사고력’을 길러주는 데 집중한다. 또한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이를 다루는 인간 태도가 중요해짐에 따라, 저작권과 편향성 문제를 성찰하는 AI 윤리 교육을 핵심으로 삼아 책임감 있
2026-03-23 09:00“선생님, 그냥 다 내려놓고 싶어요.” 요즘 학교 상담실에서 자주 들리는 말이다. 성적이 떨어져서, 친구와 싸워서라는 이유를 넘어 “못 버티겠다”, “숨이 막힌다”는 호소는 이미 교실의 일상 언어가 되었다. 치열한 경쟁과 디지털 피로가 겹치며 아이들의 마음건강은 개인 성격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짊어져야 할 ‘공공의 과제’가 되었다. 이제는 “힘들면 상담실 문을 두드리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누가, 어떤 기준으로, 어디까지 책임지고 돕고 있는지, 그 뒤를 받쳐 줄 법과 제도가 있는지를 함께 물어야 한다. 개인의 고민에서 제도로 상담실을 찾는 아이들은 “제가 너무 약해서요”, “제가 이상한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빡빡한 시간표, 수행평가, 내신과 입시 경쟁 등 반복되는 학업 스트레스와 관계 불안을 ‘참아야 할 감정’으로만 다루면, 아이들은 끝까지 문제를 자기 탓으로 돌린다. 반대로 상담이 학생의 이야기를 기록·축적하고, 이를 학교 운영과 정책 논의로 연결하면, 한 아이의 하소연은 학교를 바꾸는 ‘데이터’이자 ‘증언’이 될 수 있다. “이 아이가 왜 이렇지?”를 넘어 “이 학교와 제도는 왜 이 아이를 여기까지 몰아붙였을까?”라고 물을 때 비로소 해결의…
2026-03-19 16:35
"우리 애가 친구를 밀쳐 잘못한 거 알아요. 그런데 선생님이 먼저 아이를 자극했으니까 화를 냈겠죠. 선생님이 잘못 지도하신 거 아닌가요?” 학부모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섞여 있습니다. 아이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교사를 비난합니다.이런 상황에서 교사는 혼란스럽습니다. ‘잘못을 인정한다면서 왜 화를 내는 거지?' 교사는 뜻하지 않은 비난을 받은 것 같아 억울하기까지 합니다. 이런 학부모는 결코 드물지 않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제 아이가 잘못한 건 맞습니다. 하지만...”으로 말을 시작합니다. 이‘하지만' 뒤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앞의 이야기가 있는 셈이지요. 수치심이 공격성으로 표출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학부모의 머릿속에서는 두 가지 감정이 동시에 싸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는 "우리 아이가 잘못했구나”라는 인정이고, 다른 하나는 "그래도 우리 아이만 나쁜 건 아니잖아”라는 방어입니다. 이 둘이 충돌하면서 잘못을 인정하는 말과 화내는 말이 동시에 튀어나오는 모순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다른 부모는 날 어떻게 볼까?’ 하는 수치심이 공격성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자신을 방어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상대를 공격하는 것이니까요. 그렇다면 교사는 어떻게
2026-03-19 16:34모든 교원은 교직수당을 받는다. 처음 시행된 1983년 교사의 경우 6만 원이 지급됐고, 현재는 월 25만 원이다. 그런데 마지막 인상이 지난 2000년으로 무려 26년째 동결 중이다. 지난 26년간 교원들의 업무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학생 교육과 생활지도라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기 어려울 정도다. 학교급식, 돌봄, 교육복지 등 다양한 교육 외적 기능이 학교로 들어오면서 교직 수행에 어려움이 커졌다. 올해는 학생맞춤통합지원사업,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 등 신규 정책이 들어오면서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교사의 행정업무 시간은 지난 10년 새 약 26.2%가 증가했다. 이에 반해 보상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일부 가산점은 축소됐고, 일반직 공무원과의 차별도 존재한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제자리걸음인 수당으로 인해 오히려 급여가 줄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장 선생님들의 교직 만족도는 매년 떨어지고 있다. 별다른 보상 없이 책임만 늘어나다 보니, 정년은커녕 하루빨리 학교를 떠나고 싶어하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제 정부에 묻고 싶다. 언제까지 교원에게 ‘사명감’만을 강요할 것인가. 교육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져달라는 요구만 해선 안 된다.
2026-03-16 09:00국가인권위원회가 최근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 인권친화적 학교 조성을 위해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학생 인권뿐 아니라 교사의 교육활동과 건강권까지 함께 보장하는 학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학교 현장을 고려하면 충분히 귀담아들어야 할 제안이다. 최근 교사들은 수업과 생활지도를 넘어 학생의 정서·행동 문제까지 사실상 혼자 감당하는 경우가 많다. 교실에서 반복되는 갈등 상황을 중재하고 학부모 민원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큰 부담을 느끼는 교사도 적지 않다. 학생을 지도하다 갈등이 발생하면 교육적 해결보다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교사의 교육활동 보호와 지원체계 강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인권위가 통합지원 전문 인력 배치와 학생맞춤통합지원 체계 강화를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학습·정서·행동 문제를 동시에 겪는 학생이 늘고 있지만 이를 지원할 인력과 시스템은 충분하지 않다. 결국 교사 개인의 헌신에 의존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우려다. 교원 보호 역시 선언적 수준을 넘어 제도화가 필요하다. 교사 인권 실태조사 법적 근거 마련, 교사 건강권 보장, 저경력 교사에
2026-03-16 09:00
인공지능(AI)의 엄청난 발전 속도에 맞춰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이하 ‘인공지능기본법’)이 1월 22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기본법은 ‘EU 인공지능법(AI Act)’에 비해 모호하고, 추상적으로 규정돼 있다. 의무 위반에 따른 과태료 부과도 1년 이상 유예하고 있어 실제 인공지능 사용으로 인한 위험을 얼마나 막고, 완화할 수 있을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EU도 최근 인공지능법의 고위험 인공지능시스템에 대한 규정 적용을 최대 2028년 8월까지 연기하는 등 규제 완화 정책을 발표했다. 전 세계가 인공지능 패권의 승자가 되기 위해 전력 질주를 하고 있다. 법적 뒷받침이 세계적 추세 급격한 변화 속에서 긍정적인 영향만 있으면 좋겠지만 Character.AI 챗봇, 챗GPT를 사용하던 전 세계 아동·청소년들이 자살하거나 자해하는 사건이 계속 발생해 이들 회사를 상대로 민사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 텍사스에서는 17세 소년의 부모가 챗봇 사용을 제한하자 챗봇이 그 소년에게 부모를 살해하라고 부추겼던 사건도 발생했다. 최근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10대 청소년들의 챗봇과의 대화 중독 현상이 심해지면서
2026-03-16 09:00
“다시 태어나도 선생님 하실 건가요?” 교사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 질문에 최근 10명 중 8명이 ‘아니요’라고 답했다. 2016년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교직을 다시 선택하겠다고 했던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교사는 여전히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직업이며, OECD 기준 높은 수준의 임금과 사회적 지위를 보장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작 현장에서는 ‘사명감’보다 ‘이탈’을 고민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선생님들은 왜 학교를 떠나려 할까? 구조적 결함 임계점 도달해 교직 이탈은 정년퇴직 이전 자발적으로 신분을 포기하는 현상이다. 과거에는 연금법 개정 등 제도적 요인이 주된 원인이었으나, 최근엔 교직 환경 그 자체에 기인한다. 우선 무너진 교권과 무분별한 악성 민원이 핵심이다. 이로 인해 교사는 부당한 요구 앞에서도 조직의 보호 없이 극심한 고립감에 시달린다. 또 교육 본연의 업무보다 행정 업무가 우선시되는 기형적인 직무 환경과 불합리한 보수 체계, 단일한 승진 경로 등 복합적 요인이 교사를 교단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 가속화되는 이탈은 교사 개인의 사명감 부족이 아닌, 교육 현장의 구조적 결함이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시사한다. 허츠버그
2026-03-16 09:00